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넷북 프로슈머 GX10 사용기입니다. 물건을 사고 나서 엄청나게 오래간만에 쓰는군요. 뭐 그동안 사용한 것은 많으니 사용기 쓸 거리도 많다고 해석해야 되려나요.

 

스펙-Spec-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새 대한민국에서 구직자들 사이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스펙인데. 이렇게 스펙이라는 말이 전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쪽 업계, 그러니까 컴퓨터 하드웨어-IT 쪽에서는 스펙이라는 말이 이미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보실 정도의 분이라면 하드웨어에서 스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스펙 이야기를 한 이유는. 과연 스펙이 전부인가라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하드웨어 업계에서 통용되는 스펙이, 그 하드웨어의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쓰이는 '중요' 부품, 그러니까 CPU 같은 거라면 쉽습니다. 그건 순수하게 스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메인보드 쯤 된다면 스펙으로는 잘 안 나오는 선호도나 편의성 같은 것이 있을 테고. 키보드나 케이스쯤 되면 단순히 스펙만 가지고 제품을 고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 사용기에서 쓸 것은 넷북입니다. 넷북의 스펙만 놓고 보면 어떨까요. 노트북보다 떨어지지 않는 거라면 무게나 배터리 사용 시간이 고작일텐데, 그 정도는 좀 많이 비싸긴 하지만 초저전력-ULV- CPU에서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준일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넷북이 나은게 뭘까요? 성능이 후진건 확실한데(...)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별로 싼것도 아닙니다. 어지간한 노트북 가격하고 똑같지요.

 

그렇다면 왜 노트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http://gigglehd.com/zbxe/1262533) 넷북으로 가게 됐느냐. 위에서 말한 무게와 배터리 사용 시간과 돈의 조화 때문에, 성능을 손해보면서까지 옆글을 단행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노트북을 처음 샀을 때는 이동성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매일 들고 출퇴근하게 상황이 바뀌었는데, 한번은 노트북을 들고 지하철을 타서 안양을 찍었다 동대문을 찍었다 집에서 갔더니 너무 후달려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그래서 중고 장터링을 하다가 이것이 35만원에 올라온걸 발견했습니다. 아톰 싱글코어 1.6GHz, 945GC 메인보드를 비롯한 흔해빠진 스펙. 다만 메모리가 2GB로 증설되어 있었고 배터리가 2개라는게 딱 끌리더군요. 제조사는 솔직히 듣보잡인데(...) 어차피 몇번 데인 다음에는 a/s라는걸 기대하지 않기에 브랜드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샀습니다. 그리고, 쓰던 노트북은 바로 그 가격에 팔았으니 이정도면 완벽한 옆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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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가 듣보잡이라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로고고 브랜드고 그런게 눈에 띄게 박혀 있지 않습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게 마음에 들더군요. 이제 농땡이 금지 스티커만 다시 붙이면 되겠군

 

다만 하얀색이라는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고, 재질이 상처가 나기 상당히 쉬운 편이라는건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전 주인은 넷북 파우치에 넣어서 다녔기에 파우치는 조금 지저분해도 넷북은 멀쩡했지만, 제 가방은 파우치까지 들어가지 않아 그냥 포기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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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겼습니다. 안쪽도 없어보인다 싶을 정도로 심플합니다. 하지만 필요한건 다 있다...라고 말하고 싶으나, 무선랜의 하드웨어 스위치가 없어서, 무선랜을 안 쓰는 곳에서 노트북을 켰을 경우 매번 Fn+펑션키로 무선랜을 일일이 꺼줘야 합니다.

 

아, 사진 찍는건 깜빡했고 귀찮아서 다시 올릴 일도 없지만, 이래뵈도 박스까지 있는 풀셋입니다. 그러나 박스라고 해봤자 설명서와 드라이버 CD, 어댑터 정도가 고작이지요. 그리고 사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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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비교 사진.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를 딱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보드가 있는 본체쪽 디자인은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위에서 말한 하드웨어 스위치 몇개만 더 넣어주면 좋았겠지만.

 

반면 모니터 쪽은 테두리의 자리가 너무 많이 남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랬다가는 스크린 크기를 늘려주던가 했었을 테고 가격도 올랐겠고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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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배터리, 하드디스크, 무선랜의 LED입니다. 오른쪽 위에는 마이크가 있지만 저걸 전혀 쓸 일이 없으니 패스합시다. LED 박아주는 김에 NumLock 같은것도 박아주면 좋았을텐데, 결정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가끔 아쉽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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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 중요 포트가 다 있습니다. 마이크, 스피커, USB, d-sub, 랜, 전원 어댑터, 캔싱턴 락. 다 좋은데 USB 포트가 거꾸로 되어 있어서 가끔 짜증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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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걱정할건 없습니다. 반대편에 2개의 USB 포트가 더 있고, 이쪽은 위치가 제대로 되어 있거든요. 이러다보니 USB 포트는 항상 이쪽 것만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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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 솔직히 말해서 작습니다. 그래서 항상 마우스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저기에는 아무런 티도 안 나지만, 패드 제일 오른쪽은 스크롤을 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는 괜찮습니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페이지 업/다운, 홈/엔드 키를 Fn과 같이 화살표키를 눌러야만 한다는 것. 이런 특수키들을 자줄 쓸 일이 있다 보니 약간 불편하더군요. 그 외 다른 키의 타이핑은 문제될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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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입니다. SD 메모리 카드 슬롯이 있습니다. SD 메모리를 사용하는 디카를 사용하니 나름 편하긴 한데, 단점이라면 저기에 메모리 카드를 꽂으면 메모리 카드가 툭 튀어나와 메모리 카드를 꽂아둔 채로 들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것.

 

지금 여기에는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럼 일반 배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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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일반 배터리를 아래로 튀어나오는것 없이 슬림하게 나옵니다. 사용 시간은 일반이 무선랜 켠 상태로 2시간 반,  대형이 4시간 정도.

 

솔직히 넷북 치고 배터리가 별로 오래 가는 편은 아닙니다. 일반 배터리 2시간이라면 이전에 쓰던 데스크북하고 똑같은 수준이니까요. 다만 배터리가 2개니까 2개 다 들고 다니면(...) 합해서 6시간 정도 되니까 그냥저냥 쓸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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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흫! 이걸 뜯으면 a/s 따위 해줄것 같아! 라고 써진 봉인 씰을 떼버리고 한번 뜯어봤습니다. 메모리 슬롯이 딸랑 한개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할 수 없을것 같고, 무선랜은 진리의 인텔 무선랜, 그리고 1.8인치 하드 정도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넷북에서 교체할 수 있는 제품의 전부입니다.

 

뜯고 나서 든 생각. 아 별거 없는데 괜히 뗐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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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북의 넷은 인터넷의 넷입니다. 인터넷이나 하라는 용도지요. 실제로 인터넷을 하는데는 별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만 요새 인터넷 사이트들도 무거워져서 이게 딱 최소수준이 아닐까 싶군요.

 

인터넷, 간단한 문서 작업, 포토샵 작업까지는 해봤는데 할만합니다. 어차피 화면이 좁고 노트북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다 보니, 예전에 쓰던 것보다 딱히 성능이 떨어진다던가 이런 느낌도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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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좁은 해상도는 작업 영역의 한계를 확실하게 만들어 줍니다. ...별로 이 넷북을 사고 나서 짧은 채팅방 해상도를 재조정 한것은 아니라구요. 간혹가다 이걸로 포샵질을 할때는 상당히 불편하지요. 1024x600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그리고 저렴한 성능을 체감한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건 바로 DSLR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한장 한장씩 '볼때' 로딩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것. CPU 성능이 떨어진다는게 여기서 체감되더군요. 분명 다른 작업에서도 성능의 한계는 있겠지만, 사실 넷북에서 그 이상의 작업을 하려고 한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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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위치는 좀 애매합니다. 왜냐하면 이걸 사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났더니, 돈을 좀 더 투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들이 있더군요.

 

가령 해상도가 높은 에이서 제품이라던가. http://gigglehd.com/zbxe/3311166

 

크기가 더 작은 HP 제품이라던가. http://blog.danawa.com/prod/?prod_c=960658&cate_c1=860&cate_c2=869&cate_c3=10585&cate_c4=0

 

신제품 가격이 40만원도 안하는 레노보도 있고. http://blog.danawa.com/prod/?prod_c=926120&cate_c1=860&cate_c2=869&cate_c3=10586&cate_c4=0

 

조금 더 뒤져보니 정말 다양해 졌군요. 그래서 지금 넷북을 다시 산다면 이걸 다시 사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 자체만 놓고 보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퀄리티는 괜찮은 편입니다. 마감이 든든하고, 무선랜 잘 잡고. 중소기업 유통 제품이라고 무조건 기피할만한 수준은 절대로 아닐듯.

 

또한 넷북의 성능은 비록 그 한계가 명확하긴 해도 용도를 잘 고른다면 절대로 부족하진 않을 것입니다. 넷북은 무조건 즐, 아톰은 절대로 구리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자신이 그걸로 얼마나 거창한 일을 하는지를, 돈은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