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여행의 마지막날입니다. 어제 늦게 잔 관계로 느긋하게 나서 그래도 아침이라 우길 수 있는 시간대에 밥을 먹습니다. 호텔 뒤로 가니 선택지는 저렇게 3개...인데 코코이치방야는 아직 영업 시간이 아니군요. 저 혼자라면 당연히 마츠야를 가겠으나, 옆에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은 마누라가 있어 그런 뻔한 선택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24시간 영업에 자판기. 전형적인 일본의 서민 패스트푸드 밥집입니다. 이름은 나카우. 간판 오른쪽에 다른 건 못 알아먹어도 덮밥이란 글자는 알겠네요. 아무리 새로운 걸 파기 귀찮아하는 저라고 해도 자판기가 있다면 뭐 들어가길 겁낼 필요가 없죠.
튀김 기름 찌꺼기 우동이라니 갑자기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마누라는 저 사진만 보고 마음에 드는 듯. 허나 정작 들어가서 주문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습니다.
전 이틀 연속 카레. 일본에 올 때마다 파는 음식이 바뀌는 것 같네요. 처음엔 어리버리, 두번째는 라멘, 세번째는 규동, 네번째는 가츠동, 다섯번째는 우동, 그리고 여섯번째는 카레(?) 이런 곳에서 먹는 카레는 카레 전문접하고 비교할 수 없는 뭔가 독특한 풍미가 있단 말이죠.
혼자서 두그릇씩 먹어야죠. 얼마 안 남은 식사인데. 뭘 먹어도 보급형 밥집치고는 양호했던 편이라, 다음번에 일본 다시 올 일 있으면 이 간판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네요.
전철역에서 샀던 슈. 맛만 볼려고 하나만 샀는데 하나 더 살걸 그랬어요. 돈은 둘째치고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부르고 살만 안 찐다면 왕창 먹어줄 용의가 있는데..
츄부 국제공항에서 나고야로 들어오는 전철을 탔을 때, 창 밗의 하천에 거북이가 잔뜩 나와있는 걸 마누라가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춰 고미역에 내려보기로 했어요. 뭔가 이거다 싶으면 바로 구글 지도에 표시를 해두니까 참 편하네요. 다만 지도에는 뭐 이것저것 있는 것처럼 나와도 직접 가보니 시골도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습니다.
수문을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뭔가 첨벙첨벙하고 있어서 뭔고 했더니 길 잃은 가오리가 여기까지 들어왔네요. 이런걸 볼 때마다 역시 여행은 슈퍼줌인가.. 싶지만, 뭐 물에서 첨벙대는 가오리 사진 한장 더 찍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겠죠.
무슨 공항철도가 오가는데 거북이가 잔뜩 있는 물이 보인다는거야? 하고 안 믿으실 분들도 이 사진을 보신다면 생각을 고치게 되겠지요. 2량짜리 동네 전차나 다닐것 같은 허접한 다리 위로 급행 열차가 슝 하고 지나갑니다.
거북이를 찾긴 찾았습니다만 그때처럼 많진 않네요. 두어마리 정도 물속에 있는 게 전부. 역시 거북이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내렸어야 하는 걸까요?
하천에 떨어진 계란판에서 까마귀가 밥을 챙겨먹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개구리 죽은 것도 있던데 거기엔 입을 대지 않더군요. 계란만으로도 배가 차려나.
거북이는 못 봤지만 전형적인 일본의 한가한 시골 마을이라, 이런 곳에 집 하나 잡아서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옆에 거주자 모집중이라 써놓은 맨션도 몇개 보이고. 그런데 일본까지 가서 뭐하고 먹고 살죠.
어미오리와 새끼오리. 어미오리 뒤를 열심히 쫓아다녀요. 나중에 어미오리가 어디갔는지 사라지니까, 새끼오리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동그랗게 원형 포진을 짜고 자기들끼리 있더군요. 아. 슈퍼줌.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거북이들이 다들 물 속으로 갔나..하는 순간 저 멀리 뭔가가 보입니다.
여러분 저게 다 거북이입니다. 거북이.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봤던 거북이보다, 이날 저기서 본 거북이의 숫자가 더 많은것 같네요.
거북이들이 사람을 올려다 봅니다. 자기들끼리 놀거나 구애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마누라가 저 밑으로 내려가고 싶어했으나 통로를 막아둔게 다행. 안그랬음 비행기 시간 다 될때까지 여기에서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에요.
이 동네는 거북이를 키우는 운치있는 동네인가! 하고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일본의 작은 하천에 저런 거북이들이 대량으로 생겨서 생태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고, 딱히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듯요.
이제 도코나메로 갑시다. 도코나메는 공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곳으로 도자기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지막 날에 도코나메를 들렀다가 공항에 가면 되겠구나 했죠. 이곳 역은 역무원도 없고 게이트도 허술하고 철도 건널목 건너면서 이렇게 사진 찍어도 되고.. 일본의 작은 역 중에 이런 구조가 많지요.
기다리면서 본 안내문. 도촬은 범죄인가 봅니다.
처음 봤을때부터 비범하게 생각했던 사진. 공연 같은데..
비범하기로는 이것도 만만치 않네요. 둘 다 메이테츠 로고가 있는 것이, 한큐 전철처럼 메이테츠 전철도 극장 같은 곳을 운영하나 봅니다.
도자기 마을 아니랄까봐 뭔가 많습니다. 특히 마네키네코 관련해서 전시해 둔게 제법 되는 듯.
오른쪽 벽을 따라 고양이 도자기가 주욱 붙여져 있습니다. 학업이나 건강,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춰 만들었는데.
개중에는 금연도 있습니다.
작은 마을+도자기+구불구불 언덕길로 구성된 도코나메 도자기 산책로는 관광지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다 갖췄다고 할 수 있으나, 저는 지금껏 대만 잉거를 넘어서는 도자기 마을을 보지 못했네요. 여기에 피로까지 겹쳐서 도코나메를 너무 대충 본것 같아 아쉽습니다.
일부러 저렇게 한건지 폐허를 복구하지 않은건지 싶은 건물.
여기도 옆에서 보면 금방 무너지지 않나 싶은데 사용중인 곳이네요. 일본 집들이 철판이나 나무벽을 많이 쓰니 꾸준히 관리를 안하면 바로 낡은게 티가 나서..
여행책에서 보면 도코나메의 모든 길이 저렇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입니다. 뭐 일부라 해도 분명 대단하긴 하죠.
다른 버전의 길.
20세기 소년 실사영화 중 한장면을 여기서 찍었군요.
좀 더 세련돼 보이는 도자기. 다만 안에 끼어있는 때를 좀 칫솔로 벗겨주고 싶었어요.
물에 뜨는 도자기. 가게를 하나하나 다 들어가 보면서 구경을 해야 재미를 느끼는데, 저는 여기서 뭐 살것도 아닌데 뭐하러 보나~ 이런 생각이 들어버리니 소극적이 되네요.
중간에 들어간 한 가게. 이번 나고야 여행에선 이상하게도 고양이를 별로 못 봤는데, 여기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한마리 키우고 계셨습니다. 이름하여 '도라지'. 일본어로 도라지가 아니라 진짜 발음이 '도라지'입니다. 여기에 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안고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고 하네요. 물건 살것도 아닌데 오래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전 대충 둘러보고 나가서 몰랐는데 마누라가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이렇게 세일하는 도자기는 하나쯤 사고 싶어요. 바로 옆에서 만들고 있으니 신뢰도 가고. 결국은 다른 가게에서 한개 500엔짜리 두개를 구입. 찻잔 치고는 좀 크고 밥그릇으로 쓰긴 좀 작네요.
무더운 여름에 고양이 방석으로 쓰렴 좋을것 같은 타일 쪼가리들.
비행기 시간도 있고 많이 피곤하기도 해서 대충 나왔습니다. 출구 쪽의 시멘트 벽에 한글로 된 낙서가 가득해서 짜증이.. 저 정도면 분명 단체로 왔을텐에 인솔자는 어디서 낮잠이나 쳐자느라 저런걸 제지하지 않는건지.
일본의 맨홀 뚜껑은 지역마다 특징이 확연합니다. 여긴 누가 뭐래도 도자기 마을.
그리고 여기서 한번 더 감탄했습니다. 저런 아이디어는 써먹어도 괜찮지 싶어요.
공항에 오니 한국 사람들이 우글우글합니다. 줄 서는 것도 혼돈이고요. 마지막 한끼 밥은 먹고 가야지 않나 싶어서 위로 갔습니다. 키시멘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서 상당 시간 기다린 끝에 입장.
네. 첫날 먹었던 키시멘은 키시멘 비슷한 것이지 키시멘이 아니군요. 부드러움이 다릅니다. 어떻게 면을 저렇게 뽑아낼 수 있는 건지.역시 한번 먹을거면 제대로 된 곳에서 먹어야 해요.
이건 역에서 봤던 광고 책자입니다. 건설업 계통으루 무료 직업 훈련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안내서인데 일러스트가 비범해서.
펼쳐보니 각 직종별로 캐릭터를 만들었군요. 뭐랄까. 그냥 대단합니다.
이걸로 나고야 여행 끝. 거북이와 몇가지 음식만 기억에 남는(?) 일정이었습니다.
튀김 찌거기라.. 딱 보니 텐가스네요.직역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