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전쯤에 뜬금없이 전기면도기 뽕이 들어서 샀던 브라운 워터플렉스 입니다. 10만원 언저리라는 저렴한 가격에 방수기능이 꽤나 좋은편이라 건식 면도와 습식 면도를 전부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물세척도 정말 편리한 물건입니다.
더구나 배터리도 꽤 낭낭해서 한번 완충하면 최소 1주일은 넉넉하게 쓸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절삭력은 절삭력대로 좋았고 피부자극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구조가 상당히 간단한 편이라 잔고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실 처음 샀을때부터 느낀건 아닌데 나중에 일렉트로마트 가서 한번 다른 전기면도기를 만져볼 일이 있었는데 전기면도기라는 물건이 원래 이렇게 복잡한 물건이었나 싶더라구요. 아무튼 이런 장점탓에 사용 초기엔 "역시 독일제" 소리를 하면서 즐겁게 썼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월의 흐름을 이기긴 쉽지 않은지 면도가 영 개운치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이 면도기는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정식 내구연한(약 18개월)을 훌쩍 넘긴 채로 사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제가 미련하다고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것이 망은 전혀 나가질 않았고 그렇다고 무작정 제조사 권장 교체주기를 맞춰주기엔 날 값이 너무 비쌉니다.
그래도 오래 쓰고싶다면 날을 바꿔야 하는 관계로 어떻게 하면 날을 싸게 살 수 있을까 하며 네이버랑 알리를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최근에 기글에 면도기 딜이 떠서(https://gigglehd.com/gg/5541787) 한차례 면도기 뽐뿌가 왔다가 제가 이미 써봤던 제품이라 호감이 잘 가질 않았던것도 있고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는 바람에 놓쳐버리고......
질레트를 질렀습니다. 일회용 치곤 꽤나 가격대가 있는 질레트 블루3 입니다. 원래 질레트 자체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가정책을 펼치는 회사라 욕을 한무더기로 먹곤 하지만 일회용마저 비싸게 파는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약간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쉬크나 도루코를 쓰자니 이미 많이 써봐서 또 쓰긴 좀 그렇고 다이소에서 많이 파는 빅은 뭔가 신뢰가 가질 않고 일제라는 점에 뭔가 신뢰가 가게 생겨먹은 KAI는 생각보다 악평이 많네요? 그래서 질레트 샀습니다. 코스트코 구매대행을 하면 만원 언저리로 24개를 구매할수도 있지만 그건 쓰다가 지칠것 같아서 4개 2000원(배송비 없음)에 샀습니다.
쉐이빙폼 입니다. 원래 어제 왔어야 할 물건인데 오늘 오는군요. 월요일에 판매자가 오후가 훌쩍 지나서 물건을 보낼때 부터 심상치 않더니 저희 동네 CJ지점에서 사고를 거하게 쳤는지 전산상에는 어제 저녁에 온다고 한 물건이 오늘 왔네요. 뭐 실수야 다 할 수 있는거고 연락을 못준거야 관행 내지는 바빠서 라고 할 순 있지만....... 그래도 전화할때의 그 태도는 좀 아쉽네요.
원래 니베아 제품을 좋아했지만 이번엔 질레트 제품을 써보기로 합니다. 질레트 제품을 안써본건 아닌데 예전에 멘솔 폼 제품을 썼을땐 멘솔인지 썩은내인지 모를 향이 솔솔 나서 얼마 못쓰고 버렸고 젤 제품을 썼을땐 처음엔 잘 나오는듯 싶었지만 머지않아 내부고장(?)으로 인해 젤이 아주 찔끔찔금 나오는 사태가 벌어진 탓에 버렸던 쉐이빙폼 한정으로 안좋은 추억만 있는 브랜드 입니다.
그런데 왜 질레트를 샀냐구요? 가성비가 좋아서요. 저게 현재 12000원 선에 팔리고 있는데 캔 하나에 300g이 넘습니다. 그래서 사진과 다르게 꽤나 묵직합니다. 또한 한국 정발판과 다르게 미국 직수입 입니다. 이것 또한 메리트라면 메리트라 볼 수 있겠지요.
본격적으로 면도기를 써봅니다. 근데 처음에 포장을 뜯고 플라스틱 케이스를 벗기려고 하는데 너무 빡빡하게 끼워져 있어서 면도기가 두동강 나네요. 어차피 손잡이야 다시 끼울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저거 벗기는게 너무 힘듭니다. 일회용 면도기는 절삭력 만큼이나 얼마나 간편한지가 중요한데 이건 결코 간편하지가 않습니다.
레귤러를 써봅니다.(빨간색 캔) 폼은 정말 쫀득쫀득 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써봤던 모든 폼 중에서 가장 쫀득쫀득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위에서 멘솔 폼에서 썩은내가 나서 버렸다고 했지요? 이것도 그 썩은내가 좀 납니다. 심하진 않지만 분명 자각을 한다면 무시하기 힘든 냄새임엔 틀림 없습니다.
사실 이건 레귤러라 견딜만 한데 과연 저 레몬라임(초록색 캔)을 썼을때 무슨 냄새가 날까 싶군요. 버리자니 가성비의 의미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폼 자체의 질은 꽤나 좋아서 버리기도 아깝고.....
간단하게 면도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잘 밀립니다. 3년만에 날 면도기를 써봐써 그런건지 아님 이 제품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잘 밀립니다. 제가 수염이 다소 독특하게 자라서 턱선을 경계로 위쪽은 정방향으로 자르고 아래쪽은 역방향으로 잘라야 하는데 이건 시종일관 정방향으로 잘라도 얼추 잘 밀리고 결과물도 여타 면도기들이 TV에서 광고 하는것 처럼 보송보송하질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뭐 그렇다고 고가의 제품이랑 비교할 정도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5중날이니 7중날이니 하는 시대에 고작 3중날로, 그것도 일회용으로 이정도 면도가 가능하다는게 그저 좋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절삭력과 피부자극은 정비례 관계임을 생각해볼때 피부 자극은 좀 있습니다. 제가 오랜만에 면도를 해봐서 그런지 아님 이 제품의 특성인지 몰라도 조금 따끔거리네요. 그리고 날 사이에 낀 털을 청소하기가 쉬운편은 아닙니다. 저야 뭐 면도를 마치고 알콜로 매번 닦아주니 어느정도 청소가 되긴 합니다만 뭔가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결론은, 면도기는 좋고 당분간 충분히 만족하면서 쓸것 같지만 여러 한계가 있는 고로 반년 안에 새로운 면도기 뽐뿌가 생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기면도기로 돌아갈것같진 않습니다. 폼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폼 본연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좋은 제품입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로 애프터쉐이브를 사야겠습니다.
덧: 저 전기면도기 아껴주실분 계신가요? 아직 쓸만한데.....
습식 전기면도기 7년째였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