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렇게 음감에 큰 뜻도 없고, 황금귀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게 아무리 막귀라도 어느정도 좋고 나쁨은 구별할 수 있는 법이지요.


헤드셋 구매하시려는분께 참고가 될까 싶어서 리뷰하겠습니다.


1. 스틸시리즈 시베리아 V2 디아블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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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전 샀던 물건입니다. 2012년 GSTAR에 갔을때, 스틸시리즈의 팝스토어같은데서 한정수량 반값 세일을 하고 있길래 구매한 녀석입니다.

지금도 그렇고 당시에는 더더욱 비쌌습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디아블로 프리미엄이 붙어서 기본 시베리아 V2보다 1.5배 이상 비쌌던거같습니다.

당시 일반적으로 파는 시베리아는 3.5mm 잭이 달린 녀석이였는데, 이놈은 특이하게도 USB 방식입니다. 단자 끝부분에 사운드카드가 엄지손가락만하게 위치하고 있지요.

보통 3.5파이 단자로 아날로그 연결을 하면 PC환경에서는 다소나마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타고 흐르는 전류의 영향을 받아서 노이즈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녀석은 PC와 연결되는 부분이 USB, 즉 디지털로 되어있어서 그런지 화이트노이즈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이녀석을 쓰면서 느꼈던 여러가지를 짤막하게 정리해보자면


장점-

1.아날로그 연결이 아닌 디지털 방식이라 노이즈로부터 자유로움


2. 환상적인 착용감, 시베리아 헤드셋 특유의 지지방식은 머리와 귀에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말 부드러운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요즘들어서 타 회사에서도 일부 모델에서 채용하고 있는데, 제가 써본것 중 레이저 티아멧 7.1도 정수리 부분에 있어선 무거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처럼 편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티아멧은 이어컵 크기가 너무 작고 좌우 압박이 심해서 전체적으로는 심하게 불편합니다)


3. 넘치고 찰만큼 긴 케이블 길이

본체에 붙어있는 케이블은 1미터정도로 매우 짧습니다만. 기본적으로 USB 연장선을 제공합니다. 헌데 이놈이 2미터에 가까울정도로 상당히 길어서, 앵간한 환경에선 케이블이 남아돌만큼 케이블을 길게 쓸 수 있습니다.


4. 뛰어난 음질

음악과 영화, 게임을 감상할때. 게이밍 붙이고 나온 물건이라곤 믿기 힘들정도로 뛰어난 음질을 보여줍니다.

물론 전문적인 음감용 헤드셋과 비교하면 음색에 있어서 불리한 부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소리를 공간감 있게, 선명하게 잘 들려주느냐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뛰어나다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저는 저음을 선호하는 편인데,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EQ를 베이스 높여서 설정해주면 고막에 압박감을 느낄정도로 압도적이고 무거운 저음을 뿜어줍니다. 이는 음악 뿐만이 아니라 게임과 영화에서의 폭발음을 정말 잘 묘사해줍니다.

폭발음이 단순한 소리로써 들리는게 아니라 인간 가청주파수의 낮은쪽 한계에 있는, 공기로 인한 고막의 압박감을 표현해주는게 놀라웠습니다. 


스피커로 보스 컴패니언2 시리즈3를 사용중인데, 컴패니언이 베이스 기타 음역의 중저음을 풍부하게 울려주는 성향이라면, 이녀석은 베이스기타보다 밑의, 킥드럼 영역의 극저음을 잘 표현해주는게 차이입니다.


5. 튼튼함

적어도 2012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막 발로 차고 바닥에 떨어지는 모진 수난을 당했는데도, 금가거나 깨진 부분 없이 아주 정상적입니다.

고양이가 종종 깨물곤 하는데, 그래도 아무 손상 없이 멀쩡합니다.


단점-

1. 머리를 지지해주는 부분이 내구성이 약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진 불편없지만, 해당 부분이 철선의 장력으로 지지부를 당겨서 받쳐주는 방식인데, 이 철선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는 모양입니다.


2. 마이크가 썩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녹음하고 들어본건 아니지만, skype 상대방의 평가에 따르면, 소리는 잡음없이 괜찮은 편인데, 소리의 크기가 작다고 합니다.

물론 증폭으로 해결을 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필연적으로 노이즈가 생기지요. 마이크의 볼륨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5천원짜리 플레오맥스 헤드셋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3. 볼륨 조정 노브가 꽝입니다

헤드셋의 선에 볼륨 조절 노브와 마이크 on/off 조절부분이 달려 있습니다. 헌데 볼륨 조절 노브의 양 끝단쪽까지 볼륨을 조절하면, (중간 일정 부분을 벗어나면) 좌우 밸런스가 심하게 망가집니다.

이 부분은 좌우 밸런스가 잘 맞는 부분에 노브를 고정시키고, 실질적인 볼륨 조절은 windows 상에서 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건 다 좋은데 완벽성을 망치는 제일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4. 소프트웨어가 일부 불편합니다

스틸시리즈의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인 스틸시리즈 엔진 3는, 조용히 자기 알아서 업데이트 할거 하면 될것이지, 업데이트가 있으면 알림창을 띄워서, 직접 스틸시리즈 홈페이지 링크를 눌러서 다운받아서 설치할것을 요구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귀찮은 부분입니다.

그리고 레이저 synapse보다 기능적인면이 훨씬 부실합니다.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은 EQ 설정과 LED 발광에 대한 부분이 전부입니다.

(뭐 그렇다고 헤드셋에 얼마나 설정 할게 있는것도 아니니 중요한건 아닙니다)



5. 이어쿠션은 소모품인데, AS가 불가합니다.

이어쿠션이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고 부서져서 검정색 가루가 되어 머리카락에도 묻고, 바닥에도 떨어집니다.

이게 조금씩 그러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심하게 일어나서, 이어쿠션이 한번 이렇게 되면 무조건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스틸시리즈의 한국 유통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부분 교체 A/S나, 교체용 이어쿠션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중국 알리까지 가서 해외배송까지 시켜서 이어쿠션을 사와야 합니다. 이어쿠션 교체하는것도 양면테이프와 걸쇠로 이중으로 고정되어서 분리가 좀 어렵습니다.





2. 레이저 크라켄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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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이어쿠션이 노후되어 가루가 날리고 부서지기에, 이어쿠션을 따로 교체받을수도 없다고 해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할때 키보드와 같이 샀습니다. 블프 세일때 사서 그런지 가격도 저렴하고, 갖고싶었던 레이저 헤드셋 스탠드 (시베리아 사진에 있는 것)도 꽁자로 줘서 부담없이 구매했습니다.


디자인은 정말 끝내주고, 착용감도 나쁘지 않고, 차폐성은 아주 뛰어난 편인데다가, 이어쿠션도 시베리아와는 다르게 교체가 용이하게 되어있는 부분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레이저 제품을 많이 쓰고 있기에, 소프트웨어 파편화가 되지 않고, 레이저 시냅스 하나만으로 통합 관리할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저에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게한 부분입니다. (레이저로써도 이런 부분을 노렸겠지요)


레이저 시냅스 2.0이 여러가지로 욕을 많이 먹긴 합니다만. 레이저 팬보이인 제 시선으로 봤을때는 욕먹을 부분도 있지만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의 소프트웨어입니다. 다른 회사와는 다르게 기능적인 부분의 설정이 다양하고, UI도 괜찮은데다가. 클라우드를 통한 프로필 연동의 선두주자였으니까요. (거기에 레이저 장비의 사용 기록을 자동으로 게임별로 통계 내주는건 정말 선구자적이고 재미있는 기능이지요)


이녀석도 시베리아와 같이 USB 방식입니다. 아무래도 아날로그 연결에 대한 제 선입견과, USB 헤드셋을 썼을때의 좋은 기억이 겹쳐서 일부러 USB 헤드셋 쪽에 선택의 비중을 둔 점은 있습니다.

그리고 USB 방식이라 당연히 사운드카드가 내장되어있을텐데, 시베리아와는 다르게 이녀석은 케이블이 정말 단순하게 생겼더라고요. 볼륨 조절 노브도 따로 없고, 사운드카드라고 튀어나와있는 부분도 없고요. 아무래도 이어컵쪽에 들어있는 모양입니다.


헌데 이 글의 부제목이 구관이 명관인 이유가 뭘까요. 정리해보도록 하지요


장점-

1. 환상적인 디자인

전형적인 헤드셋의 디자인을 따라가면서도, 레이저 특유의 디자인 코드를 잘 드러냈고, 요새 레이저가 밀고 있는 크로마 기술도 들어가서 이어컵쪽의 레이저 뱀머리 로고의 LED가 크로마 LED 지원됩니다. 이 LED는 레이저 시냅스에서 정말 다양하게 발광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2. 깔끔한 케이블

시베리아는 연장선을 연결해야만 사용할만한 케이블 길이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에, 크라켄은 딱 적절히 긴 길이의 케이블이, 볼륨 조절 노브같이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달아놓지 않고 깔끔하게 패브릭으로 처리되어있습니다.


3. 스타일리쉬하고 뛰어난 성능의 마이크

마이크의 수납 방식은 시베리아와 동일합니다, 출납과 모양 잡기가 상당히 편해서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이 마이크의 끝에는 LED와 버튼이 달려있습니다. 겉으론 버튼이 잘 보이지 않지만 끌부분을 손가락으로 잡고 살짝 눌러주면 달칵 하는 버튼 눌리는 느낌이 납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마이크 음소거가 전환이 되는데, 이 음소거 상태가 LED로 나타내어집니다.

직접 해보시면 알겠지만, 별 거 아닌데도 SUUUUUPER STYLISH 합니다.

그리고 마이크 성능은 대단히 뛰어납니다. skype 상대방이 극찬했을정도. 실제로 제품 상자에도 디지털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마이크 성능을 상당히 홍보하더라고요.


4. 레이저 시냅스 연동

일단 가상 7.1채널 헤드셋인만큼 가상 7.1채널 구현 부분에 있어서 꽤 정밀하게 사용자화가 가능하고, 그 외에 EQ나, 부가적인 세세한 부분, 크로마 LED 설정, 소프트웨어 프로파일 부분에 있어서 여타 레이저 기기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뛰어납니다.

레이저 시냅스가 인터넷 강제연결때문에 욕은 많이 먹어도, 기능적 세세함 부분에 있어서는 장잉정신이 일부 드러날만큼 괜찮습니다.


5. 수납성

이어컵 부분이 접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싸구려 헤드셋처럼 막 맥아리없이 덜렁거리는건 아니고, 힘을 살짝 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당히 부드럽고 구분감 있는 느낌으로 접힙니다.

시베리아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부피가 크고 수납성이 떨어졌는데, 크라켄은 이 부분이 꽤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6. 공간감

가상 7.1 채널 헤드셋인만큼 공간감 부분에 있어서는 2채널인 시베리아와는 판이하게 다른 느낌입니다.

레이저 시냅스에서 세부적으로 조절을 마치면, FPS 게임 등을 플레이할때 사플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또 시냅스 내부에서 프로그램별로 7.1채널로 재생할지, 2채널로 재생할지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2채널로 설정하면 공간감이 훨씬 줄어드는 대신에 음질이 많이 개선됩니다. 뿔뿔히 나뉘어져서 각개전투하던 스피커를 한데 모아서 그나마 쓸만은 하게 만든 느낌이랄까요


7. 차폐성

겉보기에는 오픈형 이어폰처럼 생겼지만, 메쉬 문양은 그냥 메쉬 문양일 뿐입니다. 시베리아 v2는 반쯤 오픈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녀석은 차폐성이 꽤 좋습니다. 헤드셋 끼고 음악이라도 듣고있으면 세상만사 밖에서 일어나는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8. 의외로 괜찮았던 착용감

시베리아 앞에서야 어떤 헤드셋이 나와도 넘사벽일수밖엔 없지만, 이녀석 착용감도 전통적 방식의 헤드셋 치곤 꽤 괜찮았던 편입니다.

레이저 특유의 좌우 이어컵의 압박감이 좀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이어쿠션이 메모리폼마냥 푹신하니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괜찮더군요, 차폐성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9. 빌드 퀄리티

플라스틱이나 철제 매쉬 망, 패브릭이나 인조가죽 부분의 전반적인 재질이 의외로 좋습니다. 그래도 백달라짜리라고 재료는 꽤 그럴듯한걸 쓴 티를 내줍니다.



단점-

1. 끔찍한 음질

제가 시베리아를 그동안 써오면서, 게이밍 해드셋이 뭐 다 그게 그거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였습니다.

시베리아와 비슷한 가격대라 음질도 엇비슷하고 그러리라고 추정했는데, 레이저 팬보이인 저의 기대감을 처음 듣는 순간에 산산조각 박살낸 레이저 사운드팀에게 법규를 날리고싶은 심정이였습니다.

소리가 정말 맥아리없는데다가, 소리 자체가 싼티가 물씬 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것도 어디 동네 문방구에서 산것도 아니고 미국물 먹고 온 100달러짜리 헤드셋인데요.

7.1채널 구분감 하나에 신경쓰다가 헤드셋이라는 물건의 정말 기본적인 본질을 포기해버렸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시냅스로 7.1채널 기능을 끄고, EQ를 이리저리 엄청나게 만져줘봤습니다. 베이스는 정말 실종 수준을 넘어서 이게 정상적인 유닛이 들어갔나 의심이 될정도로 맥아리없는 틱틱 소리만 나길래, 베이스 보강도 중간정도 단계로 켜주고, EQ를 베이스와 고음 중점적으로 맞춰줬습니다. (베이스 보강을 어느정도 올리면 소리에 이상한, 심각한 왜곡이 생겨버리더랍니다)

좌우대칭형 V자는 아니고, 72345 정도 모양으로 EQ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나서 음악감상을 해봤더니. 처음보다는 조금 낫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생각한 최소한이라는 선에는 모자란 모습이였습니다.

애플 이어팟이나 시베리아 v2가 싸구려고,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을 조금 넘었다고 생각했더니. 세상에 돈값 못하는 정도 선에서 벗어나서 사람의 최소한이라는 선에 대한 기대도 부숴놓는 물건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2. 발열

헤드셋에 발열은 무슨 발열일까 하실수도 있는데, 레이저 LED 달린 제품들은 특유의 문제가 좀 있습니다.

데스에더 마우스도 그렇고 LED에 유독 발열이 있는 편인데요, 좌우 각 이어컵 바깥쪽에 달려있는 뱀머리문양 크로마 LED에 약간 발열이 있습니다. 오래 켜놓으면 이어컵 안쪽에도 전달되어서 좀 미지근 해지지요.

안그래도 통기성이 없는 이어컵 내부에 이렇게 열까지 전도되어서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순 없을겁니다.


3. 노이즈

1번에서 연결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도대체 디지털 신호를 받는 USB 헤드셋에 어째서 노이즈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베리아를 써본 경험을 믿고 화이트노이즈는 없을거라 생각했건만, 화이트노이즈가 있습니다.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음악이 페이드 아웃 될때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인지 가능할정도로 들린다는건 엄청나게 거슬리는 부분이 아닐 수 없지요.







내용이 좀 길었는데, 짧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시베리아 v2 - 평점 9/10

음질 좋고 뛰어난데, 볼륨 조절 노브가 싸구려.

나는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딱히 7.1채널도 필요없다 하시는분에게는 강추합니다


크라켄 7.1 - 평점 3/10

이게 과연 백달러에 파는게 맞는건가 싶은 괴악한 음질, 그래도 7.1채널 구분감은 있고 마이크는 좋음, LED도 이쁨.

나는 음감에는 별 뜻 없고, 게임할때 사플과 보이스챗만이 중요하다 하시는분만을 위한 헤드셋입니다.

적어도 사플과 보이스챗 두가지는 괜찮을듯.



음감 시리즈로 나온 크라켄 포지드 에디션이나, 아다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녀석이 이렇게 음질이 구려서는 다른 모델도 저언혀 기대를 줄 수가 없네요. 레이저가 언제부터 제품을 '잘' 만든적은 없습니다만. 무려 백달러짜리 물건이 이건 좀 너무했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