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3 아키텍처를 탑재한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 이후, AMD가 뭔 할 때마다 이건 이래서 못마땅하고 저건 저래서 마음에 안 든다며 사사건건 토를 다는 사람들이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그 정성과 노력이면 고시도 패스하겠다 싶을 정도로 단점을 찾아봐도 라이젠 5000 시리즈에 그런 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라이젠 5000 시리즈는 어떤 분야에서건 상대를 압도하는 성능을 갖추었으며, 어떤 가격대의 제품이건 월등한 가성비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동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격이 올랐지만 그것도 옛말이고요. 이제 데스크탑 PC에서 최고의 CPU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그 답은 하나 뿐입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지요.
그런데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 후에는 다른 쪽에서 다른 이들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쟁 회사 바이럴 마케팅이라도 사주받았나 의심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충실한 AMD의 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왔다는 게 문제지요.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왜 젠3 같은 최고의 아키텍처를 쓴 CPU에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제품은 나오지 않는 것인가?' AMD는 라이젠 4000G 르누아르로 최고의 내장 그래픽 CPU란 칭호를 차지했으며 지금까지도 그 지위에는 변함이 없지만, 여기에 젠3 아키텍처만 더한다면 더 높은 성능이 나올텐데 왜 그런 제품이 나오지 않는지 아쉬워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것도 옛말이 됐습니다. 젠3 아키텍처에 내장 그래픽을 조합한 코드네임 세잔, 라이젠 5000G 시리즈가 OEM 시장에 먼저 공급된데 이어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도 살 수 있게 됐거든요. 비록 그래픽에서 르누아르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내장 그래픽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충분한 성능입니다. 또 칩렛이 아니라 단일 다이를 사용하면서 라이젠 5000 시리즈보다 CPU 성능은 낮지만, 기존의 라이젠 4000G 시리즈보다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2021년에도 여전히 최고의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CPU를 묻는다면 그 답은 AMD, 그리고 라이젠 5000G 세잔일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젠 5000G 세잔의 특징
라이젠 5000G, 코드네임 세잔은 2021년 4월 중순에 발표됐습니다. https://gigglehd.com/gg/9857031 다만 OEM 시장에 먼저 공급됐고,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8월 5일부터입니다. 전작인 라이젠 4000G 시리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AMD는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CPU는 조립 PC 시장보다 OEM 시장에 먼저 공급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생산이나 공급 물량이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 PC 조립 시장의 경우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조합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나 봅니다.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젠3 아키텍처의 CPU와 베가 아키텍처의 GPU 조합을 사용합니다. 젠3 아키텍처의 성능은 라이젠 5000 시리즈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https://gigglehd.com/gg/8612109 젠3 등장 전에도 AMD는 자신들의 CPU 아키텍처가 경쟁 상대보다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이들이 거기에 동감하진 않았고요. 젠3부터 비로소 CPU의 모든 영역에서 인텔을 앞섰다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베가 아키텍처의 그래픽은 기존의 라이젠 4000G 시리즈에서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키텍처 뿐만 아니라 그래픽 유닛의 구성도 그대로라 그래픽 성능은 전작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향상된 CPU 아키텍처 덕분에 3D 게임을 비롯해 체감하게 되는 그래픽 성능은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AMD의 설명입니다.
내장 그래픽의 유무 외에도 라이젠 5000G 시리즈는 라이젠 5000 시리즈 CPU와 다른 점이 또 있습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 CPU는 코어 다이와 I/O 다이를 따로 만들고 이를 함께 패키징하는 칩렛 아키텍처를 도입해 생산부터 관리의 효율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라이젠 5000G 시리즈를 비롯해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CPU는 각각의 다이를 따로 만든 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다이 안에 CPU, 그래픽, I/O 등의 모든 기능을 전부 넣었습니다. CPU와 그래픽 사이의 효율적인 연동을 위해 이렇게 만들어겠지만, 그만큼 다이의 크기가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만들어낼 수 있는 다이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라이젠 5000G는 라이젠 5000 시리즈에서 L3 캐시의 용량을 줄여 다이의 크기를 억제했습니다. 젠3 아키텍처라는 구조는 그대로지만 캐시 용량이 줄어든 만큼 CPU 성능에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아래 벤치마크에서 소개하겠습니다.
라이젠 5000G는 우선 2개의 프로세서가 출시됩니다. 하나는 8코어 16스레드의 라이젠 7 5700G고 다른 하나는 6코어 12스레드의 라이젠 5600G입니다. 이 아래에 4코어 8스레드의 라이젠 3 5300G도 있지만 OEM이 아닌 일반 조립 PC 시장에 나올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젠3 아키텍처를 사용한 4코어 8스레드의 데스크탑용 CPU도 아직까지 발표되진 않았습니다. 4코어 8스레드 정도의 보급형 시장에선 굳이 젠3 아키텍처의 고성능 CPU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듯 합니다.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라 해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그리고 저가형 시장의 경우 기존에 출시된 제품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테고요.
라이젠 5000G 시리즈를 쓰기 위해서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플랫폼은 기존의 AM4 그대로며 AMD 400/500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 AGESA 1.1.8.0 이상의 마이크로코드가 적용된 바이오스를 업데이트하면 됩니다. 가장 좋은 건 1.2.0.3b 이상 버전이라고 하네요.
테스트 환경 소개
테스트에 사용한 제품들입니다. 우선 주인공인 세잔부터 보시죠.
라이젠 7 5700G: https://prod.danawa.com/info/?pcode=14927759
세잔, 7nm 공정, 8코어 16스레드, 클럭 3.8~4.6GHz, 16MB L3 캐시, 8CU 2GHz 베가 그래픽, 65W TDP, 최저가 462,200원
라이젠 5 5600G: https://prod.danawa.com/info/?pcode=14927675
세잔, 7nm 공정, 6코어 12스레드, 클럭 3.9~4.4GHz, 16MB L3 캐시, 7CU 1.9GHz 베가 그래픽, 65W TDP, 최저가 337,100원
아래는 기존 제품인 르누아르입니다. 8코어와 6코어 제품을 골라 테스트했습니다.
라이젠 7 프로 4750G: https://prod.danawa.com/info/?pcode=11876521
르누아르, 7nm, 8코어 16스레드, 클럭 3.6~4.4GHz, 8MB L3 캐시, 8CU 2.1GHz 베가 그래픽, 65W TDP, 최저가 374,870원
라이젠 5 프로 4650G: http://prod.danawa.com/info/?pcode=11876443
르누아르, 7nm, 6코어 12스레드, 클럭 3.7~4.2GHz, 8MB L3 캐시, 7CU 1.9GHz 베가 그래픽, 65W TDP, 최저가 249,570원
CPU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젠3 아키텍처의 버미어 CPU인 라이젠 5 5600X와 라이젠 7 5800X도 테스트에 썼습니다.
라이젠 7 5800X: http://prod.danawa.com/info/?pcode=12836186
버미어, 7nm 공정, 8코어 16스레드, 클럭 3.8~4.7GHz, 32MB L3 캐시, 내장 그래픽 없음, 105W TDP, 최저가 443,030원
라이젠 5 5600X: http://prod.danawa.com/info/?pcode=12625265
버미어, 7nm 공정, 6코어 12스레드, 클럭 3.7~4.6GHz, 32MB L3 캐시, 내장 그래픽 없음, 65W TDP, 최저가 314,040원
인텔도 똑같이 8코어와 6코어 제품을 테스트에 사용했습니다.
코어 i7-11700: http://prod.danawa.com/info/?pcode=13619981
로켓레이크, 14nm 공정, 8코어 16스레드, 클럭 2.5~4.9GHz, 16MB L3 캐시, UHD 750 그래픽, 65W TDP, 최저가 465,800원
코어 i5-11400: http://prod.danawa.com/info/?pcode=13619846
로켓레이크, 14nm 공정, 6코어 12스레드, 클럭 2.6~4.4GHz, 12MB L3 캐시, UHD 730 그래픽, 65W TDP, 최저가 256,960원
CPU 성능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3080입니다.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https://gigglehd.com/gg/8242387
그 외에 다른 부품들입니다.
인텔 시스템 메인보드: MSI MAG Z590 토피도 https://gigglehd.com/gg/10140137
인텔 시스템 쿨러: MSI MPG 코어리퀴드 K360 https://gigglehd.com/gg/9865449
AMD 시스템 메인보드: MSI MEG B550 유니파이 https://gigglehd.com/gg/9497905
AMD 시스템 쿨러: BYKSKI B-FRD 360 RBW https://gigglehd.com/gg/5761047
AMD 시스템도 X570 같은 최상위 칩셋을 탑재한 제품을 쓰려 했으나,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메인보드에는 내장 그래픽 출력 단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MSI MEG B550 유니파이를 대신 사용했습니다.
메모리는 DDR4-3200 16GB 듀얼채널로 통일했습니다. 인텔도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3200MHz 메모리를 지원하니, 더 이상 두 플랫폼에서 메모리 클럭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SSD는 SATA 6Gbps 2개를 장착해, 하나는 윈도우를 설치하고 다른 하나는 게임 실행 파일을 저장했습니다. 윈도우는 20H2 버전에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했습니다. 드라이버는 인텔 100.9684, AMD 아드레날린 21.7.2, NVIDIA 지포스 471.41입니다.
CPU 성능: 라이젠 5000X 보다는 아래, 인텔 11세대와는 동급?
위의 CPU 스펙 소개에 나온대로, 세잔은 버미어와 똑같은 젠3 아키텍처를 사용하지만 L3 캐시 용량이 줄었고 클럭도 다소 낮습니다. 따라서 세잔의 CPU 성능은 버미어보다 낮은 게 당연합니다. 칩렛에서 단일 다이 설계로 오면서 생긴 장점도 없진 않겠지만, 그보다는 젠3 아키텍처가 활용할 캐시의 용량이 줄어든 게 더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버미어가 현재 CPU 시장을 뒤엎어버린 괴물같은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픽카드를 꽂아 쓰겠다면 당연히 버미어를 쓰는 게 최선의 선택이고요. 세잔의 가장 큰 특징은 내장 그래픽이 탑재됐다는 점이니 당연히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와 비교해야 되겠지요. AMD의 기존 제품 중에 젠2 아키텍처를 사용한 르누아르와 비교하면 CPU 성능은 확실하게 나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하면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내장 그래픽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CPU 성능만 놓고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AVX2나 L1 캐시 액세스처럼 인텔이 원래 높은 성능을 내는 극히 일부의 영역은 제외하더라도, 시네벤치 R23이나 블렌더 렌더링 등의 테스트에서는 인텔의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이 더 낫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 다른 테스트에서는 라이젠 5000G 세잔이 우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라이젠 5000G 세잔은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로켓레이크와 비슷한 수준의 CPU 성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능을 내는데 소모한 걸 따져봐야죠. 전력 사용량에 대해서는 가장 아래에서 따로 소개하겠습니다.
CPU-Z 17.0.64 싱글
CPU-Z 17.01.64 멀티
CPU-Z 19.01.64 싱글
CPU-Z 19.01.64 멀티
CPU-Z AVX2 싱글
CPU-Z AVX2 멀티
시네벤치 R15 싱글
시네벤치 R15 멀티
시네벤치 R20 싱글
시네벤치 R20 멀티
시네벤치 R23 싱글
시네벤치 R23 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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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그래픽 성능: 인텔은 경쟁 상대가 못 됩니다
인텔의 내장 그래픽은 바탕화면 표시기 수준이라며 폄하당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AMD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인텔이 그래픽 성능으로 이겼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새로운 아키텍처의 고성능 그래픽을 개발 중이라는 뉴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 때까지 AMD는 구경만 하고 있을까요? 하여간 지금 나온 것만 놓고 보면 인텔의 내장 그래픽은 AMD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성능 차이가 너무 압도적이기에 더 설명할 게 없습니다. 인텔 내장 그래픽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는 원활히 플레이할 수 있고, 오버워치도 옵션을 타협하고 사람을 피해다닌다면 가능은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세잔의 그래픽 부분은 아키텍처와 구성 모두 르누아르에서 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래픽 관련 성능도 변함 없이 그대로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배틀그라운드를 옵션 타협해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지요. 하지만 젠3 아키텍처의 CPU를 도입한 덕분에 CPU 성능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에서는 분명한 성능 향상을 보여줍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그 대표적인 게임이지요. 세잔은 내장 그래픽 성능 향상보다는 젠3를 도입해 CPU 성능 향상에 치중하고, 기존에 AMD가 갖고 있던 최고 성능의 내장 그래픽이라는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는 데 그 의의를 두면 될 제품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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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마크 10. 그래픽이 점수에 영향을 주기에 여기에서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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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사용량: 인텔이 밥 많이 먹는건 유명합니다
전력 사용량을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두 시스템에서 사용한 메인보드가 다르고 쿨러도 다릅니다. AMD 플랫폼의 MEG B550 유니파이 메인보드는 분명 하이엔드 제품이지만 인텔 시스템의 MAG Z590 토피도는 최고급형 칩셋인 Z590을 썼습니다. Z590이 칩셋 특성상 전력을 더 많이 쓴다고 쳐 줍시다. 아이들 시 소비 전력에서 두 시스템이 24W 정도 차이나는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해 보죠. 하지만 이걸로는 로켓레이크의 높은 전력 사용량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세잔과 로켓레이크의 성능이 비슷하다면 굳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인텔 쪽을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가격이나 많이 싸다면 또 몰라도요.
시스템 전체 소비 전력: 아이들
시스템 전체 소비 전력: 시네벤치 R23
시스템 전체 소비 전력: 3D마크 타임 스파이
라이젠 5000G 세잔
최고의 CPU 성능이 필요하다면 라이젠 5000 버미어를 사세요.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생각이라면 그것 역시 라이젠 5000입니다. 하지만 하는 작업이 매우 한정적이라 아주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거나, 지금처럼 그래픽카드 가격이 날뛰는 상황에서 굳이 거금을 들여 그래픽카드를 사고 싶지 않다면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CPU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장 그래픽이 탑재된 CPU 중에서 CPU와 그래픽 모두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은 라이젠 5000G 세잔입니다.
AMD 라데온 RX 6600 XT 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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