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키보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키보드는 기성품이나 키트가 아닌, 소위 커스텀입니다.
커스텀이라고 해 봐야 어차피 기성품으로 나오는 부품들을 사다가 조립한 거긴 하지만요.
따지고 보면 컴퓨터 조립이랑 비슷한 점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배열은 60% 배열입니다. 일단 제가 60%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60%는 기성품 부품이 많이 나오니까요.
국내에서 상시판매중인 윈키리스의 PCB를 저렴하게 구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케이스는 로우 프로파일 케이스입니다. 스위치 하우징 상부가 케이스 위로 튀어나오는 형태.
더 싸게 가면 플라스틱 케이스도 있긴 한데, 그래도 알루미늄 케이스가 느낌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보강판도 무난하게 검은색 알루미늄 보강판으로 선택.
사실 알루미늄 케이스도 정말 두툼한 걸로 가면 가격이 확 뛰니까요.
로우 프로파일 케이스가 싼 건 단순히 알루미늄 중량이 덜 들어가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립하면서 제일 어려운 건 LED를 한알한알 박아넣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안 들어가거나, 끝까지 안 들어가거나, 중간에 휘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
키캡은 DSA 프로파일로, 시중에 구할 수 있는 일반 키캡들 중 가장 얇은 편에 속합니다.
배색은 돌치 배색이고, PBT 재질입니다.
이쪽도 역시 플라스틱이 조금밖에 안 들어가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호밍 키 (F, J) 및 모디파이어들을 제외한 1 unit 키들의 금형이 다 같다는 점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스위치는 저번에 화이트폭스에 심었다가 문제가 생겼던 인풋 클럽 하코 로얄 트루입니다.
덕분에 스위치를 하나하나 뜯어서 세척해줘야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스위치입니다.
인풋 클럽의 하코 스위치는 토프레 러버돔의 감각을 MX계열에서 재현해낸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스위치입니다.
하코 로얄 스위치는 그런 하코 스위치의 스템과, 더 두꺼운 접점을 사용해 반발력을 높인 노벨키즈 박스 로얄 스위치의 하우징을 조합하여 나온 스위치입니다.
넌클릭 택타일 스위치이고, 맨 위에서부터 2mm에 달하는 스트로크에 넓게 펼쳐진 범프가 있습니다.
길이가 짧지만 최대 반발력이 90gf에 달하는 스프링을 사용. 바닥까지 때리는(bottom-out) 것을 최소화하게 합니다.
글 쓰는 맛이 있는 스위치입니다. 그래서 글 쓰는 컴퓨터인 맥북에 물려 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접사 몇 장입니다. 키캡의 각인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중사출, 염료승화, 레이저 각인, 패드 프린팅/실크스크린 순으로 가격이 비쌉니다.
물론 가격이 비싼 각인 가공이 내구성도 더 좋기는 합니다만, 레이저 각인 정도면 무난하지 않나 싶습니다.
홈 로우의 F키와 J키에는 손가락으로 느낄 수 있게 더 깊게 파여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OEM 프로파일 키캡에서는 바(_)를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지난번에 포커 3에 끼웠던 XDA 프로파일보다는 더 깊게 파인 느낌입니다.
문제의 재생 스위치입니다. 스템 내부가 좀 지저분한 건 나중에 안 사실.
사실 펌웨어로 QMK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몇몇 키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키 매트릭스나 그런 쪽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납땜이 잘못 된 거라기엔 원래 펌웨어로는 잘 되니까요.
그러다가 ATmega도 한번 구워보고, 교체도 해 보고, 음... 역경과 고난이 서린 키보드가 되었습니다.
토탈 BOM은 대강 140달러선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스위치와 케이스를 더 싼 거로 사용하고, 보강판을 뺀다면 대강 100달러 턱밑까지는 내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한 발짝 더 가서 키캡까지 싼 걸 사용한다면 정말 80달러도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실사용 용도로 만든 것인 만큼 그렇게까지 싸게 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요.
아쉽게도 이 키보드는 만들면서 방송은 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기판에 LED용 저항만 붙이고 나중에 방송을 하려 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이미 완성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