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옛날에 나온 어린이용 영어교육 CD <영어야 놀자> 입니다.

 

'아성레코드주식회사' 에서 발매하였으며, 품번은 AS-1788입니다. 이 회사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는 게 전혀 없는지, 인터넷에서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최소 ADSL 시대 전에 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CD의 레이블은 별 거 없습니다. 딱 봐도 연식 좀 있어보이며, 제목이 크게 써져있네요. 90년대에 자주 사용되던 글씨체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커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네요. A에는 비행기가. B에는 곰탱이가, C에는 커여운 냥찡하고 쥐새키 한마리가 있네요. D에는 의사양반이 있고 E에는 그게... 있습니다. 알파벳 순서대로 단어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려둔 거겠죠? 왠지 모르겠지만 O에는 레몬이 있고 M에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없어서 아쉽네용.

 

근데 왜 펑범해 빠진 애들용 영어교육 CD 글을 여기다가 쓰냐 이 말이져. 제 글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 이거 펑범한 건 아니구나. 하는걸 느끼셔야 하는데.

 

그냥 CD가 아니라 CD+G라고 크게 써있습니다. 그래서 전면에 G새키 그림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암튼 이건 그냥 펑범한 CD가 아님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코로나에 걸려 죽는 한이 있어도 영어하고는 절대 놀기 싫습니다만, CD+G하고는 놀아보고 싶기 때문에 CD드라이브에 넣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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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G는 CD-DA에 영상 데이터를 추가한 형태의 디스크를 의미합니다. 레드북 오디오 규격과 완전히 동일하게, 16비트의 양자화 비트수에 44100Hz의 샘플링 주기를 가지는 무손실 무압축 디지털 오디오를 최대 80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무려 눈에 보이는 그래픽을 저장함에도 불구하고 최대 저장용량이 동일한데, 그 이유는 CD+G는 비디오 CD와 같이 '동영상' 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상 신호를 저장하기는 하지만, 그걸 '동영상' 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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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G는 일반적인 CD 플레이어에서는 오디오 CD로 읽습니다. 지원하는 플레이어가 한정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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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포맷은 가라오케 용도로의 사용을 전제하에 개발되었으며, 주된 초점은 영상이 아닌 음성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가라오케 기능에 초점을 둔 영상 출력기기 중 일부가 CD+G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런데 가정용으로 이런 기계는 잘 안 쓰죠. 물론 일부 CD플레이어 중 CD+G를 지원하는 장치도 있었지만, 집에 전용 플레이어를 구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가라오케 업소 중 기존의 MIDI 기반 기기 대신 CD+G 플레이어를 들여놓고 운영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당시의 가정에서 CD+G를 재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가 추종자들이 숭배하는 이 탑과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것.

 

Sega CD (Mega CD) 및 Sega Saturn과 같은 가정용 게임 콘솔 일부에서 CD+G를 재생 가능하였으며, 가정용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 역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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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CD에서,

 

 

1섹터는 24비트의 Synchronization pattern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뒤 오류 보정을 위한 EFM 인코딩과 3개의 Merging bit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 개의 채널 프레임은 24+3+33*(14+3) = 33바이트가 됩니다.

 

이는 24바이트의 사용자 데이터, 8비트의 오류 보정 코드, 그리고 1바이트의 서브채널 데이터로 구성되며 오디오는 24바이트의 영역에 들어갑니다.

 

1섹터 = 1프레임이므로 CD에서 섹터와 프레임은 동일한 단위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오디오 CD에서는 1블록당 98개의 섹터가 들어가며 1초는 1초의 음악은 75개의 프레임 = 75개의 섹터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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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각각의 섹터에 한개씩 포함된 1바이트를 또 각각의 비트로 나누어서 총 8개의 종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 코드는 트랙간 음악의 휴지 기간을 나타내는 데 사용됩니다. 요즘의 플레이어들은 거의 대부분 이걸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며, 초창기 저가형 제품의 음악 되감기 / 빨리감기 등 탐색에 활용됩니다.

Q 코드는 섹터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서브코드로, 요즘의 CD 플레이어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정보입니다. 

R부터 W까지의 코드는 CD-Text로 CD와 트랙 정보를 저장하거나 CD+G의 그래픽 정보를 저장하는 데 사용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오디오 CD 포맷을 토대로, 섹터 하나에서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서브코드 영역 1byte (=8bit) 중 R-W까지 6bit 서브코드 영역에 영상 신호를 삽입한다는 것이 CD+G의 기본 개념입니다.

 

CD+G 시스템에서는, 300*216 해상도에서 한 화면당 최대 16색의 팔레트를 지원합니다. 이 전체 해상도 중 288*192 해상도 영역은 어떤 텔레비전에서도 재생이 가능한 '안전지대' 로 분류되어 이 영역 안에서 화면을 Raster Scanning 방식으로 '그리게' 됩니다. 

 

RGB 각각 4bit, 총 4096가지의 색 중 16색 팔레트를 추출하여 이용하므로 하나의 픽셀 용량이 4bit를 초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프레임이 32Kb를 초과하지 않는 저용량의 그래픽을 생성 가능합니다.

 

샘플링 주기가 44100Hz이므로, 1초당 7350 섹터를 재생합니다. 1섹터당 1바이트이므로 7350byte/s로 변환이 가능하며 80분짜리 오디오 CD에서 이는 35.28MB를 차지합니다. 각각의 CD+G 패킷 한개가 24byte를 차지하고, 한 번에 49*17개의 타일을 그린다고 가정할 때 2색으로 한 화면 전체를 채울 때에는 2.72초가 소요됩니다.

색이 복잡하거나 추가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 화면을 그리는 속도가 느려지겠죠. 한 개의 서브코드 채널은 7.35kbit/s의 속도로 재생되고 영상은 한 프레임당 약 32Kb를 초과하지 않으므로 래스터 스캐닝으로 한 화면을 전부 그리기 위해서는 최대 약 4초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동영상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사진도 아닌, CD에 들어간 신호에 따라 옛날 컴퓨터에서 그래프를 그리는 원리와 비슷하게 천천히 화면에 내용을 그려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글자 몇개를 표시하기에는 어렵지 않고 기존의 CD 음질과 재생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라오케 및 일부 멀티미디어 컨텐츠에 사용된 것이죠.

 

또한, 이렇게 괴스러운 화면 표시방식 때문에 랜덤 Seek가 불가능합니다. 이를테면, 00초 00프레임에서 빨리감기를 하지 않고 바로 3초 32프레임으로 넘어가는 것... 쉽게 설명해서 유투브나 얏옹을 볼 때 원하지 않는 장면을 바로바로 건너뛰는 것이 어렵습니다. 차례대로 서브코드의 신호를 받아서 픽셀 하나하나를 화면에 래스터 스캔으로 뿌려야 하는데 몇몇 픽셀을 건너뛰어버리면 온 화면을 전부 표시하기는 불가능하겠죠.

 

CD+G 역시 소니와 필립스가 공동개발하여 로열티를 지불해야 사용 가능한 고로, R-W까지에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중에게 공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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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뒷면이 아주 더럽습니다. IPA를 사용하여 CD의 오염물을 제거할 때에는, 반드시 CD의 안쪽 지름에서 바깥쪽 지름을 향하도록 닦아야 합니다. 원형으로 닦을 경우 스크래치가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

 

 

EAC 역시 펑범한 오디오 CD로 인식합니다. 주목할 점은, 트랙과 트랙 사이 Gap이 전혀 없다는 것.

 

CD+G를 리핑하려면 디스크 드라이브와 드라이브의 드라이버;;; 가 모두 P-W사이 서브코드 읽기를 지원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사용이 불가능.

 

컴퓨터로 CD+G를 재생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는 유료인데다가 드럽게 비쌉니다. 하지만 전술한 세가 CD에서 재생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되겠죠. 아예 이럴 때 쓰라는 수요를 노렸는지, 세가 CD 에뮬레이터에는 CD+G를 어떻게 표시하는지에 대한 옵션까지 설정이 가능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쓸데없이 알파벳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에잇!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을 삽입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는 CD+G가 그래픽을 전부 표시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메꾸기 위해서라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도 CD+G를 이용한 어린이 교육매체 및 가라오케 CD들이 일부 발매된 바가 있습니다. 주로 90년대에 출시가 되었으며, VHS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에서 바로 재생가능한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2000년대 이후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음.

 

근데... 여전히 비디오 CD 및 레이저디스크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으로 보급률이 높지 않았고, 대신 각 가정마다 VHS 플레이어는 하나쯤 있는 시절인데 어린이용 교육매체로 CD+G를 사용한다...? 이건 좀 이해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