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여행 갈 여유가 없을 듯 하여, 3세대 스레드리퍼 끝나자마자 짧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짧고 싸게 가자니 멀리는 못 가는데, 일본은 그렇게도 많이 갔건만 이제는 찝찝해서 못 가겠네요. 비행기표는 참 싸던데 말이죠.
그러니 만만한 선택이 대만밖에 안 남는데요. 대만 중에서도 가오슝을 다녀 왔습니다. 비행기표가 그럭저럭 쌌고(2인 31만원), 대만이 물가 싸고 먹을게 많거든요. 숙박비 12만원, 교통비부터 먹는거까지 다 합쳐서 30만원이었으니까요.
가오슝은 참 볼게 없네요. 압축하면 3박 4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비행기표만 싸다면 앞으로도 가오슝을 가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과일이나 먹으면서 쉬기엔 이만한 곳이 없거든요.
시작은 인천공항 버거킹. 공항철도 역이라서 공항 안보다는 덜 붐벼서 꼭 갑니다. 근데 패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반대편에 KFC가 있던데 1월에는 거길 갈까봐요.
제주항공이 20분이나 연착했지만, 비행기 도착 시간을 현지 시간이 아니라 한국 시간으로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예상보다 40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전하고 유심까지 사도 6시 전까지 메이리다오역에 갈 수 있다고 판단, 부리나케 뛰어갔습니다.
메이리다오역 가오슝첩운상품관. 마누라가 쓸 교통카드를 사야하는데, 기왕 사는 거 하츠네 미쿠 한정판으로 사면 좋겠으나, 그걸 파는 상품관은 6시까지만 장사하며, 월요일엔 쉽니다. 그러니 일요일 오후 6시가 되기 전까지 갈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되기는 개뿔. 교통카드+마우스패드를 합쳐 판매하던 상품은 진작 매진됐고, 무려 1000대만달러 어치의 굿즈를 사야 교통카드를 준답니다. '기왕 사는 거 예쁜걸로 사자'였을 뿐이지 덕후는 아닌지라 간단히 포기.
기타등등 굿즈들. 하지만 이제 관심이 없어요.
평범한 교통카드를 사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전철역으로 돌아옵니다.
이게 그럭저럭 평범한 교통카드를 파는 자판기. 메이리다오역의 상징인 빛의 하늘이 그려진 교통카드를 여기서 팔아요. 진짜 평범하고 밋밋한 교통카드는 역무원에게 문의하세요.
빛의 하늘. 예쁘긴 한데... 이게 관광지 수준으로 꼭 소개될만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호선 녹사평역이 훨씬 더 볼만했어요.
이제 숙소로 가려는데 뭐 이상한 것들이 많군요. 저게 다 가오슝 전철의 마스코트입니다.
대만 전철에서 음식은 금지입니다. 물도 마시면 안됩니다. 그런데 대만 기차는 됩니다. 기차 중에는 거의 전철 수준으로 다니는 애들이 있는데.. 전철이랑 기차랑 뭔 차이인지는 모르겠어요.
뭔 전철이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그림이 있냐고 생각하실 분이 있어서 한장. 저런 평범하게 중화민국스러운 그림들도 있습니다.
숙소까지 가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홍보물 아래에 뭔 BL들이 가득하군요. 서점 사장님이 한국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두렵습니다.
숙소 위치를 잘못 파악했습니다. 분명 에어비앤비의 안내를 보고 찍었는데 그건 페이크였고 다른 곳에 숙소가 있네요. 그곳까지 정처없이 가는 동안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숙소 바로 옆의 카페. 분위기 쩌는데 감탄으로만 끝났습니다. '여행'을 온 것이지 '휴가'를 온 게 아니라 저런 곳에서 한가하게 커피 마실 시간이 없네요.
숙소 우편함에서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전자 열쇠를 찾아 탑승. 엘리베이터 층 안내가 다 비어있군요. 차라리 아무것도 없던가. 살짝 공포스럽습니다.
가방만 던져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배는 진작 고팠는데 일단 체크인이 먼저라서요. 이 동네는 적당히 위험해 보이는군요.
鴨肉珍. https://maps.app.goo.gl/yXn2LBC5vxwBxqdK9
오리 덮밥을 파는 곳입니다. 그냥 줄여서 오리밥이라고 부릅니다. 오리고기와 돼지 비계를 잘게 썰어서 밥 위에 얹어주고, 오리 국물에 생강을 넣어서 마시라고 줍니다. 가오슝 하면 오리밥부터 생각날 만큼 맛있습니다. 가격은 2200원.
東美水果店 https://goo.gl/maps/RepVGnPGfNauSwrw8
온갖 과일과 마실 걸 파는 가게입니다. 가오슝은 토마토를 생강 넣은 꿀에 찍어 먹는군요. 은근히 잘 어울립니다.
망고도 한잔 합니다.
여기도 괜찮은데 원래는 바로 옆에 있는 진짜 유명한 가게(사진 왼쪽 빨간 간판)에 가려던 걸 잘못 찾았네요. 다음번에 오죠 뭐.
물을 사러 편의점에 갔습니다. 도대체 유어스 벚꽃을 왜 대만 세븐일레븐에서 파는거죠?
도교 사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북치고 징치고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있습니다. 2
고양이가 있습니다. 3.
우린 그냥 고양이를 봤을 뿐인데, 고양이 옆에 있던 아줌마가 이 녀석이 새끼를 세번이나 낳아서 앞에 두번은 다른 사람들 나눠주고 지금은 새끼 두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자기한테 막 달라 붙어서 비빈다며 자랑합니다. 어딜 가나 고양이 자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똑같나 봅니다.
숙소 공지사항. 이 건물의 원룸 매매 가격과 월세 가격, 보증금 등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가격 표기 방법. 2와 二와 兩을 다 쓰더군요. 몹시 혼돈합니다.
석가를 사왔습니다. 과일입니다. 스푼으로 떠먹고요. 무슨 과일이랑 맛이 비슷하다고 설명할 수가 없는 맛입니다. 꼭 먹어봐야 하는 맛인데, 과일 치고는 비쌉니다. 저거 하나에 3500원. 대만 물가 치고는 비싸다는 겁니다.
슈웹스를 큰통으로 마시며 기글질.
토마토 생강꿀이라니 저도 해 먹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