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X AKG 이어폰 Tuned by AKG (EO-IG955)
삼성 갤럭시S8이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는데 갤럭시S8 AKG 번들이어폰의 주파수응답 측정치가 벌써 올라왔습니다. 삼성 AKG 이어폰의 측정치를 가져오는 김에, LG 쿼드비트3 AKG튠 이어폰과 AKG K3003의 측정치도 같이 가지고 와봤습니다. 제각기 출처가 다르기는 합니다만 독자적인 타겟 보정을 하지 않아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최대한 참조했습니다.
LG Quadbeat3 Tuned by AKG (HSS-F631)
AKG K3003
그 전에 잠깐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이어폰들에 대한 짧은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우선 LG 쿼드비트3 Tuned by AKG는 LG에서 처음으로 고음질 스마트폰 컨셉을 시도한 V10에 번들로 제공된 이어폰입니다. AKG 튜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기존의 쿼드비트3에 AKG 브랜드만 붙인 모델입니다. 어디서 비슷한 물건을 봤다면 착각일 겁니다. 네. 아무튼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며 하만 산하의 AKG가 삼성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두 번 다시는 LG의 AKG 튠 이어폰은 보지 못할 전망입니다.
그리고 AKG K3003는 AKG 최초의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BA 드라이버를 동축선상에 배치시킨 설계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AKG 이어폰 중 역대 최고가인 $1,499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가격이 가격인데다 처음 출시 당시의 센세이션 덕분에 아직도 종종 회자되는 이어폰입니다.
▲ AKG K3003 주파수 응답
(출처 : M.R.O)
▲ LG 쿼드비트3 Tuned by AKG (HSS-F631) 주파수 응답
(출처 : Speakerphone)
▲ 삼성 AKG 이어폰 (EO-IG955) 주파수 응답
(출처 : Ear-Fi Blog)
셋 다 출처가 달라서 겹치기도 애매해서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각각 하나씩 첨부하였습니다. AKG가 직접 출시했거나 AKG의 브랜드를 달고 출시된 이어폰들이 사운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기 쉽게 출시 순으로 나열하였습니다.
세 이어폰의 공통점은 우선 저음이 상당히 두텁습니다. 중고음 대비 15dB 가량 저음이 올라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 이어폰 다 소음이 많은 실외에서 쓰기 좋은 이어폰임을 의미합니다. 실외에서는 주변 소음에 의해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의 소리가 약해집니다. 그리고 중고음보다 저음의 감쇄가 특히 심합니다. 그래서 실외에서는 저음을 생각보다 크게 키우지 않으면 저음이 없어서 힘이 없는 소리가 되어버립니다. 삽입형 이어폰은 실외에서 쓰는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이렇게 저음이 두텁습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실내에서는 저음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합니다.
일단 저음만 놓고 보면 초저음까지 힘이 일관되게 상승하는 LG 쿼드비트3가 가장 좋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삼성 AKG 이어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이 이 저음의 중심점이 살짝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 AKG 이어폰이 LG 쿼드비트3보다 특히 실내에서 상대적으로 저음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느 이어폰들에 비해서는 삼성 AKG 이어폰도 저음의 중심점이 충분히 낮고 초저음의 힘도 좋은 편입니다.
대신에 1kHz 이상 중고음에서는 삼성 AKG 이어폰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파수의 피크나 딥이 적고 또한 초고음 재생 성능도 가장 우수합니다. LG 쿼드비트3도 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삼성 AKG 이어폰에 비해서는 피크와 딥의 변동이 큰 편입니다. 실제 청감상으로도 중고음 특성과 여성보컬은 삼성 AKG 이어폰이 더 나은 느낌으로, 쿼드비트3은 상대적으로 약간 거칠게 느껴집니다.
이 와중에 이 두 이어폰보다 10배 이상 고가인 AKG K3003은 중고음에선 가장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변동이 매우 클뿐더러 10kHz 이상 초고음의 힘이 약해 재생 대역폭이 좁습니다. 역시 가격과 음질은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좋은 표본입니다. (...) 물론 K3003의 강려크한 V자형 음색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는 좋은 특성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흥미로운 부분이, 삼성 AKG 이어폰과 AKG K3003은 둘다 5kHz 정도에서 살짝 상승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 5kHz 피크가 바로 전형적인 AKG 스타일 음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삼성 AKG 이어폰에서 묘하게 원래의 AKG의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제가 이전에 포스팅했던 글에서는 삼성 갤럭시S8 번들이어폰이 AKG의 오리지널 기술진과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하였음에도, 사운드가 어딘가 AKG 스러운 점이 묻어 나오는 점이 재밌습니다. 그리고 세 이어폰에서 모두 7kHz 지점에 딥이 형성된 공통점도 발견됩니다.
참고로, AES 학회에서 발표된 하만의 작년 연구에 의하면, 삽입형 이어폰들의 경우 저음을 생각보다 크게 강화시켜 강화시켜 주는 것이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하만에서 100Hz 이하 저음을 4dB 정도 높이는 주파수 응답 타겟을 제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는 삽입형 이어폰에 한해서는 10dB까지 높인 타겟이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삽입형 이어폰에 대한 하만의 새로운 연구 결과가 위의 세 이어폰들의 주파수 응답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주파수응답 그래프는 1자로 쭉 뻗은 플랫한 특성이 최고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이어폰과 헤드폰에 한해서는 그런 스피커의 주파수 응답 평가 방법론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 세 이어폰들이 주파수 응답 상으로는 저음의 양감이 많이 두터워 보여도 대중적으로는 오히려 선호받을 수 있는 좋은 특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S8 AKG 번들이어폰은 별매용으로도 추가 패키지를 더해서 $99의 가격에 판매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LG 쿼드비트3 AKG는 현재 오픈마켓에서 무려 1만원대에 판매중으로, 준수한 음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해서 한때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AKG K3003은 국내 정식수입 정품이 100만원 근처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으로 보면 K3003은 사실상 아웃오브안중이고, 삼성 AKG 이어폰과 LG 쿼드비트3 중 어느 쪽이 사운드가 더 좋은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둘 간의 비교는 개인적으로는 삼성 AKG 이어폰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사운드는 저음을 제외하면 삼성 쪽의 완성도가 높고, 착용감과 같은 부가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면 차이가 더욱 벌어집니다. 물론 둘 간의 가격 차이가 제법 되는 만큼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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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보기 :
갤럭시S8 번들이어폰 리뷰 : 삼성 AKG 이어폰 실물 패키지 실사
삼성 갤럭시S8 음질 특징 : AKG 번들 이어폰, UHQ 32bit, DSD 음원 지원, 고음질 DAC도?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