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만들러 밖에 나갔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맘스터치가 이제서야 생길 정도로 별볼일 없는 곳이라 증권사도 없습니다. 원래는 있다가 장사가 았되서 그런가 없어졌지만요. 하여간, 증권사에 가려면 목동이나 구로 디지털 단지로 가야 하는데 괜히 목동으로 가봤어요. 구로 디지털 단지라면 옆동네 남구로에서 잔뜩 벼르던 우육면을 먹을 수 있었겠으나, 돌잡이때 쓰던 실을 내놨다는게 두고두고 걸렸다는 말이 생각나서 근본도 없는 럭셔리를 추구하겠노라고 목동으로 갔어요.
아침을 거른채로 딱 점심때 도착했으니 뭔가를 먹긴 먹어야겠는데... 하필이면 목동까지 가서 눈에 걸린 게 마라탕이었네요. 한 10년 전에 갔을 때는 외국인이 수제 맥주를 팔던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가보니 그 가게는 진작 사라졌고 흔해빠진 마라탕집이 있는데 그게 눈에 딱 들어오더군요. 마라탕집이야 집 앞에도 있고, 그걸 굳이 목동까지 가서 먹어야 할 음식은 아닌데, 역시나 남구로 우육면의 유혹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마라탕은 먹어봤지만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는데, 대충 줏어들은대로 바구니에다가 원하는 재료를 넣어서 무게를 달아 결재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비싸네요. 아무리 양껏 담았다고는 해도 12,000원. 생각해보니 탄수화물이 별로 없어서 옥수수 국수나 한웅큼 넣었더니 그게 5000원. 합해서 17,000원. 이거 브랜드 치킨 한마리 가격 아닌가요. 그렇다고 무게 대비 비싼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에요. 버섯이나 건두부 종류는 다들 가격 대비 묵직한 것들이니까요.
맛은 있어요. 그리고 배도 불러요. 17,000원어치를 시켰는데 배가 안 부르면 큰일날 일이죠. 하지만 이 돈 주고 마라탕 집에 가느니 치킨이나 탕수육을 사먹거나 훠궈 뷔페에 가는 게 훨씬 이득이죠. 훠궈 뷔페는 맛이나 식재료는 비슷한데 가격은 훨씬 싸니까요. 중국인-조선족 한족 가릴 것 없이-들이 양꼬치 유행이 한물 지나가니까 마라탕집을 연다는데, 저런 가격이라면 저부터 열고 싶어지는군요. 이렇게 비싸가지고서야 썩 오래갈것 같진 않지만.
써놓고 보니 훠궈 부페가 땡기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군요. 이런 가게는 혼자 갈 수가 없으니까요.
사진이 한장밖에 없으면 심심하니 고양이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