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부터, 멀티미디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혜성같이 등장한 Windows 95와 가정용 데스크톱 컴퓨터의 보급 확대, 무엇보다도 컴퓨터 프로세싱 파워 및 저장매체의 발달이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디지털 미디어는 충분히 있었죠. 그게 바로 CD와 DAT, D-VHS 등으로 불리는 물건이었고, 얘네들은 컴퓨터가 없이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였습니다. CD 재생하는데 컴퓨터가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당시 컴퓨터 성능으로 이들 미디어의 프로세싱이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기반의 영상매체는 전문가용 장비가 있어야 편집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며, 오디오의 경우는 그나마 요구사항이 한참 낮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용량이어서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관리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 당시 대용량이었던 게임이 10MB 하던 시절 CD-DA 스펙의 오디오는 1초당 1411kbps를 쳐묵쳐묵하였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이 발달한 것도 아니었으니 쉽게 예측이 되죠. 단적인 예로, 별도의 디코딩용 프로세서가 존재하지 않는 당시 성능의 컴퓨터에서 MP3를 재생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용 디코더 칩셋만 있으면 낮은 시스템 요구사항으로도 충분히 이들 미디어를 디코딩하여 재생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이때부터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개발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지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이것.
지금은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더 이상 떨어질 껀덕지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떨어지는 플래시 메모리이지만, 적어도 00년대 초반 - 중반까지는 아주 비쌌으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휴대 가능한 크기를 유지하면서 고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었습니다. MicroDrive, 1.8" HDD, MD, 8cm CD / DVD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미디어들이 많이 등장하였지만, 그 중 가장 '작은' 방식은 이것.
1999년에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창립된 벤처기업 DataPlay 사에서는, 2002년 DataPlay 시스템을 출시합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투자하였다고 합니다.
1페니 동전과 비교될 만한 사이즈로, 지름이 약 32mm인 디스크가 카트리지에 들어 있는 형태입니다.
디스크의 용량은 1면당 250MB로, 양면을 사용 가능합니다. 그러나, 초기 구동을 위해 부팅하는 과정에서 5MB를 사용하므로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은 245+245=490MB.
Hi-MD가 72mm의 지름에 1GB의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데이터 밀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트랙 피치는 0.73㎛로 DVD와 동일,
주된 목적은 휴대용 음악 재생이며, 녹음 가능한 디스크와 미리 녹음된 디스크를 판매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녹음 가능한 디스크는 거의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기록 가능' 이란, 단 한번만 기록하는 것을 의미하며 MD와 같이 재사용 가능한 제품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CD와 동일하게, 패킷 라이팅 방식으로 기록함.
당시 미디어 가격은 약 만원. 그래도 사이즈 치고는 저렴합니다.
Imation사에서 공미디어를 독점적으로 판매 및 유통하였습니다. 위의 미개봉 상태 그대로 Ebay에 올라온 적이 있으나 현재는 팔렸는지 삭제된 상태이며, 지금은 굉장히 희귀하여 구할 생각은 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https://twitter.com/foone/status/1119287379011878912)
Iriver사의 iDP-100. 실제로 DataPlay사가 Iriver사와 협력하여 출시한 최초의 DataPlay 재생장치입니다.
- 주파수 응답: 20Hz - 20kHz
- 출력: 좌우 각각 11mW @ 32Ω
- SNR 90dB
- MPEG 1 /2 2.5 Layer 3 (MP3), QDX, AAC 확장자 지원, 8kHz - 44.1kHz 지원
- ID3 Tag 지원
- 국내 출시가 45만원
- USB 1.1
- 젠하이저 MX300 동봉
- 1000mA 리튬이온 전지 사용
- CD의 약 2x 정도 데이터 전송률
이 외에도 플레이어가 일부 출시되었습니다.
삼성에서도 시제품을 만든 바가 있습니다.
DataPlay 디스크는 ContentKey 기술을 제공합니다. 일종의 DRM 같은 것으로, 인터넷과 연결하여 저작권의 관리를 수월하게 하는 기능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Future Play라는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여야만 전송이 가능합니다. 소닉스테이지와 유사한 느낌이지만, 더 복잡하고 더 불안정하며 더 무거운 주제에 훨씬 더 허접합니다.
- 미디어의 복사를 막고자 하는 음반회사의 압력으로 인해 RW 매체의 보급 실패
- 대당 100달러의 엄청난 로열티로 인한 본체 가격의 상승. 동일 용량의 MP3보다 1.5-2배 더 비쌌습니다.
- 미디어 자체는 초소형이지만, 그렇다고 재생기까지 초소형은 아님. 차라리 MDP가 휴대하기에는 더 좋음
- 꼴에, 양면 재생 기능은 갖추었지만 오토리버스? 응 그딴거 없어. A면 재생끝나면 수동으로 뒤집어줘야함
- 여러모로 소닉스테이지를 능가하는 전용 소프트웨어 'FuturePlay'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지?
국내에도 물량이 일부 풀렸으나, 역시 사용자가 적다고 전해지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