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스캔인가
책은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합니다. 죽간, 점토판, 양피지 시절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책은 상당한 짐덩어리입니다. 물론 그 책을 본다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한번 펼쳐보기라도 한다면 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보지 않는다면 심각한 짐입니다. 대학교 시절 사재기해두고 정작 보지 않은 전공 관련 서적이라면 훌륭한 짐이 됩니다. 또 그 짐을 버리기 아깝다며 비행기로 싣어 한국까지 들고와 10년을 더 묵혔다면 정말 엄청난 애물단지입니다. 그리고 이건 모두 제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장 볼 일은 절대로 없고, 나중에 할거 없을때 치매 방지용으로 뒤적거린다면 모를까 솔직히 없어도 그만인 책들입니다. 이런 책들이 한두권이면 모르겠는데 책장 3개 분량이 나오니 보통 짐이 아니네요. 하지만 한국에선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수집해서 들고 온 노고가 아까워서라도 순순히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짐은 줄이고 정보는 남기자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모조리 북스캔한 후 버리기로 했습니다.
개인이 소장한 책을 사적인 용도로 직접 스캔하는 건 합법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해주면 불법이고, 개인 소장/열람 외에 스캔한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판매하는 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새 스캔 업소는 장비만 빌려주는 식으로 돌아간다는데, 직접 가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스캔하는 책은 모두 중국책이니까 국내 저작권법하고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아요! 하여간 합법입니다.
북스캔을 하려면 작두와 스캐너가 필요합니다. 작두로 책을 잘라서 스캐너로 스캔합니다. 나중에 책을 남기고 싶다면 잘라낸 책을 다시 붙이는 제본 과정이 필요한데, 저는 어차피 책을 버리기 위해 스캔하는 것이니 이 과정은 생략합니다. 책을 다시 붙인다면 잘라낼 때 복잡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시 붙일 걸 염두에 두고 최소한으로 잘라내야 하는데, 너무 조금 자르면 종이끼리 붙어서 스캔이 안됩니다. 신경을 더 써야 하고 손이 더 갑니다. 하여간 전 이걸 안했으니까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생략.
작두
우선 책을 잘라낼 작두부터 봅시다. 그냥 작두라고 치면 소 여물 썰때 유용하게 생긴 것들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눈금이 없으니 자를 위치를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문서 재단기나 종이 재단기로 검색하면 사무실이나 사진관 한켠에서 봤을법한 물건들이 나오는데, 이것도 북스캔에는 쓸만한 게 못됩니다. 왜냐면 한번에 잘라낼 수 있는 양이 40페이지도 안 되는 물건들이 많거든요. 그 이상을 자르려고 시도했다간 고정되지 않은 책이 도마 위의 낙지 탕탕이마냥 요리조리 움직이고, 칼이 안까지 들어가 말아 자르다 만 책이 나오게 됩니다. 목이 잘리다 말아 두번 찍었다더라 같은 단두대 괴담을 떠올리면 될 듯.
따라서 책을 잘라낼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는 눈금과, 책이 움직이지 않도록 든든하게 지탱하는 고정 장치, 몇 백 페이지의 종이도 단번에 뎅겅뎅겅하고 잘라낼 강력한 칼날이 달린 작두가 있어야 하는데, 이 설명만 봐도 거 엄청 비싸겠구나 생각이 드실 겁니다. 실제로도 비쌉니다. 10만~15만 원 사이에서 팔리고 있어요. 스캐너만 좋은거 사면 될거라고 생각했던 분들은 여기서 한번 좌절할텐데, 절대로 겉만 그럴싸한 2만원짜리 작두로 타협하면 안됩니다. 그건 책 자르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에요. 결국엔 제대로 된 작두를 사게 될 겁니다.
작두를 찾아보면서 든 생각인데, 이런 물건을 취급하는 곳은 국내에 한곳밖에 없는 듯 합니다. 남양은 불매운동에 성공하고 삼성이나 대한항공은 불매가 안 되는 이유가 독과점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던데, 이건 그것보다 더 심각해요. 아무리 찾아봐도 현대오피스의 제품밖에 없더군요. 그렇다고 이 회사가 뭘 잘못했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사실상 독과점인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써봤습니다.
위 조건에 맞는 현대오피스의 책 재단용 작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YG-858과 HC-600. 저는 YG-858이 더 싸길래 그걸로 주문했더니 전화가 와서 '둘 다 똑같은 모델인데 이름만 바뀌었다'며 HC-600로 보내주더군요. 사실 모델명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크기가 중요하죠. 작두 크기는 A3와 A4로 나뉘는데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재단 작업을 좀 쉽게 하려면 작업 공간이 넓은게 좋지 않을까 싶어 A3로 샀더니만 엄청나게 거대한 물건이 왔습니다. 위아래로 A3겠거니 했넌데 가로세로 모두 A3에 맞추고, 여기에 재단기 자체에 여유 공간을 뒀더군요. 그냥 A4로 사고 남은 돈으로 치킨이나먹을걸 그랬어요. 애시당초 스캐너가 A4짜리라 A3 재단기가 전혀 필요없었기도 했고.
제품명 | 현대오피스 HC-600 (A3) |
재단 규격 | A3 |
재단 방식 | 수동, 작두식 재단 |
최대 재단 폭 | 가로/세로 430mm |
최대 재단 수 | 400장 |
제품 크기 | 665x542x340mm |
제품 무게 | 18.5kg |
참고 |
원고 고정 장치 칼날/재단목 교체 가능 도구 박스 안전 핀/안전 커버 |
가격 | 162,170원(2018년 4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택배 아저씨가 두고 간 박스를 봤을 때 든 생각: 망했구나. 큽니다. 너무 큽니다. 책을 줄이겠다고 재단기를 산건데, 제가 스캔하려는 책을 쌓아두면 재단기 박스 크기랑 어째 별 차이가 안 날것 같아요. 짐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지경. 어지간하면 두고두고 갖고 있으면서 활용하려 했지만 이건 바로 처분해야 할 듯.
박스 개봉. 재단 기자체도 크지만 스티로폼 포장재의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사용 설명서도 두개 들어 있네요.
따로 떨어진 손잡이를 끼우면 대충 사용할 준비가 끝납니다.
재단기가 큰 이유는 작업 공간이 넓기 때문. 가로세로 430mm까지 올려두고 작업할 수 있다는데 실제 눈금은 440mm. 여기에 테두리까지 더하면 더 커집니다. 그래서 665x542mm.
설명서는 무려 컬러입니다.
작업대 위에는 플라스틱 가이드가 있습니다. 이걸 움직이고 고정해 책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그 안에는 조립에 필요한 도구가 있네요. 책을 눌러주는 지지대를 조립하고 손잡이를 끼우는 게 조립 과정의 전부입니다.
칼날 손잡이를 위로 올리고, 재단하려는 책의 크기에 맞춰 플라스틱 가이드를 고정합니다. 저 재단기는 위아래가 일직선이 아니라 약간 삐뚤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줄을 맞춰서 고정해야 합니다. 어차피 자르다보면 책이 좀 밀리는 감이 있지만요.
반대편에서. 빨간색 위에 칼날이 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손잡이를 돌려 책을 잡아줍니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책을 사정없이 단단히 조여줘야 재단 과정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르고 난 후에 이걸 풀어내기가 좀 귀찮은데, 그래도 꼭 조여야 합니다.
저가형 재단기는 칼날도 칼날이지만 이런 고정 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책이 조금만 두꺼워도 종이가 이리저리 움직여버립니다.
손잡이를 누르명 뎅겅 하고 책 뒷부분이 잘려 나옵니다. 저가형 재단기는 손잡이에 작두날이 달려 있으나, 이건 손잡이와 칼날이 따로 분리돼 있습니다. 손잡이를 누르면 안에 숨겨진 칼이 책을 자릅니다.
칼날이 책을 파고들면서 칼날을 가장 먼져 맞이하는 책 위쪽은 아래로 말려들고, 받침대에 붙어있는 쪽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습니다. 아무리 꽉 조여도 완벽히 균일하게 자르기란 쉽지 않더군요. 그래봤자 몇 mm 차이긴 한데.
위험한 물건이다보니 손이 잘 닿지 않도록 보호 커버가 있습니다만, 잘려나온 종이 조각을 치우려면 이 커버를 먼저 빼야합니다.
재단된 책.
작두의 재단 과정 영상입니다. 실제로는 서걱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동영상에선 그리 크게 녹음되진 않았네요.
최대 400장까지 한번에 자를 수 있다고 하지만 저는 500장이 넘는, 페이지로 1039쪽짜리 책도 한번에 잘라 봤습니다. 이 경우에는 힘을 꽤 줘야 합니다. 그래도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몇권 자르고 나니 날이 좀 무뎌진거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날만 따로 구입해서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스캐너
스캐너 자체는 참 쌉니다. 스캐너 자체는 따로 살 일이 없을 정도지요. 복합기를 사면 스캐너가 딸려오니까요. 하지만 그런 평판 스캐너로 북스캔을 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스캔 한장 하고 뒤집어 다시 스캔 하고 종이 빼서 다른 거 넣어 스캔하고. 이게 무슨 비효율적인 작업인가요. 마음의 수련이나 정신의 안정을 찾고 싶었는데 삼보일배는 무릎과 허리에 안 좋다니 손만 움직여서 수행하고 싶다면 평판 스캐너로 북스캔 하세요. 그게 아니라 제대로 된 북스캔용 스캐너를 사야 합니다.
그럼 무엇이 북스캔용 스캐너냐. 다나와에서 '양면 스캐너'를 고르면 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제품들은 센서가 위아래로 달려 있어, 종이 앞뒷면을 한번에 스캔합니다. 대단하죠? 그리고 자동 급지 장치가 있어 일일이 종이를 하나씩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놀랍죠? 더불어 기본 가격대가 30만원으로 훌쩍 뛰어 오릅니다. 이건 안 반갑죠?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자동 급지 장치인 ADF의 용량을 봐야 합니다. 덜 귀찮자고 북스캔용 스캐너를 보는건데, 급지 장치의 용량이 작아서 한번에 10장, 20장씩만 들어간다면 역시 효율이 떨어지겠지요.
북스캔 스캐너에선 Fujitsu ScanSnap iX500이나 Epson WorkForce DS-570W가 잘 팔리는 듯 합니다만, 제가 산 모델은 HP 스캔젯 프로 2000 s1입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진 않습니다. 새거 사긴 싫었던 차에 중고 장터에 하필 이게 떳거든요. 신품 가격은 30만원이 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북스캔 스캐너 치고는 싼겁니다. 물론 저렴함에는 이유가 있지요. 스캔 속도나 작업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최고 해상도도 600dpi며 이중 급지 감지 기능이 없어 결과물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네트워크 같은 부가 기능도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30권 넘게 이걸로 스캔했으니 아주 몹쓸 물건은 아닙니다.
제품명 |
HP 스캔젯 프로 2000 s1 |
컬러 스캔 | 지원 |
스캔 기술 | CMOS CIS(접촉식 이미지 센서) |
스캔 유형 | 낱장 공급 방식(시트 피드) |
스캔 속도 |
단면: 최고 24ppm 양면: 최고 48ppm |
작업 속도 |
컬러 스캔 후 저장: 10x15cm, 200dpi, 24비트, tiff, 6.9초 OCR RTF 파일 저장: A4, 300dpi, 24비트, 9.13초 컬러 스캔 후 이메일 전송: 10x15cm, 150dpi, 24비트, 10.65초 스캔 후 PDF로 이메일 전송: A4, 300dpi, 24비트, 12.98초 |
해상도 | 75/150/200/240/300/400/500/600dpi |
저장 파일 포맷 | PDF, JPEG, PNG, BMP, TXT, RTF, PDF |
스캔 기능 | 자동 컬러 감지, 자동 크롭, 자동 노출, 자동 오리엔트, OCR, 가장자리 제거, 배경색 제외, 구멍 제거, 지정 색상 제거, 이미지 펴기, 스캔해서 클라우드/이메일로 보내기, PDF 보안 |
스캔 크기 | A4, 최대 216x300mm까지 |
ADF 용량 | 자동 급지 장치에 50장(제록스 4024 75g/m2 용지 기준) |
권장 스캔 수 | 하루 2천장 |
인터페이스 | USB 2.0 |
내장 메모리 | 64MB |
프로세서 클럭 | 120MHz |
조작 버튼 | 스캔 버튼, 전원 버튼, 에러 표시 LED |
Twain 버전 | 2.1 |
요구 스펙 | 윈도우 7 32비트 이상, 2GB 스토리지, USB 포트 |
스캐너 크기 | 310x172.9x152.1mm |
무게 | 2.6kg |
전원 | 어댑터 사용. 대기 3.6W/절전 1.0W/꺼짐 0.1W |
가격 | 319,000원(2018년 4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스캐너입니다. 작습니다. 보급형 A4 프린터보다도 더 작아 보입니다. 별로 무겁지도 않습니다. 스캐너도 소모품이라 안 쓰면 바로 처분하는 게 맞지만, 이 정도면 방 한켠에 모셔두는게 그리 부담되진 않습니다.
인터페이스는 단촐합니다. 전원과 USB 2.0. 스캔-처리-저장 속도가 느린 건 USB 3.0이 아닌 2.0이라 그런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전원 어댑터. 대기 모드 3.6W라 써져있고 실제 소비 전력은 안 나와 있는데, 스캔할 때 전력 사용량을 측정해 보니 최대 9.5W가 나왔습니다. 전기를 많이 먹는 물건은 아니죠.
위아래의 커버를 열어야 진짜 정체가 드러납니다. 위쪽은 급지대, 아래는 스캔이 끝난 종이가 쌓입니다. 버튼은 전원과 에러 해결 확인의 2가지.
용지 급지대에 종이를 놓는 규칙이 몇가지 있습니다. 클립이나 스테이플러, 핀은 금물. 접히거나 구겨진 종이는 펼 것. 이건 상식이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첫 페이지가 가장 밑으로 가도록, 종이 윗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뒤집어서 놓아야 합니다. 아무리 봐도 상식과는 어긋나지만, 스캐너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몇번 실패해보면 적응합니다.
급지대에 종이를 넣고 양 옆의 가이드를 종이에 딱 닿도록 밀어서 종이를 잡아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종이가 삐뚤게 들어가거나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우측 상단의 레버를 제끼면 스캐너를 열 수 있습니다. 판매자분이 여기를 보여주면서 '롤러 표면이 거친걸 보면 알겠지만 별로 안썼다'고 하시더군요. 위에서 스캐너가 소모품이라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두로 잘라낸 종이'를 다루다보면 스캐너 안쪽에 먼지가 쌓입니다. 센서 표면에 달라붙으면 먼지가 함께 스캔되고, 롤러에 붙으면 종이를 불러오는 데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깔끔하게 청소하며 쓰는 걸 권장합니다.
HP는 전용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다른 건 안 써봤어요. 이것만으로도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서요. 메뉴는 여럿 있지만 여기에선 문서 또는 사진 스캔만 해봤습니다.
스캔 메뉴는 두개가 있습니다. PDF로 저장, JPEG로 저장이 끝입니다. 그거 말고도 다른 게 더 있다구요? 이걸로 스캔해서 이메일로 바로 보낼 일이 얼마나 있다고 그걸 따로 메뉴로 떼놨는지 의문이며, OCR은 그냥 장식일 따름입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쓰는 기능은 PDF와 JPEG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말이죠.
《本草i훨효》.“巴효흉~a I꾀雄益之性,有析용'f fl之功,속Jfu.末흥, ~、~”뾰固者, ~有빼 功,老-~흥행之人,용훗꿇之,補不歲鍾。 巴효、大黃,同71攻下.t. 3)1],但大黃性•, H빠病 多*% 者宜.t., E,효性熱,8뾰病多寒훌宜之。 故件景治↑꺼寒f좋里l판熱者, 多ro大黃。 末뀔治五~、屬 A뽀者,多用E효。”
OCR이 왜 장식인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OCR로 인식한 문서 한 문단을 가져와 봤습니다. 원본은 중국어지만 저게 중국어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겁니다. 다행이도 한글은 좀 낫습니다.
합계/TOTAL
회 사명/COMPANY NAME
대표자/MASTER
220-81-83676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37 강남파이낸스센터 34∼37층
사업자등록번호/BUSINESS NO.
호|사주소/ADDRESS
※ 이 영수증은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세법상 거래 적격증빔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 다
문의전화/ 국번없이) 1566-5701
HELP DESK/ gmarket@:orp.gmarket.c。.kr
집에 한글로 된 문서가 없어서 스캐너 영수증을 첨부했습니다. 원본에서 하나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붙였으니, 위 글의 오타는 제가 낸게 아니라 스캐너가 낸 겁니다. 원래 구매자가 이걸 지마켓에서 샀으며, 지마켓의 사무실 위치라던가 대략의 내용은 파악 가능하지만, 딱히 신뢰도가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
PDF로 저장도 쓸 일이 없습니다. 이 스캐너는 이중 급지 감지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스캔이 끝난 후에는, 여러 장의 종이가 붙어서 한번에 스캔되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합니다. JPEG라면 빠진 페이지를 확인하고 그것만 다시 스캔하면 되는데, PDF는 중간에 빠진 페이지를 매꾸려면 처음부터 다시 스캔해서 파일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메일 전송도 그렇고 PDF 저장도 그렇고 굳이 이 프로그램에서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선 그냥 빠르게 JPEG 파일만 만들어내고, 나중에 필요하면 이메일로 따로 보내거나 PDF로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상세 설정을 봅시다. 항목은 왜 고르는지 모르겠고, 페이지 면은 여러 설정이 있지만 제 눈에는 양면과 단면밖에 안 보입니다. 북스캔이니 양면 말고는 쓰는 게 없지만요. 입력 용지 크기는 나름 유용한데, 다양한 크기의 책을 스캔하다보니 그냥 크기 감지에서 바꾼 적이 없습니다. 페이지 방향은 간혹 특이한 비율의 책을 스캔할 때 조절하면 될 기능입니다.
이미지 설정입니다. 해상도는 최고 600ppi까지 올라갑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고, 대용량 스토리지의 가격은 점점 더 싸질 겁니다. 그리고 스캔은 한번 하면 끝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600ppi로 설정해서 스캔했습니다. 컬러 모드는 어지간하면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타협했습니다. 하얀색이 아닌 배경은 보기 불편하거든요. 그레이스케일 같은 컬러 모드를 쓴 적은 없네요. 아래 두개 메뉴는 안써봐서 몰라요.
빈 페이지 삭제, 내용 교정, 가장자리 지우기, 배경 정리, 구멍 제거. 모두 사용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기능이지만, 앞서 말한대로 이중 급지 감지 기능이 없다보니 어차피 한번씩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게다가 머신 러닝이 적용된 것도 아니고 다양한 조건의 책을 스캔해야 하는데 일괄적인 소프트웨어의 판단은 영 믿음이 가지 않아 이것들은 전부 쓰지 않았습니다.
저장 경로와 파일 형식, 이름을 정합니다. 경로는 필요한 곳에 정하면 되고, 스캔 작업을 연속해서 한다면 굳이 파일 탐색기 시작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파일 이름입니다. 반드시 날짜와 시간이 들어가도록 지정해야 파일이 중복되지 않고 관리하기가 편합니다.
스캔 작업이 진행되면 이렇게 이미지가 한장씩 들어옵니다. 급지대에 남은 용지가 없다면 스캔 작업이 끝납니다. 여기에서 회전이나 노출 보정 같은 간단한 후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저장을 누르면 스캔한 이미지를 한번에 몰아서 저장합니다.
스캔 중에는 CPU를 은근히 사용합니다만, 쿼드코어 CPU가 흔해빠진 시대인데 이건 별 문제가 되진 않겠죠.
위에서 600ppi로만 스캔했다고 했지요. 그 결과입니다. 주로 B5 크기의 책을 스캔했는데 우선 흑백입니다.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800x600 리사이즈. 스캔하는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이정도면 봐줄만 하지 않나요?
원래 공부 못하는 애들이 형형색색의 형광펜과 볼펜으로 색칠놀이를 열심히 하는데, 저도 그런 책들이 몇권 있습니다. 다행인 건 하도 땡땡이를 많이 쳐서 깨끗한 책이 더 많다는 것이죠! 형광펜은 스캔의 주적이니 이런 페이지는 컬러로 스캔해야 합니다.
가끔가다 안하던 필기라도 했다면 더 문제가 커집니다. 파란색 만년필로 써서 그런가 스캔 인식이 안되더라구요. 저기에 다음번 희생자의 이름이라도 적었다면 모르겠는데, 어차피 책에 다 나오는 내용이니 이런건 그냥 무시.
이번엔 컬러 페이지의 결과를 보시죠.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리사이즈.
모니터에 놓고 비교해 봤습니다. 실제 책보다 좀 화사한것 같지만, 조금의 색 틀어짐이 신경쓰일 정도로 원본이 중요했다면 애시당초 북스캔을 안하겠지요.
그럼 스캔 속도는 어떤가. 우선 흑백/양면/100dpi일 경우입니다. 이 정도면 꽤 빠르지 않나요? 100dpi라고 해도 문서 파일을 보는데엔 지장이 없습니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귀찮고, 별로 고품질이 필요 없다면 이것도 무방합니다. 소음은 좀 있지만 시끄러운건 프린터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한번 스캔하고 버릴 책이니 화질은 최고로 뽑아보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600ppi. 이 경우엔 컬러고 흑백이고, 단면이고 양면이고를 가릴 것 없이 꽤나 느려집니다만, 그래도 못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스캐너로 진행 중인 모든 작업이 다 600ppi입니다.
스캐너 자체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이걸 처리해서 저장하는 속도도 중요합니다. 이건 별로 빠르지 않습니다. USB 2.0이 아닌 USB 3.0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인터페이스만 높인다고 끝이 아니고 프로세서나 버퍼 메모리까지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해야 되겠지요. 그래서 이 스캐너가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스캔이 끝난 후 저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급지대엔 50장씩 들어가나 그걸 꽉 채우면 왠지 더 잘 걸릴것 같더군요. 그래서 50장이 아닌 50쪽, 25장씩 넣어 스캔했습니다. 50씩 떨어지니 페이지 수를 확인하기도 편하더군요. 스캔해서 추가된 파일 끝의 숫자가 46이나 48로 끝나면 이건 100% 종이가 붙었다는 소리니까요.
그렇게 스캔한 50페이지를 저장하는데 1분 30초가 걸립니다. 파일 하나의 용량은 600ppi 컬러가 보통 3.5MB에서 최대 6MB 정도. 흑백도 표지처럼 그림이 들어가면 5MB에 육박하며 글자만 있는 일반 페이지는 1.5~2MB 정도 됩니다. 빠른 속도는 아닌데 스캔 돌리면서 다른 일을 하면 되니까 저는 불만이 없습니다.
실제 스캔 과정에선 작두로 책을 잘라 50페이지씩 스캐너에 넣어 작업을 돌리면서 다른 일을 하고, 중간 중간에 종이가 걸리거나 겹치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종이가 걸리는 일은 많지 않지만 한번 걸리거나 씹히면 그 페이지는 낱장씩 작업해야 합니다. 종이가 얇고 품질도 떨어지는 책이 많다보니 두어장씩 붙어서 들어가는 경우는 종종 생기더군요. 특히 스캔 초반부에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중/후반에서는 전혀 붙지 않아요.
스캔된 파일의 저장이 끝나면 한번 죽 훝어봅니다. 좀 귀찮긴 하지만 어려운 건 아닙니다. 마우스 휠을 주룩 넘기면서 페이지 숫자와 이미지 파일의 윤곽만 보면 되니까요. 그러면서 어느 페이지가 빠진 게 있는지, 혹시 접힌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간혹 종이가 붙거나 접힌 부분이 나오면 그 페이지만 따로 떼서 다시 스캔하고, 저장된 파일 이름을 살짝 수정해 제대로 스캔한 페이지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북스캔이 편하다고는 해도 어쨌건 사람 손이 가지 않을 수는 없네요.
지금까지 스캔한 분량이 10000페이지가 넘는데, 타협 없이 600ppi를 고수하다보니 용량으론 18.4GB가 됐네요. 사실 10000페이지라 해도 그리 많은건 아닙니다. 하루 권장 스캔량이 2000페이지니까요. 화질에선 별 불만이 없지만 이보다 더 비싼 스캐너, 특히 이중 급지 감지 기능이 달린 제품을 샀으면 작업 속도가 좀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은 드네요.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는 좀 줄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50만원짜리 스캐너를 제 값 다 주고 사진 않았을테니 그런대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