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단독주택에 사십니다. 도시의 단독주택 살이를 겪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텐데, 배달음식 시켜서 쳐먹다 만 음식물 쓰레기를 바깥에 대충 던져놓는 인간 말종들이 창궐하지요. 심지어 똥도 구석에 싸지르고 간 적이 있다는군요. 담배꽁초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겠고.
그래서 CCTV를 하나 달아야 겠다고 하셨을 때,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 알아봤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요. 찾다보니 '아라'님이 기글에 쓰신 글이 은근히 나오더군요. https://gigglehd.com/gg/4752780 이런거라던가. 결국은 IP 카메라에 녹화기를 달아서 직접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전통적인 CCTV는 데이터와 전원을 같이 공급해야 하고 화소 수도 딱히 높아 보이지 않은데, IP 카메라는 랜선 하나로 해결되고 화소 수도 괜찮고 설정도 어렵지 않더라고요. 업체는 많지만 HIKVISION이 스펙 대비 가격이 싸 보여서 그걸로 정했습니다. 아라님도 사서 쓰신 물건이기도 하고요.
NVR 저장 장치에 IP 카메라를 묶어서 파는 걸로 대충 샀어요. 찾아보니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파는 업체가 있더군요. 주문은 이걸로 하고, 설치 이야기 자체는 작년 12월에 처음 나왔는데 미국에 다녀 오느라 바빠서 오늘에야 설치하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참 별거 없습니다. 인터넷 공유기 설치할 줄 아시죠? 그럼 됩니다.
이거 안 붙이면 불법입니다. 분명 같이 주문했는데 판매 업체가 저걸 빼먹고 보내서.. 다시 받기 귀찮았어요.
창문을 통과해야 하니 오른쪽의 리본 케이블을 샀습니다만, 30cm도 안 되는 저 케이블로는 창문 하나를 겨우 통과하더라고요. 케이블이 접히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듯요. 베란다나 창문은 대게 2개가 있잖아요. 바깥에 하나, 안에 하나. 거기에 실외에서 쓸만한 마감도 아니고요.
일단은 바깥 창만 겨우 통과하도록 해놨는데, 결국은 창틀에 구멍을 뚫고 랜선을 찝어야 하는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네요.
NVR. 네트워크 녹화 장치입니다.
케이블과 사용 설명서들.
못생긴 셋탑박스 같습니다.
바닥.
뒤를 보니 뭔가 전문 장비처럼 생겼습니다. 왼쪽의 8포트 랜에 카메라를 연결하고, 중간의 HDMI 포트에 TV를 연결하고, 그 옆의 랜포트는 공유기에 연결합니다. 오른쪽에 전원을 연결하면 끝.
뒷면 팬은 안 시끄러운데 측면 팬은 소음이 꽤 있습니다. 소음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측면 팬을 다른걸로 바꿔달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
4TB 짜리 CCTV 전용 하드디스크를 하나 샀습니다. 800만 화소 카메라 2개는 15프레임으로 줄여도 20일 정도 저장하는 게 고작이더군요.
아마존에서 8TB 외장하드 사서 꽂아둘까 생각하지 않은것도 아닌데,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하드디스크에 일반 하드디스크를 쓰긴 좀 그러네요. 차라리 2TB QLC SSD 두개를 꽂아둘까 고민 중..
NVR을 뜯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달아야 하니까요. 오른쪽이 문제의 시끄러운 팬입니다.
SATA 전원 케이블과 데이터 케이블을 꽂아줍니다.
메인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있군요. 방열판 뜯어보긴 귀찮아서 패스.
가운데 있는 칩이 뭔지 모르겠네요. 네트워크 장비에서 은근히 보이던데.
파워는 델타. 용량은 190W.
이제 IP 카메라입니다. 실외용이나 실내용이나 가격이 비슷하니 그냥 실외용으로 질렀어요.
설명서와 CD, 조립용 나사.
이렇게 생겼습니다.
카메라!
원칙적으로는 랜 케이블에 방수 캡을 씌워서 랜툴로 커넥터를 찝어야 합니다. 하지만 랜툴도 없고, 랜선도 안 찝어본 저같은 사람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할리가 없죠.
설정은 정말 별거 없습니다. 켜면 어지간한 건 지가 알아서 다 잡습니다. 비밀번호 설정 정도는 할줄 아시죠?
여기에 마우스를 연결해서 클릭하는데, 글자를 입력할 때는 딱 안드로이드 버전 2 수준의 키보드 레이아웃이 나옵니다.
실외로 나가기 전에 간단 테스트 중.
8백만 화소니까 4K로 잡는군요.
웹브라우저로 모니터링도 가능....하지만, 동영상 재생은 플래시 기반인가 봐요. 일단 핸드폰에선 안됩니다.
전용 앱을 쓰면 됩니다. NVR에서 직접 볼 땐 4K 해상도가 제대로 나오는데, 스마트폰+전용 앱에서는 해상도가 상당히 떨어져서 보이네요. TV에서 NVR로 직접 들어가면 지나가는 자동차 번호판이 보이지만 스마트폰에선 식별이 힘듭니다. 그리고 녹화된 영상을 재생할 때도 스마트폰에선 버퍼링이 좀 있어요.
제대로 된 작업은 무조건 NVR에서 해야겠군요.
진짜 설치는 아버지께서 다 하십니다. 아버지께서 간판 경력 30년이라 애시당초 업자한테 맡길 생각은 없었어요. 업자한테 맡기면 최하 15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설치 업자들의 태반이 카메라 스펙도 제대로 안 알려주고 백만원을 불러요. 저는 4K 카메라 2개에 NVR, 4TB 하드디스크와 30m 랜 케이블 2개, 창틀 통과용 랜선과 추가 케이블까지 전부 다 포함해서 60만원에 샀습니다. 녹화 해상도가 너무 높으면 하드디스크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 4K가 시기상조라 생각하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풀 HD 카메라 가격이 뻔한데 백만원이라. 흠.
설치하고 스마트폰과 TV에서 화면 나오는 걸 보니 부모님께서 매우 만족 중이십니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으니 어지간한 곳이라면 꼭 달아둘만한 물건이네요.
음식물 쓰레기 던지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보고 처신을 똑바로 할것 같진 않고, 조만간 증거 포착하러 다시 갈 일이 생길 것 같네요. 동영상 캡쳐다 다시보기 같은 건 그때 다시 쓸께요.
소음문제가 조금 걸리지만, 구미가 댕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