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늦게 일어났는지 변명 안하렵니다. 어차피 마지막 날이라 변명 할 필요도 없고요. 그와중에 급히 나오느라 저 엘레베이터 틈새로 열쇠를 빠트릴뻔 했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발로 차내서 겨우 구했네요.
하루종일 가방을 매고 다닐 순 없으므로 여기다 가방을 보관해놓습니다.
부산문화회관이고 뒷쪽엔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지만 오늘 목적지는 아닙니다. 여길 보기엔 시간이 영 없네요.
이런곳을 갔습니다. 제가 물병을 들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제지를 당했습니다. 십분 이해가 가는 처사라 별 말은 안했는데...... 저를 맞이한 헌병 친구의 키가 어마어마하게 크더라구요. 마크를 보니 육군 의장대에서 차출 된 모양인데 여기서도 따로 더 선별을 하는 모양입니다. 잘 모르고 보면 UN에서 차출된 한국말 잘하고 덩치 좋은 백인 병사인줄 알았을겁니다. 제가 처음에 그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추모관
관리동인가 그렇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요합니다. 동물 짖는 소리도 안나요.
이런식으로 묘지가 있습니다만 참전용사의 가족이 아니고서야 직접 들어가볼순 없습니다. 그래도 각국이 설치한 기념비는 가까이 볼 수 있는데요.
호주
미국
캐나다. 가장 인상깊었네요. 뽐내기 싫어하는 캐나다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해 딱히 모델로 삼은 사람도 없고 복장에도 아무런 마크가 없다는군요.
영연방
유달리 영국의 무덤이 많이 보입니다. 영국은 전사한 사람을 전장에 묻어주는 문화가 있어서 그렇다네요.
프랑스측의 기념비도 있으나 가까이 보기 힘듭니다.
이곳에서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전사자의 이름을 찾아볼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참전용사의 수가 월등히 많아 아예 주 별로 구분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역사적인(?) 장소에 왔습니다.
그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저 지하에서 이뤄졌다는군요.
가장 은복지리를 시켰는데도 찬이 실하게 나옵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튀김. 옆에 3명 온 테이블이 4개 받았는데 저는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3개 받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젓갈도 맛있네요.
그릇에 담아져서 나오는게 아니라 냄비채로 끓여 온다음에 그걸 그릇에 일일히 나눠줍니다.
맛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살짝 감칠맛이 도는, 그리고 단단한 육질의 복어 입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미나리와 함께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국물도 너무 팔팔 끓이지 않고 너무 간이 세지 않아 술술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콩나물무침이 엄청 맛있습니다. 고기 다 먹고 국물에 밥 만다음에 한숱갈 뜨고 이거 한젓가락 먹으면...... 솔직히 복어보다 더 맛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이 집은 다 좋은데 카운터 보는 아저씨는 고객 응대가 약간 서투른것 같습니다. 분명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름 본인 딴엔 신경을 쓴 모양인데 정작 그걸 받는 입장에선 썩 달갑지가 않네요. 이것 때문에 여길 다시 오지 않겠다 이 수준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요.
부산에서 3일이나 버스를 타봤으니 이거와 관련하여 몇 마디 하자면 부산은 도시철도 노선이 무려 6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탈 일이 더 많습니다. 버스가 지하철을 보조하는 용도로 굴러가는 느낌인 서울과는 퍽 다른 느낌입니다.
그마저도 대다수가 부산역을 통과하는 기이한 구조로 굴러간다는 느낌이 큽니다. 저야 숙소가 부산역이라 비교적 편했습니다만 부산 사람들이 죄다 부산역 사는것도 아니고 부산역에만 용무가 있을리도 없으니.... 나름대로 고충이 클것 같더라구요.
그나마 티머니페이를 쓰는 입장에서 보자면 교통카드 단말기가 마음에 듭니다. 수도권 티머니 단말기는 인식이 극혐인데 부산 캐시비 단말기는 인식이 비교적 빠릅니다.
송도 해수욕장을 왔습니다.
근데 송도 해수욕장의 풍경은 (가본적은 없습니다만)은근슬쩍 홍콩의 리펄스 베이를 닮았지 말입니다. 저 건물마다 중앙에 구멍 좀 뚫어놓으면 진짜 닮았을것 같아요.
러시아인들이 적잖이 놀러오는 모양입니다.
시내 한복판에 톨게이트가 있는 독특한 모습도 볼수 있습니다. 일본쪽 고속도로들이 도심 한복판에 톨게이트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데 직접 본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요.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송도성당을 왔습니다. 그나저나 해수욕장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상당히 힘겹습니다.
사실 이쪽에 목적이 있어서 왔어요.
근데 너무 힘들어서 관람이고 뭐고 일단 기념관에 있는 음식점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십니다. 원래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려고 했는데 없어서 정신 좀 차릴 겸 에스프레소를 마셨네요. 크레마도 두툼하고 맛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중에 좀 찾아보니 유명 이탈리아 브랜드의 원두를 쓰는 모양이더라구요.
익살스러운 표정. 뭐 동상 위편으로 "나랑 친구가 되어줄래?"라고 쓰여져 있었으니 다분히 이해가 갑니다.
여권 등 유품이 있습니다. 여권에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나와있네요. 고인이라 괜찮다 이건가....
입었던 옷들
편지와 수첩들
저 서류의 주인공인 토마스 타반 아콧, 존 마옌 루벤씨는 한국의 의대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의사시험도 통과한듯. 싼티노 뎅씨는 토목공학과에 진학을 해서 졸업을 했다네요.
생전에 아이팟을 쓰신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이팟엔 이렇게 적혀 있었네요.
"Love Each Other"
기념관의 창문으론 이런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네요. 군데군데 보이는 철거 표시를 보아하니 곧 재개발 될 운명인것 같은데.....
기념관 아래엔 생가가 있습니다.
기타가 있는게 인상적입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중학교때 이미 성가 작사작곡을 하는 재능러인걸 감안하면 적절한 고증인것 같습니다.
영도 봉래시장을 왔습니다. 장 보러 온건 아니고.....
어묵 심부름을 받고 어묵을 사러 왔습니다. 배가 출출하여 어묵을 좀 먹어봤는데 저 베이컨 핫바는 그저 그렇고 밑의 비첸향 고로케가 정말 맛있습니다. 비첸향 라이센스는 받았는지 둘째치더라도 안에 중국식 간장양념으로 졸인 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달콤하니 참 맛있더라구요.
이걸 먹고 어묵을 몇개 샀습니다. 사각어묵도 사고 탕어묵도 사고....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
하지만 아직 시간이 애매하게 남기도 하였고 아직 헤어지긴 싫어서 최대한 사진이나 찍으며 발악을 해봅니다.
부산역 뒷편입니다. 대규모의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을 할지 가늠이 가질 않습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보입니다. 저길 보면 시간이 딱 맞을것 같네요.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족욕탕이 있습니다. 안그래도 장기간 여행으로 다리가 많이 피로한 상황이네요.
대충 경로당 같은 분위기 입니다.
그나저나 저 서있는 아저씨는 박수학 박사라고 하는데 박사학위를 돈 주고 사온건 아닌 모양입니다. 별의 별 박수를 다 치더라구요. 자기 말로는 백 가지가 넘는다는데......
대합실엔 사람이 그다지 많진 않습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죄다 일본 사람들인듯 합니다.
유람선 구경이나 하고 다시 부산역으로 갔습니다. 한번도 안타봤습니다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타보고 싶어요.
저는 마지막까지 최대한 부산스러운 음식을 먹고자 하였으나 부산역엔 딱히 부산스러운 음식이 많이 있진 않았습니다. 거진 다 대형 프랜차이즈더군요. 그나마 부산식 떡볶이를 취급하는 집이 있어서 여기서 떡볶이랑 순대를 먹었는데 순대가 다소 이상하지요?
이걸 시키고나서 봤지 뭡니까. 아니 매장에서도 이걸 얘기해주질 않았어요. 근데 걍 먹었습니다. 자르고 나서 무를 수 없는건 둘째치더라도 제가 순대를 먹은 이유부터가 막장을 먹고 싶어서 먹었던거에요. 그러니까 저 순대는 일종의 막장 찍어먹는 도구에 불과한 셈이죠.
떡볶이는 제가 여지껏 먹어본 떡볶이중에서 가장 걸쭉하고 가장 진한 맛의 떡볶이였습니다. 그리고 떡이 굵어서 포만감이 꽤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걸 타고 갔습니다.
이번 여행간 좋은 일도 있었고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난것 같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올해(라고 하기엔 2달이나 지났지만)는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까요. 이 해피엔딩이라 함은 취직에 성공 하는것이긴 합니다만..... 일단 잠을 좀 자고 내일 좀 쉰 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찌됐건 결과가 나오겠지요 아마.
한 해 좋은 결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