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게임의 용량은 슈퍼마리오 게임의 스크린샷 한 장보다도 작은 31KB라는 짤이 있습니다. 그러니 반성하십시오 게임 개발자들아. 저 때는 저렇게 작은 용량으로 하드웨어의 한계에 도전하는 그래픽과 명곡으로 가득한 사운드에 풍성한 레벨과 뛰어난 게임성까지 전부 다 갖췄는데, 어째 요새 나오는 것들은 게임 그래픽은 별 발전이 없는데 요구 사항만 높아져서 4K에 레이 트레이싱 같은 핑계를 대면서 일단 '빈 공간 50GB 확보해 줘'라고 배짱을 부리고, 그 옛날의 신기에 가까운 최적화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버그나 없으면 다행이다 싶은데 일단 출시하고 나중에서야 버그와 밸런스를 잡으면 그나마 양반이고, 심한 경우는 끝까지 못 본척 뭉개다가 단물 다 빠지면 슬그머니 DLC 떡밥이나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단 말입니까.
쓰다보니 열이 올라서 본심을 여과 없이 토로했는데, 사실 예전에는 어셈블리어로 코딩해가며 최적화에 힘을 가득 실을 수밖에 없었고, 요새는 대충 해도 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옛날에는 핸드폰이 사치품이었지만 요새는 필수품이 된 것과 마찬가지죠. 슈퍼 마리오 시절에는 용량 31KB를 맞추지 않으면 롬 팩에 게임을 저장할 수가 없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적화를 해야 했고요. 요새는 게임의 구조나 그래픽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해지면서 신경써야 할 것도 늘어나기도 했고요. 그래픽카드의 스펙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순수하게 하드웨어 스펙의 향상에 의존하지 않아도 체감 성능을 높여줄 여러가지 기술들이 나오면서 게임 개발자들이 눈치 덜 보고 배짱을 부릴 수가 있게 됐습니다.
그래픽 회사마다 이들 기술을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현재 보급된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해상도를 설정한 것보다 낮춰서 프레임을 올리고, 저하된 해상도는 업스케일링로 보충하는 초해상 기술이고요. 다른 하나는 렌더링된 프레임을 토대로 그 사이에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끼워 넣어 프레임의 수량 그 자체를 높이는 프레임 생성 기술입니다. 둘 다 네이티브 해상도와 프레임보다는 화질이나 묘사가 약간 떨어질 수도 있고, 중간에 처리 과정이 추가되어 레이턴시가 길어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프레임을 늘려준다는 효과는 확실합니다. 그래서 유명 개발사가 내놓는 대작 게임은 초해상 기술까지는 당연히 지원하는 분위기고, 기술 지원에 신경 쓰는 게임이라면 프레임 생성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제법 많이 늘어났습니다.
AMD의 경우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라는 이름으로 초해상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FSR은 비록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경쟁 상대인 NVIDIA의 초해상 기술인 DLSS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면 간단하게 FSR 지원을 추가할 수 있도록 고안해, 개발자의 부담을 줄임으로서 지원하는 게임의 수를 급속하게 늘려 나가는데 성공했지요. FSR의 세 번째 버전에서는 AFMF(AMD Fluid Motion Frames)라는 프레임 생성 기술도 추가했습니다. 이것도 NVIDIA의 프레임 생성 기술보다는 늦었지만 게임 내 옵션에서 지원해야만 쓸 수 있어서 개발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NVIDIA의 프레임 생성 기술과는 다르게, AMD의 AFMF는 게임에서 지원할 필요 없이 드라이버 설정에서 켜기만 하면 바로 활성화된다는 장점이 있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는 평입니다.
이런 성공에 힙입어 AMD는 얼마 전에 AFMF의 두 번째 버전을 지원하는 프리뷰 드라이버를 공개했습니다. 프레임을 만들어 삽입함으로서 체감 성능을 높인다는 기본적인 구조는 AFMF2에서도 변함이 없지만, 더욱 부드럽고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 경함을 위해 여러 부분이 바뀌었는데요.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덜 까다로워졌습니다. AFMF1에서는 무조건 전체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했으나 이제 RDNA3 아키텍처 그래픽에서는 테두리 없는 창 모드를 지원해 보다 다양한 게임에서 AFMF2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다이렉트 X 11과 12 외에도 오픈GL과 벌칸까지 지원하는 그래픽 API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옵션이 늘었습니다. AFMF는 일시적으로 많은 움직임이 발생할 때 일시적으로 기능을 꺼서 이미지 품질을 유지합니다. 이를 폴백이라고 하는데요. AFMF2에서는 이 작동 수준을 지정해서 게임 화면을 보다 부드럽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검색 모드의 옵션은 기본적으로는 자동으로 작동하며 AFMF 1세대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이미지 품질이 개선됐습니다. 1080p 해상도에서는 표준 옵션으로도 충분하지만, 1440p 이상 해상도에선 폴백을 줄여 화면을 보다 부드럽게 보여주는 High 옵션을 권장합니다. 또 성능 모드도 추가됐습니다. 이것도 대부분의 환경에서는 자동 옵션을 써도 잘 작동합니다. 하지만 높은 속도의 프레임이 유지되는 게임이라면 성능 옵션을 고르길 권장합니다. 그러면 오버헤드를 줄여 전체적인 게임 경험이 향상됩니다.
한편으로는 프레임 생성에 소모되는 지연 시간이 줄었습니다. 이 변화는 어떤 설정이건, 어떤 조건이던 관계 없이 모든 AFMF2 작동에 적용됩니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 4K 레이트레이싱 울트라 프리셋으로 테스트했을 경우, 안티랙 기술과 조합하면 레이턴시가 평균 28%가량 줄었다는 것이 AMD의 설명입니다. 이 정도면 AFMF를 썼을 때 게임 플레이가 좀 더 매끄러줬다고 체감까지 가능할 정도의 변화지요. 그 외에 라이젠 AI 300 시리즈를 비롯한 최신 프로세서에서도 AFMF2를 지원하며, 내장+외장 그래픽 조합 시스템에서는 게임 렌더링은 외장 그래픽에 맞기고 AFMF2 처리는 내장 그래픽에서 도맡아 더욱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용 방법은 그대로이며, 드라이버에서 활성화하는 것으로 끝나니 범용성도 뛰어납니다.
그 외에 AFMF 2 프리뷰 버전의 자세한 소개는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community.amd.com/t5/gaming/amd-fluid-motion-frames-2-technical-preview-now-available/ba-p/697448
AFMF2를 지원하는 아드레날린 에디션 프리뷰 드라이버는 이 페이지 아래의 링크에서 배포합니다.
https://www.amd.com/en/resources/support-articles/release-notes/RN-RAD-WIN-AFMF2-TECH-Preview.html
말로만 좋다고 소개하고 끝낼 생각은 없고, AFMF2의 프레임 향상 폭이 어떻게 되는지도 테스트해봤습니다. 우선 테스트 조건입니다.
CPU: AMD 라이젠 7 9700X
메모리: DDR5-6400 32GB 듀얼채널
메인보드: MSI MPG X670E 카본 WiFi
쿨러: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파워: MSI MEG Ai1300P
SSD: 운영체제 설치용 PCIe 4.0 M.2 512GB, 게임 설치용 SATA 6Gbps 2TB
운영체제: 윈도우 11 23H2
드라이버: 24.20.11.01 프리뷰
AMD의 최신 프로세서인 라이젠 7 9700X를 썼습니다. 라이젠 9000 시리즈의 대표적인 모델로,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테스트용 CPU도 최신으로 바꿔야겠죠.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X 7600와 라데온 RX 7700 XT를 썼습니다. AFMF2는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서도 효과가 있지만, 깡성능으로도 괜찮은 프레임을 뽑아주는 고급형 카드보다는 지금 당장 프레임이 아쉬운 보급형이나 중급형 카드에서 더욱 많이 활용할 기능이라고 판단해서입니다. 라데온 RX 7700 XT는 지포스 RTX 4060 Ti보다도 저렴한 55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성비가 더욱 올랐다고 평가받는 그래픽카드입니다. https://gigglehd.com/gg/16470678 라데온 RX 7600은 AMD의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가장 저렴한 그래픽카드로, ASRock 라데온 RX 7600 CHALLENGER OC D6 8GB 대원씨티에스를 비롯한 여러 모델들이 지포스 RTX 4060보다 5만 원 가량 저렴한 35만 원 선에 판매되면서 높은 가성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AFMF 테스트는 이미 한번 했었으니 https://gigglehd.com/gg/15368646 이번 AFMF2에서는 그 동안 테스트에 많이 썼던 게임은 제외하고 비교적 최근 게임만 추려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검은 신화: 오공
퍼스트 디센던트
발더스 게이트 3
사이버펑크 2077: 팬텀 리버티
고스트 오브 쓰시마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 2
AFMF2의 프레임 뻥튀기술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해상도와 게임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네이티브 렌더링의 두 배에 가까운 프레임을 뽑아내, 그래픽카드의 체급이 달라지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경쟁 상대인 NVIDIA도 초해상 기술과 프레임 생성 기술은 제공하지만 AMD와 다르게 게임에서 지원 옵션을 추가해야만 쓸 수 있습니다. AMD는 그럴 필요 없이 드라이버 설정에서 AFMF 옵션을 켜기만 하면 작동하며, 최신 버전인 AFMF2에서는 테두리 없는 창 모드와 다양한 그래픽 API 지원을 추가해 범용성이 보다 뛰어나고, 지연 시간을 줄여 더욱 부드러운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라데온 RX 7600과 라데온 RX 7700 XT는 비슷한 가격의 지포스 RTX 4060과 지포스 RTX 4060 Ti보다 기본 성능이 우수해 원래부터 가성비가 높은 그래픽카드입니다. 거기에 AFMF2를 더함으로서 더더욱 높은 프레임을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게임의 요구 스펙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이제는 FSR 같은 초해상 기술이나 AFMF 같은 프레임 생성 기술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방한 존재가 아니라, 그래픽카드가 갖춰야 할 필수 기술에 가까워지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얼마 전에 공개된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시스템 요구 사항에서는 아예 프레임 생성 기능을 언급하고 있더라고요. 이대로라면 더 높은 프레임을 위해 AFMF2를 쓰는 것이 아니라, AFMF2를 쓰는 게 지극히 당연한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AFMF2의 발전된 성능과 개선된 기능을 보고 있으면, AFMF2를 굳이 안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