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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또... 뭐부터 시작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두서없이 적어봅니다. 내용은 레코드 듣는 것에 대한 고충입니다.

우선, 여기서 언급되는 모든 레코드는 80년대 많이 볼 수 있었던 팔랑거리는 비닐 LP 판이 아닌 소위 SP음반이나 돌판이라고 하는 레코드입니다. 1950년대, 늦어도 60년대 이후에는 유통이 뚝 끊긴, 50년 조금 넘게 세상을 지배했던 음반 포맷이죠.


이건 뭐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취미인데,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어지간한 레코드 수집가들, 그러니까 코베이에서 흔히 보이는 그런 수집가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축음기에 틀기 위해 뽀대용으로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냥 듣지도 않으면서 수집한답시고 사모으는 사람들도 매우 많고요. 여기에 대해선 예전에 썰을 푼 기억이 나는데, 이양반들 때문에 한국 레코드 가격이 저기 거품 타고 하늘 위에 있죠. 사의 찬미가 5000만원에 팔렸으면 말 다 했죠. 또X이같은 짓입니다.


하여튼, 이놈은 LP에 비해서 듣는 것이 매우 쉽지 않습니다. LP야 쓰윽 닦고 턴테이블 위에 툭 올려놓고 들으면 됩니다. 50년대 모노 LP같은 경우에만 커브를 RIAA인지 FFRR인지 AES(?)인지 이런것만 맞춰주고, 카트리지는 취향에 따라 쓰면 됩니다. 어느 정도 범위에서는 모노블럭 앰프 들이고, 스테빌라이저 얹히고, 톤암 바꾸고, 카트리지 바꾸고 정도지만 극한으로 넘어가면 웨스턴 15A '혼' 스피커에 555드라이버를 쓰면 어떻느니 케이블에 탄소를 섞었더니 어떻느니, 금사타가 어떻느니, 은사타가 어떻느니 이런 식이죠. 눈 뒤집어지는 가격은 http://www.audiooutlet.co.kr/ 여기 가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그냥 허울 좋은 허상입니다.

(저야 고가 오디오에 별로 관심 없으니 이런게 있구나 하고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거든요. 다만 100만원 시스템이랑 10만원 시스템이랑은 좀 차이가 나긴 합니다만은...)



1. 레코드 회전 속도가 엄청나다!

예, 일단 분당 78회전, 정확히는 78.26회전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이건 그냥 20년대 중반 가서 그나마 맞춰진 속도일 뿐입니다. 규격은 제정됐지만 여기에서 많이 벗어난 음반사도 많았고, 후에도 제대로 안 지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녹음할 때의 회전 속도와 재생 속도가 일치해야만 원음이 나온다고 하죠? 그런데 이건 엄청납니다.

78회전에 맞지 않게 녹음된 것은 기본이고, 끝으로 갈수록 속도가 느려지는거, 아니면 녹음 중간에 계속 속도가 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예를 들어보면 이탈리아의 Fonotipia 사의 레코드는 60-90회전 사이에 랜덤하게 맞춰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현인의 '꿈속의 사랑' 레코드는 전기 녹음인데도 불구하고 74회전정도에서 놉니다. WTF? 두번째 예로는 얼마 전에 산 바인가르트너&로얄 연주 베토벤 전원교향곡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래와 같은 구조의 턴테이블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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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왼쪽 밑에 무게추 보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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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잘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중력 모터'방식 턴테이블을 1930년대 말까지 썼습니다. 전기 모터 기술의 미비함으로 인해 가능한 모터 소음을 안 나게 하고자 무게추를 밑으로 떨어뜨려 그것의 위치 에너지의 변화를 운동 에너지로 바꿉니다. 여기까진 좋았고, 정밀하게만 유지하면 좋을텐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막 73-75 사이에서 왔다갔다(Wow and flutter)하거나 그냥 녹음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집니다.

이건 악보를 보면서 맞추거나 순전히 듣는 사람의 감으로 맞춰야 합니다. OMG


2. 음구가 다르다!

LP야 Microgroove, Talking book(16+2/3rpm)이야 Ultra microgroove를 사용하면 대부분 1mil내외로 스타일러스 통일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 레코드는 음구가 틀려서 아주 다양한 스타일러스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에 따라 음질이 틀려지기 때문인데, 복각 작업 시에는 표면 잡음(스타일러스와 셸락과의 마찰로 생김)을 최대한 고음역대로 밀어 음악과 분리시켜야 합니다. 

이래서 스타일러스만 사려고 해도 돈이 펑펑 나갑니다.


3. 커브가 다르다!

커브란 레코드에서 음을 더욱 잘 재생시키기 위한 녹음 특성입니다. LP같은 경우 저음을 작게 녹음하고 고음을 크게 녹음시킨 후에, 다시 읽을 때는 이것의 반대로 왜곡시켜 정상으로 돌려 재생합니다. 그런데 78회전 레코드는요? 음반사마다, 연도마다 제각각입니다. 그리고 RIAA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LP용 포노앰프와는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앰프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에디슨 다이아몬드 디스크같은 경우 종진동이고, 일반 레코드는 횡진동이기 때문에 이것을 선택할 수 있는 앰프도 필요합니다.


어쿠스틱 녹음 같은 경우 예전에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마이크 녹음이 아니기 때문이죠. 나팔 끝에 연결된 운모 판이 있는데, 나팔에 대고 소리를 내면 이 소리가 운모판을 움직여 녹음이 되었습니다. 녹음기도 고정, 연주자도 고정이기 때문에 일부러 소리를 작게 내지 않은 이상 볼륨, 페이드 처리는 불가능합니다. 이때, 기술의 한계로 인해 코맹맹이소리같이 들립니다. 이것을 커브로 다시 보정해줘야 하는데 이는 음악과 악기 소리에 익숙해진 숙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어렵습니다.


4. 잘 깨진다!

네, 잘 깨집니다. 어느 정도 충격에는 버티지만...



일단 이정도가 되겠네요. 여기 해박하신 지인이 한 분 계셔서 그렇게 많이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만,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임은 틀림 없습니다 -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