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화면을 지닌 TV를 리뷰할 때마다 한 마리 거북이나 개구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리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런 건 아니고요. TV와 연결된 컴퓨터의 키보드와 마우스 앞까지 기어가거나 굴러가서 필요한 조작을 하고, 거기서 다시 기어가거나 굴러가서 화면 앞에서 물러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기는 일입니다. 그나마 집에서 찍으니까 이게 가능했지요. 신발 신고 들어가는 사무실이었다면 구르진 못했을테고, 매번 앉았다 일어나거나 오리걸음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향방작계 예비군 훈련도 이만큼 빡세진 않았다는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최소한 작계 가서 구르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예비군은 끌려가기 싫어서 나가는 거고, TV 사진은 먹고 살려고 찍는거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집중하며 찍고 있습니다.
제 경우가 좀 특이하긴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경우는 또 아닙니다. 대형 TV를 모니터 대용이나 다용도 디스플레이로 활용한다면 분명 화면을 보면서 키보드나 마우스로 조작할 일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번 키보드와 마우스 앞으로 기어가진 않겠지요. 무선 제품이 있으니까요. 키패드를 줄인 텐키리스 디자인에 터치패드나 트랙볼을 넣어 키보드 하나로 어지간한 조작이 다 되는 그런 제품 말이죠. 제가 대형 TV 리뷰를 자주 올리는 건 아니지만 키보드 앞까지 구르거나 기어가는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오직 대형 티비 리뷰 하나를 위해 터치패드가 달린 무선 키보드를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쓰고 있는 게 로지텍 K400 플러스입니다.
제품명 | 로지텍 K400 PLUS |
스위치 종류 | 멤브레인 |
키 배열 | 텐키리스, 터치패드 있음 |
부가기능 |
멀티미디어 단축키, 마우스 왼쪽 버튼 |
터치패드 |
크기 76x47mm, 2점 터치 제스처 지원 |
통신 규격 |
로지텍 유니파잉 무선 연결 |
크기 | 354.3x1139.9x23.5mm |
무게 | 380g(배터리 포함) |
전원 | AA 건전지 2개 |
참고 링크 | http://prod.danawa.com/info/?pcode=3428178 |
가격 |
43,000원(2019년 12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구입의 변
터치패드와 무선. 이 조건에 해당되는 키보드가 아주 희귀한 물건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로지텍 K400 플러스를 골랐냐고요? 일단 무선 통신 기술의 종류를 봅시다. 2.4GHz 아니면 블루투스인데, 전에도 썼지만 https://gigglehd.com/gg/5706482 블루투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연결하는 용도라면 모를까 작업용 데스크탑 PC에서 쓸 물건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장시간 방치 시 절전 모드로 자동 전환되고, 이 상태에서 키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잠깐 버벅이며 딜레이가 생기는데 이게 너무 싫었거든요.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블루투스 규격 단체가 제발 절전 모드는 빼고, 전원 스위치가 달린 PC 전용 블루투스 규격을 내놓길 바랄 정도거든요. 그러니 무선 중에 남는 건 2.4GHz 밖에 없네요. 전용 동글을 장착해야 한다는 귀찮음이 있지만, 어차피 이 키보드를 사용하는 환경은 뻔히 정해져 있으니 큰 상관은 없었습니다.
그 다음은 가격입니다. 항상 돈이 문제죠. 우아하고 세련된 타이핑 환경 구축이 이 키보드의 목적은 아닙니다. 그런 용도로 쓸 키보드와 마우스엔 이미 십만 원이 넘는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어개나 하면 많이 진행하는 TV 리뷰를 조금 더 편하게 할려고 사는건데, 그런 사소한 이유에 너무 비싼 돈을 들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펜타그래프 아니면 키보드 취급도 안하는 손가락 주제에 멤브레인을 사게 됐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와 구성 중에는 MS 키보드도 있었으나 기본값이 펑션이 아닌 특수키라는 리플을 보고 구매욕구가 떨어졌습니다. http://prod.danawa.com/info/?pcode=2669904 얼마 전에 올린 내추럴 키보드도 그렇고 MS는 요새 왜 그럴까요? 뭐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게 없네요. 로지텍이 MS 키보드보다 더 비싸고, 특수 키 할당은 전용 소프트웨어를 할당해야 한다지만 어차피 그거 안 쓰면 되니까 그냥 샀습니다.
제품 박스.
박스 뒷면.
지극히 평범한 포장.
설명서.
USB 수신기가 이런곳에?
로지텍 K400 PLUS
키보드 뒷면.
로지텍 유니파잉 USB 수신기.
무선 빼고 다 별로
이 키보드의 구입 목적에는 아주 잘 어울립니다. 무선이니까 TV 앞으로 기어갈 필요가 없네요. 하지만 무선을 빼고, 순수하게 키보드/마우스로만 평가하면 영 별로입니다. 이 키보드 덕분에, 지금까지 얼마나 비싸고 고급진 키보드를 쓰고 있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정치인들이 서민 체험한다고 쑈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 원래 키보드로 돌아오면 다시 까먹겠지만요. 어쨌건 단점은 이렇습니다. 일단 도색이 싸구려고, 비틀어보니 삐그덕 소리가 나고, 키감도 구립니다. 멤브레인이라는 스위치에 별 희망을 걸진 않지만, 그 구린 멤브레인 중에서도 이 녀석은 매우 특별합니다. 전에 소개한 MS 에르고노믹 키보드 https://gigglehd.com/gg/5966338 는 일단 적응해 보려고 노력까진 했었는데 이건 힘드네요. 이름만 로지텍이지 수준은 다이소입니다. 무선과 터치패드가 만원씩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쳐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그럼 키보드 말고 터치 패드 부분은 어떤가? 그쪽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키보드처럼 확실하게 구리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닌데, 30만원짜리 노트북에 탑재된 터치패드가 대단히 고급 기술의 집약체였음을 깨닫게 하는 반면교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할 뿐, 조작감이나 크기나 속도 등등은 일치단결하여 별로입니다. 특수 키를 입력할 때 펑션 키를 함께 눌러야 한다는 것도 생각 이상으로 불편합니다. 스크린샷 촬영이 F11이라 가정하면 이 키보드에선 FN + F11을 눌러야 하는데, 그 작은 차이가 큰 불편으로 다가옵니다. 운동화 속에 들어간 모래 한알처럼요. 배터리는 오래 간다고 하지만 아직 검증은 못해봤습니다. 구입한 지 18개월이 아직 안 됐을 뿐더러, 지금 가은 주기로 쓴다면 18개월을 어느 세월에 다 채울지도 의문이거든요. 다행이도 전원 스위치가 있어 건전지 사수는 가능해 보입니다. 건전지 옆에 동글도 같이 넣어두고요.
크기는 354.3x1139.9mm
높이는 23.5mm
키보드 크기. 펑션키와 특수키의 크기는 작습니다.
특수키를 썩 편하게 쓰긴 힘든 구조.
도색도 별로고 키감은 더 별로입니다. 그냥 싸구려 키보드 수준.
100원 짜리 동전은 14개가 올라가는데, 단순한 키압 비교 이전에 느낌이 참 저렴해요.
터치패드. 위에는 멀티미디어 버튼, 아래에는 좌/우 버튼이 있습니다. 딱 컴퓨터로 동영상 보는 용도로 쓰는 키보드입니다.
터치 패드의 크기. 어지간한 11인치 노트북 보다도 작습니다.
위쪽의 토글 스위치는 전원.
아래쪽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건전지는 AAA 2개가 들어갑니다. 건전지 오른쪽 공간에 유니파잉 수신기를 넣어둘 수 있습니다.
로지텍 K400 PLUS
이 키보드로 본격적인 타이핑을 하겠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는데, 그 과정이 꼭 필요하다면 이거라도 써야겠지요. 키보드와 마우스를 합치고 무선을 넣었는데 4만 5천원. 좀 애매합니다. 만원만 더 쌌어도 로지텍 이름값 쳐줘서 그러려니 했을텐데요. 이런 물건을 파는 걸 보니 로지텍 이름값도 앞으로는 없다고 해야될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종류의 물건이 많지가 않고, 제대로 된 건 너무 비쌉니다. 출시된지 5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요. 이런 제품이 필요한 저 같은 사람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서 쓸 수밖에 없는 그런 물건입니다.
저 저 방향키도 트랙패드 아래에 넣어줬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키 피치를 보면 트랙패드 아래로 가도 될 것 같은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