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눈이 제법 왔으니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아주 만만한 하늘공원. 17-70mm와 10-24mm를 둘 다 들고 나갈까 고민하다가, 새로 샀는데 얼마 쓰지 못했던 10-24mm만 갖고 나섰습니다.
미리 배도 채우고, 점퍼도 가장 두꺼운 걸로 입은 것까진 좋은데.. 장갑을 안 챙겨왔고, 목도리도 없고, 무엇보다 운동화를 신고 나온 게 문제네요. 집에 등산화가 없는 것도 아닌데.. 덕분에 운동화 안으로 물이 쑥쑥 들어옵니다.
눈과 억새라는 조합이 나쁘지 않은데, 산꼭대기 수준에 바람을 막아줄 게 없는 허허벌판이라, 바람 한번 불면 겁나 춥네요.
그래서 몇 장 찍지 못하고 아이 춥다 뜨거운게 필요해! 하면서 휴게소로. 휴게소 안에 의자가 있을까 했는데 그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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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 문 앞에 뭔가 이상한 것들이 있다.
Q: 하늘공원에 눈보러 갔어요?
A: 고양이 보러 갔는데요.
휴게소에서 커피 하나 마시면서 몸을 좀 녹이고, 눈인사를 하면서 안심시킨 후, 소세지를 조금씩 잘라서 흔들흔들 하다 한마리가 먹기 시작하니 다른 애들도 두엇 오긴 하네요. 하지만 만질 순 없습니다. 거리 유지가 확실해서..
먹지도 않을 걸 주면 쓰레기가 생기고, 고양이한테 밥 주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으니 소세지를 주는 게 좀 조심스럽긴 하네요. 사실 저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집 주변 헤집어 놓는 애들을 보면 던져버리고 싶은 생각도 드는지라,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고..
하늘공원 위에 있는 고양이들이 한 여섯마리 쯤 되는 것 같던데, 다른 계절에는 개구리라도 잡아먹겠지.. 싶지만. 겨울에는 어떻게 날까 싶어요.
사진을 잘라내서 그렇지 실제로는 거리를 꽤 두고 찍었습니다. 정말 가까이에서 찍었음 얼마나 좋을까..
10-24mm 렌즈로 찍은 거. 일단 애들이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뷰파인더를 쳐다보고 찍기도 번거롭고. 아무래도 10-24mm 렌즈는 제주도 갔다와서 팔아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네요. 이제 뷰파인더를 포기하고 라이브뷰로 가야지..
하늘계단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하늘계단만 올라와서 아래 내려다보고 다시 내려가네요. 진짜를 보려면 공원까지 가야 하는데. 근데 그거 불러다가 안에 더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긴 귀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