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이튿날이 밝았습니다.
구름 조금, 기온은 23도, 풍속은 4~5m/s.
날씨가 그야말로 쾌청했죠.
그린라인 쑹산역에서 살짝 벗어나
아점 거리를 물색 중인 하이에나 무리들.
토요일을 맞은 이곳은 한적하군요.
로컬로컬한 뒷골목을 누비다
오늘은 저곳부터 털자며
대만인 친구가 제안합니다.
밀크티 2잔에 블랙티 2잔,
계란전병 2접시에 토스트 한 쪽으로
위장에 윤활유 좀 쳐볼까 했더니만.
글쎄... 굉장히 묘한 게 담긴 접시가 나왔어요.
절편을 불에 그슬려 내왔나 싶은 이 모습,
씹으니 감자전보다 부드럽게 뭉개집니다(?)
...깍뚝 선 '무'였어요.
아니 무를 그냥 구웠을 뿐인데?
궁금하신 분은
'Yajiada Breakfast Restaurant'
에 찾아가서 주문해 보세요.
콩물, 밀크티, 블랙티 같은 음료는 25원(약 1천원),
계란전병이랑 토스트도 25원부터 시작됩니다.
서브*이처럼 원하는 토핑으로 추가 조립도 가능합니다.
맛은 우버와 배달 기사님들이 증명합니다(?)
Ask and go to the blue 하십시오.
로컬한 분위기를 충분히 누렸으니,
번화가로 가야겠습니다.
저 멀리 우뚝 선 101 타워를 보십시오.
가까이서 보면 하나도 안 예쁩니다.
믿을 수 없이 청명한 날씨, 그 자체입니다.
101 타워 인근 상점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군요.
아... 알겠으니까 사람 구경은 그만할래요.
설빙보다 수북이 올려주는
빙수가 고프니깐요.
보들보들한 솜사탕을 얼려서
스푼으로 뜯어먹는 이 식감.
좋아요, 아주 좋아요.
저 망고 빙수 바로 옆 토핑은
놀랍게도 '연두부' ... o_O
으잉?
우롱차...
이제 그만 주실 때도 됐거든요?
당을 섭취한 무리는
푸드코트를 섭렵하러 갑니다.
크흠...
KFC 같은 미니 브랜드 매장에서
테이크아웃 해 온 것은...
닭다리랑 치밥 크로켓,
목넘김을 돕는 콜라입니다.
치밥 크로켓은 평범했어요.
염지된 순살로 조미된 밥을 감싸
뜨거운 기름에 샤워시킨 것 뿐이잖아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맛 그대롭니다.
노천 테이블에서 바람을 맞았으니,
커피도 마시러 갑니다.
대만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숨은 스벅 로고 찾기.
서울 삼성역 코엑스랑 인터콘티넨탈이 떠오르는군요.
아니, 토요일에 뭐가 이렇게 부산스럽담.
남자 넷이서
Latte is horse!를 외치며 대동단결.
무리 속 스파이를 보셨다면
큰 착각을 하신 겁니다.
감사하십시오, 휴먼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겠군요.
MRT에 몸을 싣고
단수이에서
우정 결의를 마쳤더니,
해가 퇴근해버렸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 겠군요?
그렇게 겁도 없이
단수이 야시장에 입장한 세 남자.
단박에 맛집의 기운을 알아차립니다.
더 돌아다니기 귀찮군요.
'하워드 철판구이' 집에 들어갑니다.
크흠
"여기 A세트(580) 하나, B세트(320) 하나요."
맛집은 가장 자신있는 메뉴를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잖아요?
그래서 주문했더니,
마스터의 철판에서
순식간에 요리가 나왔습니다.
바지락 국을 시작으로
연어구이, 데친 숙주와 배추,
소고기, 닭고기, 새우까지 헤쳐 모였군요.
이 푸짐한 철판차림이 900원.
한화로 3.6만원 나왔네요.
그냥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아쉬워서
줄 서서 풀빵도 사 먹고요.
(6개 30원 => 한화 1,200원)
숙소로 와서는 이것저것
편의점에서 사온 주전부리까지 더했습니다.
꿀잠을 위해 씻고 자려다
폰 찾으러 늦게 돌아온 대만인 친구의 요청으로
오호라...
고구마 볼?
기름샤워로 풍만해진 탁구공 크기의 볼에
후추를 후추후추, 플럼(자두) 파우더를 흩뿌려서
한 개씩 집어먹는 영양간식입니다.
플라스틱 컵에 담아두고 파는 짭들하고는
격이 다른 맛이랄까...
만약 라오허제 야시장에 들르거든
꼭 사세요. 두 번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