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SATA3 SSD 하나가 생겼습니다. 이걸 어디다 써야하나 하는 고민도 찰나, 저는 예전부터 궁금했었던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드디스크로 부팅하는 시스템에서 SSD에다가 레디부스트를 설정하면 얼마나 빨라지는가!
'이거한다고 하드에다가 윈도우 깔았나요?'하고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실 분들이 계실듯한데, 그건아니고 지금 쓰고있는 i5-11500/QLC 2TB SSD 시스템을 마련하기 전에 쓰던 컴퓨터를 아직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몇번 언급한적 있는 바로 그 시스템! Celeron J4105/WD Green 2TB(2012) 요겁니다.
딴말 그만하고 바로 보시겠습니다. 스토리지 성능측정은 퓨처마크의 PCMark8을 이용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궁금한건 스토리지 자체성능이 아니라 실질적인 체감성능이잖아요? 그래서 스토리지 성능을 그냥 재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라 특정 시나리오가 있는걸로 선택한겁니다.
먼저 생짜배기 하드의 성능을 봅시다.
요래 나옵니다. 스토리지가 느리니 CPU가 많이 놀면서 클럭낮은 구간이 많습니다.
이번엔 레디부스트가 조합된 성능입니다. (Samsung 860 EVO 250GB/NTFS/Cache 32GB*1)
이렇습니다. 반응성이 빨라지다보니 CPU 클럭부터가 올라갔지요! 이렇게보면 꽤 괜찮아보이긴 하는데요...
다음으로 SSD의 성능을 구경해봅시다.
aㅏ... 캐싱해서 많이 빨라졌다고 좋아했는데 뭐 비교가 안되네요.
그런생각이 들수도 있어요. 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쓰는 '특정 시나리오'의 파일집합이 레디부스트의 기준에서 부스팅해줄만한 적합성이 별로 없는것 아니냐! ...뭐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제가 저상태로 일년쯤 실사용하며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실체감도 PCMark8에서 보여준 수치쯤 된다."
캐싱이란게 어쩔수 없으면서도 당연한것이 모든걸 다 가속해줄순 없죠. 어떤 기준을 갖추고 가속할것을 선별해야만 하는데, 레디부스트라는 기술은 태생부터가 USB메모리스틱에서 사용될걸로 정해놓고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그 선별기준이 좀 빡빡한것 같습니다. 메모리스틱의 발열이나 수명도 고려해야 했을테니 생각해보면 기준이 널널할수는 없었던것 같아요. 제가 이 셀러론/하드 시스템을 나름 오랫동안 주력으로 써오면서 USB3.0 16GB짜리 메모리스틱에 레디부스트를 걸어놓은채 사용을 한참 했었는데요. USB3.0에서 SATA3로, 메모리스틱에서 SSD로, 캐시사이즈 약 14GB에서 단일최대크기 32GB로, 상당한 스펙향상이 있었음에도 둘간의 반응성이 거의 비슷하게 느껴진 이유가 바로 그 널널하지 못한 선별기준에 있는듯 합니다.
레디부스트 섭하게시리 좀 박한 평가가 나오게 됐는데, 그래서 레디부스트란것은 하나마나고 별로인가 한다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최고는 SSD에 윈도우를 안착시키는 것이고요. 이런저런 사유로 윈도우를 하드디스크에서 운용하고 있다면 놀고있는 USB메모리스틱으로 하나쯤 설정해놓고 잊어두는, 다시말해 설치해두면 조용히 뒤에서 시스템을 뒷받침해주는 그런 목적으로는 괜찮습니다. 팍- 하고 느껴지는 반응성향상은 설령 없다한들 부팅직후에도 한참 이어지는 하드긁는 잡음이 레디부스트 설정후에는 꽤 빨리 진정이 됩니다. 컴퓨터를 사용할때 하드를 좀 덜 긁게되어 조금이나마 정숙해지는 효과도 있구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여담 몇가지 적으며 끝내겠습니다.
1. 레디부스트가 캐시파일에 데이터를 받아쓰는 장면
설정해놓고 컴퓨터를 실사용하면 가속할만한 데이터들을 열심히 수집합니다.
2. 받아써둔 캐시데이터로 레디부스트가 가속하는 장면
원래라면 하드 엄청 긁어댈 상황인데 레디부스트가 열일하며 가속을 해줍니다.
3. 캐시연결이 임의로 끊겨도 괜찮을까? 그래서 실험해봄
레디부스트를 해제하지 않고 드라이브 문자를 제거해서 접근을 끊은다음 한달간 컴퓨터를 사용했다가 다시 붙여봤습니다. 그랬더니 붙자마자 슈퍼펫치 서비스(sysmain)에 그간쌓인 기록들을 토대로 가속해야할 자료들을 갱신하는 모습을 볼수있었어요. CPU사용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하드에서 뭔가를 엄청나게 읽어와서 캐시에 기록하더군요.
4. 파티션을 나누면 최대 256GB까지 캐시를 확보할 수 있음
저는 RAID-0같은 효과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캐시를 동시에 읽고쓰는게 아니라 용량이 가득차야 다음캐시로 넘어가더군요. 저는 어차피 컴퓨터로 별걸 안해서 그런가 32GB로도 충분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파티션을 8개로 나눠서 거의 전체용량을 레디부스트로 잡아서 PCMark8을 돌려봤는데 32GB캐시 단일이랑 점수차이가 안나더군요. 테스트 시나리오가 용량이 별로 안커서 32GB캐시 안에서 다 해결이 되는것 같았습니다.
5. 원래는 PCMark8로 레디부스트의 효과를 테스트할 수 없음
레디부스트는 슈퍼펫치 서비스에 딸려있는데 PCMark8에서 벤치마크를 시작하면 슈퍼펫치를 강제로 종료해요. 그런데 죽인 서비스가 살아나는걸 감시는 안하는지 제가 임의로 살려도 벤치마크가 중단되지는 않길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AMD의 storemi가 같은 개념의 기술이던데, 그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