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성공 신화엔 길고도 고달픈 노력의 역사나, 우연하게 다가온 기회를 잘 포착한 눈썰미가 꼭 등장합니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신선한 재료를 구해다가 정성스럽게 만드니 입소문이 났다던가, 모종의 이유로 평소와 다른 시도를 해봤는데 끝내줬다더라 등이 있겠지요. 첫번째 사례에선 장인정신의 숭고함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번째 경우를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기가 우연일 뿐이지, 그 전부터 대박 메뉴를 만들어 낼 여건은 갖고 있었던 셈이며, 그 후로 꾸준히 가다듬어 나갔기에 맛집이 된 것이니까요.
MSI.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노트북과 일체형 시스템을 본업으로 삼은 회사입니다. 이곳에서 CPU 쿨러를 내놓는다고 했을 때, 제목만 보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SI가 쿨러 전문 회사는 아니니까요. 허나 그래픽카드 쿨러 기획과 제조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아 코어 프로져 L를 만들었다는 내용을 보자, 생각을 조금 달리하게 됐습니다. MSI가 쿨러 전문 회사가 아니라고 할 순 없겠구나. 단지 CPU 쿨러를 만들어서 따로 팔지 않았을 뿐. 이라고 말이죠.
물론 맛집이 정말 맛있는지는 먹어봐야 아는 것이고, MSI 그래픽카드 쿨러가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들, 그것이 CPU 쿨러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직접 써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만나본 코어 프로져 L은, 지금껏 하지 않았던 분야에서의 첫 시도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절하할 제품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제품명 | MSI 코어 프로져 L (MSI Core Frozr L) |
크기 |
히트싱크: 140x155x55mm TORX 팬: 120x120x25.6mm 결합: 140x155x84mm |
무게 | 960g (쿨링팬 1개 결합) |
히트파이프 | 8mm 구리 파이프 4개 |
지원 소켓 |
인텔 LGA 2011-3/2011/1366/1156/1155/1151/1150/775 AMD AM4/FM2/FM1/AM3+/AM3/AM2+/AM2 |
쿨링팬 베어링 | HDB |
쿨링팬 회전 속도 | 500~1800 ±15% RPM |
쿨링팬 풍량 | 19.79~71.27CFM |
쿨링팬 풍압 | 0.16~2.09 mm-H20 |
쿨링팬 소음 | 17.2~33.6dBA |
쿨링팬 커넥터 | 4핀 PWM |
쿨링팬 수명 | MTTF 150,000시간 |
포장
박스 전면입니다. 제품 이미지와 모델명, 제품의 주요 특징을 소개했고, 지원 소켓의 목록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새는 쿨러 호환성이 다들 괜찮은 편이나, 아직 컨슈머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AMD AM4 소켓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건 상당한 매리트로 보입니다.
박스 뒷면엔 코어 프로져 L의 세부 특징과 크기를 표기하고, 측면엔 스펙을 정리해 코어 프로져 L의 제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스를 열면 익숙한 MSI 게이밍 시리즈의 로고가 나옵니다. 이건 쿨러 본체가 아니라 조립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넣어둔 작은 박스인데요.
나사의 종류가 참 많고, 설명서의 길이도 상당합니다. 폭넓은 종류의 소켓을 지원하다보니, 거기에 맞춰 필요로 하는 부품도, 장착 방법도 각양 각색일 수밖에 없겠지요.
조립용 부품은 잃어버리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포장재에 구멍을 뚫어 수납했으며, 박스 아래쪽엔 백플레이트와 마운팅 브라켓이 들어 있습니다.
작은 박스 아래에 쿨러 본체가 있습니다. 습기 제거를 위한 실리카 겔도 함께 넣어뒀군요.
두개의 플라스틱 포장재 사이에 쿨러 본체를 끼웠습니다. 쿨링팬은 히트싱크와 결합된 채로 나오지만, 메인보드에 조립할 때는 떼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외형
MSI 코어 프로져 L입니다. 길쭉하고 높은 히트싱크 측면에 쿨링팬을 부착하는 전형적인 타워형 쿨러 디자인을 사용했으며, 눈에 잘 띄는 히트싱크 상단 커버와 쿨링팬은 MSI 게이밍 시리즈의 로고를 넣어, MSI 제품임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140mm 쿨링팬까지 더한 크기는 140x155x84mm입니다. 타워형 쿨러 중에선 좀 큰 편이라 할 수 있으나, 다른 부품의 장착을 크게 간섭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무게는 상당합니다. 히트싱크와 쿨링팬만 더해서 956g이니, 조립에 필요한 백플레이트와 브라켓, 고정 나사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무겁겠지요. 가벼운 타워형 쿨러와 비교하면 두배 정도 나간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이유는 히트싱크에 있습니다. 부피가 비슷한 저렴한 타워형 쿨러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데요. 일단 방열 핀의 수가 많고, 상당히 촘촘하게 배치됐으며, 결합이나 가공 수준도 뛰어납니다.
알루미늄 방열 핀의 두께는 줄이고 수는 늘려, 쿨링팬에서 나온 바람과의 접촉 면적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근 타워형 쿨러 설계의 흐름입니다. 다만 방열 핀을 너무 얇게 만들거나 끝 부분의 결합 상태가 좋지 못하면 방열핀이 약간의 충격에도 휘게 되는데요. MSI 코어 프로져 L는 끝 부분의 결합 상태가 우수해 방열핀이 휘는 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쿨러 상단에는 MSI 게이밍 시리즈 로고가 있습니다. 전원이 연결되면 저곳의 화이트 LED가 켜집니다. 로고 주변의 은색 플레이트는 검은색으로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부품과의 조합에 따라 원하는 색상을 골라 쓰면 되겠지요.
쿨링팬은 나사를 쓰지 않고 두개의 클립으로 고정했습니다. 히트싱크에 클립을 먼저 걸고, 클립의 튀어나온 부분을 쿨링팬의 나사 구멍에 끼우면 방식입니다.
120mm 구경의 쿨링팬입니다. 회전 속도는 500~1800rpm, 풍량은 19.79~71.27CFM, 풍압은 0.16~2.09 mm-H20, 소음은 17.2~33.6dBA며 4핀 PWM 커넥터로 전원을 공급받습니다. 기대 수명은 15만 시간.
MSI가 그동안 그래픽카드 쿨러를 개선해 오면서 생긴 노하우를 적용한 Torx 쿨링팬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쿨링팬 블레이드가 꽤나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요. 쿨링팬을 고정하는 나사 구멍은 빨간 실리콘을 붙여 진동을 줄여줍니다.
히트싱크 상단의 MSI 게이밍 로고와 쿨링팬에 전원을 함께 공급하기 위해, 두 가닥으로 나뉘어진 전원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메인보드에 케이블 하나만 연결하면 되니 사용자 입장에선 편하지요. 쿨링팬만 따로 뺄 수도 있고요.
CPU와의 접촉면입니다. 4개의 8mm 히트파이프가 서로 엇갈리게 배치됐으며, 구리 재질의 베이스는 크기 38x38mm고 니켈 도금 처리를 했습니다.
조립
MSI 코어 프로져 L은 다양한 소켓을 지원하는 쿨러답게 조립에 사용하는 부품도 많습니다. 다만 그걸 항상 다 사용하는 건 아니지요. 위 백플레이트의 경우 하얀색 절연체 가운데 있는 플라스틱 구조물은 LGA 115x 계열에선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립할 때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소켓을 지원하기 위해 백플레이트의 나사 구멍은 동그란 형태가 아닌 긴 타원형입니다. 또 나사 안쪽에는 백플레이트의 나사 홈에 맞춰 움직이지 않도록 납작하게 가공됀 부분이 있어, 한결 수월하게 나사를 조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거운 쿨러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야 하니 백플레이트는 금속으로 만듭니다. 다만 이게 메인보드에 직접 닿으면 쇼트가 일어나겠지요. 그래서 메인보드와 백플레이트 사이에 하얀색 절연체를 깔아줍니다.
코어 프로져 L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른 쿨러는 백플레이트에 고정 나사를 끼운 것만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고안한 경우가 많은데, 코어 프로져 L의 경우엔 나사를 따로 지탱하는 매커니즘이 없으니 나사를 고정할 때 빠지지 않도록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메인보드를 케이스에서 떼어내지 않은 채로 조립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메인보드 위로 올라온 고정 나사에 기둥을 조여줍니다. 기둥 아래쪽엔 절연 실리콘을 부착해 메인보드와 쇼트는 물론이고 메인보드 표면의 손상도 막아줍니다. 기둥을 손으로 잡고 쉽게 조일 수 있도록 가공한 건 좋은 일이나, 메인보드 전원부 사이에 고정 기둥을 끼울 때는 다소 번거롭습니다. 드라이버를 써서 조일 수 있도록 기둥 머리 부분에 나사 선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기둥 위에 마운팅 플레이트를 얹어서 나사로 고정합니다.
이쯤에서 CPU에 써멀 컴파운드를 발라줘야겠지요. MSI 설명에 의하면 고품질 써멀 컴파운드를 번들로 제공한다네요.
히트싱크에서 쿨링팬을 떼어내고, 구리 베이스의 보호 비닐도 벗겨냅니다.
마운팅 플레이트 위에 올려줍니다.
마운팅 플레이트와 히트싱크의 고정은 이 부품을 사용해서 이루어집니다. MSI 로고 양 옆에 돌기가 있는데 이걸 히트싱크의 베이스 상단 홈에 딱 맞춰 끼워주고, 양쪽 끝의 구멍에 나사를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히트싱크의 베이스 상단에 홈이 파져 있지요? 저기에 맞춰서 끼우면 됩니다.
양쪽 모두를 나사로 고정합니다. 나사 산의 깊이가 딱 정해져 있어 일정 깊이 이상으론 들어가지 않습니다. 덕분에 나사를 너무 꽉 조여서 부품이 휘거나 CPU에 부담이 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제 쿨링팬을 다시 달아주고 쿨링팬 케이블을 연결하면 조립은 끝납니다.
조립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MSI 코어 프로져 L이 900g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지닌 쿨러다보니 상당히 신경써서 꼼꼼하고 든든하게 장착하도록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좀 더 간편하게 고정하도록 개선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네요. 이 점은 피드백을 통해 다음번엔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사용
타워형 쿨러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가 메모리와의 간섭입니다. 케이스에 기본 장착된 쿨링팬을 감안해서, 메모리 슬롯 쪽에 쿨링팬을 다는 경우가 많다보니 메모리 쪽의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거든요.
메모리와의 간섭 문제는 메인보드의 레이아웃에 따라서도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한정된 ATX 폼펙터 안에서의 부품 배치는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여기에선 MSI Z97 MPOWER 메인보드와의 간섭은 어떤지 확인했습니다.
CPU 소켓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1번 메모리 슬롯의 경우 쿨링팬에 의해 가려집니다. 다만 2번부터는 큰 지장 없이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으며, 대형 방열판을 장착한 메모리라 해도 장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전원부 방향에서의 간섭은 없습니다. 최근 나오는 메인보드들은 I/O 실드를 장착하면서 대형 CPU 쿨러의 조립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MSI 코어 프로져 L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모리 슬롯 4개를 모두 사용하고 싶다면 쿨링팬을 이쪽으로 돌려도 될 것 같네요. 이쪽이 공간에 여유는 더 많으니 말입니다.
코어 프로져 L의 높이는 155mm입니다. 어지간한 미들타워형 케이스에는 별 탈 없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나, LP 타입이나 슬립형에선 당연히 장착이 안됩니다.
첫번째 슬롯에 그래픽카드를 장착했을 때의 간격입니다. 그래픽카드 뒷면에 백플레이트가 붙어 있다고 해도 CPU 쿨러와 간섭이 생기진 않습니다.
MSI 코어 프로져 L은 기본 제공하는 120mm 쿨링팬 한개만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으나, 쿨링 성능을 최고로 높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쿨링팬 클립을 하나 더 줍니다. 이걸 쓰면 120mm 팬을 하나 더 다는 게 가능하지요.
상단 커버는 4개의 나사를 풀어내면 분리됩니다.
기본 장착된 은색 커버를 떼어내고 검은색 커버를 장착했습니다. 성능 차이는 없고 색상만 다르니, 시스템 컨셉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취향에 맞는 색상의 커버를 골라 장착하면 됩니다.
전원을 켜면 게이밍 시리즈 로고와 그 주변에 조명이 켜집니다. 타워형 케이스의 측면 창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라서, 튜닝 효과도 제법 괜찮습니다.
성능
테스트에는 코어 i5-4670 프로세서, MSI Z97 MPOWER 메인보드, 지포스 GTX 960, 쿨러마스터 사일런트 프로 골드 1000W 파워를 사용했습니다.
부팅하고 20분이 지난 아이들 상태의 온도입니다. 최고 45도까지 올랐으나 평균 온도는 35도를 유지합니다.
MSI 코어 프로져 L 쿨러 몸체의 온도는 가장 높은 곳이 28도가 나오네요.
OCCT를 실행해서 풀로드 상태를 지속했을 때의 온도입니다. 우선 1시간 반이 됐을 때.
이건 3시간이 됐을 때의 온도입니다. 1시간 반이 됐을 때 측정했던 값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네요. 최고 온도는 62도, 평균 온도는 58도입니다.
히트싱크 온도는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이 36도를 기록합니다.
비슷한 실행 환경에서 같은 CPU의 온도는 어땠는지, 지금껏 다른 테스트에서 사용했던 그래프를 함께 보시면 비교가 한결 쉬우실 겁니다.
ID-COOLING ICEKIMO 120W 3RSYS
ID-COOLING FROSTFLOW 120 3RSYS
녹투아 NH-D14
인텔 정품 쿨러
인텔 정품 쿨러야 당연히 비교할 물건이 아니니 넘어가더라도, 140mm 쿨링팬을 장착하는 대형 공냉 쿨러인 비교해도 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온도만큼 중요한 결과가 하나 더 있으니, 그건 바로 소음입니다.
아이들 상태건 3시간이 지났건 간에, 쿨링팬에서 나오는 소음은 50dBA에서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Torx 쿨링팬 기반의 트윈 프로져 쿨러를 쓴 그래픽카드와 똑같이, 아이들이건 풀로드건 상관 없이 시종일관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지요. MSI가 그간 그래픽카드 쿨러 개발에서 쌓아 온 노하우가 CPU 쿨러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MSI 코어 프로져 L는 MSI가 처음으로 내놓은 CPU 쿨러입니다. MSI가 쿨러 전문 회사는 아니나, 그동안 그래픽카드 쿨러 개발에서 쌓아온 노하우는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MSI 그래픽카드의 트윈 프로져 쿨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MSI 코어 프로져 L 역시 낮 대형 히트싱크와 고효율 저소음 Torx 쿨링팬의 결합으로 낮은 소음과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쿨러입니다.
다만 높은 성능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쿨링팬 장착 시 메모리 슬롯 일부와 간섭이 생길 수 있고, 무게가 960g로 꽤 많이 나가다보니 이를 든든하게 고정하기 위해서 조립 절차가 다소 번거로운 편입니다. 이건 성능을 추구하기 위해 부피를 키운 타워형 쿨러라면 다들 피해갈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합니다만.
성능과 소음 외의 장점이라면 AMD AM4와 인텔의 각종 소켓을 비롯해 지원하는 플랫폼의 종류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교체형 상단 커버와 상단 게이밍 로고를 비추는 조명의 튜닝 효과를 빼놓을 수 없지요. MSI 트윈 프로져 쿨러의 고성능, 저소음, 튜닝 요소가 마음에 들었던 분이라면, MSI 코어 프로져 L 역시 만족하며 쓸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크...크고 멋지구리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