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 데스크탑 프로세서는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제품입니다. 단순히 인텔의 새 CPU라서 기대를 모았다는 게 아니라, 기대를 도저히 안 할수가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유서 깊은 코어 i 시리즈 브랜드를 떼버리고 인텔 데스크탑 프로세서 최초로 코어 울트래 브랜드를 도입하고, 펜티엄 4에 처음 탑재되어 멀티스레딩이라는 개념을 컨슈머 시장에 각인시켰던 위대한 기능인 하이퍼스레딩의 포기, 그 대신 시대의 흐름에 맞춰 AI 처리를 위한 NPU를 추가, 인텔 데스크탑 프로세서 최초로 타일 기반 설계 도입, 인텔 공장은 그저 베이스 타일이나 거들었을 뿐 대부분의 타일을 TSMC의 손을 빌려서 만든 제조 과정, 팻 겔싱어 CEO 취임 이후로 본격적으로 내놓은 새로운 프로세서, 안정성 문제로 논란이 됐던 13, 14세대 프로세서의 대체할 새로운 게이밍 프로세서 등등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써도 이 정도인데 기대를 안 할수가 있겠나요?
그러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출시 전부터 흘러나오는 소문은 그닥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소문이야 근거가 없는 것이니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죠. 중요한 건 소문이 아니라 출시 후에 보여주는 성능이잖아요. 그런데 정식 발표 때 공개한 슬라이드에서도 인텔의 설명은 영 미적지근하더라고요. 명색이 고성능 데스크탑 프로세서인 K 시리즈인데, 여러 분야에 걸쳐서 압도적인 성능 발전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덜 먹는데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요. 저전력, 물론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높은 성능이 동반되어야 빛이 나는 것인테, 그저 저전력 이야기만 늘어 놓으니 찝찝할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그 찝찝함은 현실이 됐습니다. 샘플을 입수해서 테스트를 돌려본 다수의 업계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다들 하나같이 새 CPU를 빨리 써봤다는 자랑을 늘어 놓는 게 아니라 한숨만 쉬고 있었거든요. '망했어요' '14900K한테 져요' 등의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그래도 명색이 신제품인데 일부 테스트에서 좀 뒤쳐지는 거겠지, 엄살이 너무 심하다 싶었지만, 직접 써 보니 그게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테스트 시스템
테스트를 처음부터 새로 할 시간도 없고, 코어 i9-14900K는 당장 갖고 있지도 않아서 라이젠 9000X 시리즈 발표 때의 테스트를 재사용했습니다. https://gigglehd.com/gg/16303691 일부 게임 테스트에서 코어 i9-14900K 항목이 비어있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게임은 새로 추가했는데 테스트할 CPU가 없어서입니다.
라이젠 9 9950X
AMD AM5: PBO 활성화와 EXPO 프로파일 설정 외에, 다른 설정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애즈락 X670E 타이치(PI 1.0.0.0.a 패치 A 마이크로코드 적용된 버전 3.06.AS01 사용)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https://gigglehd.com/gg/11407122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https://gigglehd.com/gg/13318499
코어 i9-14900K
인텔 LGA 1700: 바이오스에서 인텔의 기본 설정 값인 PL1 125W, PL2 253W로 설정했습니다.
MSI MPG Z790 엣지 TI 맥스 WIFI https://gigglehd.com/gg/15363310
MSI MPG 코어리퀴드 K360 https://gigglehd.com/gg/9865449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 https://gigglehd.com/gg/13458212
여기에서 코어 i9-14900K는 테스트를 새로 한 것이 없으니 테스트 조건이 그대로, 라이젠 9 9950X는 코어 울트라 9 285K의 저조한 게임 성능 때문에 그래픽카드에 문제가 있는건가 확인하기 위해 MSI MSI MPG X670E 카본 WiFi에 최신 버전의 바이오스와 드라이버를 설치해서 다시 테스트한 항목이 일부 있습니다.
코어 울트라 9 285K
인텔 LGA 1851: 바이오스에서 인텔의 기본 전력 프로파일을 골랐습니다. 샘플이라서 전력 제한 설정이 안 풀리네요.
MSI MEG Z890 UNIFY-X https://gigglehd.com/gg/16609544
MSI MPG 코어리퀴드 E360 https://gigglehd.com/gg/15620037
MSI MPG A850G PCIE https://gigglehd.com/gg/13839547
공통 스펙
DDR5-6000 32GB 듀얼채널
MSI 지포스 RTX 4080 슈퍼 게이밍 X 슬림, 지포스 565.90 드라이버
운영체제: PCIe M.2 SSD, 게임 저장: SATA 6Gbps SSD
윈도우 11 24H2(2024년 8월 첫째 주 기준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작업 성능: 성능 향상보다는 저전력
코어 울트라 9 285K의 연산 성능은 분명히 올랐습니다. 이전 세대의 플래그쉽 프로세서인 코어 i9-14900K와 비교하면 모든 부분에서 다 올랐다고 칭찬해 줄 수준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대체로 오른 편이긴 합니다. 그래도 하이퍼스레딩을 빼는 과감한 시도에 더불어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줄였는데도 멀티스레드에서 코어 i9-14900K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는 건 분명한 성과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코어 i9-14900K보다는 라이젠 9 9950X의 성능에 맞추겠다고 노력한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특히 시네벤치 멀티 스레드 결과가 그렇습니다. 다만 라이젠 9 9950X를 분명하게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조금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항목이 있고, 전력 사용량이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라이젠이 여전히 앞서는 분야도 꽤 있거든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전 세대보다 분명히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차세대 프로세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말이죠.
CPU-Z 17.01 싱글
CPU-Z 17.01 멀티
CPU-Z 19.01 싱글
CPU-Z 19.01 멀티
CPU-Z AVX2 싱글
CPU-Z AVX2 멀티
CPU-Z AVX-512 싱글(인텔은 지원 안 함)
CPU-Z AVX-512 멀티(인텔은 지원 안 함)
시네벤치 2024 싱글
시네벤치 2024 멀티
시네벤치 R23 싱글
시네벤치 R23 멀티
7Zip 압축
7Zip 압축 풀기
7Zip 전체
코로나 10
핸드브레이크: Super HQ 1080p30 서라운드
핸드브레이크: Super HQ 2160p60 4K HEVC 서라운드
X.264 1080p 인코딩
블렌더: 몬스터
블렌더: 정크샵
블렌더: 클래스룸
Vray 5
y-cruncher 5억 자리: 싱글(낮을수록 좋음)
y-cruncher 5억 자리: 멀티(낮을수록 좋음)
3D마크 CPU 프로파일: 최대
3D마크 CPU 프로파일: 16
3D마크 CPU 프로파일: 8
3D마크 CPU 프로파일: 1
온도: 아이들
온도: 시네벤치 2024 싱글
온도: 시네벤치 2024 멀티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시네벤치 2024 싱글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시네벤치 2024 멀티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성능: 인텔은 게임 시장을 포기했나
게임 성능은 도대체 왜 이럴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라이젠 9000 시리즈나 아직까지도 게이밍 CPU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라이젠 7 7800X3D를 갖고 와서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텔의 이전 세대인 코어 i9-14900K만도 못한 성능을 보여주는 게임들이 눈에 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여기서 말하는 '많이'는 성능이 떨어지는 게임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성능 하락 폭이 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프레임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다면 오차범위에 속한다고 여기거나, 아키텍처와 공정이 바뀌었으니 그 정도 차이는 있을 수도 있다고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겠는데, 몇 십 프레임 단위로 성능이 떨어지니 문제입니다. 위에서 코어 i9-14900K만도 못하다, 망했다 같은 과격한 표현이 나온 것도 전부 이 게임 성능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인텔의 새 아키텍처는 게임만 골라서 차별하는 능력을 지닌 걸까요? 아니면 작업 성능 최적화까지만 하고 게임은 도저히 못하겠어서 미완성품을 판 걸까요? 원래 차력쇼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그럼 안정성 문제가 또 터질까봐 어쩔 수 없이 힘을 빼서 제 성능을 내지 못했을까요? 타일 단위로 분리된 구조 때문에 게임에 빠릿빠릿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여러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지만 그건 다 의미가 없고, 분명한 건 현재 상황에서 게이밍 시스템에 인텔 CPU를 추천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13/14세대 프로세서는 인텔이 그간 내놓은 여러 완화책으로 안정성 문제가 해결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검증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고, 이미 이미지는 확실하게 망가졌고요.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는 그냥 순수하게 성능이 떨어지니까요. 물론 저전력은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플래그쉽 프로세서에 가장 먼저 바라는 건 전력이 아닌 압도적인 성능일 것입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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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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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레거시
바이오해저드 RE4
컴패니 오브 히어로즈 3
사이버펑크 2077
F1 22
고스트 오브 쓰시마
호라이즌 제로 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스타필드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디아블로 4
레드 데드 리뎀션 2
검은 신화: 오공
퍼스트 디센던트
배틀그라운드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 2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
인텔은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에서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라이젠 X3D 프로세서에 성능으로 압도당하고, 13/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안정성 이슈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지요. 소켓부터 시작해서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일신한 새 플랫폼에서 게임 성능이 오르긴 고사하고 오히려 떨어졌으니, 게임용 CPU로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를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멀티스레드 성능이 오르긴 했지만 경쟁 상대에 비해 확실하게 앞선다고 말하긴 어려우며, 남은 건 그저 TSMC의 공정빨로 낮춘 전력 사용량과 온도 뿐입니다. 인텔이 이번 세대 데스크탑 프로세서의 최상위 모델에 코어 울트라 9 295K가 아니라 285K라는 이름을 붙인 건, 그만큼 성능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보니 꽤나 양심적이군요.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AMD가 11월 7일에 차세대 X3D 프로세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거든요. 지금도 게임 성능이 떨어지는데 AMD의 새로운 게임 최적화 프로세서가 나온다면 그 때는 비교조차 할 필요도 없겠죠. 이쯤 되면 인텔이 이번 세대에서는 게임 시장은 그냥 아예 포기한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것도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팻 겔싱어의 과감한 결단이자 선택과 집중의 일환이라고 평가한다면, 너무 나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