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파동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이를 듣는 행위는 간단하게 공통적으로 파동을 발생시켜 공기라는 매질을 진동하게 한 뒤, 증폭 기관을 거친 진동이 매질을 타고 고막을 진동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20세기의 인류는 기존의 소리를 이루었던 매질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증폭기관을 전기회로로 바꿈으로써 아날로그 전기 악기라는 도구를 새롭게 창시할 수 있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와 매우 유사한 주법을 토대로 다양한 기교를 선보임으로써 음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으며, 그와 더불어 전기회로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기존의 어쿠스틱 악기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주법을 통한 다양한 표현을 가능토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성 합성기라는 개념이 새롭게 창시되기 시작했고, 이를 신디사이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파동의 전달과 증폭을 전기적으로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서, 파동의 생성 역시 전기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개념이죠. 기존의 악기와 유사하게 제작하여 주법이 비슷했던 일렉기타와 다르게, 소리를 처음부터 새롭게 생성하고 동시발음이 가능해진 신디사이저는 그 폼팩터가 자연스럽게 건반악기의 형태로 굳어졌습니다.
건반악기의 폼팩터는 손으로 옵션이나 파라미터를 조정하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고 발을 통한 제어가 편하여 작곡 및 연주 자체에 있어 많은 장점이 있지만, 관악기를 연주할 때 사용하는 특유의 감성과 음악적 표현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유로 Bill Bernardi는1970년대에 색소폰의 폼팩터를 적용한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인 Lyricon을 개발하고, 이어서 Nyle Steiner가 EWI를 개발하여 이를 '윈드 컨트롤러' 로 부르게 됩니다.
일본의 음향기기 제조업체 AKAI는 스타이너로부터 EWI의 라이센스를 구매하였고, MIDI 표준이 제정되어 음악계의 판도가 디지털과 DTM으로 넘어간 이후 MIDI를 통해 쉽게 연주할 수 있는 디지털 EWI를 출시하여 그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 국제미디 에서 정식 수입을 담당하고 있음. 음원을 내장한 EWI 4000-5000 시리즈, 일부 기능이 제거된 EWI Solo, 그리고 음원과 미디 포트가 제거된 염가 모델 EWI USB 모델로 세분화되어 판매중.
과거 야마하가 발매했던 WX 시리즈는 색소폰의 주법을 거의 완전히 모방하여 리드를 통해 다양한 아티큘레이션과 음향효과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고급 모델이었으나 모종의 이유로 단종됨으로써, 현재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중인 Akai의 EWI는 시중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하게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성능을 제공하는 윈드 컨트롤러입니다. 수제로 생산하는 윈드 컨트롤러는 그 가격대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고, 이보다 더 저렴한 알리발 전자 관악기는 언제나 그렇듯 알리스러운 품질에 알리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어 가성비의 측면에서는 EWI보다 나은 바가 없죠.
전면부의 핑거링 - 키와 Grounding Plate 전극 사이의 저항을 감지하여 작동합니다. 따라서 연주시 필수적으로 후면의 Grounding Plate를 잡아 접지를 시켜야 하며, 감도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건조한 손으로는 연주가 매우 어렵습니다. 건조한 손으로 인한 센서 오류가 생각보다 잦게 발생하는 편이고 체질에 따라 정상적인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평도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AKAI가 EWI에 핸드크림을 동봉해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만 뭐 이건 독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키에 압력을 거의 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양한 음역대로 구성된 곡의 속주에 코딱지만큼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먹통일시 후면의 리셋키로 재보정 가능.
어쿠스틱 악기에서의 키와 동일한 역할을 함. EWI 표준 운지는 색소폰과 유사하나, 5가지의 운지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표준 EWI 운지법은 그냥저냥 리코더 운지법과 극히 유사하나 반음 연주에서 살짝 다르다고 생각하면 되므로 적응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며, 이 운지법으로 설정하면 같은 위치의 옥타브 플레이트 범위 내에서 가장 넓은 음역대를 연주할 수 있고 Alternative Fingering이 가장 다양하므로 변경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경험상 플루트 핑거링 모드의 반음 연주 등에서 실제 플룻과 크게 유사하지는 않으므로 다른 운지 설정은 크게 사용할 가치가 없습니다.
표준 EWI 운지 모드에서 운지표에 설정된 운지 + 다른 키가 Close 되면 1도 낮은 음이 나므로, 구조상 우측 손의 소지를 항상 눌러야만 하는 플루트 연주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특성으로 인해 연주 중 다른 키에 손을 올려 악기를 지탱할 수 없으므로 연주 중 악기가 원할하게 고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동봉된 목걸이의 사용을 권장합니다.
상단부의 마우스피스 -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며, 바람을 불어넣는 브레스 컨트롤 동작은 그 세기에 따라 0 - 100%로 세분화되어 입력됩니다. 마우스피스 내에는 절연된 두 개의 금속판이 존재하여 마우스피스를 깨물면 정전용량 값이 변경됨으로써 아날로그 조작을 가능케 합니다. 마우스피스 깨물기 센서에는 기본적으로 피치 벤드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기능이 할당되어 있어 이를 비브라토의 용도로 활용 가능하며, 할당된 기능은 설정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공기가 잘 유입되지 않습니다. 색소폰이나 오보에 등 연주시 큰 압력을 필요로 하여 안압이 증가하는 리드 악기와 비교해도 상당히 뻑뻑한 편이므로, 연주시 압력이 거의 없고 바람이 잘 새서 호흡이 잦은 플루트류 악기 주자의 경우 적응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그랬구요 더럽게 뻑뻑해서 불기 졸라힘들어서 개봉하고 테스트한 그 자리에서 ewi 만든세키 나와 10번 외치게 만들었는데요, 마우스피스를 분해하여 바람구멍의 지름을 크게 하는 개조 역시 이론상으로 가능하나 기기 파손의 위험이 상당히 높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어쿠스틱 관악기와 다르게 바람이 밖으로 새도 소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연주 중 입술 끝으로 바람을 의도적으로 새게 만들면서 타액을 적게 새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앙부쉬르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님 작은 커피빨대를 달아도 되긴 합니다만. 무튼간에 EWI 특유의 뻑뻑한 브레스 컨트롤은 '어느 악기도 따라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악기' 라는 제품 컨셉에 따라 의도적으로 디자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점에 대해서는 AKAI 연구진을 원망하시면 되겠습니다.
마우스피스는 소모품으로 분리가 가능하며, 찢어질 경우 바로 폐기한 뒤 화학적인 아로마를 폴폴 풍기는 새 마우스피스를 약 3만원에 구매하여 교체해야 합니다. 타액이 내부로 유입되면 제품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깨물어서 작동시키는' '얇은 실리콘 재질'의 마우스피스에 약간이라도 구멍이 나면 제품이 고장날 수 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된 설계이며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닙니다. 센서 단계부터는 그 어떠한 방수처리도 되어있지 않으며 타액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센서부를 타고 제품의 내부로 흘러들어가 기판을 튀겨버릴것 같은데, 제품 설계시 이 점을 진짜 생각 못한건지 연구진이 야근하다 피곤해서 놓쳐버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연주 전 및 연주 후에는 항상 마우스피스의 손상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특유의 마우스피스 구조상, 연주 중 치아에 부담이 많이 가고 고속 텅잉이 어렵습니다. 마우스피스를 무는 방법은 연주자가 편한대로 깊게 물지 짧게 물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짧게 물수록 고속 텅잉이 쉬워지지만, 무거운 악기를 치아로 고정하게 됨과 동시에 피치벤드 작동을 위해 더 깊숙히 물어야 하므로 치아에 더 많은 부담이 가해진다는게 단점으로서 역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되겠습니다.
후면부 - EWI USB를 제외한 모든 EWI 시리즈는 옥타브 롤러가 8개가 존재합니다. EWI USB는 염가판이기 때문에 롤러가 4개 존재하며, 옥타브 롤러의 모든 부분에 센서가 전부 위치하지는 않습니다. 중간의 두 롤러 사이에 왼손 엄지를 위치시키면 그 위치에 해당하는 옥타브로 설정되며, 이 롤러 중 한 쪽에서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옥타브가 올라갑니다. 맨 끝쪽 롤러는 다른 롤러와 다르게 굴러가지 않음으로써 현재 옥타브가 최고 옥타브라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게 합니다.
타사 제품과 다르게 옥타브를 '버튼' 이 아닌 '롤러' 로 설계했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옥타브는 연주 중 빠르게 자주 바뀌는 요소 중 하나이므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버튼식의 경우 엄지손을 이동하여 버튼에 압력을 가해 누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EWI는 두 롤러 사이에 손을 올려놓고 그저 위아래로 굴리는 과정이 전부이므로 매우 빠른 입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빠르면 몇십 ms 단위 수준에서 조작해야 하는 부분에는 그에 맞도록 고속으로 동작 가능한 조작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며, 따라서 롤러 방식은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오른손 엄지는 상기한 이유로 Grounding Plate에서 떼면 안 되며, Grounding Plate 위아래로는 Pitch Bend 센서가 존재합니다. 보이는 바와 같이 터치 센서임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입력을 받으며, 누르는 세기에 따라 인식되는 손가락의 크기를 통해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센서를 떼기 전까지 지속되는 피치 벤딩 기능을 하며 T-Square의 <Truth> 와 같은 곡이 이 기능을 이용하지만, 초보자의 경우에는 어려울 수 있으며 마우스피스로도 제한적인 피치 벤딩 기능이 가능하므로 악기 설정에서 이 기능을 끄고 사용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EWI에는 내장된 음원이 없어 반드시 음원 장치와 연결하여야 합니다. 표준 미디 기기이므로 별도의 드라이버는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USB MIDI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그 어떤 기기와도 호환이 가능합니다.
컴퓨터의 경우 동봉되는 DVD에서 Garritan Aria 음원을 기반으로 한 EWI 연주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4개의 음원이 동시발음 가능하며 다양한 악기 소리를 제공하지만 그 퀄리티는 딱 번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EWI에 필요한 셋팅이 이미 완료된 상태로서 사용하기 편리하므로 연습삼아 연주하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프로급 음악 연주 및 작곡에는 부적절합니다. 높은 품질을 위해서라면 USB MIDI 입력 가능한 하드웨어 사운드 모듈이나 소프트웨어 음원을 따로 구매햐여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악기 설정에서는 EWI USB 악기 본체의 설정이 가능합니다. 각종 센서부를 어느 MIDI 신호에 할당할 것인지에 대해 설정이 가능하며, 이조 (Transpose) 및 악기 운지 설정이 가능합니다. PC에서 전용 소프트웨어를 실행해야만 가능한 기능으로, 악기 본체에서는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바람을 불어넣어 다양한 효과를 주어 반주와 함께 연주하는 관악기 특성상 레이튼시가 매우 중요한데, Windows PC에서 사용할 경우 ASIO 드라이버를 통해 실사용에 문제없을 정도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독점 모드로 인해 반주를 틀 수 없게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컴퓨터가 저성능인 경우 레이튼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ASIO 드라이버가 지원되는 사운드모듈을 따로 구매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EWI 특유의 브레스 컨트롤 및 주법을 모든 가상악기가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유의하셔야 하며, 다른 가상악기를 구매했을 경우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EWI USB에 맞는 복잡한 수동 설정을 요합니다. 이게 싫으시면 음원이 내장되어 굳이 MIDI를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상위 모델인 EWI 5000이나 EWI SOLO를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한편 EWI USB의 경우, 아이패드에 연결 가능하며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DIY 프로젝트가 진행 중임.
뭐 개인적으로 연주해본 후기를 잠깐 쓰자면, 전술했듯 악기가 뻑뻑하고 공기가 통하지 않아 바람을 새게 하는 앙부쉬르에 적응하기 전까지는 연주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거 적응하고 PC에 설정 제대로 해주니 연주에는 크게 문제 없었습니다. 반주는 스피커 하나 또 있어서 그걸로 틀고있고, 손이 건조하다면 핸드크림 바르시면 되구요. 이렇게 쓰니까 다 앞에 써둔거 지금 그대로 다시 쓰는거나 다름이 없는데. 샘플곡 하나 올릴라고 했는데 마우스피스가 찢어져서 나중에 하겠슴다. 사실 가장큰 장점은 새벽 5시에 잠 안올때 이어폰끼고 연주할수 있다는거 정도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