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구정 때마다 할머니 댁에서 설빔으로 새 양말을 받아서 신었어요. 아빠 손 잡고 큰 집, 작은 집, 새 집을 돌면서 차례를 지내고 떡국과 아침인사를 했던 게 언제였던가... 벌써 앞 자리가 바뀌며 책임을 질 나이가 됐군요.
전 설빔으로 케이스 갈이를 준비했습니다. 새 옷은 필요가 없었거든요. 저 고급진 쌀통이 어느덧 10년 차를 맞았는데, 군데군데 잔고장이 나는 바람에 성한 데라곤 저 뼈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케이스를 새로 살까했는데 뒷베란다에 숨은 미개봉 케이스를 찾았습니다. 음...GMC? 아~ 생각났네요. 한창 이 업계에서 명함 돌리다가 신제품이라며 덜컥 받았던 제품이었는데 이제야 뜯게 되네요.
옮길 시스템은 이겁니다. 얼마 전 장만한 gtx1060에 어댑터 물려서 쓰는 970pro m.2 nvme 말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게 보이시죠? 아이비브릿지 i5입니다.
구성품은 대충 이 정도입니다. 언젠가 최신 시스템을 맞춘다면 인텔 SSD랑 어댑터는 버려질지도 모르겠군요. 최근 주가가 올랐다며 떡값 받은 AMD에 관심을 주고 있습니다...
내용물은 잘 들어있네요. 옆판이 어딘가 처박히며 살짝 u그러졌습니다만 남자는 이런 것에 별 개의치 않습니다. 쌀통보다는 가벼우니 그걸로 됐습니다.
구성품 중에 특이한 게 있는데 저 팬쿨러는 케이스 밖 뒷면에 달아 쓰라더군요. 음.. 그래픽카드를 끼우는 슬롯 위치와 겹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오래된(?) 시스템의 선 정리는 힘들군요. 케이블타이 쓰기도 귀찮아서 요리조리 둘러치기를 헤봤습니다. 메인보드 샤프트를 박았더니 백패널이 전혀 들어가질 않아서 빼버렸습니다.
몇 번의 난공사를 거쳐 시스템을 옮겼습니다. 저 시스템에 보이는 파워가 과분해보인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이리하여 완성된 시스템. 곧 게임하러 올 막냉이에게 새 컴을 샀노라며 허세부리기 좋습니다만... 당장이라도 끄고싶은 뻘건 모니터, 케케묵은 마우스랑 키보드, 헤드셋 때문에 금방 들키겠군요.
얼른 바꿔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