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CH-M480 울트라메세징2, 통칭 미라지폰을 사용한 것이 대충 1년 반입니다. 그때 왜 그 핸드폰을 샀고 소감이 어땠는지는 예전 글(http://gigglehd.com/zbxe/1046337)에 설명했었으니 재탕하진 않고 싶지만. 추가해야 할 말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사용기는 핸드폰 구입 후 세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썼던 것이고, 1년 반이 넘게 지난 지금은 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한달쯤 전에 기변을 했습니다. 기변 과정 중에서의 궁시렁거림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많이 있지요. 기변을 했다는건 예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에 불만족스러운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지요. 전원버튼이 삑사리가 난다던가 액정에 상처가 많이 났다던가 배터리 수명이 많이 줄었다던가 하는 이유로 갈아타야 했을 필요가 있었지만, 사실 정말 미라지폰에 만족했다면 이제는 공짜가 되버린 미라지폰을 다시 사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지요. 이것은 분명 불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불만은 무엇이냐. 첫번째, 웹서핑을 하기에는 화면의 해상도가 너무 작았습니다. 320x320이니까요. 기글하드웨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은 1024 정도의 해상도에 맞춰져 있는데(괜히 요새 넷북의 해상도가 1024 정도인게 아닙니다) 320x320에서 글을 볼려면 오른쪽으로 스크롤을 꽤 많이 해야 합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다음 줄을 읽기 위해 다시 왼쪽 아래로 내려가고, Z 자 모양으로 스크롤을 하게 되지요. 매우 불편합니다.

 

두번째. 음악을 듣기가 불편했습니다. 예전 글(http://gigglehd.com/zbxe/1843662)에서도 썼었는데 뭐 제대로 된 이어폰 하나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은? 3.5mm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모토로라 블루투스를 사서 같이 들고 다녔습니다. 누가 그걸 보고 'mp3냐?' 하더군요. 이것저것 들고 다니기 싫다고 저 핸드폰 하나로 뭉친건데, 음악 듣기 힘들다고 이젠 충전을 2개씩 하고 다니게 생겼습니다. 완충을 하고 나가도 핸드폰 배터리가 다 소진되서 갈고 나면 그 다음에는 블루투스 배터리도 나가더군요. ...뭐 거기까지도 참을만 했지만, 그 블루투스의 전원 스위치가 수명을 다해 잘 켜지지 않게 되자 기변의 욕구가 불타오르게 됐습니다.

 

뭐 그 외에 위에서 말한대로 전원 버튼 삑사리라던가 액정 상처라던가도 있지만 그건 뭐가 됐건 새 핸드폰을 사면 해결될 것이니 논외로 치고. 문제는 화면 크고 3.5mm 잭이 있는 핸드폰이면 무조건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라지를 살때 그랬던 것처럼 쿼티 자판은 꼭 있어야 하고, 이젠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길들여졌다 보니 스마트폰이 아닌건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더군요. (사실 쿼티 키보드가 달린 핸드폰은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그런데, 화면 해상도 크고, 쿼티 키보드 있고, 3.5mm 잭이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조건을 맞추는게 정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오오 드로이드, 모토로라 만세를 외쳤지만 드로이드가 쿼티 키보드를 빼고 나온다는 소문은 둘째치고, 참을성이 바닥에 달했는데 뭐가 됐건 도대체 나오질 않으니 패스. 뭐 결국은 소문이 사실이 되어 쿼티 빠진것도 모잘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도 드로이드의 한국 버전인 '모토로이'는 출시되지 않았으니까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으니 제일 까다로운 조건인 쿼티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선택의 폭이 좀 넓어지더군요. 가령 새로 나온 옴니아 2. 다 좋은데 정말 무난하고 딱히 끌리는게 없는데다, 신제품이라 너무 비쌌다는게 문제. 거기에 옴니아 2로 간다면 오즈 옴니아 정도나 마음에 들지 다른건 별로 양에 차지도 않았는데 핸드폰을 샀을 동시에는 오즈 옴니아가 나오지 않았었지요.

 

그래서 정말 아이폰을 가서 된장질을 하겠다 결심했습니다. 왜냐,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정말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펙이 전부입니까? 클럭 몇 더 높으면 다인가요. 실제로 쓰기에 좋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을 살려고 특가 사이트들을 뒤져보다가-

 

...

 

엑스페리아 X1을 상당히 괜찮은 조건으로 파는 곳을 찾아, 그걸 사버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엑스페리아야말로 위에서 말한 조건. 큰 해상도, 쿼티, 3.5mm 잭, 스마트폰 등을 전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안인데. 너무 느리다는 평가가 많고, 나온지도 벌써 얼마나 됐거늘 가격이 여전히 좀 부담됐어서 정말 고민고민하다가 뺐었습니다만. 이 구매조건대로라면 실제 부담 금액이 엑스페리아 중고 가격보다도 싸고, 무엇보다도 위약금이 저렴하여 이걸로 버티다 정말 드로이드가 제대로 나온다면(그 당시에는 정해지지 않았음) 부담 없이(?) 건너가자 뭐 이런 계산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샀습니다. 산지 한달이 좀 안됐는데 이정도면 대충 이 핸드폰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판단하여 이제 슬슬 올려 보겠습니다. 뭐 박스 사진이나 포장이나 이런건 다 제껴 둡시다. 이미 다들 아는 거잖아요. 사실 사진조차도 찍기 귀찮았지만, 단점을 지적하는데 써야 하니 마지못해 몇장 올립니다.

 

포장이나 구성품에서 인상적인건 스타일러스 펜을 여분으로 하나 더 준다는것. 미라지는 안 그랬거든요. 그리고 스파이더맨 3가 들어있는 마이크로 SD 4GB를 주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8GB 정도는 꽂고 다녀야 용량 부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한번도 쓰진 않았지만, 스마트폰에서 저 정도는 줘야 쓸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충전기가 배터리 전용과 마이크로 USB용으로 2개가 있다는 것도 인상적. 그 마이크로 USB용 충전기를 다른 용도로 쓰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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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합니다. 노키아의 익스프레스 뮤직이나 미라지와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핸드폰으로는 좀 부담될 정도로 무거운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 이정도는 뭐 별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좀 무겁구나 하고 넘어갈만한 수준입니다.

 

액정 아래의 버튼이 매우 인상적인데, 무려 11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터치폰이면서 슬라이드 쿼티 키보드가 있는 주제에 가로해상도 800 픽셀짜리 액정 아래에 있는 버튼만 11개라니 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무겁다고 불평한게 싹 사라집니다. 터치는 보조수단이지 버튼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다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단 엑스페리아라는 로고 양 옆으로 2개씩 버튼이 있습니다. 뭔가 싸구려틱해 보이고 누르기가 약간 애매한데다 흔들거리지만 그건 봐줍시다. 통화/끊기/엑스패널/OK 버튼들은 매우 작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못해서 옆의 버튼을 누르기 딱 좋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뭐 그냥 쓸만합니다. 그리고 저 크기에 저걸 다 쑤셔넣었으니 버튼이 작아지는건 등가교환. 당연한 일 아니겠나요.

 

가운데에는 십자버튼이 핑거 마우스 버튼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음? 십자 버튼이 어딨냐구요? 아무리 봐도 좌/우 버튼으로 보이는 것밖에 안 보인다구요? 저런. 핑거마우스 위 아래에 있는 도저히 버튼으로 안 보이는 저 얇은 공간이 바로 버튼입니다. 진짜에요. 저걸 어떻게 누르냐구요? 핑거 마우스가 안쪽으로 푹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누를만 합니다. 가끔 십자버튼을 누를려다가 핑거마우스를 건드리긴 하지만. 역시 작은 공간에 저걸 다 집어넣기 위한 것이니 이걸 단점으로 지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핑거 마우스 기능은 끌 수도 있어요.

 

아쉬운 거라면 저 핑거마우스가 미라지에서 쓰던 것처럼 마우스 커서 이동용으로 쓰질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십자버튼과 핑거 마우스가 같이 장착되어 있으니, 십자버튼을 스크롤용으로, 핑거 마우스를 커서 이동용으로 쓰면 기능이 중복될 일이 없지 않았을까요? 이건 미라지에 익숙해져서 나오는 불평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럼 시선을 옆으로 살짝 돌려서, 볼륨 버튼을 봅시다. 이건 무난합니다. 그런데 볼륨 버튼의 반대쪽 끝에 있는 카메라 버튼은 불평거리가 있습니다. 무려 반셔터 AF를 지원하는데, 반셔터 AF 자체는 매우 좋은 기능이지만, 사진 촬영시 핸드폰의 그립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셔터에 따라 카메라가 흔들리기 때문에 그립이 중요한데 저 위치에 있는 반셔터 버튼은 좀 애매합니다. 왼손과 잘 조합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문제는 왼손의 위치 역시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그건 아래 사진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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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320만화소의 위용과 플래시까지 달린 렌즈는 사진 촬영시 왼손이 가는 방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안 흔들리겠다고 왼손을 잘못 잡으면 렌즈가 가려버리게 되지요. 결국 어찌어찌하니 그나마 덜 흔들리는 자세가 나오긴 했고, 이런 핸드폰에서 저 위치에 렌즈와 버튼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어쨌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카메라 이야기가 나왔으니 카메라 성능을 좀 이야기해야 되겠는데. 320만 화소라고 하지만 센서 크기가 작으니 별로 기대할 것은 없고. 플래시 LED는 어두운 곳을 비출때 라이트 대용으로 매우 유용하게 쓰고 있지만(...), 디지털 줌도 안 넣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때 매우 한정적입니다. 이걸로 찍은 소장할만한 사진은 몇 있지만 전부 사람 얼굴이 들어가서 소장할만한 것이고(...) 올릴게 정말 없으니 이런거라도 올려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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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리사이즈나 일체의 후보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고 화질/최고 해상도로 찍은 것입니다. 어째 사진 찍기 좋은 환경에서 찍은 것들은 아니군요. 그냥 화질'만' 보세요.

 

그럼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카메라 뒤쪽을 마저 설명해야 되겠는데, 엑스페리아의 공통 로고같은 이상한 초록색 구슬 악세사리(?) 정도가 있는데 뭔가 괜찮은 시도 같지만 그래봤자 플라스틱이라 좀 싼티가 납니다. T 로고는 앞이 아니라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을 하고 싶을 정도이고, 철제 배터리 커버는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상당한 무게를 더해주고, 기스좀 잘 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정말 더럽게 안 벗겨지는 배터리 커버를 벳기고 나면 배터리, SIM 카드, 마이크로 SD 슬롯 등이 있습니다. 그쪽 사진은 별로 볼게 없으니 패스. 귀찮아요. 지금이야 배터리 커버를 분리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처음 유심칩을 끼울때는 핸드폰 뽀개먹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한게 오늘 떨구니까 바로 배터리까지 3단 분리가 되더군요. 그 외에, 특이하게도 마이크로 USB 단자가 있습니다. 각 회사별로 난립하는 이상한 단자나 20핀보다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라 불만이 없을것 같지만 마이크로 USB 고무 덮개 같은게 없다는건 좀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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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를 제끼면 이렇게 됩니다. 이쯤에서 엑스페리아의 제일 큰 하드웨어적인 불만이 나오겠군요. 일단 슬라이드의 유격이 너무 심합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열리도록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슬라이드가 위로 올라가는건 좋은데 유격이 심해서 간단히 부러트릴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뭔가 고급적인 이미지를 내려는 컨셉의 핸드폰인데 이 유격이 상당히 많은 점수를 까먹고 있습니다. 나름 고급스러운 배터리 커버나 전면 케이스와는 달리, 안쪽의 재질은 싸보이는 플라스틱입니다. 세심함이 부족한게 아쉽습니다.

 

키보드를 봅시다. 배열은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만약 일반 데스크탑 키보드에 저 ㄱ자형 엔터가 들어가 있었다면 이런 불편한 일본식 키보드 따윈 안쓴다며 집어 던졌겠지만 어차피 이건 핸드폰이니까 상관없어요. 윈도우즈 키와 OK 버튼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탭 버튼이나 스페이스가 저렇게 클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ZXCVG에는 파란색 특수키가 배정되어 있지 않은데 안그래도 숫자키 할당 때문에 특수키 입력이 줄어든 키보드에 이것은 낭비입니다. 인터넷 하라고 골벵이만 따로 빼준건 가상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메일 주소 쓸때 한번이나 쓰면 고작인 것을.

 

키감은 별로입니다. 미라지는 키 스트로크의 느낌이 제법 크기 때문에 볼록 나와있는 버튼을 손톱 끝으로 찌른다는 느낌으로 치면 한 2백타는 나온건 같은데 -_-a 이건 버튼이 넓어서 누르는힘이 분산되는데다가, 손이 미끄러진다던가, 손톱으로 눌러도 애매하고 손끝으로 눌러도 애매하고. 거기에 바 타입의 마라지는 양손으로 딱 감싸서 옴지손가락으로 전 기판을 커버할 수 있었지만 이건 양 손으로 감싸 쥐기에는 너무 크고 힘이 잘 들어가는 구조도 아닙니다. 적응하면 그럭저럭 쓸만하겠지만 아직까진 키보드에 적응이 되지 않은듯 합니다. 슬라이드라서 버튼을 무작정 크거나 높게 만들 수 없는건 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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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충전중인데 케이블 빼서 조명 있는 곳까지 들고 오기 귀찮아서 매우 무성의하게 찍었습니다. 밑에서 보시겠지만, 이 주변기기들은 무성의하게 찍어도 될 무성의한 물건들이라 상관 없습니다. 사진에는 핸드폰 본체, 충전기, 이어폰이 있는데 패밀리 룩으로 전부 똑같은 로고?가 있습니다.

 

이 충전기는 소니 에릭슨의 생각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물건입니다. 충전기의 단자의 핀 자리는 겁나 많은데 정작 케이블에서 들어가는건 딱 두가닥 뿐입니다. 엄청 얇고 허약해 보여서 '이게 구부러지면 마이크로 USB로 충전하게 생겼군' 이런 생각이 딱 듭니다. 저거하고 똑같이 생긴 단자를 쓰는 소니 제품이 또 있나 궁금해질 정도였지요. 이것들이 지금 재고 처리를 하는건가 -_-)

 

충전기의 더 큰 문제는 LED가 디스코 조명처럼 발광을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규칙적으로 세번씩 점멸해야 정상적으로 충전이 된다는 소린데 발광을 하면 뺐다 다시 끼워줘야 하거든요. 저만 그런것도 아니고 대충 찾아보니 고질적인 문제라서 센터 가서 교체 받는 경우가 있다 하는군요. 지금은 귀찮아서 걍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배터리를 삽입하는 각도를 잘 맞추면 그런 일이 줄어드는것 같아서 -_-a.

 

충전기 너머에 핀이 나간 것은 이어폰입니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ATH-FC700에 밀려서 저 이어폰을 쓸 일은 거의 없는데, 간혹 헤드폰이 너무 거추장스러워 이어폰이 아쉬울 때가 있길래 한번 끼워보고 소니가 과연 음향기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맞는지 의심하게 됐습니다. 요새 mp3 중에는 번들 이어폰인데도 소리 좋은게 있다 하던데 최소한 엑스페리아는 아닙니다. 지금 5만원짜리 헤드폰하고 번들 이어폰을 비교하는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써봤던 다른 이어폰하고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젠하이저 MX400보다 저게 훨씬 더 구리다고 봅니다. 젠하이저 MX400의 가격은 다들 아시겠지요. 아, 젠하이저 MX400이 귓구멍이 아프다는 것만 빼면 너무 명기라서 그런건가.

 

자. 대충 외관과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다 이야기를 했군요. 그럼 스크린샷을 통해 각종 기능과 성능을 보도록 할

 

...

 

리가 없잖아요.

 

이게 왠 훼이크질이냐고요? 만약 이게 아이폰의 사용기였다면 운영체제와 각종 프로그램에 대해 구구절절히 썼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이폰 OS는 오직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물건이니까,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 폰이었다면 역시 썼을거에요. 나온지 얼마 안됐으니까.

 

하지만 이건 개나소나말이나 다 쓰는(...) 윈도우즈 모바일을 운영체제로 하는 핸드폰이에요. 윈도우즈 모바일 신버전이 나온지 얼마 안된것도 아니고, 윈도우즈 유저들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하여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윈도우즈 모바일을 구태여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정품 기본 상태의 윈도우즈 모바일을 사용한 시간이 1시간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새로 산 핸드폰이니 잔뜩 기대를 하고 온갖 설정과 프로그램을 쑤셔 봤는데, 똑같이 윈도우즈 모바일을 쓰던 미라지와 다를 것이 전혀 없으니 감흥도 없고, 기본으로 설치되는 프로그램들도 대동소이합니다. 어차피, 필요한 프로그램은 알아서 찾아 깔아야 하고, 그건 미라지 쓰던 시절과 똑같으니까요.

 

'서로 다른 9개의 핸드폰을 가진 것처럼' TV 광고까지 했던 엑스페리아의 컨셉입니다. 메인화면격인 엑스 패널을 교체할 수 있다는 건데, 처음에는 무진장 기대했지만 나중에 뚜껑을 열어보니 디자인만 다를 뿐이고(당연하지! 그럼 그림이 바뀐다고 해서 기능이 달라질줄 알았냐!) 어차피 선호하는 디자인이라는게 정해지기 마련인지라, 그냥 엑스 패널 버튼을 윈도우 로고 키로 할당해 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느리다 구리다 별로다 소리를 듣는 정품 롬을 쓸 이유가 없지요. 뭐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지만. 하여간 그래서 이것저것 뒤져봐서 해킹 롬, 튜님 롬, 하여간 그런걸 설치해서 사용중입니다. 해킹 롬들은 정품과 비교하면 많이 화려한 편이고, 이것저것 유용해 보이는 프로그램도 많이 깔려 있습니다. 뭐 속도는 그게 그놈인것 같고 -_-..제가 이렇게 속도에 둔감한 이유는, 엑스페리아의 속도가 예전에 사용중이던 미라지의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글쎄요. 엑스페리아가 과연 느린 걸까요. 엑스페리아의 무시무시한 해상도를 생각해 보면 그정도 나오는 것도 용하다고 봐줘야 하지 않나 싶지만.

 

배터리 수명도 마찬가지. 처음 사고 나서 며칠간은 아니 이런 조루배터리가 다 있나! 했었지만. 생각해보니 새 핸드폰을 샀다고 이것저것 쑤셔보고 눌러보고 게임도 해보고 했었네요? 며칠 지나 좀 시들해지고 먹고 살기 바빠 핸드폰 배터리 바꿔줄 시간도 안나다 보니 이걸로 전화에 문자에 이동할 때마다 음악을 다 듣고 다녀도 이틀까진 버팁니다. 뭐 그럭저럭 쓸만하군 판정.

   

정리해보면 제일 위에서 이 핸드폰을 샀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엑스페리아는 이것저것 다 되는 만능 핸드폰입니다. 마치 맥가이버칼과 같지요. 그런데 빅토리눅스제 군용 나이프가 아니라 중국제 맥가이버칼 같아요. 왜냐, 이것저것 아쉬운대로 다 되긴 하는데 완성도가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그런 맥가이버칼을 비싼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겠지요. 이게 초기 출시가가 백만원이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면 어떨까요? 제가 대충 18만원 선에서 산것 같은데 엑스페리아가 그 정도의 가격도 못할 물건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샀지만요 -_-a 이제 몇달 더 있으면 진짜 택시폰이나 버스폰에 돌입할 것 같기도 한데 그때가 되면 이야기는 더 달라지겠지요. 뭐 지금도 더블할인 같은걸 끼면 거의 그정도 수준이긴 하지만.

 

한줄 요약 하겠습니다. 큰 해상도와 쿼티 키보드와 3.5mm 이어폰 잭과 기타 등등이 있는 저렴한 스마트폰을 원하신다면 엑스페리아로 오세요. 다른 선택이 지금의 대한민국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