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하이팩 의자)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CRT 모니터가 있었고. 그걸 받칠 수 있을 만한 두꺼운 책상에 본체보관함, 키보드보관서랍, 마우스보관서랍 등을 다 넣어놓고 아래에는 프린터가 놓여져 있었고. 나무판때기에 쿠션 조금 붙여놓은 만원 안되는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든 게임을 했더랬죠. 그 때는 그런 환경이 당연했고. 허리건강 등은 아직 국내에서 시기상조이던 시기였습니다. 잘해야 듀오백 정도나 알려져 있었고. 그것도 비싸서 잘 안썼죠.
(사진 : 2005년 당시 듀오백 의자)
10년이 훌쩍 넘고 20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허리가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신경이 쓰입니다. 장시간 앉아있으면 어쩌나. 오래 게임하거나 오래 작업할때 어쩌나. 이런 사람들이 많은지 수많은 의자 브랜드들과 수많은 신상품 의자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허먼밀러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사진 : 허먼 밀러 에어론)
허먼 밀러의 에어론은 허리건강 하면 가장 처음 나오는 의자입니다. 중고 경차 값보다 비싸지만 허리수술 비용을 절약해주는 마법의 의자라고 말이죠. 환율이 싸던 시기에는 실리콘밸리 폐업물품을 국내에 수입했었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었습니다.(그렇게 하면 신품가의 도선료 포함 60%가 나온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는 에어론 말고 엠바디라는 의자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론 디자이너 중 한명이 참여해서 허리 따라서 움직이는 의자라고. 이때만 해도 그래도 허먼 밀러는 업무용이나 가구 의자 브랜드이지 일반 PC 게이밍과는 거리가 멀었죠.
(사진 : 허먼 밀러 로지텍 엠바디 게이밍 체어)
원본 엠바디 의자가 2008년 경제위기 중에 나와 주목을 덜 받았듯. 2020년 코로나 한복판을 거치던 시기 허먼 밀러와 로지텍의 협업이 발표되었습니다. 역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일단 일반 엠바디보다 비싸고, QC 이슈가 있었습니다) 있던 와중 색을 통폐합하는 등 뭔가 계속 바꿔가면서 알음알음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5090 그래픽카드 값과 재고에 질린 냐아는 어짜피 게이밍은 체감이니 체감에 가장 마음에 들겠다는 주변기기를 알아본 결과 키보드도 굳이, 모니터도 OLED, 마우스도 굳이, 컴퓨터 내부는 손대기 싫어...... 바꿀게 의자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5090 사려고 모아놓은 돈을 의자에 박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돈은 CPU의 억까로 결국 DDR5로 이주하게 되었지만 이것은 다음 사용기에 등장할 이야기.
아무튼 그래서 2월 17일.
.....................스페이스로직에서는 설치를 따로 안해줍니다. 인노바드는 설치기사가 온다고 하던데.
그냥 조용히 박스를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박스 사이즈는 대충 가로 100, 세로 100, 높이 150 정도입니다.
와. 안에 박스가 하나 더 들어있네요~
하필 박스 중에서도 최고 단단한 2겹짜리 박스에다 단단한 미국제 종이 박스가 안에 꽉 맞물려 나오지 않아 밖의 박스를 분해했습니다.
박스가 너무 커서 프레임에 다 담기지 않습니다.
박스 한 면을 벗기니 "거의 다 왔어" 하고 박스가 응원해줍니다.

위로 올리니 이번엔 옆으로 열라고 합니다.
옆으로 여니 이젠 밑으로 내리라고 합니다. 하여튼 까다로워가지고. 내가 250만원짜리 의자 산게 맞는지. 정말 좋은 의자인지 감이 잘 오지 않게 됩니다.
딱 여기까지 열고 냄새를 맡으면 박스 냄새가 상당히 좋습니다. 무슨 오리건주의 나무로 만든 미제 박스 그런 느낌이 납니다. (겉박스는 냄새가 좋지 않음)
의자 비닐이 찢어져서 왔습니다. 누가 개봉했구만! (아마 수입사에서 물품 확인용으로 했을 겁니다?)
암튼 이렇게 조립되어 꺼내서 바로 앉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내부 도료 얼룩이 약간 있었는데. 이건 미국의 QC 문제로 제 수준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진리의 동성크리너로 지워졌는데... 음....
여기까지 오면 이제 이 의자는 대체 얼마나 개쩔길래 이따구로 해도 전세계에서 인기를 끄는가 오히려 기대가 되기 시작합니다.
내부 구성품을 마저 봅시다.
포스터.
끝.
.............. 로지텍도 그렇고 보통 게이밍업체스럽지 않은 매우 단촐한 추가구성품이었습니다. 심지어 사이즈도 A3밖에 안해요.
(소개서, 설명서 -> 인터넷 보라고 써놓은 종이 가 있긴 한데 그거 구성품 맞..나요? 기본이잖아 그건....)
본래는 조립하면서 기능설명을 하면 좋은데. 이 제품은 완제로 왔으니. 제품 스펙은 표로 정리하고. 기능은 공식 사이트 이미지로 설명을 대체합니다.
제품명 | Herman Miller x Logitech Embody Gaming Chair v3 |
재질 | 싱크 패브릭(폴리에스테르), 다이캐스트 알루미늄(그라파이트 도장), GFN 성형 우레탄폼, 나일론(바퀴), 폴리우레탄(바퀴), 구리가 포함된 멀티레이어 쿨링 폼 |
크기 |
너비 749mm, 깊이 381~457mm, 좌판 높이 432~559mm, 전체 높이 1016~1143mm. |
무게 | 25kg (약) |
색상 | 블랙, 시안(로지텍 G 색), 갤럭시(그린/하양), 애머시스트 (보라/하양) |
최대 보증 |
몸무게 136kg까지 24시간 사용 기준 12년 보증 |
바퀴 | 63.5mm 직경의 마루바닥 및 카페트 전용 휠 |
구성품 | 의자 본품, 포스터, 간단 설명서 및 소개서 |
포장 |
크기 97 x 71 x 46cm (라고는 적혀있는데 아닌거 같음) 무게 29kg |
참고 | https://prod.danawa.com/info/?pcode=11892613 |
가격 | 2,800,000원(2025년 3월 기준) |
.... 이 뻔뻔함 좀 보시죠.
보증은 12년입니다. 12년간 24시간 사용했을때 모든 부품의 일반적인 사용시 마모, 부서짐 등을 보증하며 부품 수리시 부품비는 무상입니다(기사 출장비는 나옴). 그리고 그 이후에도 유상수리가 가능합니다. 국내 수입사가 보증을 대신 해줍니다. (에어론의 사례에서)
보통 의자가 지원하는 높이 조절 기능은 따로 설명 안드려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틸트 텐션 조정 기능과
틸트 리미터 기능
암 높이 조절 기능 (각도 조절 기능은 없음)
암 위치 조절 기능
허리 뒤에 얼마나 닿는지 조절하는 기능. 엠바디는 디자인 특성상 요추 지지대가 없지만 이것 때문에 오히려 의자 앉은 상태에서 기지개 펴기가 더 편합니다.
이걸 Pixelated Support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시트가 여러개로 나뉘어있어서 제 2의 허리마냥 허리를 지지해줍니다. 약간 앞으로 쏠리게 앉게 되지만 게이밍 체어라 그런 거고. 무게를 싣는 만큼 뒤로 제껴지니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저 뒤에 달린 로지텍 태그는 나름 양각 인쇄라 촉감이 매우 좋습니다.
좌판 길이 조절 기능. 이거 정말 좋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자들이 무릎부분 남기고 앉게 되는데 이 의자는 꽉 채우진 않아도 좀 더 깊게 앉게 해줘서 편합니다.
이런 기능들이 있는 의자입니다.
그래서 여기까지가 2월 17일 배송오고나서 박스깐 뒤에 지쳐서 쓴 글이고요.
한달 사용해보고 글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고칠 내용이 있으면 보이겠지! 했지만 짬짬이 글을 쓰니 고치고 싶어도 들어내야 해서 못 고치겠네요.
그러면 한달 사용한 뒤의 최종 후기의 제목은 어떻게 시작하냐.
의자 왕. Herman Miller x Logitech G Embody Gaming Chair
돈값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의자를 사긴 했습니다. 헤드레스트도 없고 상당히 애매한 의자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쓰던 의자가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기 자신 외에 모든 의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을 이 의자는 해냅니다.
기존에 집에서 쓰던 의자는 IKEA Markus Black (가죽)으로 보통 체형이 큰 사람들에게 적합한 의자입니다. 저는 매우 체형에 잘 맞아서 잘 쓰고 있었고요. 쓰면서 불편함이야 있었지만 무시할만 하여 매우 만족스럽게 쓰고 있었죠.
기존에 사무실에서 쓰던 의자는 시디즈 T60이었고. 이것도 뭔가 애매하게 불편해도 그래도 꽤 좋은 의자인데.
주요하게 제가 생각하는 장점을 말해보자면.
+ 구리가 들어간 좌판 : 폼 재질 의자를 사실 그리워는 했습니다. 가죽 재질 의자가 오염물 처리에는 좋은데 땀이 계속 차고. 집에서도 차 의자 앉아있는 기분이라 약간 애매했거든요. 근데 가죽은 땀이 차면 금방금방 일어나서 식혀가며 앉으면 되지만 폼 의자는 땀 나는줄도 모르고 앉아있다가 나중에 축축해지고는 합니다. 이 의자는 (아직 한국의 여름을 겪진 못했지만) 매우 열 발산 능력이 뛰어납니다. 엉덩이가 개운해요.
+ 분절된 허리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 :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저 말 그대로입니다. 허리판이 여러개라. 허리에 일단 달라붙고요. 붙은 상태에서 기지개를 펴면 허리에 맞게 알아서 움직여줍니다. 요추 보조가 없다는게 안타깝긴 한데 없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좌판 길이 조정 : 다른 의자들에도 있는 의자들이 있지만 이건 좌판 재질 자체가 늘어나서 있어서 본래 그 의자였던 것 마냥 존재하게 됩니다. 이거를 고정해놓고 앉을 수도 있고. 저 같은 경우 음료수 등을 먹으면 일부러 좌판을 뒤로 땡겨놓습니다. 그러면 묻을 것도 안묻고요. 상황에 따라 조정해가면서 앉는것도 좋고. 좌판 자체가 깊게 빠지니 허벅지가 더 잘 고정되어 더 편하고요. 무릎에도 편합니다.
다만. 역시 주요하게 제가 생각하는 단점을 말해보자면.
- 역시 폼보다는 메쉬가 나은가? : 에어론은 메쉬라서 먼지같은게 쉽게 밑으로 떨어진단 말이죠. 이 제품은 먼지가 그대로 앉아있어 청소가 좀 더 자주 필요합니다. 발열도 메쉬가 어떻게든 더 낫기는 한데 일단 폼 중에서는 최고 발열성능이라 그건 논외로 하고요. 근데 그래도 에어론이 좀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 역시 너무 비싼가? : 250만원이라 의자를 편하게 앉지를 못하겠습니다. 이제 한달째 되니까 좀 막 다루고 있고 보증 몸무게 이하라서 신나게 굴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이 의자 제 차 중고가보다 비쌉니다. 이 의자 중고가가 제 차 중고가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 소음? : 저는 몸무게가 있어서 그런가 잘 나지 않습니다만. 저 말고 다른 구매자들은 등판 움직일때 끼익거리거나 따다닥 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 조절 기능이 인체공학적이지 않은데? : 기능 전체적으로는 정말로 인체공학이란 뭔가 보여주는 그 정수에 가깝다면 기능 조절하는 노브 위치에 팔과 손을 배치하는 과정이 인체공학적이지 않습니다. 그거 잠깐 움직인다고 담들거나 하지 않는다지만 담 들것 같은 각도로 어깨와 팔이 위치하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힘도 주고요. 이건 약간 안좋은 점입니다. 전동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만.
총합해서 생각해보자면.
한번 내 몸에 맞게 맞춰두면 편합니다. 집에서 일하는게 즐겁고 (일 자체가 부여받아지는 것은 즐겁지 않습니다만) 일하면서 피로도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게임하면서도 상당히 피로도가 덜해졌고요. 기적같은 의자다!! 라던가, 의료기구같다거나 하는 그런 의자는 아닙니다만 이 정도 가격이면 앵간한 중급 의료기기 가격이긴 하네요.
저같이 집에서 중급 이상의 작업 (그림,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앉아서 하는)과 게임을 병행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의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일 집중력 자체가 다릅니다. 컴퓨터가 어떻게든 업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에게 허먼밀러가 최고의 브랜드라면. 그 중에서도 게임을 같이 하는 복합 사용자라면 저는 제가 산 특정 모델인 허먼밀러 엠바디 게이밍 체어를 추천할 겁니다.
체감 정도는 처음에는 꽤 약했습니다만 쓰면서 계속 믿음이 가는 그런 의자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5090을 샀으면 이정도로 체감했을까요? 게임을 요즘 잘 못했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요 요즘에는.....
만약 제가 한달 전으로 돌아간다면 의자를 사겠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산다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저 당시로 돌아가서 똑같은 의자를 사겠냐고 물어보면 고민을 할 것입니다.
흰색살걸 그랬나 계속 후회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