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스템을 팔고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DDR4 메모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중고로 구하려니 Z690 + 인텔 12세대 혹은 5800X3D + X570 두가지 선택지가 있더라고요. 제목을 보면 아시듯 결국 인텔을 골랐습니다.
위 메인보드는 DDR4를 지원하는 Z690 메인보드중에선 거의 끝판왕급 전원부(DrMOS 16+1페이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가는 320달러인데, 아마존 웨어하우스 중고중에 가장 낮은 등급(Acceptable)이라 159.41달러에 구매했어요. 배송비가 약 20달러, 통관시 부가세 10%를 납부하여 실제 비용은 24만원정도 들었습니다.
왜 중고를 사도 하필 아마존 웨어하우스냐? 하면 당연히 가격때문입니다. 리스크를 지긴 하는데 그만큼 저렴하니까 말이죠. Z690보드 가격이 출시때부터 만만치 않아서 그런지 Z790이 나왔음에도 중고가격이 여전히 비싸더라고요. Z690 하급기가 25만원씩 하는데 음.. 게다가 지금 쓰는게 막시무스 + K CPU + 고클럭 메모리라 어느정도 윗급을 원했습니다.
아마존은 제품 상태에 따라 등급이 다양한데 왜 제일 낮은등급을 샀는가 하면 그것도 역시 가격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생각보다 품질이 나쁘지 않을것이라는 추측을 했기 때문입니다. MSI에서 최근 나온 메인보드들은 공통적으로 M.2 SSD 지지대(스탠드오프)가 메인보드에서 탈락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때문인지 아마존 웨어하우스를 쭉 둘러봤을 때 타 브랜드보다 MSI가 낮은등급으로 책정된 매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안되면 반품하지 뭐.. 라는 마인드로 주문했습니다ㅋㅋ
가끔 아마존에서 메인보드 박스를 그대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히 뭔가 하나 감싸서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완충제는 없었습니다.
오.. 꺼내봤는데 박스가 생각보다 멀쩡했습니다. 테이프로 붙여둔것 외에는 파임이나 흠집도 없더라고요.
박스 후면에는 메인보드에 대한 각종 기능 설명이 들어가있습니다. 국내에는 MSI에서 DDR5버전만 정식출시해서 DDR4는 아예 수입을 안했는데, 의외로 전파인증은 받아뒀더라고요.
열어봤습니다. 포장도 멀쩡하고..
구성품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것같더라고요. 포장비닐 전부 뜯은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일단 냅두고 메인보드 본체부터 확인해보기로 합니다.
전면입니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파손이나 긁힘은 없었고, 먼지도 거의 없는 양품입니다. 백패널 커버 윗쪽엔 비닐도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신제품은 EDGE 글자 자리에도 비닐이 있는데, 그건 이미 떼어진 상태였습니다.
보드 뒷면입니다. 여기에도 외형적 손상은 없더라고요.
소켓도 확인했는데 다행히 정상이네요 휴.. 기능상 제일 중요하기도 하고, 소켓커버로 가려져있기때문에 중고로 메인보드를 구매하면 항상 여기가 가장 떨리는 포인트입니다.
기본적인 확인은 끝냈으니, 이제 구매할때부터 고려했던 점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M.2 슬롯커버를 전부 분리했습니다.
맨 윗부분입니다. M.2 지지대는 정상이고, 써멀패드는 사용흔적이 있지만 재사용 가능할 정도로 깨끗하네요.
중간부분입니다. 보이시나요? 제 추측이 맞았습니다..ㅋㅋ M.2 지지대가 메인보드에서 탈락되었습니다. 써멀패드는 미사용 상태였는데, 아마 전주인이 이걸 보고 반품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더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원래는 M.2 커버와 지지대가 이렇게 분리되어야 하고, 지지대는 메인보드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메인보드에서 떨어져버린것이죠. 다행인건 주변 패턴 손상이 없고, 지지대가 박히는 부분에도 배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지대도 접사해보니까 노란색 흔적이 보이는데, 손으로 만져보니 접착제같았고 양이 많지 않았습니다. 접작제와 압력을 이용해서 붙이는거같은데, 접착제 흔적이 너무 작은것으로 보아 양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조치할까 하고 찾아보니까 대부분 반품하거나(이 메인보드도 그렇게 들어온거겠죠?) 제조사에 AS를 맡겼더라고요.
저는 본드자국을 확인하고는 셀프로 본드로 붙여도 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섰어요. 대신 순간접착제는 잘못하면 PCB가 상할 위험이 있기때문에 제외했고, 천천히 굳고 보통 스마트폰 뒷판 붙이는데 사용하는 본드인 B-7000을 사용했습니다. 지지대 중간에 보이는 붉은 테두리 부분에 가늘게 도포하고 하루정도 지나니까 위처럼 잘 붙었어요.
맨 아래쪽도 분리해봤습니다. 여기는 정상이고, 미사용한것으로 보입니다.
가끔 전원부에 써멀패드가 없는경우도 있다고 하길래 확인해보니 써멀패드는 잘 붙어있었습니다.
백패널입니다. Bios Flashback 기능, USB 3.2가 넉넉하게 들어가있는점, 무선랜이 포함되어있는 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다시 돌아와서 구성품을 확인해보니 전부 들어있었습니다.
예전하고 다르게 두꺼운 메뉴얼이 사라지고, 간단한 컴퓨터 조립 가이드가 생겼습니다.
이거 한장만 있으면 컴고수가 될거같아요!
드라이버 CD가 사라지고, USB로 바뀐듯했습니다. 통 알루미늄이라 묵직해서 마음에 드네요. 용량은 넉넉하게 16GB짜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이제 부팅테스트를 위해 대충 셋팅을 해줬습니다. 중고 메인보드 구매시엔 메모리를 한개만 사용해서, 4개의 슬롯을 번갈아가면서 테스트하며 불량을 파악하는게 좋습니다.
램슬롯 이상은 없었고 부팅이 잘 되었습니다. 특이한점은 바이오스 버전이 상당히 오래된 물건이더라고요.
바이오스 업데이트 겸 확인겸 구성품으로 들어있던 USB를 꽂아봤습니다. 바로 드라이버 폴더가 있는게 아니고. 드라이버 CD이미지를 그대로 넣어뒀네요.
이미지를 로드해보면 이렇습니다. 다만 메인보드 메뉴얼이 USB에 없어서, 그건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따로 다운받아야 한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메인보드 메뉴얼을 다운받아서 확인해보니 아... 이 메인보드는 2pin 수온센서 핀이 없네요. 저는 커스텀수냉이라 시스템 팬 속도 조절을 수온 데이터를 이용해서 하는데, 수온센서 핀이 없으면 CPU 혹은 다른 열원을 기준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수온과 관계 없이 RPM에 확 높아지거나 해서 불편함이 생기게 됩니다.
좋은물건 싸게샀다고 기뻤는데, 알고보니까 제게 꼭 필요한 요소를 확인안하고 깜박 넘어간거였습니다 아...ㅋㅋㅋ
분노해서 늦게나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MSI, ASUS, ASRock, GigaByte 제조사 네곳의 모든 Z690 메인보드 메뉴얼을 뒤졌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MSI - MEG 급 이상이면 넣어줌(MPG, MAG, 및 아랫급 수온센서 없음)
ASUS - MAXIMUS 급 이상이면 넣어줌 (TUF, Pro 및 아랫급 수온센서 없음)
ASRock - 수온센서 아예 없음 (최상급인 Taichi, 모노블럭이 붙어나오는 Aqua에도 없음)
Gigabyte - 모든 메인보드에 있음 (최하위 Ultra Durable 포함)
워터블럭이 기본으로 있음에도 수온센서가 없는 제조사가 있다?! 예 있습니다. ASRock이 그랬고, MSI도 MPG급에서 EKWB와 콜라보한 메인보드를 내놨는데, 정작 MPG급에는 수온센서핀이 없어서 ASRock과 함께 묘한 위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가바이트는 여전히 이것저것 많이 넣어주더라고요.
그래도 아마존 웨어하우스는 결국 성공해서 싼 가격에 좋은 메인보드를 얻게 되었으니, 잘 써줄 생각입니다. 팬속을 고정 RPM으로 이용하던가 아니면 수온으로 속도조절이 가능한 팬 컨트롤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진짜 팬컨 끝끝판왕입니다. 애즈락보드 덕분에 알게됬는데 지금은 커수 접어서 안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