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채굴기 출신 타오바오 달팽이 나스(蜗牛星际NAS)를 3년 전쯤에 사서 잘 쓰고 있었습니다. 베이트레일 셀러론 J1900이 낡았다지만 애초에 하드한 작업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능에도 불만이 별로 없었고요.
하지만 최근에 8GB 정도의 RAM을 잡아먹는 x86 VM을 24시간 돌려야 하는 일이 생겨서, 이런 작업엔 DDR3 램 슬롯이 하나뿐인 달팽이 나스의 메인보드로는 역부족인지라 나스 업그레이드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케이스
우선 케이스로는 타오나스 A형의 빈 케이스를 구했습니다. 기존 나스에서도 3.5인치 하드 2개만 쓰고 있었던지라 굳이 4베이짜리 케이스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달팽이 나스가 워낙 많이 풀린 관계로 이 친구가 제일 쌌습니다 (98위안, 약 1만9천원).
심지어 다른 코인채굴기 출신 나스인 万由暴风이나, HP G7 마이크로서버 개조 케이스같은 것과 비교해도, 달팽이 케이스의 가성비는 압도적입니다.
※ HP G7 마이크로서버 개조 케이스
HP(HPE)의 ProLiant Gen8 MicroServer의 케이스를 잘 잘라서 일반 ITX 보드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한 제품입니다. 왜 그러한 짓을...?
※ 万由暴风
5999위안(116만원 가량)에 판매된 NAS 형태의 가짜 채굴기입니다. BFC라는 자체 코인의 채굴기능에 더불어 P2P로 무제한 영화시청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는데, 실제 사양은 2베이 나스 케이스에 2.24GHz 쿼드코어 CPU, 4GB DDR3 램 정도였습니다.
이런 데 또 속냐 싶기도 하지만, 기획한 회사가 선전증시 상장 유니콘 테크기업 취급을 받던 곳이라서 당한 사람이 좀 있다고 하네요.
보드
J1900같은 저전력 셀러론, 펜티엄, 아톰 프로세서들은 BGA 형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보통 보드에 CPU가 납땜(실장)되어 있습니다. 이런 CPU 내장형 저전력 보드는 리테일 수요가 많지 않아서, 한국에 지금 판매되고 있는 것은 ECS 제품뿐인데요. 램슬롯이 하나뿐인데다가 지난 세대 제품이라 제외했습니다. 옛날에는 애즈락도 이런 걸 팔았었는데, 잘 안팔렸는지 최신 제품은 안 나오고 있네요.
결국 중국에서 체-신 N5095 ITX 보드를 구매했습니다. 제가 산 가격은 415위안(약 8만원)이었는데 그새 가격이 좀 내려가고 배송비도 무료로 바뀌었네요 ㅡㅡ
판매자 말로는 보드 제조회사가 소요(SOYO/梅捷)라고 하는데, 원래 리테일로 풀리는 물건은 아니고, 테클라스트(Teclast/台电)의 미니PC에 OEM으로 들어가는 보드를 어떻게 떼어다가 파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테클라스트의 완제품 PC는 동일한 메인보드에 2.5L짜리 SFF케이스, 256GB SSD, 램 8GB 조합으로 상시가 999위안(약 20만원)이고, 종종 이벤트성으로 900위안(약 17만5천원) 언저리에 팔고 있는 모양이네요. 가성비는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메인보드의 모습입니다. 나름 TDP가 15W라고 CPU에 팬이 달려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보드는 외부 DC어댑터로 전원을 공급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졌지만, 파워서플라이를 CPU 4핀 커넥터에 연결해서 전원을 공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CPU뿐만이 아니라 보드 전체에 전원을 공급합니다)
다만 이 경우 BIOS가 파워서플라이를 제어할 수 없으므로, 항상 파워서플라이가 켜져있는 상태로 있도록 24핀 커넥터를 쇼트시켜줘야 합니다. 어차피 나스는 항상 켜져있어야 하는 물건이니 안 꺼지더라도 상관은 없지요.
보드를 잘 보시면 NAS로 쓰기에 뭔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N5095가 SATA 3.0을 최대 2개까지밖에 지원하지 않는데 이 보드는 한 술 더 떠서 SATA포트가 단 하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보드에는 M.2 슬롯이 2개나 있습니다. 이 포트에 SATA 확장카드를 끼우면 됩니다. M.2 NVMe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PCIe x4니까요. 저는 JMicron JMB585가 들어간 5포트 확장카드를 주워왔습니다. (JMB585는 발열이 상당하니 방열판을 꼭 끼워주세요)
또 DDR4 SODIMM 슬롯 2개가 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최대 16GB PC4-2933까지 지원합니다만 실제로는 24GB까지 잘 인식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32GB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제가 16GB짜리 모듈 2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관계로 테스트는 못 해 봤습니다.
재스퍼레이크의 Intel UHD600은 4K@60Hz 출력을 지원하지만, 이 보드는 HDMI 1.4밖에 지원하지 않으므로 4K@30Hz가 최대입니다. 기본적으로 화면출력이 1개뿐이지만, 보드에 LVDS 커넥터가 있으므로 변환 보드를 구매하시면 모니터를 최대 2개까지 끼우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DP 포트의 흔적이 남아있으므로, 여기에 커넥터를 잘 실장하면 DP 출력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전 안할겁니다.
성능과 전력 소모
인텔 셀러론 N5095는 인텔 재스퍼레이크("11세대"?) 라인업에 속하며, 2.0-2.9GHz 클럭의 트레몬트 코어 4개로 쿼드코어 4스레드 구성, 인텔 10nm 공정으로 생산되어 TDP는 15W입니다. 트레몬트는 기본적으로 아톰급 코어이지만, IPC가 대폭 향상되어 이제 스카이레이크 모바일 프로세서 정도에는 비빌 수 있다든가 뭐라든가 하네요.
실제 성능과 전력소모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히 SSD와 램*만 장착한 뒤 벤치마크를 몇 개 돌려보았습니다.
(※ 가짜 삼성램 8GB 2장, SK Hynix SC300 128GB SATA SSD)
Cinebench R23
싱글 608점, 멀티 2027점
GeekBench 5
싱글 652점, 멀티 2064점, OpenCL 2111점
PCMark 10
PCMark 10: Essentials 6351점, Productivity 3596점, Digital Content Creation 1732점, 종합점수 2442점
7-Zip 22.01
CPU-Z 17.01.64
싱글 240.6, 멀티 925.0
PassMark PerformanceTest 10.2
CPUMark 4328.5점, 2D 179.5점, 3D 575.3점, 메모리 1880.6점, 종합 1414.3점
3DMark Time Spy
>>>>>>>> 2 1 0 점 <<<<<<<<
그래픽 성능은 기대할 것이 못 됩니다만은... 그 외에는 상당히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충 데스크탑 아이비브릿지 i5 정도의 성능이 나오는데, 웹서핑, 사무 처리, 동영상 감상, 온라인 강의 등의 용도로는 충분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면 전력 소모량은 어떨까요? 서랍 속을 굴러다니던 아무 9V DC 어댑터를 꽂은 상태로 전력소모량을 측정해보니 대략 수치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 죽어벤치 올코어 PL1 (28-29배수) 26-27W
- 죽어벤치 올코어 PL2 (26배수) 23-24W
- 아이들 - 10W 미만
전기 냄새만 맡아도 돌아가는 라즈베리 파이나, 휴대폰 충전기만 가지고도 돌아가는 Arm SBC 정도로 저전력인 것은 아니네요... 그래도 뭐 x86이 이 정도 전력를 먹고 이 정도 성능을 내 주는 거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조립
간단한 테스트를 마쳤으니 이제 나스 조립을 해봅시다.
타오나스 A형 케이스에는 아랫부분에 ITX 사이즈 메인보드가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 윗부분에는 하드베이 부분이 스팟-용접으로 고정되어 있고, 80mm 팬이 하드베이의 뒷쪽 부분에 있습니다.
조립하려고 보니 이 보드 백플이 안들어있네요… 백플 판매 페이지가 따로 있을 때부터 좀 쎄하기는 했는데 이걸 안넣어주네요
하지만 이럴 때 쓰려고 쓰리-디 프린터가 있는거 아니겠읍니까???
세계최고의 콤퓨우타 입체 도형놀이 CAD 프로그램인 “T i n k e r C A D”를 이용해서 백플레이트의 도면을 대충 만들어줍니다.
이제 쓰리-디 프린터로 옮겨서 인쇄하고 끼워줍니다.
그러면 대충 만들어서 그런지 사이즈가 안맞습니다.
이제 수정하고 다시뽑고 끼워보기를 사이즈가 맞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저는 총 3번 했습니다)
타오나스 케이스는 (A형 B형 공통사항) 전면의 전원, 리셋, 하드 동작 LED, 전원 LED 커넥터가 일체형으로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사용할 메인보드의 전면 커넥터 배열에 따라 일부 기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원 버튼만 되면 상관은 없었는데, 이 보드에서는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머지 파워와 팬을 장착하고 선을 정리해줍니다.
학☆살을 외치면 선정리가 된다고 들었는데 웨않됄까요?
아무튼 케이스를 닫으면 안보이니 케이스를 닫아줍시다.
소프트웨어 설정
아무튼 조립이 끝났으니 설정을 해보겠읍니다.
원래는 Proxmox VE를 쓰려고 했지만 SATA카드를 VM에 패스쓰루하는 데 문제가 좀 있어서, 그냥 VMWare ESXi 6을 쓰기로 했습니다. ESXi 무료 라이센스는 vCPU의 코어 수가 최대 8개로 제한되는 등의 기능제한이 있지만, 물리코어가 4개뿐인 보드에 쓰는데 문제될 거야 없지요.
JMB585 확장카드를 VM 아래에 패스쓰루해주고 기존 나스 환경을 마이그레이션해주면 됩니다.
정리
지출은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스: 98위안
- 사타카드: 98위안
- 보드: 415위안
- 램: 235위안
- 파워서플라이, 하드, SSD: 서랍에서 꺼냄
- 배송대행: 15700원
대충 18만원 정도 들었네요. 여기서 파워를 추가로 구매한다고 해도 관세범위 내에서 구매하실 수 있을 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