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동안 갇혀지내면서 말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만 떠맡았더니 나름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사가 다 귀찮고, 사람들이 뭐라고 말만 걸면 짜증부터 나고, 그리고 무었보다도 일이 아주 격렬하게 하기 싫었습니다. 다 때려치고 이제 그만 밥숫가락을 내려놓을까 싶었는데, 그 전에 여행이나 가자 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질렀습니다. 연말연시를 북해도에서 스노보드를 지치며 지내기로.
눈은 1도 없는 큐슈에서
천지사방이 눈투성이인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도망치듯이 떠나오면서 빈 속이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서 튀김덥밥을 하나 시켜먹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지 말입니다.
열심히 기차를 타고 달리면
이렇게 겨울바다가 차창너머로 보이고
오타루에 도착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니세코까지 가는 길은 그 옛날처럼 종이티켓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곳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곳의 유리공예는 대단합니다.
오타루역에는 튀김닭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오늘은 치킨의 날이니 뭐니 하면서 이백엔 할인을 하길래 하나 사서 포장을 했습니다. 맛은 뭐 그냥저냥. 요사이 창렬이라고는 합니다만 역시 치킨은 우리나라에서 먹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열차를 갈아탑니다. 일단 쿠치안이라는 곳까지 가서 다시 갈아타야 합니다.
천지사방이 온통 눈밭입니다. 그동안 못보았던 눈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았지 말입니다.
어찌어찌 니세코역에서 내려, 순환버스를 타고 제가 예약했던 호스텔에서 제일 가까운 호텔까지 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눈보라를 뚫고서 호스텔까지 걸어갔지요... 참 처량했습니다. 칙쇼라는 말이 저절로...
어찌어찌 호스텔에 도착해서 치비루라고 해서 지역특산맥주를 하나 시키고는 오타루역에서 사온 치킨을 꺼냈습니다. 북해도에 와서도 치맥이라니...
참고로 맥주가 꽤 맛있었습니다. 700엔이나 했습니다만... 이것은 English Pale Ale
이것은 IPA, Indian Pale Ale이 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식당 창문밖을 보며 찍은 사진이 되겠습니다. 눈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호스텔의 공짜 아침식사. 공짜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첫날 오전은 날이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갑자기 날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만
제가 떠나는 그 날까지도 햇님은 모습을 비추지않고 눈보라만 몰아쳤습니다...
가끔씩은 눈보라가 멈추기도 했습니다만 산날씨가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툭하면 이런 날씨가 됩니다.
그래도 풍치도 좋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참으로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주 뽕을 뽑았습니다.
밤에는 호스텔 벽난로 앞에서 기글질을 했지요.
떠나는 날까지도 눈이 내렸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호텔에서 한장
치토세공항에서 먹은 에비미소, 새우된장라멘이 되겠습니다. 맛은 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누굴 놀리나 비행기를 타려고 하니 날이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라멘의 날이다! 라면서 큐슈에 돌아와서 먹은 아카미소, 붉은된장라멘. 역시 북해도의 맛집 라멘이 제일입니다. 조금 줄을 서더라도.
이렇게 오래간만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