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에 애가 어린이집에 안가고 집에 있는데, '청계천 가서 스피커를 보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길래 낙원상가에 또 데리고 갔습니다.
애가 뭐 악기를 칠 줄 아는 건 아니고, 여기저기 구경(특히 불이 반짝거리는 최신 스피커)만 하면 만족하는 편인데, 돌아다니다가 상가에서 '하몬드'라고 써진 구형 오르간을 봤네요.
제가 하몬드 오르간의 소리를 좋아해서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본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보거나 실제 소리를 들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감격하고 있으니 마눌이 애기를 데리고 안에 들어가고,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게 애기 손을 잡고 눌러 보라고 하셔서 구경 제대로 했네요.
하지만 애는 무서워서 그런가 막 누르진 않았습니다. 전용 앰프(스피커)랑 합쳐서 천만원이라는데 막 누르지 않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몇 년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에서 톤 휠이 돌아가는 게 보이니까 무조건 저보다는 나이를 더 먹은... 수준이 아니라 부모님 뻘일수도 있겠군요.
저 전기줄만 봐도 전기 오지게 많이 먹을 거란 느낌이 온다면 맞습니다. 저 가게만 더울 정도로 전기를 퍼먹고 있더라고요.
정작 용량은 225W인 걸 보면 전기를 많이 먹는다기보다는 비효율적으로 써서 더웠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미국에서 만들어서 일본을 거쳐서 한국까지 온 걸 보면 이것도 기구한 물건이군요.
돌아다니다가 본 다른 물건.
와! 레스폴! 1959년식! 그런데 943만원!
하몬드까지는 무리고 이런 적당히 구형... 대충 카세트 퓨처리즘 쯤 되는 물건들이 제 취향인데요. 이것도 비싸겠죠.
미디는 USB라는 게 없던 시절에 나온 것이며, 그 때는 당연히 디스켓을 썼다고 설명하는데 마눌은 신기해 하더라고요. 거 몇 살이나 차이난다고 이런 곳에서 연식 차이를 느끼다니.
국군의날 퍼레이드를 볼 수 있으면 보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아서요. 이건 어떻게든 보겠다고 비비고 있을 일이 아니라 빠른 귀환이 필수겠거니 싶어 바로 도망나왔습니다.
잠깐 본 거고, 퍼레이드의 의도는 떠나서 이게 대단한 볼거리인 건 맞더라고요.
그나저나 앞으로의 기글은 애기 취향 반영해서 오디오 포럼이 신설되려나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