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소형 아이폰 SE와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를 발표

 

애플이 소문대로 소형 저가형 아이폰인 아이폰 SE를 발표했습니다. 또 최고형 태블릿인 아이패드 프로의 소형 저가형 버전인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를 발표했습니다. 애플의 현재 설명대로라면 이 두 기종 모두 반도체 칩에서 큰 발전은 없습니다. 아이폰 SE는 현재 아이폰 6s/6s 플러스와 같은 애플 A9 SoC를 사용하며,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도 기존의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 같은 수준의 애플 A9X SoC를 사용합니다. 애플의 발표를 봐도 성능은 비슷하다고 강조했지요.

 

이번 발표 내용은 애플 모바일 SoC의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플 Ax 시리즈의 모바일 SoC는 아이폰 4의 애플 A4까지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범위에 들어갔습니다. 제조 단가의 기준이 되는 다이 크기의 경우 A4는 당시 주류였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OMAP 시리즈와 같은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작았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45nm 공정에서 OMAP4은 69.7제곱mm, A4는 53제곱mm지요. A4까지 AP의 제조 비용과 설계 비용은 낮은 수준으로 억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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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모바일 SoC의 다이 크기 변화

 

그러나 아이폰 4s의 애플 A5 이후 애플은 성능을 추구하고 다이 크기를 키워, Ax 시리즈 SoC는 스마트폰용 SoC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게 됩니다. A4와 A5는 같은 삼성 45nm 프로세스라서 A4에서 A5로 가면서 SoC의 다이 크기는 단번에 2배 이상인 122.2제곱mm로 커졌습니다. 그 결과 구성 요소에서 차지하는 SoC 비용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래봤자 A5의 제조 비용은 다시 조사 결과 15달러로, 20달러 이상 나가는 지금의 Ax SoC보다 훨씬 낮지요. 또 모바일 SoC는 저렴해 보이긴 해도 커스텀 칩이 되면서 제조 비용 외에 보이지 않는 설계와 테스트 비용의 비중이 큽니다. SoC가 복잡해지고 커스텀 설계와 맞춤 설계와 독자적인 아키텍처가 늘어나면 더욱 비싸집니다.

 

 

태블릿용 SoC가 나오다


애플은 태블릿인 아이패드용으로도 전용 SoC를 내놔 성능을 향상시켰습니다. 원래 애플 태블릿은 아이패드 2까지 아이폰과 같은 SoC를 썼으나, 아이패드 3부터는 성능을 대폭 높인 애플 A5X를 출시합니다.

 

A5X는 A5와 비교하여 GPU의 규모가 두배며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128비트로 확대됐습니다. 모바일 SoC에서 메모리 인터페이스가 128비트인 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풍부한 구성이었습니다. GPU 아키텍처는 여전히 PowerVR SGX543 계열이었으나 A5가 MP2 2 코어인 반면, A5X는 MP4의 4코어를 채용, 단정밀도 부동 소수점 연산 유닛 수는 32MAD에서 64MAD로 두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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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모바일 SoC 구성 변화

 

GPU를 강화한 건 아이패드 2에서 아이패드 3로 가면서 패널 해상도가 대폭 올랐기 때문입니다. 해상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렌더링과 픽셀 처리 성능이 필요합니다. 아이패드 2가 1024x768 픽셀인 반면 아이패드 2는 2048x1536으로 픽셀 수가 4배 늘었습니다. 따라서 GPU를 대폭 강화한 A5X는 아이패드 3의 화면 해상도를 커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 A5X의 다이는 163제곱mm로 당시의 메인스트림 PC용 CPU와 같은 수준의 다이 크기로 늘었습니다. 크기로 비교하면 저가형 PC용 다이가 A5X보다 더 작습니다.

 

계속해서 32nm 공정의 A6 세대에서도 스마트폰인 아이폰 5는 애플 A6, 태블릿인 아이패드 4는 애플 A6X로 X 시리즈 프로세서를 계속 만듭니다. 다이 크기는 A6이 95제곱mm로 100제곱mm 이하에 속하지만, A6X는 123제곱mm로 한층 더 커졌습니다. CPU 코어는 A6 세대에서 애플의 자체 마이크로 아키텍처(애플이 인수한 PA Semi가 설계)로 바뀝니다. 또 애플은 A6X의 GPU 아키텍처도 SGX 550 시리즈의 SGX554로 확장해, PowerVR의 쉐이더 클러스터인 Universal Scalable Shader Engine(USSE)의 연산 유닛 수를 2배로 늘렸습니다. 결과적으로 GPU의 부동 소수점 유닛 수는 A5X의 두 배가 됐습니다.

 

 

단일 SoC 노선을 걸은 A7 세대와 다시 갈라진 A8 세대


28nm 공정의 애플 A7 세대에서 애플은 SoC를 두개로 나누지 않고 애플 A7로 모았습니다. 28nm 공정의 A7은 아이폰 5s와 아이패드 에어에 모두 들어갑니다. 다이 크기는 102제곱mm로 여전히 모바일 SoC 치곤 크지만 애플 입장에선 상당히 줄인 크기입니다.

 

이 때엔 CPU와 GPU의 명령어 아키텍처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설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칩 설계를 포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A7의 CPU 코어는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 ARMv8-A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 기반으로 바뀌었고, GPU 코어는 여전히 Imagination Technologies의 PowerVR 계열이지만 구조가 개선된 PowerVR Series6 (Rogue)가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PowerVR 5 계열은 vec4의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를 기반으로 하지만, PowerVR 6 계열은 32 스칼라 아키텍처를 씁니다. 한마디로 A6X까지의 GPU 코어는 저해상도 화면을 그리는 데 뛰어난 아키텍처였으나, A7부터 GPU 코어는 고해상도 화면에 최적화된 아키텍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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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이 채택한 Imagination Technologies의 PowerVR Series6 (Rogue) 아키텍처

 

A7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SoC는 하나로 합쳐졌으나, 그 다음 세대의 제조 공정인 20nm를 쓴 애플 A8 계열에서 다시 두가지로 나뉩니다. 아이폰6/6 플러스의 A8은 듀얼 코어 CPU와 4 클러스터의 PowerVR 6이지만, 아이패드 에어 2의 A8X는 트리플코어 CPU에 A8의 2배인 8 클러스터의 PowerVR 6으로, GPU 코어의 부동 소수점 연산 유닛 수는 단정밀도 256 유닛이 됐습니다. 이 때 태블릿 GPU의 최대 연산 성능은 이전 세대의 게임 콘솔인 PS3/Xbox 360 수준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A8은 제조 공정 미세화 덕분에 다이 크기가 90제곱mm 이하로 줄었으나, A8X는 128제곱mm로 A6X 수준으로 큰 다이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아이폰용 SoC 다이는 100제곱mm 정도, 아이패드용 SoC는 120제곱mm 이상이라는 다이 크기 구분이 확실하게 시작됩니다.

 

 

FinFET 세대에서 GPU 성능을 강화한 애플

 

아키텍쳐로 보면 A8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16/14nm FinFET 3D 트랜지스터 공정을 슨 것이 애플 A9입니다. 성능과 성능/전력도 향상됐지요. 아이폰 6s/6s 플러스의 A9는 GPU 코어가 PowerVR 7XT 세대이며 6 클러스터 구성에 부동 소수점 연산 유닛은 192개가 됐습니다. 메모리는 LPDDR4가 되면서 메모리 전송 속도는 3,200Mbps로 x64 메모리 대역폭은 25.6GB/sec가 됐습니다.

 

그리고 태블릿은 같은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서 한단계 더 올랐습니다. A9X는 GPU 코어에 PowerVR 7XT을 총 12 클러스터, 부동 소수점 연산 유닛은 단정밀도 384개가 됐습니다. PS3/Xbox360을 크게 넘어선 GPU 성능입니다. 메모리는 LPDDR4를 4채널 128비트 인터페이스로 구성해 대역폭도 51.2GB/sec가 됐습니다. DDR4-3200 듀얼채널 구성을 쓴 PC의 메모리 대역폭과 같은 수준으로 따라잡은 것입니다. 이러한 확장으로 아이패드 프로의 2732x2048 해상도도 구현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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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LPDDR 64비트, 아이패드는 LPDDR 128비트 구성

 

다이는 A9가 TSMC의 16nm 공정 버전이 100제곱mm 이상, 삼성의 14nm 공정 버전이 100제곱mm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 됐습니다. 이에 비해 TSMC가 제조하는 A9X는 147제곱mm로 A5X를 잇는 거대한 SoC가 됐습니다. 16/14nm 프로세스 세대에선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다이 면적 당 생산 비용도 늘었습니다.

 

 

고해상도 픽셀 처리 능력이 향상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 SE와 아이패드 프로 9인치는 모두 지금의 A9/A9X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SoC는 같아도 화면 크기가 작아지면서 해상도가 줄었습니다. 아이폰 SE는 아이폰 5s와 같은 1136x640 해상도로, 픽셀 수로 따지면 아이폰 6s의 72%, 아이폰 6s 플러스의 35%입니다. 마찬가지로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는 2048x1536 해상도로 화소 수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56%밖에 안됩니다.

 

애플의 Ax 시리즈가 지금까지 밟아온 역사를 보면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함께 강화돼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SoC는 해상도가 늘어난 시기에 맞춰 향상돼 왔지요. 그리고 그 교체 주기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A9 시리즈입니다. 해상도와 GPU 성능, 메모리 대역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SE와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선 SoC는 그대로 유지한 채 디스플레이 해상도만 오히려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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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 구성은 유지하면서 화면 해상도가 축소

 

이 구성이 의미하건 픽셀을 처리하는 성능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간단하게 측정할 순 없지만, 해상도가 줄었는데 GPU의 최대 성능이 유지되면 픽셀 하나에 더 많은 처리가 가능합니다. 렌더링 성능이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선 아이폰 SE나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에서 큰 혜택을 보게 됩니다. 게임 플레이로 좋은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아이패드 프로 9.7인치는 DRAM 메모리 용량이 아이패드 프로 12.9 인치의 절반인 2GB가 됐습니다. 이는 두가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나는 아이패드 프로 9.7인치 메모리 모듈의 용량이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의 절반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아이패드 프로 9.7인치의 A9X는 메모리 인터페이스의 절반인 64비트만 쓴다는 것입니다. 만약 후자라면 메모리 대역이 반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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