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베트남 호치민에 가서 목표 삼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파인다이닝 도전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10년 전 유럽여행 가면서 비스트로, 즉 그냥 밥집까지만 경험한 후 제대로 파인다이닝을 가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가격이 어언 40~60만원이기도 하고, 한참 초밥 오마카세에 미쳐 있어 뒷전이었었죠,
그런데 호치민 시는 옛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이 직접 전파하고 원형을 유지하는 레스토랑이 많고, 프랑스인들도 호치민에는 싸면서도 격조가 뒤쳐지지 않는다고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 호치민시 최고 부촌 중 하난 따오 디엔에 프랑스 식민지 시절 호화 별장을 개조한 La Villa French Restaurant 을 가기로 했습니다.
드레스코드는 없으나 혹시나 싶어 꼴에 구두와 정장에서 더워 노타이 차림으로 갔는데도 내가 무례하게 입은 거 같다고 느낌이 들 정도로 웨이터의 서비스와 안의 정원, 식당 내부가 깔끔하더군요.
주문은 런치인데 여럿 추가했습니다.
단 출국 전 날이기도 하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긴 그래서 식전주는 라즈베리 착즙 주스로 대체했습니다. 건강과 종교상의 이유를 대며 와인을 피하자 이걸 추천하더군요.
직접 농장에서 최고급으로 구해 리스토랑에서 갈아 씨앗 같은 걸 채로 걸렀다도 하는데 길거리의 신또(스무디)와 차원이 다릅니다. 세콤달콤한 라즈베리의 맛과 향이 폭발적으로 혀릋 휘감네요.
그 다음 나온 건 치즈, 치즈와 베이컨 등을 이용한 한입 요리들입니다. 치즈 향이 고소하면서 꼬릿하게 입에서 터져나오고 끝은 바삭합니다.
또 전채 메뉴로 생선알을 올린 초미니 크림치즈 파이와 새우를 으깬 튀김도 역시 바삭하면서도 느끼함 없습니다.
이제 메인 요리입니다.
먼저 오징어에 속울 채운 순대같은 요리와 오징어 내장을 이용한 듯한 씁쓸한 녹색 소스가 나옵니다. 오징어가 부드럽고 잡내가 없네요.
그 다음은 타르타르 스테이크에 와사비 아이스크림, 그리고 쌀가루를 부풀린 뻥튀기 같은 장식이 나옵니다. 와사비 아이스큼과 육회가 어울리나 싶었눈데 톡 쏘는 일본산 와사비와 달랏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생고기의 잡내를 잡아버리네요.
또 토마토와 베이컨을 쓴 포카차, 참깨스탁과 미니 바게트도 나왔는데 저 하나를 위해 갓 구웠더군요.
이제 고기요리가 나올 차례입니다.
먼저 읍가심 하라고 리몬 셔벗에 위스키를 살짝 친 걸 주더니, 그걸 다 먹으니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전 미디엄으로 했는데 쇠고기에 웨이터가 직접 와인을 이용한 짭짤한 소스를 뿌려줍니다. 스테이크 위에는 감자와 양송이저섯이 세팅되었죠.
사실 이쯤 되니 배가 불러왔지만 돈가스나 평소 썰다가 간만에 격식있게 스테이크를 썰어 먹을 기회가 왔으니 그만둘 수가 없죠. 마치 뭔가에 홀린 듯 흡입했습니다.
이제 입가심을 할 때. 치즈가 들어간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초콜릿 파이, 그리고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입니다. 치즈를 주지 않고 치즈맛 과자로 대체하는군요.
이제 마지막은 디저트. 블루베리 크림 푸딩, 마들렌, 피스타치오 마카롱, 트러플 초콜릿읍니다. 기성품인지 자치제작안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최고급입니다. 향과 재료의 풍부함이 차원이 달라요.
이렇게 먹은 가격은 316만 동.. 한국 돈으로 약 18만원 입니다.
베트남인들 평균 월급의 1/3을 한 끼로 탕진한 거죠.
그런데 이 정도를 한국에서 먹으려면 분명 40~60만원은 들 겁니다.
그러니 이건 비싼데 또 싼 거죠.
그야말로 가성비가 너무 좋은 파인다이닝인 것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먹부림을 하고 타오디엔을 돌아보는데 한국으로 치면 한남동이나 청담동 같은 부촌이고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네요.
즉 전 점심 잠깐이나마 베트남 최상류층 라이프를 맛본 샘이군요.
P.S 야 그래도 이거 넘 비싸다 하시는 분은 The Refinery란 곳이 있는데 거가는 훨신 싸게 프랑스 맛을 볼 수 있으니 고려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