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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은 매우 유서깊은 모바일 디바이스입니다. 크기와 무게 등의 휴대성을 내세운 스마트폰과 타블렛 등이 대세라 불리우고 있는 지금에도 노트북은 자신만의 개성으로 여전히 시장을 지키고 있으며, 그 확고부동한 지위는 앞으로도 꽤 긴 시간동안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용한 시기는 80286 XT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그 이전에는 노트북의 가격이 비싸서 쉽게 구입하기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휴대성이나 성능이 부족했던 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첫번째 노트북은 싸고 성능좋은 노트북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http://gigglehd.com/zbxe/1262533 여기에 나온 노트북이지요. 이 노트북은 지금 생각해도 최강의 스펙대 가격비임을 부인할 수가 없지만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들고 다니기엔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이었습니다.

 

노트북은 들고 다니라고 만든 물건입니다. 하지만 들고 다니는게 부담스러워진다면 그건 그냥 움직일 수 있는 데스크탑에 불과하지 더 이상 노트북이 아닙니다. 노트북을 노트북으로 쓰지 못하고 책상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게 되자 다른 기기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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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능 다 포기하고 오직 무게와 크기만 고려한 넷북을 샀습니다. http://gigglehd.com/zbxe/3335879 바로 이것입니다.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어딜 갈 때마다 소지할 수 있는 무게와 크기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부족한 성능 때문에 넷북을 사용하는걸 기피하게 되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두번의 노트북/넷북 구입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절대적인 가치. 저렴한 가격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역시 물건은 돈을 투자한 만큼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비싸더라도 성능 좋고 가벼운 노트북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노트북의 크기와 무게를 고를때는 11인치에 1kg 정도를 기준으로 잡고 찾아보게 됐습니다. 따로 노트북가방이 아니어도 아무 가방에나 대충 들어갈 수 있는 정도가 그 크기이고, 어댑터나 마우스 같은 주변기기를 같이 들고 다닌다는걸 고려하면 무게도 그게 한계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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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을 시작했던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크기/무게/성능을 충족시키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너무 비싼 소니 바이오 Z 시리즈는 빼야 했습니다. 남은 것은 애플 맥북 에어와 삼성 시리즈 9 뿐이더군요. 원래는 맥북 에어를 살려고 했지만 결국은 삼성 시리즈 9를 사게 됐습니다.

 

이것은 삼성 시리즈 9가 맥북 에어보다 결코 더 잘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와서 그런게 아닙니다. 8월 중순에 출국하기 전에 노트북을 사서 가지고 나가야 했는데 맥북 에어 신형이 도통 출시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점에 구형을 사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지요.

 

그래서 구입한 것이 삼성 시리즈 9, 센스 NT-900X1B-A54입니다. 샌디 브릿지를 장착한 11인치 모델 중에서 제일 저렴한 모델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11인치를 선택한 이유는 앞에서 말한대로 이동성 때문이고, 샌디 브릿지를 장착한 최신 모델은 기왕 지르는거 샌디라는 뽀대 심리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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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와 최저가는 133만원이었는데 토요일에 용산에 가보니 137을 부르더군요. 그 가격에 사겠다고 하니 물건 가지러 같이 가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엉덩이에 손을 얹으며 좀 더주면 안되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거절했습니다. 가방이나 마우스 필요하지 않냐고 묻었습니다.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영수증 안 끊어주는거 아시죠, a/s는 삼성 센터로 바로 들고가면 되는 거 아시죠를 들으면서 이 동네는 여전하구나 싶었습니다. 진짜 이름과 전화번호를 댔는데 알고보니 5만원권 4장인가를 덜줘서 전화가 부리나케 왔습니다. 다음번에는 가짜 전화번호를 대고 노트북깡을 할까 잠깐 고민했습니다.

 

받아서 까보자마자 떨궜습니다. 한달 넘게 쓰면서 갑갑한 점도 많았습니다. 잠깐 빌려줬던 사람한테 너 이거 일부러 인터넷 느리게 해놨지 하는 모함도 뒤집어 썼습니다. a/s 센터에도 몇번 들고 갔습니다. a/s 센터에서 먼저 교환이나 환불을 이야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9이 몹쓸 물건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비록 인텔이 울트라북을 제창하고 그 스펙을 맞춘 노트북들이 하나둘씩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맥북 에어의 슬림함을 따라갈 자는 아무도 없고, 그 유일한 경쟁상대는 아직까지 시리즈 9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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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크기 비교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아크 마우스와 겔럭시 S를 올려놨습니다. 원래는 흔해빠진 황토색 골판지 박스가 하나 더 있지만 구입 직후 뜯어서 버렸기 때문에 사진은 없습니다. 골판지 박스는 그냥 저 검은색 쇼핑백에 생채기가 나지 말라는 용도밖에 없습니다.

 

쇼핑백과 박스는 와꾸가 딱 맞아 여유공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 가방에 뭔가를 더 쑤셔넣을 수는 없습니다. 가방 재질은 충분히 고급스럽기 때문에 저 상태 그대로 여자친구 댁에 처음 인사 드리러 갈때 선물로 들고 가는 용도로 사용해도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내용물은 잘 골라야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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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에서 박스를 꺼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시다시피 박스 뚜껑을 고정해두는 요소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저처럼 건방지게 한손으로 꺼내다가는 박스에서 노트북이 굴러 떨어지는 대참사를 겪으실 수 있습니다. 경건하고 올바른 자세로 박스를 개봉하시기 바랍니다.

 

자석이나 하다못해 벨크로라도 달아서 박스를 좀 고정되게 해두지 하고 후회해봤자 이미 떨군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박스의 재질 역시 쇼핑백과 깔맞춤입니다. 일단 프리미엄 노트북이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포장은 여기까지는 합격점입니다. 그리고 노트북은 포장이 전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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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뚜껑에는 뭔가 상당히 간지나게 삼성 노트북이라고 써져 있지만 저런 간지가 나는 노트북은 시리즈 9를 포함하여 한대도 못봤습니다. 시리즈 9이 아니라 삼성 노트북이라고 쓴 것은 삼성 노트북 전체에 고급 이미지를 심으려는 정치적인 포석인 것일까 고민봅니다.

 

안쪽에는 간단한 스폰지와 종이 구성으로 노트북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거라도 있어서 떨궜을때 상처가 덜 났습니다. 아래쪽에는 다른 구성품들이 비닐 봉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쪽은 그다지 프리미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흠잡을 부분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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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입니다. 설명서는 딱히 볼게 없습니다. 내용도 빈약하고 어차피 설명서를 안 읽어봐서 컴퓨터를 못 쓸 정도의 컴맹은 아닙니다. 시스템 복원 CD를 주지만 시리즈 9 같은 슬림 노트북에 CD 드라이브는 없습니다. 저용량 전용 복원 USB를 줬다면 좋았을텐데요. 왜 주는지 모르겠지만 융도 있군요.

 

d-sub/와 이더넷 포트용 젠더가 있습니다. 이더넷 포트는 정말 크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d-sub도 사실은 마이크로 HDMI를 변환하는 것이니 흠잡을 부분은 아닙니다. 그러나 케이블을 길게 뺀 젠더는 시리즈 9의 포트에 구조적인 단점이 있음을 설명하는데, 이건 나중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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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어댑터와 어댑터 코드는 벨크로로 묶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걸 보고 꽤 감격했습니다. 지금까지 벨크로가 기본으로 장착된 비싼 제품을 안써봐서 그런것도 있습니다. 어댑터 크기도 충분히 작은 편입니다. 어댑터는 중국산이지만 대기업 컴퓨터의 파워는 신뢰도가 높으니 별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어댑터의 단점이라면 어댑터와 노트북을 연결하는 커넥터가 완전히 새로운 디지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노트북 두께를 줄이려고 하다보니 아주 얇은 직경의 플러그를 쓰는데 그리 든든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유중인 에너자이저 보조 배터리와도 플러그가 호환되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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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앞에서 보신대로 노트북의 크기는 보통 잡지와 비슷한 수준인 298x197.5x15.9~16.5mm입니다. 이렇게 두께가 제일 얇은 부분과 제일 두꺼운 부분의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야만 감히 슬림 노트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리즈 9처럼 말입니다.

 

무게는 1.06kg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가볍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제는 이것보다 더 무거운 노트북은 아예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사람의 눈높이가 높아질순 있어도 낮아지진 않는다는걸 탓해야지 시리즈 9이 무겁다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광고에서 듀랄루민 듀랄루민 하는데 듀랄루민을 썼다고 해서 별로 달라질건 없고 그냥 금속 재질의 케이스이면서 가볍다는게 전부입니다. 괜히 항공기에 쓰는게 아니지요. 하지만 저처럼 파우치나 전용 가방 없이 사용하면 군데군데 도장이 벗겨지거나 상처가 쉽게 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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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잡지와 비교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 때문에 저는 별도의 큼직한 노트북 가방 (http://gigglehd.com/zbxe/5321719의 메신저 팩터 M)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 가방 (http://gigglehd.com/zbxe/5321719의 패스포트 슬링)에 이 노트북을 끼워서 들고 다닙니다.

 

어지간한 가방 중에서 잡지 한권이 들어가지 않는 가방은 없기 때문에 (잡지와는 달리 노트북은 구기거나 말아서 넣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납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크기와 무게에서 오는 장점 중에 하나입니다. 면적만 되면 어떻게든 쑤셔넣어서 수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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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판입니다. 이 사진을 편집할 당시에는 바글러들의 만행이 극해 달했을 시점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실물을 직접 봐도 알아보기 힘들어서 a/s에 갈 때마다 아가씨들이 애를 먹었지만 괜히 심술을 발휘하여 바코드를 가렸습니다. 사실 윈도우즈 라이센스 키가 있으니 그냥 공개하는 것도 그렇겠지요.

 

하판은 구멍이 몇개 나있고, 좌우에 포트의 설명이 있다는걸 빼면 볼게 없습니다. 저 스피커는 쉽게 떨어지는 재질이기 때문에 두고두고 붙여둘 수는 없습니다. 한번 붙이면 스티커를 찢어도 자국이 악랄하게 남아 있다는 기글하드웨어 스티커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요.

 

하판 재질은 듀랄루민이 아니라 플라스틱입니다. 덕분에 보시는 것처럼 포샵해서도 잘 안 지워지는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 있습니다. 하판이 듀랄루민이 아닌건 용서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티도 잘 안나니까요. 하지만 듀랄루민을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저게 전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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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금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컴퓨터가 켜져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 촬영에 썼던 조명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저렇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모니터가 어두워서 사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밤중에 야외에서 고기 구울때 조명으로는 부족했지만.

 

그러나 전원 설정의 기본값이 삼성 최적화도 아닌 최대 절전이고, 단축키를 사용하여 화면 밝기를 조절할려면 프로그램이 실행되기까지 부팅 후에 몇분 정도 기다려야만 합니다. 만약 컴퓨터에 암호를 걸어놓고 야외에서 사용한다면 암호를 입력할때 상당히 애를 먹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딱 필요한 것만 있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인 디테일을 보면 달라집니다. 이것은 삼성이 슬림 노트북을 개발한 시간이 짧아 시리즈 9이 사실상 첫 제품으로 노하우가 부족하며, 맥북 에어에 뒤지지 않을려고 무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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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각은 좋습니다. 스크린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협소한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도 화면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색상 표현 같은 부분도 이걸로 사진을 볼때 별로 거슬리지 않았던 걸로 보아 눈에 띄는 큰 단점은 없습니다. 모니터 그 자체에는 말이지요.

 

문제는 모니터의 테두리에 있습니다. 맥북 에어가 통짜 알루미늄을 쓰는데 비해, 삼성 시리즈 9은 듀랄루민을 사용한 프리미엄 노트북 어쩌고 하면서도 키보드 테두리, 모니터 테두리, 그리고 하판이 플라스틱입니다. 거기에 모니터와 키보드 주변은 글로시한 플라스틱입니다.

 

모니터가 논 글래어이고 키보드도 글로시하지 않은데 테두리의 플라스틱만 글로시합니다. 겉 껍데기는 예쁘고 고급스럽게 잘 만들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베젤의 위화감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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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버튼과 각종 LED입니다. 전원 버튼의 디자인은 마음에 듭니다. 듀랄루민 통짜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썼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요. 하지만 저 위치에 존재한 전원 버튼은 나중에 제가 a/s를 두번이나 갔다오게 만든 주범이기도 합니다.

 

노트북 스크린을 일정 각도 이상 열었을때 전원 버튼이 노트북 내부에서 눌리면서 노트북이 꺼지거나 켜지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첫번째로 a/s를 갔을 때에는 내부 케이스를 다 갈았다고 하시더군요. 두번째로 갔을 때에는 나사가 풀려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제가 험하게 써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두번째로 a/s를 다녀온 제 노트북은 전원버튼이 함몰되어 있습니다. 이걸 들고 한번 더 a/s 센터를 가야 하는 것인지 지금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아무리 친절하고 가까워도 a/s 센터를 가는건 귀찮은 일입니다.

 

LED는 있을거 다 있고 표시도 나쁘지 않지만 하필 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지금 배터리가 충전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노트북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충전을 알리는 LED만 어댑터 포트 쪽에 하나 빼놨으면 편했을텐데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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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입니다. 가벼운 키감은 마음에 들며 배열도 좋습니다. 무리해서 기능키를 박아넣은 것이 아니라 기본 키는 큼직큼직하게 넣고 기능 키를 과감하게 뺐습니다. 너무 큰 시프트 키가 아깝고, 방향키는 너무 작아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키 배열이 괴랄해지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싶습니다.

 

밝기 조절이 가능한 키보드 백라이트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창문을 전부 다 닫고 기내 조명까지 전부 꺼버린 어두운 비행기에서도 컴퓨터 사용에 지장이 없었던 것은 전부 다 키보드 백라이트 덕분입니다. 다만 이것 역시 모니터처럼 밝기 조절을 입력하는데 딜레이가 있습니다.

 

터치패드는 패드 전체를 클릭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왼쪽 부분을 누르면 좌클릭이고 오른쪽 부분을 누르면 우클릭입니다. 따라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스크롤 표시는 없지만 멀티 터치를 사용하면 스크롤이 됩니다. 패드 재질은 듀랄루민은 아니지만  질감이 괜찮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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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한 두께를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뚜껑을 닫으면 노트북 스크린과 키보드의 일부분이 밀착합니다. 제가 딱히 천재이거나 잘생기거나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그걸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얼마간 사용하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어느새 저렇게 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구성품 중에 융이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삼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구성품을 추가하는 생각없는 회사가 절대로 아닐텐데, 저의 짧은 잣대로 삼성을 평가했으니 이제보니 참 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보다 더 민망한건 닦아도 잘 안지워지고 계속 생긴다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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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9와 겔럭시 S의 두께 비교입니다. 겔럭시 S도 출시 당시에는 나름 얇다고 호평을 받았는데 시리즈 9는 그런 핸드폰하고 경쟁할만한 두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한 두께의 핸드폰과는 비슷한 수준일 것입니다. 시리즈 9를 보고 나니 이보다 더 두꺼운건 슬림 노트북이라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시리즈 9의 곡선형 디자인은 꽤나 강렬한 첫인상을 줍니다. 저렇게 나와있는 테두리를 잡고 열면 되기 때문에 실용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저 곡선을 좀 더 앞쪽으로 땡기고 저 자리에 각종 포트를 넣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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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9의 측면 포트는 이렇게 덮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켄싱턴 락과 전원 어댑터를 제외한 모든 포트가 마찬가지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사용하지 않을때 포트를 보호할 수 있고, 디자인적인 면에서 우수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포트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의 이야기이고, 일단 포트를 사용할 때에는 고스란히 단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포트를 사용할 때마다 저걸 열어야 하는데 내구성도 별로고 조작감도 전혀 프리미엄 노트북에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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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대로 덮개를 땡겨서 옆으로 밀면 열립니다. 시리즈 9의 설계팀들은 이 슬라이드 덮개를 사용해본 적이 분명 10번도 안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불편한 물건을 넣을 수가 있을까요?

 

이쪽에는 USB, 이더넷, 마이크로 HDMI 포트가 있습니다. 반대쪽에는 마이크로 SD, USB, 3.5mm, 이어폰 잭이 있습니다. 포트의 구성은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덮개의 문제가 큽니다. 저 덮개는 포트의 용도를 그려놨다는거 외에는 실용적인 의미가 매우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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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노트북을 가지고 독일에 간 첫날, 슬라이드 덮개가 이렇게 떨어져버린 광경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다시 끼워볼려고 30분동안 붙잡고 낑낑거렸지만 도저히 다시 끼울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끼우는건 포기하고 그냥 썼습니다.

 

뽀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물건에서 뽀대가 줄어드니 속이 상하더군요. 하지만 저 상태로 계속하여 사용하자 덮개가 없을때 사용하기 편하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조작감이 불안한 슬라이드가 없어졌다는것 말고 다른 실용적인 장점이 생기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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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시리즈 9는 고질적인 무선랜 문제가 있고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니라 그것 때문에 a/s 센터를 가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무선랜을 교체했지만 독일에 그렇게 불안한 상태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전에 일본 여행가서 무선랜을 못잡아 고생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USB 무선랜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도 같이 동행했던 사람 흉내내는 고양이가 USB 무선랜을 들고 간 덕분에 그걸 계속 빌려서 쓸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시리즈 9에서는 이 USB 무선랜처럼 좌우로 크게 퍼져있는 주변기기는 절대로 그냥 장착할 수가 없고 연장 케이블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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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의 측면 커버가 빠진 쪽에서는 USB 무선랜을 장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게 너무 편해서 나중에는 USB 연장 케이블도 안쓰고 측면 커버가 빠진 쪽만 계속하여 사용하게 됐습니다. 반대쪽은 지금까지 한번도 안썼네요. 굳이 슬라이드를 열어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앞에서 젠더 같은 부속품들을 설명하면서 젠더에 상당히 긴 케이블을 장착한 이유가 시리즈 9의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케이블을 달아서 노트북에 장착하는 포트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 노트북에 장착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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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볼만큼 봤으니 이제 속을 봅시다. 뜯어봤음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겪었던 참사 때문에 이건 그냥 넘어가지요. 스펙이야 삼성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대로, 슬림하고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슬림하고 가볍다는건 앞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성능을 봅시다.

 

이 모델의 성능은 코어 i5-2467M, DDR3 4GB 메모리, 128GB SSD의 3가지 스펙이 전부 다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클럭이 1.6GHz로 낮은 편이긴 해도 코어 i5 급의 샌디 브릿지를 달았으니 CPU 성능은 의심할 수 없는 상위 수준입니다.

 

DDR3 4GB라는 메모리는 요즘 세상에 그렇게 많거나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트북에서 이 정도면 충분한 편입니다. 거기에 노트북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에서도 제법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의 128GB SSD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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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벤치마크는 아니지만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간단하게 비교하는데 유용한 윈도우즈 7의 성능 체험 지수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아주 높은 SSD 성능과 꽤 우수한 CPU 성능과 좋은 메모리 성능, 그리고 허접한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내장그래픽이잖아요.

 

인텔 내장그래픽의 성능이 어떤지를 설명하는건 큰 의미가 없을 것이고, 어차피 3D 게임용으로 판매된 노트북도 아니니까 그래픽 성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뛰어난 CPU/램/SSD 성능을 뽑아먹을 수 있는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분야에서도 한계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1366x768 밖에 안되는 스크린 때문입니다. 11.6인치라는 크기에 이 정도의 해상도면 준수한 편이고, 스크린의 다른 스펙은 충분히 좋은 편이지만 해상도가 좁다는건 여기서 할 수 있는 작업의 한계를 의미합니다. 샌디에 SSD라고 해서 여기서 포샵돌리기엔 해상도가 좁다 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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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디스크마크를 사용하여 측정한 SSD의 성능입니다. 시간을 두고 3번 반복 실행하여 결과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걸 확인했습니다. 노트북 구입 이후로 포멧을 하거나 별도의 정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출시 상태보단 성능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SSD의 성능은 준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시리즈 9에 SSD를 장착한 이유는 SSD의 우수한 성능 때문이 아니라, SSD의 낮은 전력 소비량과 가벼운 무게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샌디 브릿지 플랫홈 역시 강력한 성능보다는 낮은 소비 전력이란 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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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수한 기본 성능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 9이지만, 노트북의 기본 성능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노트북은 모든 것을 일체형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동성이라는 그 특이한 점 때문에 일반 데스크탑에 비해 '기본 성능'에 포함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배터리입니다.

 

시리즈 9은 두께와 무게를 위해 일체형 배터리를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추가 배터리를 하나 더 사서 들고 다니는건 불가능하고, 전원 플러그가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럴수록 기본 배터리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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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설명에서는 7.7시간이라고 하지만, 배터리 사용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는 삼성 최적모드에서, 3단계의 모니터 LED 밝기, 최대 밝기의 키보드 백라이트으로, WiFi를 켜서 기글에 올릴 글을 번역하고 웹서핑을 하는 용도로만 썼을때는 4시간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이 두께에 이 무게에 4시간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라면 결코 적은 편은 아니며, 크기와 무게를 위해 일체형 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공식 설명에서 말하는대로 올데이 컴퓨팅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스펙인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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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유선 이더넷을 연결할려면 젠더를 연결해야 하고, 이동성을 장점으로 하는 노트북에서 무선랜 성능의 중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인데, 시리즈 9는 슬림한 디자인을 우선으로 무선랜 안테나를 배치하면서 무선랜 성능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삼성 A/S 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내장된 브로드컴 무선랜 모듈을 인텔 무선랜으로 무료로 교체해주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무선랜 성능이 개선됐다는 사람들도 다소 있습니다. 저도 교체 받았지만 무선랜이 딱히 개선되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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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브로드컴에서 인텔로 무선랜 모듈을 교체할 경우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각오해야 합니다. 브로드컴 무선랜 모듈에 블루투스가 통합되어 있거든요. 실제로 키보드의 WiFi 핫키는 WiFi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기능까지 같이 켜고 끄는 역할을 합니다.

 

무선랜 핫키는 하드웨어적인 키가 아니라 시작 프로그램을 토글하는 일종의 단축키이기 때문에 아무리 WiFi를 꺼놔도 다음번에 컴퓨터를 켜면 다시 기본값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인텔 무선랜으로 모듈을 바꾸면서 장치관리자의 블루투스에 느낌표가 떠있는 것과 더불어 거슬리는 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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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리즈 9은 모르겠지만 제가 사용중인 시리즈 9은 겔럭시 S의 WiFi 테더링 신호를 잡지 못합니다. 무선랜 모듈을 교체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더군요. 물론 이것은 겔럭시 S의 WiFi 안테나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노트북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겔럭시 S의 WiFi 안테나 부분이 불량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시리즈 9의 WiFi 안테나 쪽이 다른 노트북보다 성능이 취약하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뭐 둘 다 삼성꺼니까 뭐가 됐건 삼성 잘못이라는 결론임에는 변함이 없군요. 사용기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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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는 아니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소프트웨어라고 해봤자 기본 설치된 윈도우는 삼성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관할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삼성같은 대기업 컴퓨터는 기본 설치된 프로그램이 한가득이며, 거기에는 프리미엄 노트북을 표방한 시리즈 9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식 사이트의 저 스크린샷이 실제 설치된 프로그램을 절대로 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씁쓸할 뿐입니다. 시리즈 9의 프로그램 삭제 부분을 보시면 삼성 유니버셜 스캔 드라이버라던가 프린터 드라이버처럼 노트북과는 별로 상관 없는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는데 말입니다.

 

가득했었다라고 말하고 그 실체를 보여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보자마자 전부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지우는데 30분 정도가 걸리더라구요. 차라리 새로 까는게 더 깔끔했을텐데, 사용기를 쓸줄 알았다면 지우기 전에 스크린샷이라도 찍어둘걸 하고 후회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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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드웨어도 아니고 소프트웨어도 아니지만 a/s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a/s는 삼성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 중에 항상 빠지지 않는 요소입니다. a/s 센터가 지역마다 있으니 접근성이 좋고, 나름 친절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으니까요. 외국 기업의 제품과는 대조적인 장점임이 확실합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무선랜을 못잡는 문제와 모니터에 힘을 주면 전원이 꺼지는 문제 때문에 a/s 센터에 갔습니다. 응대는 항상 친절합니다. 제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 토요일에 들렸는데 부품이 없어서 당장은 못 고친다네요. 뭐 토요일이니까 그려려니 하고 일단 맡기고 나왔습니다.

 

광복절 연휴 지나서 습미한테 대신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모듈을 교체해도 안된다고 환불/교체로 간다고 합니다. 되팔이를 생각했다면 이런 삼성의 결정을 찬양하고 환불을 이야기했겠지만 전 돈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사용할 노트북이 필요했으니까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S: 영수증을 내놓으라.

G: 영수증 없이 산거라서 없다. 

S: 알겠다 다시 전화주겠다. (5분인가 있다가 다시 전화와서) 영수증 없으면 교환 안된다.

G: ...교환 이야기 내가 처음부터 꺼낸것도 아니고, 능력없어 못고치는건 너님들이다.

S: 우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영수증이 뭐가 어렵다고 그러냐.

G: 출국 때문에 시간 없는건 둘째치고 세금계산서 빼는 수법으로 오프라인에서 싸게 산거라니까, 안 어려우면 직접 만들면 되겠네.

S: 아니 한두푼짜리 물건도 아니고 영수증이 없다는게 말이 되나.

G: 아니 한두푼짜리 물건도 아니고 구입한지 일주일만에 그런 삑사리가 난다는게 말이 되나.

S: (1분간 아무말도 안하다가) 있다가 연락주겠다.

 

그 후 1시간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고쳤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전원 스위치쪽 싹 교환하고 무선랜 모듈을 인텔걸로 교체했다고 하는데 제가 체감하는 무선랜은 그대로였습니다. 전원 스위치는 고치긴 했지만 1달 정도 지나니 나사가 풀려서 다시 a/s 센터에 가야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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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a/s가 불친절하다고 말하려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저 전화를 빼면 항상 공손하다 못해 미안할 수준으로 응대했습니다. 집 근처가 a/s 센터이니 접근성도 좋았고, 센터는 6시까지라고 하지만 9시까지 기다리면서 초과 근무도 하더군요. 외국 회사와는 확연히 다르지요.

 

다만 시리즈 9의 바이오스를 보니 언제 처음으로 켰는지 날짜가 나오더군요. 이게 있는데 과연 제품 출고일로부터 몇일 이내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영수증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동일 증상으로 자꾸 방문하게 만드는 삼성의 제품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 보자는 것일 뿐입니다.

 

아무리 a/s 센터의 접근성이 좋고 a/s가 친절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먼저 이야기해 준다고 해도(그걸 받진 못했지만). 좋은 a/s를 받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a/s를 받을 일 자체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수차 이야기했지만, 그 점에 있어서 시리즈 9는 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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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리즈 9, 센스 NT-900X1B-A54에 대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고작 이 말을 할려고 한달을 질질 끌었는데 그건 순전히 제 게으름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글이 지저분하니 결론에서라도 어떻게 수습을 해야 되겠군요.

 

슬림한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는 이 노트북의 제일 큰 특징입니다. 넷북 중에서도 이런 두께와 무게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측면 포트의 슬라이드 덮개나 불안정한 무선랜, 뚜껑과 연동되는 전원 버튼, 프리미엄에 어울리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부분 등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CPU, 메모리, SSD 등의 성능은 우수합니다. 그래픽 성능은 너무 뻔하기에 아예 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그 점에서 기대할 것은 없었습니다. 해상도가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이 크기에서 그 정도 스펙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광고와 너무 큰 차이가 나는 배터리 사용 시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경쟁상대인 맥북 에어 11인치 샌디 브릿지 모델과 비교하면 좀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128GB SSD에 윈도우즈 7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정도 가격 차이는 감내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a/s는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듣기로는 이보다 더 심한 회사들이 많다고 하니 장점으로 쳐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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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옴니아 2를 아십니까? 삼성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게 만든 모델이며, 출시될 당시에는 많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옴니아 2에 대한 평가는 옴레기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제품의 문제인지 시대의 한계인지는 이 글에서 따지진 않겠습니다.

 

안드로이드로 갈아타고 출시한 겔럭시 S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중간에 겔럭시 A 같은 서자 취급받는 제품을 거치기도 했지만, 우수한 스펙과 제법 괜찮은 완성도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제가 지금 사용중인 핸드폰도 겔럭시 S인데, 불행히도 아직 10개월이나 할부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군요.

 

그 후에 출시된 겔럭시 S 2는 한층 더 우수해진 스펙과 높은 완성도, 그리고 겔럭시 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가격으로(LG U+의 영향이 큽니다만) 돌아왔습니다. 넥서스 S만 봐도 스펙은 겔럭시 S 수준인데 가격을 보면 제 남은 약정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스마트폰 이야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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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삼성 노트북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그냥 삼성이 최고', 'a/s 맡기기는 그나마 낫다' 정도의 물건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시리즈 9이 출시되고, 어느샌가 삼성 노트북은 진지하게 맥북 에어와 저울질을 해가면서 구입을 고려할만한 물건이 됐습니다.  

 

이런 삼성 노트북의 변화가 마치 삼성 스마트폰을 보는것 같습니다. 처음에 삼성 노트북은 옴니아 2 정도의 취급을 당할만한 물건이었지만 지금 시리즈 9은 분명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다진 물건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삼성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비싸지만요.

 

그리고 나중에는 이보다 더 높은 완성도에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새 시리즈 9 노트북이 출시될 때가 오겠지요. 지금 당장은 아닐 것입니다. 인텔 울트라북 계획과 맞물릴 듯하니 최소한 아이비 브릿지나 넉넉잡고 해즈웰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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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리즈 9는 맥북 에어와 비교할 수 있는 물건이며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맥북 에어를 살 바에는 시리즈 9를 사라고 함부로 추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 시리즈 9 쯤에서 완성도 개선과 가격 절감이 이루어진다면 그때는 시리즈 9를 감히 추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전 애물단지가 되버린 구형 시리즈 9를 붙잡으며, 역시 기다렸다가 다음 세대에 살걸. 그냥 안고 죽을 수밖에 없나 하며 징징거리겠지요. 그래도 그리 몹쓸 물건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제 겔럭시 S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