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따금 아이패드에서 지도 앱을 켜고 거리뷰로 여러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별로 쓸모없는 취미이긴 한데, 실제 사람 키 정도의 시점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는 게 나름 재밌더라구요. 또 멀리 있는 곳을 터치하면 훅 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마치 GTA에서 속도 치트를 쓰는 것처럼 시원시원하게 움직일 수 있는 매력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애플 지도, 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3가지의 지도 앱으로 거리뷰에서 빠른 이동을 해 보면 서로간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
우선 구글 지도는 한 번에 먼 거리를 이동했을 때 저화질의 모자이크가 사라지는 시간이 조금 느립니다. 로딩이 느려서 도착했을 때 약간의 답답함이 있습니다. 로딩이 끝나기 전까지 화면을 움직일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화면 전환의 경우 기존 화면과 이동되는 화면 2개를 가지고 마치 스타워즈 워프처럼 공간이 늘어나는 듯한 효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는 모자이크가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고 이동이 시원시원합니다. 화면전환 효과는, 정확한 건 아니지만 아마 기존 화면에 렌즈왜곡 효과를 주면서 확대+투명화 시키고, 이동할 곳의 화면을 중간에서 확대하면서 투명도를 점점 높여서 나타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플 지도는 좀 특이합니다. 쓰면서 항상 뭔가 구글 지도나 네이버 지도보다 이동은 느린데 좀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살펴보니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가 될 거 같습니다.
1. 이동 중에 전환 효과가 아닌 실제 두 위치 사이의 화면을 사용합니다.
네이버 지도와 구글 지도는 먼 거리의 두 위치 사이를 이동할 때 시작점과 끝점의 프레임을 가지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듯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사용합니다. (혹은 자연스러운 전환을 위해 시작점과 끝점 전후로 3-4프레임 더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배속재생까지는 안해봐서 확실히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애플 지도는 첫 프레임과 마지막 프레임으로 전환 효과를 주는 게 아니라, 실제 동영상처럼 움직이는 지점 사이에 있는 프레임을 빠르게 연속으로 띄우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화면 효과를 줍니다. 옆의 차들도 같이 움직이고 중간에 터널이 있으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종의 프레임이 낮은 동영상같은 것이니,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2. 거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더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편집해 놓았습니다.
애플 지도는 이동 사이의 프레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편집해 놓았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이동 중의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애플 지도의 이동 중 화면을 캡쳐하여 확대한 모습입니다. 당연하게도 거리뷰에서 아무리 사진을 연속적으로 찍어도 실제 동영상과는 비교도 안되게 프레임이 낮기에, 부드러운 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흐림 효과를 사용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자동차는 흐림 효과가 있는데 도로나 건물은 흐림 효과가 없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외곽 라인에 누끼를 따낸 듯한 픽셀 테두리가 존재합니다.
즉, 자연스러운 이동처럼 보이기 위해서 거리의 모든 자동차를 누끼로 따서 배경이랑 별도로 흐림/투명도 효과를 조정하는 미친 짓을 해놨습니다. 배경은 일반적인 프레임 보간 효과처럼 작동하지만 자동차는 그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거나 잔상을 남기면서 자연스러움과 입체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이 짓거리는 자동차 한정은 아닙니다.
도로 바깥의 나무입니다. 도로 안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나무들에도 동일한 효과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바로 옆의 나무는 굉장히 빠르게 뒤로 사라지지만 멀리 있는 나무는 원근감 때문에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저렇게 죄다 누끼를 따 놓은 덕분에, 애플 지도에서는 빠른 이동 시 멀리 있는 산이나 구름 등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나무들만 흐려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몇 번 둘러보니 표지판이나 도로 위로 지나가는 도로, 건물 등에도 전부 이 짓을 해놨더라구요. 위 사진에서도 건물 외곽선에 누끼의 흔적이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플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거 아마 AI가 한거같은데...제발 사람 시킨게 아니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