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이상하게 전기를 많이 씁니다.
관리비에서 누진세 구간 보면 평균 가운데에서 저희집은 오른쪽 끝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물론 인텔 N3150 서버가 돌고 있긴 하지만 이건 그 전부터 꽤 오래 그래왔어요.
컴퓨터를 오래 켜긴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컴퓨터라 원인일지, 거실에서 활발하게 쓰는 A/V 기기들이 문제일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지,
그걸 정밀하게 계측하고 싶지만 매번 바깥의 계량기를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한편,
IoT(Internet on Things) 시대에 집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건 어느덧 기본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디에 쓰냐 하면,
- 어이쿠 가스불을 안 껐네, 집 밖에서 잠가야지
- 전기 안 쓸 땐 대기 전력도 알아서 끄면 좋을 듯
- 침입자 감지 같은 기능 있으면 안심
등등 이런 에너지 절약과 안전 분야겠지요.
그러나 막상 그런 걸 전면에 내세우는 통신사가 파는 것들 보면 기가차는 것이 많습니다.
IoT@home은 유플러스 서비스인데, 스마트 플러그나 문열림 감지, 가스밸브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금제를 보면 참 그렇습니다. 막상 도움이 될 때는 무척 한정적이란 말이죠.
또 스펙을 가만히 살펴보니 더 난감합니다.
스마트스위치: 전등을 자동으로 켜고 끈다. 단. 3W 이하의 부하는 감지 불가.
LED 전구로 전부 교체한 우리집의 경우엔 해당 사항이 없다든가 그렇습니다.
사실 잔류 전류로 불들어오는 점등형 스위치는 그 전력으로 LED 전구까지 덩달아 은은하게 켜지는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스위치까지 무전력으로 갈아엎은 마당에 전혀 쓸모가 없달까요.
결국 다른 서비스를 찾아봤습니다.
인터넷 몰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이 분야에 도전한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야심차게 통합형 패키지로 일회성 과금(?)형 유지비 없는 것도 내놓긴 했는데...
기기 가격이 만만치 않고, 서버 기반인데 오래 서비스되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어쩌지 생각하게 됩니다.
돈을 받아도 짜증이고, 안 받아도 걱정이네요.
그러다보니 다른 대안을 찾게 됐습니다.
u+ IoT@home에서 봤던 두꺼비집(분전반) 계측기입니다.
인터넷 연결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설치하는 물건이 또 있더군요.
http://storefarm.naver.com/sjretail/products/352717365?NaPm=ct%3Dixvkiyn8%7Cci%3Dcheckout%7Ctr%3Dco%7Ctrx%3D%7Chk%3Dff307413b2a327a6ead44cf7d14b36dfa434fe00
1. SJPM-B70
분전함 내부 상단에 설치하여 공간이 스위치 추가 설치 불가한 경우 가능한 제품
2. SJPM-CB70
분전함에 추가 스위치 신설이 가능하거나 기존 스위치를 걷어내고 사용하는 제품
저는 2번 선택지를 골랐습니다. 주문하기 전에 대충 분전함 내부를 살펴보고 결정했거든요.
그리고 배송되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안 찍었네요. 대충 스토어 상세 내용과 같은 물건이 왔습니다.
박스가 그리 크지 않고 아담하더군요.
80년대 신축한 아파트로 알고 있는데, 메인 스위치가 30A로군요.
제가 알기로 전기레인지 설치할 때 최소 50A 스위치를 권장한댔는데 괜찮을런지?
지금까지 전기레인지로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적은 없습니다만...
이래저래 관심 없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새로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도 많아지는군요.
보시다시피 저희집은 우측에 공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 그대로 끌어오게 되어 좀 뜬금없긴 하지만,
저 설치 안내 사진 그대로 내부에 설치했습니다.
차단기 내리고 하다보니 어두침침해서 찍기도 힘들고 가족들 돌아올까 빨리 끝낼 생각에 얼른 해버렸네요.
1. 제일 왼쪽 메인 차단기를 내린다.
2. 왼쪽 하단 부하 전선의 나사를 좌우 중 한쪽을 풀러서 분리하고, 기기의 검출기(링모양)을 전선에 통과시킨다.
3. 분리된 전선을 다시 나사 있던 자리에 끼우고 위로 끝까지 밀어올린 상태로 나사를 조여준다.
4. 스마트분전함 스위치에 검출기를 끼우고 (이어폰 단자와 유사한 느낌인데 가늘어요) 제공된 나사를 상단 가운데 구멍과 분전반 빈공간 슬롯의 구멍에 맞춰서 조여준다.
5. 엥? 왜 불이 안 들어오는거야?
간과한 점은 비어있는 슬롯에 전기가 안 들어온다는 것이죠.
저 제품은 상단에 전원부를 차단기 스위치와 똑같이 갖고 있고, 그곳으로 구동 전원을 인가받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하단 부하부 연결선 따윈 없으므로 혼자 먹고 뱉는 그런... 구조입니다.
따라서 전원이 안 켜지는 것이었죠! 아뿔사...
전원만 꽂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습니다.
네, 전선을 꽂는 것이죠.
전선을 어디다 꽂을까 고민하다가 바로 옆 스위치 하단에 연결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전선 굵기도 차단기 다른 전선처럼 굵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거 그냥 저 제품 혼자 쓸 소량의 전기잖아요?
직렬 연결도 아닌데 고민할 필요도 없죠. 그냥 라디오 AC 전선 굵기여도 충분할 겁니다.
그래서 1000원에 교류 8자 AC 전선을 주문했습니다. 네, 배송료 2500원이요. 배보다 배꼽이 크군요. 쓰라려요.
저희집이 뭘 뜯고 조립하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 자재가 굴러다니질 않네요.
그러고보니 이공계 고딩 생활, 인문계 대학 생활(+복전 컴공), 진로는 프로그래밍인데 취미짓은 전기전자군요. 제 스탯이 참 기묘하네요.
아무튼아무튼.
신기하게도 어제밤 8시 주문했는데 오늘 오전 9시에 도착했습니다.
이 사람들 택배 마감시간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익일 퀵서비스인 줄 알았네요.
눈대중으로 과감하게 잘라서 피복을 벗겨줍니다.
랜선은 랜툴로 깔끔하게 벗겨지는데,
AC선은 자동 툴이 없어서 아쉽네요. 커터칼이 세심하고 니퍼로 막판 당기기가 최적의 조합인 듯 합니다.
피복 벗길 때는 니퍼로 쑤우우욱 뽑는 게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죠.
대신 커터칼로 살살 공략하는 게 고구마네요.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그렇다고 과감하게 니퍼로 쑥쑥 눌러서 분리하려고 하면 분명 힘조절 실패해서 끊어먹기 십상입니다. (싹둑!)
불편해도 왕도를 가자고요.
피복 벗긴 구리선은 끝부분까지 세심하게 꼬아줍니다.
손으로 비틀어주길 반복하면 됩니다.
이걸 세심히 안 해주면 나사 구멍에 밀어넣다가 선이 펼쳐지면서 헬게이트 열립니다(....)
해서 다시 차단기를 내리고, 바로 옆 스위치 하단 나사를 풀러서 이 전선의 끝부분 한쪽을 각각 넣어주고 다시 조여줍니다.
또 이 신상 블루투스 미터기 제품의 상단에 끼워서 또 조여줍니다.
차단기를 올려봅니다.
야호!
바로 거실에 설치된 갤럭시 패드를 집어들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스마트 분전반" 앱을 설치합니다.
서준전기라고 뜨는군요.
실행하면 블루투스 페어링 과정이 있습니다. 사실 상시 페어링 대기라서 누구든지 연결해서 볼 수 있어요.
관심 없겠지만 지나가던 사람도 검색할 수 있죠(...)
당연히 보안 설정이 있고, 설정에 따라 열람에 암호를 걸거나, 열람은 자유이나 설정 변경에 암호를 걸 수 있습니다.
리셋은 저 스위치 우측에 핀셋 구멍으로 나있는데, 보시다시피 플라스틱에 완전히 가려져서(...)
저 플라스틱 덮개를 다시 뜯어야 가능합니다.
와...
앱도 예쁘네요. 초기 출시 앱을 리뉴얼한 모양이에요.
저 숫자를 누르면 입력 전압, 전류, 역률이 각각 표시됩니다.
아무 것도 안해도 전력의 유동량이 의외로 크더군요. 스스로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아마 하부의 가전제품 등, 기기가 먹는 전력도 시시각각 다르다는 얘기겠지요.
뭔가 전등을 켤 때 +3W / -3W 이렇게 표출되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하단 톱니바퀴를 눌러주면 설정이 가능합니다.
검침 시작 일자 시간 지정, 우리집의 전력 요금제 (주택 고압 등), 보안 설정이 가능합니다.
메인 화면에서 하단 좌우 파란 버튼 (요금 적힌 곳) 눌러주면
현재까지 사용량,
예상 한달 사용량을 누진제 단계에 맞춰 표시합니다.
와...
앱도 정성이 느껴지네요.
단 한 가지 문제는, iOS 앱이 없다는 것...
블투 통신이 간단하다면 꼭 윈도우 UWP 앱으로 자동 기록 앱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언제 스니핑을 해봐야겠네요.
아무튼 이걸로 전력의 유동량을 파악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예... 본격적으로 하려면 당장 대기 전력부터 줄여야겠지만요.
구글에서 "이지 스트리퍼" 라고 검색하시면 나오는게 있는데요.
전선 까는데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