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출장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음식점 위치를 알아두고, 온갖 상비약을 챙겨 넣고, 지루한 비행을 버티기 위해 MSI의 휴대용 게임기를 빌려서 온갖 게임을 넣어 갔지요.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게임은 손이 느려서 못하겠고, 아재답게 만만한 디아블로 2를 아주 재밌게 즐겼는데요. 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봤자 없데이트에 감사해야 할 이 오래된 게임에서 할 만한 캐릭터가 햄딘, 피슴딘, 2원소 소서, 트랩씬 같은 뻔한 것들 뿐이지 않나? 지금이야 재밌지만 나중에는 뻔한 캐릭터를 뻔한 게임에서 하면서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 텐데, 뭐 다른거 할만한 건 없을까? 그러다보니 눈에 자연스레 들어오는 게임이 바로 패스 오브 엑자일 2, 줄여서 POE 2였습니다.
POE는 디아블로 시리즈가 주춤하던 틈을 타고 핵 앤 슬래시 장르의 새로운 대체제로 떠오른 게임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를 단순히 흉내내는데 그치지 않고, 높은 자유도와 방대한 스킬 트리를 도입해 틀에 박힌 캐릭터가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 빌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여기에 꾸준한 업데이트와 지속적인 관리로 계속해서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고요. 얼마 전에는 조작감을 중시하고 더욱 확장된 시스템을 도입한 속편인 POE 2의 얼리 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아직 정식 버전이 아니라 얼리 액세스라는 딱지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장 이상의 판매와 더불어 최대 동시 접속자 57만 명을 찍는 등,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POE 2의 위엄으로 잘 알려진 방대한 스킬 트리
다만 얼리 액세스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얼리 액세스라 그런지 부족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조작의 중요성을 높이면서 저 같은 아저씨들은 하기가 힘들어졌다던가,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설치에 필요한 용량이 무려 100GB) 피곤해졌다던가, 게임 스타일이 약간 바뀌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던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게임을 어느 정도 해봐야 겪을 수 있는 것들이고요. 게임 시작과 동시에 느끼는 단점이라면 표기 스펙에 비해 실제 요구 스펙이 은근히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POE 2의 시스템 요구 스펙은 최소 4코어 2.8GHz 프로세서에 8GB 메모리, 지포스 GTX 960이나 라데온 RX 470이고요. 권장 스펙은 8코어 3.6GHz 프로세서에 16GB 메모리, 지포스 RTX 2060이나 라데온 RX 5600 XT 그래픽카드입니다. 설치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고 빠른 로딩 속도를 위해 SSD를 쓰긴 권장하지만, CPU와 GPU만 놓고 보면 현 시점에서 절대로 높은 스펙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사양 게임의 대표 주자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 정도 급의 시스템에서 평균 100fps 이상을 어렵지 않게 뽑아내는데 비해, POE 2는 권장 사양만 맞추면 될 거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했다가는 성능이 상상 이상으로 안 나오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 보면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POE 2의 캐릭터 선택 창
POE 2에서 높은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카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옵션을 최고로 설정하고 4K 급의 높은 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길 원한다면, 그리고 화려해진 액션을 감당해 낼 수 있는 고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를 제대로 활용하길 원한다면 권장 사양에 써둔 몇 세대 전의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 가지고선 어림도 없고요. 최신 버전의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와 그 성능을 제대로 뽑아낼 고성능 CPU가 필요합니다. 제가 '게임이라면 당연히 풀옵이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게임을 실행했다가 프레임이 60 언저리에서 맴돌길래 수직 동기화를 켜두거나 최대 프레임 제한이라도 걸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요구 스펙이 높은 거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요새 경제가 역대급으로 어렵고 나라가 안밖으로 뒤숭숭한데 게임 하나 하라고 비싼 시스템을 꼭 사야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고요.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에서 제공하는 초해상 기능인 FSR이나 프레임 생성 기능인 AFMF2를 잘 활용한다면, 굳이 하이엔드 그래픽카드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높은 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CPU의 경우 최소 스펙이 4코어 2.8GHz니까 가성비가 뛰어난 6코어 보급형 프로세서로도 어느 정도의 그래픽카드는 감당할 수 있고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쓴다면 권장 스펙에 맞춰서 8코어 프로세서를 쓰는 게 안전한 선택일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POE 2를 위한 추천 시스템을 3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테스트 환경
CPU와 GPU 외에 공통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MSI MPG X870E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16796772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https://gigglehd.com/gg/11407122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https://gigglehd.com/gg/13318499
DDR5-6000 32GB 듀얼채널
운영체제: PCIe M.2 SSD, 게임 저장: SATA 6Gbps SSD
윈도우 11 23H2
게임 그래픽 설정
FSR은 게임 그래픽 옵션의 업스케일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업스케일 조건은 그 아래의 화질에서 고르면 됩니다. 게임 성능에 영향을 주는 수직 동기화와 동적 해상도는 껐습니다.
세부 설정은 전부 가장 높은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POE 2에서 AFMF2 설정법
AFMF2 사용법이 뭐 별거인가, 그냥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에서 버전 2로 업그레이드된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2를 켜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텐데요. 제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이상하게 프레임이 안 올라서 고생했습니다. POE 2를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카카오 게임의 실행 방식이 특이해서 그런가봐요.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게임 목록에서 우측 상단의 게임 추가를 누르고
게임 설치 경로에서 PathOfExile_KG.exe를 선택하면
이렇게 아드레날린 소프트웨어에 POE 2의 실행 파일이 추가되는데요.
그 설정에 들어가서 AFMF2를 켜면 됩니다.
라이젠 5 7500F + 라데온 RX 7600
현재 판매중인 AMD AM5 플랫폼 CPU 중에서 가장 저렴한 라이젠 5 7500F와, AMD 라데온 RX 7000 시리즈에서 가장 저렴한 라데온 RX 7600의 조합입니다. 풀HD 해상도 기준으로 평균 60fps이 채 나오지 않지만, FSR을 켜면 92fps까지 올라가기에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더 높은 프레임을 원한다면 AFMF2 기능을 켜면 됩니다. 이러면 평균 프레임이 155fps에 도달해 144Hz가 넘는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에서도 충분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습니다. 해상도를 한 단계 올려서 2560x1440이 되면 기본 설정으로는 다소 부족하나, FSR을 켜면 평균 60fps가 나오기에 게임 플레이엔 지장이 없으며 AFMF2 프레임 생성까지 쓴다면 110fps의 넉넉한 프레임으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라이젠 5 9600X + 라데온 RX 7700 XT
좀 더 욕심을 낸다면 CPU와 GPU를 모두 한 단계씩 올려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CPU는 AMD의 최신 아키텍처를 도입한 라이젠 5 9600X, GPU는 스트림 프로세서는 물론이고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모두 확장한 라데온 RX 7700 XT가 있습니다. 이 조합에서 POE 2는 아무런 성능 최적화 기능을 쓰지 않아도 풀 HD 해상도에서 78fps의 평균 프레임을 보여주며, FSR을 켜면 126fps, AFMF2까지 더한다면 190fps을 달성합니다. 해상도를 한 단계 높일 경우 기본 설정에서는 50fps로 다소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FSR을 더하면 93fps, AFMF는 167fps까지 올라가기에 고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에 필요한 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라데온 RX 7700 XT에서는 AFMF2까지 쓸 경우 4K 해상도에서도 94fps의 높은 프레임을 보여줍니다.
라이젠 7 9700X + 라데온 RX 7900 GRE
4K의 높은 해상도나 240Hz를 넘어가는 매우 높은 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를 써야 겠다면 라이젠 7 9700X와 라데온 RX 7900 GRE 조합으로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 정도 조합은 되야 아무런 성능 최적화 기술 없이도 풀 HD 해상도에서 100fps 이상은 뽑아내고요. FSR을 쓴다면 163fps, AFMF2를 켠다면 300fps에 가까운 평균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2560x1440 해상도에서도 기본 설정으로 68fps니 게임 플레이에 충분한 성능을 제공하며, AFMF2를 활성화하면 220fps의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4K 해상도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제공합니다. 기본 설정에서 60fps 이상, AFMF2를 쓰면 128fps이니 4K의 고해상도에 높은 주사율을 지닌 게이밍 모니터도 욕심 내볼법한 성능입니다.
더 높은 프레임을 위한 FSR과 AFMF2
패스 오브 엑자일 2를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선 은근히 높은 그래픽카드와 이를 뒷받침할 CPU가 필요합니다. 평범한 모니터라면 타협해서 쓸 수 있겠으나 고해상도와 고주사율의 게이밍 모니터에서 게임을 하고 싶다면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FSR이나 AFMF2 같은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성능 향상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체감 성능은 극대화하는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