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UI는 안드로이드 OS에서 iOS와 비슷한 사용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커스텀펌웨어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해당 운영체제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거대한 OS가 되었죠. MIUI는 특이한 운영체제입니다. 안드로이드 버전과 별개로 MIUI버전이 있으며,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는 멈춰도 MIUI버전은 어느 정도까지 계속 지원해줍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버전업 없이 생색만 낸다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낮은 안드로이드OS 레벨(ex. 롤리팝) 폰에서도 어느 정도 최신 U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OS가 의례 그렇듯, MIUI도 버전업을 하면서 UI를 다듬어왔습니다. 때로는 설정앱처럼 각 앱에 치중하기도 했고, 때로는 전반적인 기본 UI(홈화면 알림표시줄, 설정 패널 등등)을 다듬어서 대체로 이전버전보단 쓰기 편해지는 식이었습니다. 비록 출발은 iOS 카피였지만 안드로이드에서 새로 추가되고 다듬어지는 부분 중에서 쓸만한 부분을 이식하거나, MIUI 나름대로 좋게 평가되는 부분을 향상시켜 나갔었죠.
MIUI 6에선 5에 비해 알림표시줄, 빠른 설정 패널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알림표시줄은 9까지 비슷한 스타일로 가게되었죠.
MIUI 7에선 대부분의 시스템앱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MIUI설정이 난잡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이때 좀 쓸만하게 정렬되었습니다.
8에선 iOS 비슷한 빠른 설정 패널을 버리고 안드로이드 순정처럼 설정 + 알림이 결합된 형태로 바꿨습니다.
9는 8에서 외형적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최적화에 중점을 둬서 전반적인 버벅임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각 버전마다 미미하지만 사용이 편해지는 점이 있었죠. 그러나 이번 MIUI 10은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3개월정도 MIUI 10을 써보고 내린 결론은, 많은 부분에서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럼 뭐가 어떻게 바뀌었고 왜 제목부터 때리는지 이유를 대 보겠습니다.
1. MIUI 10에서 특징으로 내세우는 굵은 선 - 프로그레스 바와 슬라이더에 적용
MIUI 10에서 특징으로 내세우는 굵은선입니다. AOSP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때문에 굵은선은 상당히 이색적 느낌을 주죠.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거같은데? 싶다면 제대로 보신겁니다.
영원한 애증의 대상 iOS에서 따온거니까요. 애초에 MIUI의 태생이 iOS의 카피였다는것을 생각하면 별로 놀랍지도 않은 것입니다. 어제오늘일도 아니니까요. 심지어 알림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명도만 없을 뿐 둥근모서리와 굵직한 그것은 iOS를 떠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편리하진 않습니다. 어차피 터치영역은 이전에도 보이는것에 비해 넓었으니까요. 굵은선을 사용하는 대신 위처럼 마진이 더 필요하게 되어 정보표시가 되는 영역은 오히려 좁아졌죠.
여기까지는 그래 중국이 중국한건데 뭐 어때? 평소의 샤오미잖아 하고 넘어갈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UI카피가 겉모습에만 그쳤고, 기능은 제대로 배껴구현하질 못했다는겁니다. 굵은 컨셉에 맞추려고 플레이 스토어의 프로그레스바도 굵게 교체하려고 시도했으나, 초기 로딩바만 굵어지고 다운로드 진행바는 그대로 원래(순정)두께로 표시되어 결국 한달만에 로딩바도 순정굵기로 롤백했다는 웃지못할 사례도 있습니다.
매주 업데이트하는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은 일단 출시하고 부족한 점을 서서히 매꿔가는겁니다. 심지어 버전업 전엔 1~2달씩 주간 업데이트가 멈추며, 본인들이 인정하는 스테이블 버전은 OS 최초 출시 후 3개월이 지나서 나왔습니다. 이정도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죠.
2. 알림표시줄의 정책 변화
MIUI 10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알림아이콘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로길이는 줄고 세로길이가 늘어났습니다. 네, 바로 노치때문입니다. 상단바 자리가 한정적으로 변했기때문에 아이콘들이 뭉특해지고, 더 흰색이 강해졌죠. 그냥 가로길이만 줄여도 되긴 하지만 가독성 확보를 위해 세로길이를 늘리고, 색상을 변경했을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MIUI 다음버전이 나오기 전까진 노치 두께도 저정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노치가 없는 구형기기는 화면비율에서 약간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림아이콘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MIUI는 알림창과 상단바에 알림아이콘 대신 앱 아이콘을 표시했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원성이 자자했었는데, MIUI10에서 알림아이콘 표시로 바뀌면서 개선이 되었죠. 순정 안드로이드OS는 애초에 알림아이콘이 표시되는물건이니 이걸가지고 장점이라고 하긴 그렇고, 문제를 고쳤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그런데 때때로 알림아이콘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사각형으로 깨질 때가 있습니다. 앱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아이콘을 출력할 수 있는것이 포인트인데, 주 아이콘만 잘나오고 두번째나 새번째 아이콘이 출력되면 사각형으로 깨져버립니다. 하물며 아마추어가 만드는 커스텀롬도 되는걸 제조사 OS가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3. 방만한 마진 디자인 - 빠른 설정패널과 알림카드
제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잦은빈도로 확인하는 부분중 하나가 바로 빠른 설정패널과 알림리스트인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슬라이더에 이어 각 아이콘이나 알림카드 테두리에도 두꺼운 선을 채택해서, 굉장히 방만하게 마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터치영역이 눈에띄게 늘어났느냐 하면 보시는대로 그것도 아닙니다.
맨 윗부분은 상단바 배치를 아래로 내려서 구성했기 때문에 저 형태라면 위쪽엔 마진을 안줘도 잘리는 부분이 없을텐데, 기껏 내려놓고 위 상단바자리는 그대로 비워뒀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내린걸까요.
게다가 설정패널을 확장하면 5열이던 아이콘들이 4열로 줄어들기까지 합니다. 이 조합의 결과로 확장시엔 알림카드를 단! 하나씩만 볼 수 있습니다. 이럴꺼면 굳이 합쳐둔 의미가 싶을정도로요.
4. 내용 다 안보여주는 알림카드
안드로이드는 누가(7.0)부터 알림창에서 바로 답장이 가능했었죠. 하지만 MIUI는 9까지 그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10에서 지원한다는 소식에 드디어 되는구나 하고 환영했지만, 아래 이유때문에 없으니만 못한 기능이 되었습니다.
알림이 와서 답장을 하려면 우선 받은 알림의 전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데, MIUI 10은 그게 안됩니다. AOSP에서는 Gmail같이 긴 텍스트도 보여주기 위해 알림카드 세로길이가 유동적으로 늘어나지만, MIUI10은 조금 확장되고 말고, 내부에 있는 텍스트 스크롤링도 안되기때문에 결국 전체내용을 확인하려면 해당 앱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결국 답장은 앱에서 하게되죠. 추가해준건 좋은데 사용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건지, 아니면 시나리오같은건 생각지도 않는건지 참 대충 만들었습니다.
5. 버벅이는 일부 시스템 앱과 AMOLED를 고려하지 않는 기본테마와 반쪽자리 커스텀 테마
이전까지 잘 되던 앱들이 MIUI10에서 버벅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능추가가 있었던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부앱에선 알림 옵션을 숨겨서 무조건 알림을 받아야 하기도 합니다. 이건 그래도 작동은 하니까 넘어갑니다.
원래 AMOLED 기반폰과 일부 선호 사용자를 위해 위 스크린샷에서 보이는 블랙 기반 기본테마가 있었는데, MIUI10으로 올라오면서 깔끔하게 사라졌습니다. 모든 UI는 흰색 통일이며, 설정 등의 시스템앱도 전부 흰색입니다. MIUI의 강점 중 하나인 커스텀 테마를 사용하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MIUI10에서 갈아엎었기 때문에 이전의 커스텀 테마는 거의 배경화면, 아이콘, 잠금화면 정도만 바꿀 수 있으며 나머지 시스템 UI는 MIUI10 기본으로 고정됩니다.
총평
안드로이드의 편리한 요소를 지금이라도 적용하려는 시도는 분명 유저로서 환영하고, 칭찬할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베타테스트에 가까운 상태로 초기출시가 되었고, 또한 약점이 되는 컨셉을 단지 새로운 디자인 요소라는 차별점을 갖기 위해 계속 밀고나간다는 것은 좋게 봐주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해당 컨셉이 아직도 어딘가와 많이 닮았다는 점은 MIUI의 한계를 스스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싶네요.
샤오미에서 현재 판매중인 신제품, 특히 그중에서 노치가 달린 제품들은 MIUI9버전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상단바같이 노치를 고려한 디자인이 없기떄문에 MIUI10을 쓰는게 낫습니다. 마찬가지로 18:9비율 기기들도 풀스크린 제스쳐를 쓰신다면 상하길이가 좀더 남기때문에 MIUI10을 써도 될겁니다. 다만 구형기기는 차라리 MIUI9 안정버전 혹은 마지막 버전을 쓰시는것이 자잘한 버벅임이나 버그 없이 쾌적한 사용이 가능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