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리뷰글인데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하군요...... 그나저나 이런걸 여기 올려도 되는건가 싶으면서도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미소녀 장패드까지 올라오는데 뭐 이정돈 되겠죠 아마...
멜리타 아로마 시그니쳐 디럭스라는 커피메이커를 샀습니다. 드립 커피는 먹고 싶은데 실력은 딸리고, 일일히 주전자 부여잡고 물 내리기도 귀찮아서 자동으로 물을 사람처럼 떨궈준다고 하는 고급 커피메이커에 관심이 생겨 정보를 열심히 찾아보는 와중에 모 반품매장에서 싸게 팔길레 뒤도 안돌아보고 냉큼 업어왔습니다.
멜리타 아로마 시그니쳐 디럭스. 드립 커피를 최초로 만든 원조주물럭 회사가 만든 커피메이커 입니다. 딱히 브랜드를 보고 산건 아니고 이게 한국 고급 커피메이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중에서 비교적 거래가 활발한 편입니다. 가격대도 이 바닥치곤 부담이 없는 편입니다. 신품 15만원, 중고 10만원 정도 하는데 에스프레소 머신 가격을 생각해보면 뭐 저렴하다고 우길 수 있을 가격대로 볼수 있을지도요.
맛 역시 충분히 보장이 된 장비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상의 여론도 충분히 좋은 축에 속하는 편이고 ECBC(European Coffee Brewing Centre)의 인증을 받았다고 하네요.(솔직히 ECBC가 얼마나 공신력 있는 단체인지는 잘 모릅니다.) 한번 속는 셈 치고 믿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옆의 우유는 비교 목적으로 올려 놓았습니다. 크기가 꽤 큰편입니다.
은근 갬성돋는 로고.
ECBC 인증
도이칠란트 갬성을 느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중국산 입니다. 그렇다고 독일에서 만들었으면 가격이 곱절로 뛰었을테니 그런갑다 해야죠 뭐.
뭔가 환경 친화적인 느낌이 많이 나지만 그저 전원 스위치에 불과합니다.
전원 스위치를 제외하면 버튼은 이 세개가 전부. 하지만 기능은 무려 6가지나 있습니다. 버튼을 얼마나 길게 누르냐에 따라 기능이 갈립니다. 공통적으로 짧게 누르는거야 그냥 짧게 한번 눌러주면 그만이고 그에 맞는 기능을 실행할수 있습니다.
길게(2초 이상) 눌러주면 해당 버튼에 맞는 점멸등이 1회/2회/3회 연속 점멸을 주기적으로 하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 이때 옵션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짧게 누르면 옵션값을 조정할수 있고 다시 길게 눌러주면 해당 옵션 값으로 저장을 합니다. 뒤에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맨 위의 버튼은 2~5잔 추출/소리 기능입니다. 2~5잔 추출 버튼을 짧게 누르면 추출시간을 좀 더 길게 잡아서 추출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후술합니다.
길게 누르면 추출 완료음을 설정할수 있는데 크게/적당히/무음으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추출 완료음은 맥 빠지고 무미건조한 비프음 입니다. 삼성 세탁기 마냥 송어(Die Forelle)를 틀어주면 어떨까 싶지만..... 하다못해 전자레인지 처럼 크고 경쾌하게라도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중간 버튼은 석회 제거 기능/물 경도 조절 기능입니다. 짧게 누르면 석회 제거 기능을 시행합니다. 수돗물에 석회가 가득한 유럽 사정에야 없으면 골병이라도 날법한 기능이지만 석회가 거의 없는 한국 실정엔 쓸 일이 많지 않은 기능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하물며 물로 동작하는게 아니라 약품을 넣어서 하는거라 더더욱 쓸 일은 많지 않을것 같네요.
길게 누르면 물의 경도를 조절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설정하면 뭐가 좋은건지 나와있진 않네요(...) 일단 12°dH 미만(연수)/12~21°dH/21°dH(경수) 초과로 나뉩니다. 보시다시피 이 기기에선 물의 경도를 °dH 라는 단위를 써서 나타내고 있는데 이게 하필 독일에서만 쓰는 단위입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좀 찾아보니 1°dH = 17.8ppm 이고 한국에서 쓰는 mg/L는 ppm과 일대일 대응을 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대전시 수돗물의 경도는 50ppm이고 이는 약 2.81dH에 해당하니 타 지역도 이와 비슷하다고 가정을 하면 한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10dH로 설정을 하면 되겠네요.
마지막 버튼은 추출 시작 기능/타이머 기능입니다. 짧게 누르면 추출을 시작합니다. 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아로마 플러스 혹은 석회 제거 기능을 누른 상태였다면 아로마 플러스 모드로 추출을 하거나 석회 제거 기능을 수행합니다.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다면 그냥 추출을 합니다.
길게 누르면 타이머를 조정할수 있습니다. 커피가 추출이 완료된 이후에 커피를 계속 따듯하게 유지를 시키는데 이걸 얼마나 할지 조절 할 수 있습니다. 30분/60분/90분으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설정 시간이 끝난 후엔 기기를 자동으로 종료합니다.
물통은 엄청 작아 보이지만 막상 물을 담아보면 꽤 넉넉합니다. 기기 내부 청소를 위해 물을 1.25L까지 넣어봤는데 알맞게 들어가네요. 일가족이 쓰기엔 충분한 양 입니다.
그리고 숫자를 자세히 보면 0,75 이런식으로 되어있죠? 독일식 표기라서 그렇습니다.
왼쪽에 있는 구멍으로 물을 빨아들인 후 기기 내부의 보일러로 물을 데워주고 그 물을 오른쪽에 있는 관을 통해 내보냅니다.
그리고 저 길쭉한 막대기를 통해 물을 드리퍼에 뿌려줍니다.
물이 최종적으로 나오는 곳. 구멍은 13개.
저 방아쇠 처럼 생긴걸 눌러 드리퍼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드리퍼는 멜리타 드리퍼와 같은 규격을 사용하며 사이즈는 1x4 사이즈 입니다.(유독 멜리타는 사이즈 표기법이 신기합니다. 타 제조사가 몇 인분 이럴때 멜리타는 1x2, 1x4 이런식으로 나갑니다.)
드리퍼의 구멍은 마개로 막혀 있습니다. 드리퍼를 다시 본체에 연결을 하면 본체에 달려있는 걸쇠가 저걸 열어줍니다. 그러므로 드립을 하는 도중에 드리퍼를 빼도 드리퍼 안의 내용물이 빠져나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주전자. 위로 길쭉한 느낌이지만 막상 실제로 보면 은근히 옆으로 넓더적 합니다.
드립을 한 커피는 저 뚜껑 위로 한 방울씩 떨어져 최종적으론 주전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 스토브가 커피를 따듯하게 유지 시켜줍니다.
커피를 내리기 전에 한번 세척을 합니다. 추출 온도 측정을 해 봅니다. 커피를 내리는 최적의 온도는 대개 93°C(약 200°F)로 알려져 있는데 대체로 90°C 정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쉽게도 ECBC에서 제공하는 기준인 92 ~ 96ºC 안을 들어오지 못한 수준이나 적어도 과추출의 우려가 있는 96ºC를 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전자 내부의 온도는 83°C 전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시기에 적당한 온도입니다.
기기 세척을 완료했으니 커피를 내려 봐야겠죠. 아쉽게도 핸드 드립과는 다르게 린싱(추출 전에 드리퍼를 예열해주고 종이를 물로 씻어주는 과정)을 할 수 없습니다.
평소 드립을 하면서 종이 잡내에 민감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이 점이 꽤나 거슬릴수도 있으리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린싱 과정을 통해 종이의 잡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이지요. 멜리타의 무표백 필터는 대나무 펄프를 사용해서 잡내가 거의 없다곤 하는데 저는 종이 잡내에 꽤 민감한 편이라 보편적으로 종이 잡내가 비교적 덜한 표백 필터를 사용 했습니다. 사이즈는 드리퍼와 같은 규격인 1x4를 사용 했습니다.
물이 나오는 구멍이 크게 봤을때 1자로 나오는 형태인지라 양쪽 귀퉁이는 물이 비교적 덜 적셔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피 추출 완료. 500ml/30g의 비율로 추출을 했는데 생각보다 진하게 추출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야 진한거 좋아하니 그닥 불만은 없지만 비교적 연하게 먹는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걸 마시고 몇번 더 추출을 해보았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2~5잔 추출 기능을 적용 했을때와 하지 않았을때의 비교도 해보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모르겠습니다(...) 2~5잔 추출 기능을 적용하면 초반에 뜸 들이기를 좀 더 오래 하는것 같긴 합니다만 결국 입 안으로 들어가면 맛은 비슷 하더라구요.
아무튼 정리하자면
장점
1. 분명 맛은 좋습니다. 적어도 실력 딸리는 평범한 사람 입엔 충분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2. 비교적 간편합니다. 물통에 물 담아주고 드리퍼에 종이 깔고 커피를 담아준 다음에 버튼만 누르면 추출이 완료됩니다. 다 먹고 치울때도 드리퍼에 있는 커피가 담긴 종이를 종이 채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고 주전자와 드리퍼도 물로 잘 헹궈주면 그만입니다.
3. 양이 넉넉합니다. 일가족이 쓰기에 적절한 양 입니다. 그렇다고 적은 양을 내리지 못하는것도 아니구요.
4. 도이췰란트 갬성. 은근 이뻐요.
단점
1. 금손이 내린 커피에 비할 바 못됩니다. 이런 커피를 먹고 싶다면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를 가거나 본인의 손이 금손이기를 바랄수 밖엔 없습니다.
2. 이것보다도 더 편리한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캡슐 머신이 이거보다도 더 간편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3. 기능 설정이 아주 복잡합니다. 위에서 제가 써놓은 기능 설정이 다소 난해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실텐데 그나마 정리한게 저 정도 입니다. 왜냐하면 설명서도 꽤나 복잡한 편이거든요. 평소에 RTFM 안하는 사람이라도 이건 반드시 필요한 수준입니다.
4. 물통 분리를 못합니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세척 할수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문제가 바로 이거더라구요.
애매한 점
1. 스토브 종료 기능이 없습니다. 분명 조심성 없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손 데일 사람이 있을겝니다. 근데 이걸 끈다는것은 커피를 차게 내버려 두겠다는 소리나 다름 없어서 아예 끄기도 뭣합니다. 저는 내리자마자 마시는 편이라 타이머를 딱 10분만 켜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2. 마감이 영 좋질 못합니다. 다만 반품매장에서 사온거라 그런것 일수도 있으니 확신은 딱히 못하겠습니다.
리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뭐 딱히 쓴건 없으면서도.
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