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한지 며칠 됐네요.
제가 후임들 데리고 노래를 부르던 게 소시지 만들기였는데, 고기는 며칠 전부터 집에 두고 있다가 오늘 저질러버렸어요.
오늘 만들 소시지는 이탈리아 남부 지역인 칼라브리아 지역 먹거리인 Nduja 소시지 입니다.
대부분의 소시지가 그러하듯, 재료는 정말 간단합니다.
돼지 목살(혹은 삼겹살) 1.6kg, 돼지 비계 1kg, 소금 60g, 고추 150g.
여기서 훈연 파프리카 가루, 후추, 이탈리아 양파 등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셋 다 까먹었습니다. 넣으려고 했는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크게 즐기지 않지만, 이 은두야 소시지는 엄청나게 맵습니다.
페퍼론치노를 먹어보신 분들은 페퍼론치노가 상당히 맵다는 걸 아실텐데, 그걸 고기 양의 10% 가까이 넣는 요리가 이 은두야거든요. 하여튼 저도 먹어본 적 없지만 엄청나게 맵대요.
고기는 집에 있는 믹서기.. 는 아니고 뭐라고 하던데, 아무튼 그걸로 갈았어요.
물론 갈기 전에 깍뚝썰기 해주고, 이 과정은 어머니가 대신 해주셨어요. 제 칼질은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에서만 허용하신다네요. 여기서 맛있는 커피를 내려서 어머니의 분노를 1차 회피.
가정용으로 고기 2.6kg를 갈려니까 너무 너무 장비가 뜨거워지더라고요. 믿음과 신뢰의 물수건 냉각마법을 시전하여 어머니의 분노를 2차 회피.
아직 베트남 홍고추 100g만 들어간 모습. 덜 들어가서 빨갛기도 하고, 원래 고추는 넣고 시간이 지나면 더 빨갛게 올라와요. 고추가루 넣으실 때는 항상 나중에 더 빨개질 걸 고려하셔야 해요.
고추가루를 더 넣고 비빈 후에 소시지 케이스에 넣는 모습. 확연하게 붉어졌죠?
여기서 제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의 분노가 완전히 풀리셨어요. 역시.. 내가 고생하길 원하셨던거야..
깔끔하게 담아냈습니다. 꼬다리 마무리는 어머니가 옆에서 해주시고, 저는 꾸역꾸역 밀어넣기만 했어요.
소시지 담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 기계가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첫 시도부터 가구를 늘리기엔 너무 부담스럽죠.
담아낸 소시지는 20도 이하의 상온에서 1일~3일정도 숙성하고, 이후 냉장고에서 1달에서 3달가량 숙성시켜 완성합니다.
이 숙성 기간을 꼭 지킬 필요는 없기때문에 저는 제가 중간에 몇 개 빼먹을 것을 확신합니다.
하여튼 숙성이 끝나면 식빵이나 바게트에 올려서 간단하게 구워 먹어도 좋고,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에 익혀 먹어도 좋고...
피자에 올려서 데워 먹어도 좋고, 스파게티 소스에 넣어 먹어도 좋고, 샌드위치를 해먹어도 좋고, 정력에도 좋다네요.
개인적으로는 만들고 나니 정말 뿌듯했네요. 이렇게 뭔가를 해내고 가슴이 뿌듯해진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큰형이랑 형한테 자랑하니까 미쳤다고 감탄하고.. 사실 저도 이걸 제가 정말 할까 싶었는데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한달 뒤가 너무 기대돼요.
그런 의미에서 내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