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와의 노트북 섹션을 보면 제일 먼저 테마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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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순히 노트북이 '노트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그 종류가 세분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노트북은 여타 데스크탑 컴퓨터와는 달리 성능과 가격과 크기-모니터 크기와 본체 크기. 사실 노트북에서 더 많이 따지는 요소겠지만 요새는 이걸 많이 따지니 여기에 넣지요- 외에도 무게와 배터리 사용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추가가 되면서 더욱 복잡해지니 말입니다. 따라서 모든 물건들이 다 그렇겠지만 노트북의 경우 더더욱 자신의 용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구입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제가 '왜' 노트북을 구입하려고 했는지를 봐야 되겠군요. 간혹 지방에 내려가면 기글에 접속해서 작업을 하기가 매우 애매했습니다. 기글에 뉴스를 올리는 것도 사이트 한두개를 보는 것이 아니다보니 딱 제가 쓰도록 맞춰둔 웹마가 아니면 아예 열어볼 엄두도 못 내고, 웹마나 기타 필요한 유틸, 즐겨찾기 등이야 인터넷에 저장해두고 받아서 실행하면 된다고 하더라도. 간혹 가다보면 PC방을 찾기 힘든 곳도 있고 인터넷이 안되는 환경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HSDPA를 정액제로 끊어버린(-┏) 핸드폰이 있으니 게시판 관리야 아예 그걸로 하면 되고, 뉴스를 올린다던가 하면 핸드폰과 노트북을 연결하여 인터넷을 하면 될테고(어차피 한달 1GB의 용량은 항상 남아 돕니다), 그렇다면 노트북을 하나 사서 같이 들고 다닌다면 피씨방이나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를 찾아 헤멘다던가, 혹은 거기에서 쓰기 편하도록 작업 환경을 구축한다던가 할 일이 없겠지요.

그럼 노트북 선택에 있어서 최소 조건은 무엇이었느냐, 한번에 몇십개의 인터넷 창을 띄우고 최악의 경우 거기에 추가로 주간 뉴스를 작업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1GB 이상의 메모리, 그리고 크면 클수록 좋은 화면과 해상도,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좋은 무게, 오래가면 오래갈수록 좋은 배터리, 결정적으로 저렴할수록 좋은(...내 돈 들여서 사는 거니까) 가격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저 요구 사항은 '내가 천원줄께 디스 한갑이랑 곰보빵 하나 사오고 백원 남겨와'나 '오백만원으로 오피러스 풀옵션으로 뽑아와'랑 똑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성능 좋고 화면 크고 가볍고 오래 가고 저렴한 노트북이 있다면 개나소나말이나 다 그거 사고 있겠지요.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왕년에 라데온 9550이 시장을 휩쓸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저 수많은 요구 사항 중에서 최우선순위를 확실하게 결정하고 그 다음 몇가지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첫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예산입니다. ...돈이 없으니까. 큰 돈을 들여야 할 정도로 자주 쓸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두번째로 지켜야 할 것은 듀얼코어에 1GB 시스템 메모리였습니다. 작업할려고 사는 거니까 작업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나와에서 듀얼코어 프로세서 종류에 싸그리 체크하고 가격 순으로 정렬했더니 이렇게 되더군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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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샀을 당시와는 좀 달랐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런 고만고만한(...) 물건들 중에서 고르자니 MSI 메가북 S430X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른 제품들과 제일 큰 차이점이라면 지포스 고 6100 내장그래픽이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게임 할려고 사려는건 아니지만 인텔 내장 그래픽을 쓴다는 것은 뭐랄까 금기처럼 느껴지는지라(...) 거기에 추가로 무게도 (저기에 써진 스펙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었습니다. 판매 업체 수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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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SI 메가북 S430X을 선택했습니다만. 이게 그리 순순히(?) 손에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왜냐, 단종됐기 때문(...)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S430X라는 모델명 뒤에 064KR이라고 더 붙어 있는데, 이 모델의 특징은 1.8GHz CPU에 1기가 메모리입니다. 근데 이게 가는 곳마다 없고 상위 모델을 이야기하더군요. 물론 더 비싼거(...) 그런데 어찌어찌하다 CPU가 1.9GHz로 오르고 가격은 고대로인 모델을 팔길래 그냥 덥석 물었습니다. ...용산을 좀 돌아댕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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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박스 속에는 배터리, 어댑터, 설명서, 설치 CD 정도만 있습니다. 프리 DOS가 설치된 제품이라 켜봤자 별 것도 없습니다(...) 딱 필요한 것만 들어 있으니 구성품이 적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어차피 운영체제가 프리 DOS라면 윈도우 정도는 알아서 깔 수 있는 사람이 선택하는 물건이니까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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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운영체제가 도스인 관계로 기본 스펙은 바이오스 화면에서 봐야 합니다. 애슬론 64 X2 듀얼코어 TK-57 1.9GHz. DDR2-667 1024MB인데 비디오 메모리 64MB 공유 때문에 960MB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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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입니다. 솔직히 엄청 험하게 썼습니다 -_-a 솔직히 말해 52만원이면 노트북 중에서는 저가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싸구려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좀 두껍다고 생각될 뿐. 그래서 그런가 들고 다니기에는 좀 부담이 있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저기 스펙에 써진 1.92kg가 배터리 미포함해서 1.92kg가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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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보면 이렇습니다. 딱 있을 것만 있습니다. 14.1인치라서 아주 큰 것도 아니지만 12인치에 비교하면 확실히 큽니다. ...핸드폰을 쓴지 얼마나 됐다고 스크린이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고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저가형 노트북에서 그걸 바라는건 너무 양심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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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는 주요 스펙들이 나와 있는데 딱히 볼건 없습니다. 몇개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스펙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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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스크린 아래에는 스피커가 있지만 스테레오라는 점을 제외하면 솔직히 핸드폰에 쓰이는 스피커보다 나은 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스피커 두께가 있으니 그렇겠지만. 영화나 음악 등을 맘 잡고 들을려면 이어폰이나 외장 스피커가 하나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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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이 노트북의 제일 큰 불만입니다. 처음에는 ㅔ자가 잘 안쳐져서 그 부분만 삑사리가 나더니, 이제는 ㅏ자가 잘 안쳐져서 그 부분만 꼭 두번 세번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 치고 나면 상관 없는데 다른 키를 치다가 가끔 ㅏ를 치면 삑사리가 꼭 나더군요. ...제가 이 노트북으로 뉴스를 올릴때 옆에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꼭 ㅏ가 안 쳐진 대목이 많았습니다. 키감 자체는 그려려니 하고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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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입니다. 멀티터치를 지원 안하잖아! 하고 궁시렁거렸지만 저가형 노트북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겠지요. 일부 제조사의 신형 모델에서나 쓰는 기능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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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론 64 X2 듀얼코어, 지포스 고 6100 스티커. 그 아래에는 사운드 입/출력 포트, 그리고 LED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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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멀티 드라이브, USB 포트 2개. 키보드 위쪽에는 파워 스위치와 각종 버튼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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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꺼내고 불이 들어오면 저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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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는 랜 포트, d-sub, 전원 포트, 쿨러 배기구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든 생각. ...SD 카드 메모리 슬롯이 없구나. USB 메모리 포트를 하나 줄였어도 SD 카드 슬롯을 만들어 주는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이것 역시 저가형에서 너무 과분한 요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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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입니다. 100% 충전한 상태로 메모장에서 타이핑만 쳤는데 2시간 10분 후에 배터리 경고가 뜨면서 어서 작업 결과물을 저장하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2시간 10분이라면 딱 스펙을 지켜주는 사용 시간이지만, 만약 무선 랜을 쓰거나 3D 그래픽을 쓴다면 사용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입니다. 단순 워드만 썼는데 2시간은 좀 짧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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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보드입니다. 왼쪽에는 하드디스크, 하드디스크 위쪽은 ODD. 이걸로 노트북의 크기와 딱 맞습니다. 다만 기판 크기나 구성을 보면 크기를 좀 더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화면 크기와 가격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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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 2.5인치 하드디스크. 맨날 3.5인치만 보다가 이걸 보니 엄청 작아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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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히트파이프와 방열판 아래에 깔려 있는건 CPU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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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트북의 유일한 쿨러이지 않을까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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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슬롯. 하나가 비어 있습니다. ...다만 돈 주고 사서 달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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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 칩. NF-430인게 엔포스 430 정도에 해당하는 사우스브릿지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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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역시 무선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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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보면 이렇습니다. 해상도는 개인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지만, 1920x1200 해상도의 노트북으로 가면 가격과 크기와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답이 안나옵니다.

성능이야 적당한 클럭의 듀얼코어 CPU에 1GB 시스템 메모리-내장 그래픽 딱 그 정도 수준이니 뭐라 더 말할 것은 없습니다. 성능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것은 52만원에 뭘 더 바라겠냐 하고 넘어가야 되겠지요.

중간에 멀티 터치 패드니 터치 스크린이니 하고 궁시렁거린거야 그런걸 지원하는 제품의 가격을 보면 역시 무리한 요구이고. 하지만 SD 메모리 카드 슬롯의 부재는 확실히 아쉽다고 할 만한 부분은 되는것 같은데. 굳이 따져본다면 데스크노트에 속하는 것이니 USB 리더기를 달라는 의미일지도.

내장 스피커가 핸드폰 스피커에 비교될 정도로 별로라는 것도 그냥 넘어갑시다. 하지만 키보드의 특정 키 -ㅏ-가 가끔 입력되다 걸리는건 이것을 불량으로 봐야 하는게 애매합니다. ...아예 인식이 안된다면 바꾸기라도 하지 이건 애매하지요 -_-a

핸드폰 인터넷의 경우 정말 애매합니다. 달리는 기차에서는 정작 핸드폰에서 인터넷은 잡혀도(핸드폰은 핸드폰 신호만 잡힌다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절대로 없습니다) 이걸 노트북에 연결하니 노트북에서 인터넷을 쓰질 못하고. 고정된 장소에서는 대체적으로 핸드폰-노트북 인터넷 공유가 잘 되지만 지역에 따라 잘 끊긴다던가 아예 안 된다던가. 애매하다고 말한 이유는 이것이 노트북의 문제인지 핸드폰의 문제인지 핸드폰 프로그램-드라이버의 문제인지(...제일 의심이 많이 가는 부분)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다만 인터넷이 일단 연결되면 사용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한번에 한 사이트만 연다는 전제 조건으로 사용에 무리가 없으며, 디아블로2 배틀넷도 원활하게 했으니까요 -_-a 진짜 디아블로 2 배틀넷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접속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고 빨랐습니다(...)

결론은? ...52만원짜리 노트북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_=a 넘버10032님의 노트북을 들어보고 오오 가볍구나 난 노트북을 잘못 샀어 이러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그 노트북의 가격을 듣고(...150만원 이상. 거기에 ODD 없는 모델) 역시 뿌린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새삼 느꼈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혹은 차로 이동한다던가), 가는 곳에 안정적인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에서, 저렴하고 성능 좋은 노트북을 구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