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고 강력한 USB 메모리를 찾겠다고 온갖 곳을 들쑤시다가 건들여서는 안될 끔찍한 심연을 마주했었습니다.
어딘지 모를 정체불명의 회사가 만든, 한 때 전설이었던 회사의 인두겁을 뒤집어 쓴 그 메모리 스틱형 휴대용 SSD...
DRAM-Less + SATA + USB 라는 끔찍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그 입에 담을 수 없는 괴-저장장치는 데이터 이동은 커녕 윈도우 설치용으로도 굴려먹기 어려워보이는 처참한 성능을 보여줬고 저는 그 그윽하고도 진한 똥맛을 견디지 못한 채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었죠...
날아가 버린 정신줄을 다시 붙잡은 후, 저는 그 물건을 어디에 쓸 지에 대한 생각 따윈 깔끔하게 접어버렸습니다. 서랍장 구석에 던져버리고 말 그대로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죠. 작고 강력한 USB 메모리를 찾고 말겠다는 집념도 함께 말입니다.
뜻하지 않은 만남
근데 그 회사의 물건이... 그것도 512GB 제품이... 단 돈 약 3만원에...?
SONIZOON PSSD USB 3.1 512GB
그래서 샀습니다.
포장부터가 심상치 않은 제품이더군요. 공산품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제품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인쇄되고 우리 제품이 이렇게 쩐다고 주장하는 박스 따위 대신 자석식 케이스와 스펀지 틀에 잘 끼워넣고 제습제까지 넣어준, 제대로 된 공산품은 아닌 거 같은데 뭔가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포장을 한 제품이었습니다.
내용물은 보면 아시겠지만
자석식 케이스
USB 메모리 본체
USB 3.2 Type-A to Type-C 젠더
스트랩 (이제는 뭐라고 부르는 지 기억도 잘 안나네요)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친구는 Type-A 단자와 Type-C 단자가 둘 다 달린 USB 메모리입니다.
근데 그렇다면 이 USB Type-A to Type-C 젠더는 대체 왜 넣어준 걸까요?
이렇게 exFAT으로 잘 포맷된 "SONIZOON" 로컬 디스크가 반겨주게 됩니다.
이건 SMI Flash ID ATA 프로그램으로 낸드 정보를 읽은 건데 Sandisk 15nm MLC 낸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정말로 썼는 지 안 썼는지는 직접 까서 내장을 들여다 봐야 알겠지만 그건 다른 용자 분들이 해주길 바라며 여기서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벤치마크
(USB Type-C 연결)
(USB Type-A 연결)
자 진실의 시간이 밝았습니다. 벤치마크는 간단하게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진행해봤는데요.
벤치마크 수치는 그냥 전형적인 SATA SSD 컨트롤러 기반 USB 메모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USB Type-C 연결, Type-A 연결은 생략)
그래서 한번 가볍게 잡아돌려봤는데 제 기대를 아득히 넘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 아름다운 그래프가 보이시나요? 100%부터 0%까지 완벽하게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대 속도 497MiB/s 평균 속도 458MiB/s 라는 감동의 도가니가 밀려오는 이 아름다운 속도...
이건... 이건 진짜입니다.
샌디스크 CZ880 같은 근본 중의 근본에 속하는 USB 메모리조차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전달이라는 USB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TLC 낸드를 쳐박으며 신나게 원가절감을 갈기고 있는 이 혼란한 시국에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지속 쓰기 성능을 보장해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전달을 보장하는 SONIZOON의 USB 메모리는 그야말로 대륙의 기상이요, 높은 산봉우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뭐 몰래 저장할것도 없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