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드네임 로켓레이크가 출시됐습니다. 원래 새 CPU, 특히 새로운 아키텍처가 적용된 제품이 나오면 그 내용을 한번 쯤 짚고 넘어가는 게 맞으나 인텔한테 자료를 받은 게 없으니 소개하고 싶어도 그럴 것이 없고요. 대신 MSI가 제공한 MSI MEG Z590 ACE 미디어 키트를 통해 코어 i9-11900K 프로세서를 테스트한 성능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MSI MEG Z590 ACE 미디어 키트 언박싱
MSI MEG Z590 ACE 미디어 키트는 3개의 제품으로 구성됩니다.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 그리고 인텔 코어 i9-11900K 프로세서입니다.
미디어 키트의 핵심인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는 이미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로켓레이크의 에이스. MSI MEG Z590 에이스 https://gigglehd.com/gg/9738421 ]를 참고해 주세요.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의 소개는 조만간 다른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에 코어 i9-11900K 프로세서 조합의 성능에 집중하겠습니다.
미디어 키트의 박스. 미들타워 케이스 정도 크기입니다.
그 안에는 포장재를 두른 검은색 박스가 있습니다.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의 디자인 컨셉과 같은 블랙+골드 조합의 박스.
봉인 씰.
intel x msi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 인텔 코어 i9-11900K 프로세서,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가 있습니다.
11세대 인텔 코어 i9 프로세서.
여기에도 봉인 씰을 붙였습니다.
정품 박스는 아니지만 CPU는 샘플이 아니라 시제품을 넣었군요.
소켓은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사용한 LGA 1200 입니다.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 인텔 코어 i9-11900K 프로세서,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 조합의 테스트 시스템.
테스트 환경 소개
코어 i9-11900K의 비교 대상으로 코어 i9-10900K와 라이젠 7 5800X를 썼습니다. 10900k는 10코어 20스레드, 11900K는 8코어 16스레드지만 코어 i9는 같은 코어 i9끼리 비교해야 인텔의 의도에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AMD는 똑같은 8코어 16스레드 프로레서인 5800X를 골랐습니다. 쿨러는 두 시스템의 온도 비교를 위해 미디어 키트에 포함된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로 통일했습니다. 메모리는 무난한 DDR4 16GB 듀얼채널,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3080을 썼습니다.
인텔 메인보드는 미디어 키트에 포함된 MSI MEG Z590 ACE를, AMD는 라이젠 3000 시리즈부터 계속 써온 MSI MEG X570 갓라이크입니다. 두 시스템의 파워는 에너맥스 플래티맥스 750W와 EVGA 1000W입니다. 파워가 다르긴 하지만 성능이나 효율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겠죠? 지포스 RTX 3080의 권장 파워도 750W니까요. 메인보드 바이오스, 윈도우, 지포스 드라이버 모두 현재 공개된 최신 버전을 사용했으며, 윈도우와 게임 설치를 위해 SATA 6Gbps SSD를 2개 장착했습니다.
인텔 코어 i9-11900K 프로세서
인텔 코어 i9-10900KF 프로세서
AMD 라이젠 7 5800X https://gigglehd.com/gg/8612109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 https://gigglehd.com/gg/9738421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https://gigglehd.com/gg/8242387
윈도우 10 20H2
지포스 461.92 드라이버
SATA 6Gbps SSD
코어 i9-11900K
인텔 코어 i9-10900KF
AMD 라이젠 7 5800X
코어 i9-11900K의 작업관리자. 8코어 16스레드로 줄어든 코어 수가 가장 눈에 띕니다.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메모리
MSI MEG Z590 ACE 메인보드의 CPU-Z 스크린샷. 3월 22일자로 업데이트한 바이오스를 올렸습니다.
오버클럭된 지포스 RTX 3080인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드라이버는 461.92 버전.
인텔은 로켓레이크와 함께 적응형 부스트 기술인 ABT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제한이 있는데, 우선 코어 i9-11900K/KF 시리즈에서만 쓸 수 있고요. 최신 버전의 바이오스에 추가된 기능입니다. 바이오스 빌드 데이트가 3월 22일이네요. 또 ABT를 켜면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에 수냉 쿨러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본값도 '사용하지 않음'이고요. 마침 MSI MEG Z590 ACE 미디어 키트에는 MSI MEG 코어리퀴드 K360 수냉 쿨러가 포함되니 ABT를 쓸 조건은 갖춰집니다. 따라서 아무런 설정 없이 기본 값으로 한 번, 그리고 CPU 전력 제한을 최고 값으로 고정하고 ABT를 켜고 한 번 더 테스트했습니다.
로켓레이크의 장점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로켓레이크는 기존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멧레이크에 비해 명확히 개선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본격적인 성능 테스트에 앞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아키텍처가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는 공식 자료를 받은 게 없으니 넘어가고요. CPU-Z의 캐시 구성만 봐도 달라진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왼쪽은 10900KF, 오른쪽은 11900K인데요. L3 캐시 용량은 코어 수가 더 많은 10900KF가 많지만, 각각의 코어에 할당되는 L1 데이터 캐시와 L2 캐시의 용량은 11900K가 더 많습니다. L1 데이터 캐시는 32KB에서 48KB, L2 캐시는 256KB 4웨이에서 512KB 8웨이로 늘었네요. 이를 통해 전반적인 성능이 따라 올랐으리라 기대됩니다.
AVX-512 명령어도 지원합니다. 일부 제온 프로세서에서는 AVX-512를 먼저 지원했으나, 데스크탑용 프로세서인 코어 시리즈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 AVX-512를 쓰는 프로그램이 어딨냐고 물어보실 분도 있겠지만, 어쨌건 새로운 명령어를 지원한다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도 최고 3200MHz로 늘었습니다. 경쟁 상대인 AMD는 라이젠 3000 시리즈부터 지원하기 시작했던 것인데 이제서야 인텔이 따라왔네요.
PCIe 4.0도 지원합니다. 아직까진 그래픽카드에서 PCIe 4.0을 제대로 활용하진 못하지만, 고성능 NVMe M.2 SSD의 경우 PCIe 4.0을 통해 7GB/s에 가까운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이것도 AMD 라이젠은 진작부터 지원하던 것이나 인텔은 이제서야 같은 수준까지 올라온 셈입니다.
CPU 성능: 최고의 싱글 스레드 성능인가?
코어 i9-11900K의 CPU 연산 성능은 분명히 올랐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CPU-Z입니다. 17.01 버전 기준으로 라이젠 5000 시리가서 싱글코어 600점을 대수롭지 않게 찍으면서 충격을 안겨주더니 로켓레이크에서는 700점에 올랐습니다. 인텔이 싫어하는 시네벤치 역시 다른 CPU보다 한층 더 높은 싱글코어 성능을 보여줍니다. 싱글 스레드가 중요한 다른 테스트에서도 코어 i9-11900K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보면 인텔 로켓레이크의 아키텍처 업그레이드는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도 14nm라는 기존 공정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더 올렸으니, 상당히 큰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싱글코어'라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왜냐면 멀티코어 성능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코어 i9-10900KF에서 코어 i9-11900K로 오면서 모든 스펙이 다 늘어나진 않았습니다. 코어 수는 10코어 20스레드가 8코어 16스레드로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됐습니다. 따라서 멀티코어 성능은 코어 i9-10900KF보다 못한 모습을 심심찮게 보여줍니다. 물리적인 코어 수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겠죠. 뿐만 아니라 똑같은 8코어 16스레드 프로세서인 라이젠 7 5800X와 비교해도 멀티코어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나옵니다. 이는 두 프로세서 사이의 멀티코어 구성 차이에 따른 한계로 보입니다.
CPU-Z 17.01
CPU-Z 19.01
CPU-Z AVX2
시네벤치 R15
시네벤치 R20
시네벤치 R23
wPrime
AIDA64 메모리 대역폭
AIDA64 L1 캐시
AIDA64 L2 캐시
AIDA64 L3 캐시
AIDA64 레이턴시
7Zip 압축
코로나 렌더링
H.264 인코딩
V-Ray 렌더링
블렌더 렌더링
PC마크 10
PC마크 10: 에센셜
PC마크 10: 디지털 컨텐츠 제작
PC마크 10: 프로덕티비티
게임 성능: 애매하기 그지없다
싱글스레드 성능이 올랐으니 게임 성능도 따라 올랐을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인상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몇몇 특수한 환경에서 CPU 연산을 위해서 로켓레이크를 산다면 오히려 이해되지만, 게임을 위해서 로켓레이크를 살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로켓레이크의 아키텍처 변화가 연산 같은 깡성능이라면 몰라도 게임에서는 크게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구조일수도 있겠고요. 최고 클럭을 게임에 맞춰서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ABT를 켜야 라이젠 7 5800X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데 아래에서 따로 말하겠지만 ABT를 켜 두는 게 마냥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까지는 인텔의 최적화가 많이 부족하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게임을 실행할 때마다 결과값이 많이 차이나고, ABT를 켰는데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보이곤 합니다. 또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도 성능이 떨어지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저만 그런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더군요. 다른 경로로 로켓레이크를 테스트한 분에게 여쭤보니 거기도 게임 성능이 좀 오락가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인텔이 지난주에야 ABT를 지원하는 바이오스를 배포한 걸 보면, 막판의 성능 조율이 생각만큼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현 상황에서 게임 성능은 썩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3D마크 포트 로얄
사이버펑크 2077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더트 5
포 아너
호라이즌 제로 던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토탈 워: 삼국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파 크라이: 뉴 던
디비전 2
와치 독: 리전
보더랜드 3
레드 데드 리뎀션 2
리그 오브 레전드
온도/발열: 로켓레이크의 가장 큰 문제
성능 테스트까지만 하고 끝냈다면 이 글의 결론은 이랬을 겁니다. '기대만큼은 아니어도 나름의 성능 향상은 있었다'고요. 하지만 이게 과연 성능 향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대목이 남아 있습니다. 소비 전력과 온도입니다. ABT를 쓰기 위해서 수냉 쿨러가 필수라고요? 아닙니다. 수냉 쿨러가 있어도 ABT는 쓰고 싶지가 않습니다. 수냉 쿨러는 11900K를 평범하게 쓰는데 필요한 물건입니다.
소비 전력. 스트레스 FPU 하나만 돌리는데 400W 가까운 전력을 소모합니다.
온도와 팬 소음. 팬 소음이야 수냉 쿨러가 자동으로 조절하니까 큰 의미는 없고요. 나름 고성능 수냉 쿨러를 달았는데도 100도를 찍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스트레스 FPU가 일상적인 사용 환경과 맞지 않는 극단적인 테스트임에는 분명합니다. 시네벤치 R23 정도로 타협하면 온도는 80도, 전력 사용량은 386도가 되네요. 여전히 독보적인 사용량이군요.
코어 i9-11900K의 온도와 전력 사용량. 제가 헛것을 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높은 값이 나와서 동영상으로 남겨뒀습니다.
전력 제한을 해제하고 ABT를 켠 상태에서 스트레스 FPU 테스트를 실행하면 바로 100도까지 올라갑니다. 360mm 라디에이터의 수냉 쿨러를 썼는데도 말이죠.
다른 메인보드 업체에서 코어 i9-11900K를 올코어 5.1GHz로 오버클럭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기에 마지막에 한 번 돌려 봤습니다. 그건 MSI MEG Z590 ACE에서도 되는 겁니다.
코어 i9-11900K, 결론은?
성능은 위에서 보신 대로입니다. 코어 i9-11900K의 싱글 코어 성능은 분명 올랐습니다. 인텔의 새로운 아키텍처와 14nm 공정을 극한까지 끌어낸 최적화가 효과를 봤다고 해도 될 겁니다. 전력 제한을 풀고 ABT를 켜면 최고 성능은 더 오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대폭 늘어난 전력 사용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MSI MEG Z590 ACE같은 메인보드와, 한계에 도달한 14nm의 댓가로 부쩍 늘어날 발열을 감당할 MSI MEG 코어리퀴드 K360같은 360mm 수냉 쿨러가 필수입니다. 단촐한 전원부를 지닌 보급형 메인보드와 저렴한 공냉 쿨러에서 코어 i9-11900K를 운용하는 건 절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품은 성능 하나로만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항상 가격과 경쟁 상대를 함께 봐야 하지요. 코어 i9-11900K의 MSRP 가격은 613.99달러입니다. 현재 달러 환율의 매매기준율이 1133원이니 695,650원이 나오는군요. 다나와 최저가는 688,950원이니까 나름대로 발표 가격에 맞춰 출시하는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겠고, 인기가 없으면 더 떨어질 수 있겠으나, 일단은 인텔의 최신 아키텍처를 사용한 8코어 16스레드 프로세서의 가격이 70만원이라는 소리죠. 문제는 성능입니다. 70만원 가까운 돈을 주고 살 만큼의 성능을 코어 i9-11900K이 갖추고 있냐는 겁니다.
위 테스트에서 비교에 사용한 코어 i9-10900KF는 58만원, 라이젠 7 5800X는 정품 박스 52만 4480원에 멀티팩 48만 7510원입니다. 11900K는 분명 일부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그게 20만원 가까운 돈을 더 줄만큼 압도적으로 차이난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테스트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뒤쳐지는 영역도 있고요. 단순히 가격이 비싼 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온도와 전력 사용량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아무리 봐도 인텔은 AMD에게 뒤쳐진 싱글스레드 성능을 따라잡고 한계에 도달한 14nm 공정을 마지막까지 쓰기 위해, 10코어로 나오던 코어 i9를 8코어로 줄이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코어 i9-11900K를 출시했지만 그 시도가 썩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가격을 10900K 수준으로 낮춘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저렴한 가격, 높은 성능, 낮은 전력 사용량, DDR4-3200과 PCIe 4.0 같은 최신 규격을 모두 갖춘 CPU라면 차라리 라이젠 7 5800X가 더 좋은 선택처럼 보입니다. 인텔 플래그쉽 프로세서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코어를 원한다면 오히려 코어 i9-10900 시리즈 같은 기존 모델이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인텔 플래그쉽이라는 자부심과, AVX-512 같은 특수한 명령어를 활용하기 위해 로켓레이크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죠. 그렇다면 높은 발열과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MSI MEG Z590 ACE같은 하이엔드 메인보드와 MSI MEG 코어리퀴드 K360같은 수냉 쿨러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
라이젠 플래그십 가격 고공해진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