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오늘은 프랑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네요. 하지만 아직 안 가본 곳이 있네요. 바로 베르사유 궁전. 몽생미셸도 못 본 지금, 이것을 빠트리는 건 붕어.. 아 유럽이니 피자에 토핑도 안하고 도우만 먹는 것과 같죠.
베르사유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가 있죠. 먼저 파리 생 라자르역에서 가는 기차, 그리고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가는 기차, 그리고 RER C선을 타는 것. 3가지 모두 유레일패스가 먹힙니다. 저는 RER을 타고 갑니다. RER C가 서는 역이면 어디든 타면 되지만 저는 일단 앵발리드역에서 출발하죠.
RER은 종착지가 여러 곳이라서 잘 보고 타야 합니다.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려면 Versailles Chateau Rive Gauche역으로 가야 합니다. 전광판에는 대개 리브 고슈를 RG로 줄여서 쓰니 헷갈리지 않도록 합시다.
2층 전철은 낯설군요. 가는 길에 집시 아저씨가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이고 나는 장애인이라 일 못하니 돈 주세요 하는 쪽지를 건네기도 하고 섹소폰 연주자가 연주한 뒤 돈 달라 하기도 하는데 무시했습니다.
베르사유행 기차라 그런지 장식도 궁전 스타일이네요.
한 40분 정도 달리면 바로 베르사유 사토 리브 고슈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기아차 광고를 보니 뭔가 새롭군요. 얼마 전 돌아가신 친척이 계신데 그 분도 기아차에서 일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더 눈에 띄는 걸까요.
역에서 나간 뒤 조금 걸어야 합니다. 한 5분 쯤? 지도가 있으면 금방 찾고, 길치라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만합니다.
멀리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베르사유궁. 날씨만 맑으면 완벽한데.
베르사유 궁전 앞에는 루이 14세가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이 반겨줍니다.
당시 프랑스 왕은 나바르도 다스렸죠. 나바르는 스페인과 프랑스 중간에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가 지은 궁전으로 프랑스 절대왕정시기의 마지막 궁전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유럽에서 한창 번창하던 강대국이었기에 그 궁전은 아주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지을 수 있었죠.
일단 티켓을 사야 합니다. 뒤의 정원은 무료고, 티켓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주로 사는 1일 패스포트는 18유로 쯤 합니다. 이걸 사면 베르사유 궁전과 거기 딸린 별궁 모두 입장 가능하죠. 파리 뮤지엄 패스도 먹히며, 장애인은 외국인이라도 돈을 안 받습니다.
나머지 티켓들은 그냥 이 사진을 참조하시고..
먼저 궁에 들어가자마자 맞이하는 건 왕실 예배당.
베르사유 궁전을 보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코스는 1층에서 베르사유 궁전의 역사와 각종 회화들을 본 뒤 2층으로 올라가 왕실 예배당, 비너스의 방, 다이애나의 방, 머큐리의 방, 아폴론의 방, 전쟁의 방, 거울의 방, 평화의 방, 왕비의 방 순으로 보면 됩니다. 간단히 훑어보면 40분대, 길게 보면 두시간대 잡아야 하죠.
참고로 표를 사면 오디오가이드를 무료로 대여해주니 반드시 받아가세요. 혼자서 보는 것과 가이드 설명 듣는 것은 엄청 차이가 납니다. 한국어 가이드 물론 있으니 받아서 손해볼 거 없습니다. 그리고 이어폰 잭도 있으니 가이드는 목에 걸고 이어폰을 끼워 들을 수도 있어요.
1층은 이렇게 베르사유의 역사, 그리고 소장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소장품은 사실 베르사유 궁전이 보유한 콜렉션에서 지극히 일부죠.
나오자마자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나옵니다.
2층 올라가는 길에 본 정원.
루이 14세 그림과 조각들...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초상화와 조각이 나와서 이 사람 왕자병에 나르시스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겁니다. 아 왕자가 아니고 왕이니 왕병인가.
2층 걔단에서 왕실 예배당까지 가는 복도에는 프랑스의 유명인들을 조각으로 세겨놨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수학 시간에 들어본 로피탈도 있고..
1층에서 본 것과 2층에서 본 것이 느낌이 다르네요. 1710년에 완공된 이 성당에서 프랑스 왕은 매일 예배를 봤죠. 그리고 성당이다보니 결혼식장으로도 쓰였고요.
규모는 작지만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비너스의 방부터 전쟁의 방까지 훑어봤습니다. 사진상으로도 화려함이 잘 보이겠지만 실제 보면 시선 닿는 곳마다 예술품이고 조각이고 그림이죠. 그리고 황금빛의 장식품은 전부 황금이라 봐도 됩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지은 것은 당시 프랑스 절대왕정의 위엄을 알리고 널리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었죠. 루이 14세가 폼을 잡고 근엄하게 있는 부조나 초상화, 조각도 그런 목적입니다. 그래서 이 궁궐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기부터 이미 관광지로 개방을 하고 있었다고 하죠.
이제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거울의 방에 도착했습니다. 흐린 날씨인데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 만약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비치는 맑은 날이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도 안 되는군요. 여기는 무도회장으로도 사용되었고, 각종 행사장소가 되기도 했죠. 대표적으로는 빌헬름 2세가 여기서 독일 제 2제국 수립을 선포하기도 했고 1차대전 후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기도 했죠. 그 후로도 프랑스 대통령이 귀빈을 맞이하는 접견실로도 쓰입니다.
거울의 방은 길이만 75미터, 폭은 10미터, 높이가 13미터입니다. 당시 유리와 거울이 대량생산이 안 되서 귀한 취급을 받을 시절에 이 방에 도배한 건 마치 학교 복도 바닥을 금으로 만든 타일로 도배하는 것 이상의 사치였다고 하죠.
왕비의 처소입니다. 당시 프랑스 왕실은 왕비가 출산하는 순간도 완전 공개했다고 하네요. 이 침대에서 루이 14게 이후의 프랑스 왕들과 왕자, 공주들이 처음 세상을 밟았죠.
이제는 황금을 너무 봐서 황금이 그냥 구리처럼 보이는군요...
이제 궁전을 나갑니다.
궁전에 나가고 난 뒤에는 정원을 둘러보려는 거죠. 여기서 팁 하나 드리자면 만약 궁전에 사람이 엄청 많다면 이 정원을 먼저 본 뒤 궁궐을 봐도 된다는 겁니다. 제가 갔을 때는 비수기+테러가 겹쳐 사람이 엄청 적은 편이었죠. 아니 이게 사람이 적냐 할 지 모르겠는데 성수기에는 줄이 수백미터씩 늘어지기도 한다네요.
보통 안이 화려하면 겉이 영 아니고, 겉이 화려하면 안이 수수한 경우가 많은데 베르사유 궁전은 안이나 밖이나 화려하긴 마찬가지네요. 이 궁전을 보면 사람들이 기죽을 만 합니다.
정원으로 나가봅니다.
베르사유 궁전 정원은 매우 넓습니다. 그래서 돈을 아끼고 싶다거나 어지간히 다리가 튼튼하지 않다면 걷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이 기차(?)의 탈을 쓴 버스를 타는 게 낫습니다. 어른과 학생 각각 7.5, 5.5유로. 정원과 대운하, 그랑 트리아농와 프티 트리아농을 전부 지나가죠.
다음에는 그랑 트리아농과 프티 트리아농 모두 둘러보고 싶네요. 저는 궁전만 들어갈 수 있어서 말이죠.
베르사유 궁전 주변의 물가는 좀 비쌉니다. 관광지라서 바가지를 씌우는 거죠. 그래서 저는 미리 빵을 챙겨 왔습니다. 그걸 먹으면서 다시 베르사유 역으로 돌아갑니다.
날씨가 참 변덕스러운게 제가 나갈 때가 되니까 슬슬 날씨가 맑아지더군요.
특이하게 생긴 차네요.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스테를리츠 역에서 다시 갈아타서 크리메 역으로 돌아왔죠. 예약한 열차 시간이 엄청 남았기에 크리메역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크리메역 주변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더군요. 물론 런던에서 본 것처럼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중국 가게가 많은 수준?
국화차인데 설탕이 엄청 들어갔더군요. 그런데 설탕 넣어도 향은 안 죽는 걸 보니 확실히 국화는 향이 강해요.
중국 식료품점에는 한국 것들도 파네요..
그런데 어째 한국보다 더 싼 거 같나면 기분탓이겠죠?
그 외에도 대형 슈펴마켓도 하나 있기에 둘러봤습니다.
이렇게 둘러보고 짐도 싸고 하니 시간이 벌써 저녁입니다. 이제 독일 뮌헨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 막에 올랐습니다. 나의 부주의+직원의 무능함으로 파리-만하임-뮌헨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파리-스트라스부르-오펜부르크-카를스루예-뮌헨 이렇게 꼬였죠.
일단 파리 동역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TGV를 탑승.
TGV는 한국의 KTX와 비슷한데 좌석마다 220V 콘센트가 있는 게 감동. 우리나라는 이런 거 안 하나.
그리고 중간에 정차역 없이 바로 스트라스부르까지 달립니다.
저는 2층에 탔죠. 그런데 밤이라서 창 밖 풍경이 안 보이니 소용이 없지만 말입니다.
스트라스부르역에 도착. 만약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날잡아 스트라스부르도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바로 오페부르크로. 처음에 플렛폼 25번이 어디야 하면서 헤맸는데 제가 탄 TGV 플렛폼 바로 뒤에 있더군요.
스트라스부르는 독일로 가는 열차가 엄청 많더군요. 사람들은 마치 옆동네 가는 그런 감각으로 타고 내리고요.
그런데 어째 기차가 너무 쁘띠한 거 아닌가... 이게 다에요.
오펜부르크 도착. 제가 알기로는 오펜부르크는 독일에서 그냥 소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그거와 다르게 기차역은 크기가 좀 되더군요. 마치 김천역처럼. 그런데 카를스루예까지 가는 기차 찾는데 고생했습니다. 분명히 독일철도청에는 여기서 타라고 되 있는데 전광판에 온 기차 행선지는 엉뚱하더군요. 철도공무원에게 물어보니 이거 중간에 철도 칸이 분리되서 운행되서 그렇다면서 그 열차가 맞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단 타긴 했죠.
우리나라로 치면 무궁화호급이라고 하는데, 좌석배치나 그런 게 전혀 색다르네요.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스미드까지 가는 기차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카를스루예역 도착. 이제 두시간동안 여기에서 기다려야 하죠.
카를스루예역은 상당히 규모가 컸습니다. 그런데 밤이라서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기다리는데 집시 두명이 와서 당신 화장실 어디인지 모르지 내가 가르쳐줄께 이러면서 데려가려 하더군요. 이유는 뻔하죠. 소매치기입니다. 바로 도망쳐 맥도날드로 들어갔죠. 그나마 다행인 건 역에 경찰들이 순찰을 돌아서 그 이후로 그런 놈을 못 봤다는 점.
경찰들입니다. 그런데 테러 사건 때문인지 두명 중 한명은 총을 들고 있었어요.
두시간동안 여기서 노숙하려니 춥더라고요. 마지막은 은행 ATM기 앞에서 기다렸죠. 거기는 난방이 되서요.
두시간만에 ICE가 왔군요.
ICE 좌석은 2등석도 엄청 편하네요. 그리고 좌석 아래에는 콘센트가 있어서 폰 충전도 할 수 있었어요.
한밤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텅텅 비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좌석 두개를 독차지하고 누워 자는 사람도 있더군요.
드디어 뮌헨에 도착.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이던가..
이걸로 험난한 프랑스에서 독일까지의 여정은 끝났습니다. 뮌헨은 대도시라 그런지 새벽인데도 역이 붐빕니다. Ich bin ein Munche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