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당신튜브에서 젠하이저 리뷰를 보다가, 그냥 사무실에서 들을 헤드폰이 필요해서 저렴한 놈으로 챙겼습니다. 상위버전이 공구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공구시간 기다리지 못하고 다리에 달린 모터로 babbling을 하는 얌전치 못한 사람이라 그냥 더 싼놈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게다가, 맨날 플랫한 갬성 찾아가면서 듣던 이어폰들에 이제 슬슬 질릴 때가 되어, 붕붕 질러주는 놈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늘의 제 선택은 젠하이저 HD300입니다.
가격비교 뭐시기 없이 국내 정발가 해발 5.7km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접근이 가능하여 오늘 양심의 가책 역시 -10. 좋습니다.
1. 외형과 이어패드, 커넥터 및 케이블
먼저 박스 사진입니다.
포장을 제거하면, 저렴한 가격답게 저렴한 방식으로 패키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 간 발생할 충격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접이가 가능한 헤드폰으로, 드라이버의 길이 조절 방식이 연장형이 아닌 이동식으로 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어패드는 오버이어 타입으로, 부드러운 인조가죽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부드럽고, (실 가격에 비해) 저렴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어패드 크기는 X같은 휠 인코더 불량으로 고통받고 있는 로지텍 G703과 비교하였으며, 귀를 넣을 경우 조금 큰 귀는 약간 구겨지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으로 보니 좀 저렴해보이네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안쪽의 헤어밴드는 우레탄 소재로 느껴지는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바깥쪽은 소니의 헤드폰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그런 플라스틱 질감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상위 버전인 HD400S와 달리, 교체가 불가능한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처럼 한번 보겠다고 케이블을 굳이 돌릴려고 하지마시길 바랍니다.
커넥터는 3.5파이, ㄱ자형으로 되어 있으며, 구부러진 곳에 젠하이저 마크가 음각으로 새겨져있습니다. 케이블은 굵은 쪽 약 4.3mm, 얇은 쪽 1.3mm 가량의 칼국수-like한 타입의 케이블로, 우레탄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손톱자국에 취약합니다.
아... 손톱하니 제 손톱이 보이는군요.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갱 죄송합니다.
2. 정량적으로 따져보지 못한 차음 능력에 대한 개인적 의견
먼저, 사무실 환경입니다. 측정은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아 나는 최대한 노력했습니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SPL 메터 결과입니다.
SPL 측정에는 iphone XR의 내장 마이크가 사용되었습니다. 마이크 부가 개방되어 있으나 케이스를 끼웠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청음에는 동일한 기기(단, 연결을 위해 라이트닝-3.5파이 젠더를 사용)를 사용하였고, 별다른 eq 및 청력 보호제한 옵션 없이, 청음하였습니다.
첫번째 환경은 사무실로, 대략 60dB 정도의 peak가 나옵니다. 수십명이 앉아서 키보드 투닥거리고 슬리퍼 또각또각 때리는 환경치고는 조용한 편이죠.
볼륨은 별다른 옵션 없이, iOS 12기준 3-4번째 칸(약 20%-25% 포지션)에서 바로 옆의 선풍기 소리를 덮어버릴 만한 충분한 소리가 납니다. 7번째 칸(약 50% 포지션)부터 키보드 타건 간 진동소음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변 소음 인지가 어려워졌습니다.
같은 7번째 칸에서, 헤드폰을 벗고 손으로 가볍게 막아 누를 경우, 귀에서 20cm 이상 멀어지는 때 부터 음악의 감지가 어려워졌습니다.
두번째 환경은 서버실로, 대략 70~75db 사이의 peak가 나옵니다. 위치에 따라서 다소 다르긴 합니다만, 거슬리는 고음영역의 압력도 높은 환경입니다. 기기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죠. 통로에서 에어컨의 바람을 등지고 측정했고, 콘솔 앞에 서면 좀 더 골고루 시끄러운 환경에 도달하게 됩니다.
동일 기기, 7번째 칸(약 50%포지션)에서 외부 소음과 함께 무난한 청취가 가능하고, 10번째 칸(약 75%)에 들어서서 고음역대의 소음을 제외한 나머지의 소음을 무시하고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3. 들어본 음악과 느낌적인 느낌
저는 막귀이기 때문에 느낌적인 느낌으로 기술할 겁니다. 현재 보유 헤드폰은 오픈타입인 알레산드로 MS-1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것도 애들이나 집사람이 제가 게임을 하는지 음악을 듣는지 무슨 변태같은 동영상을 보는지 알게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잘 쓰지도 못합니다. 아 이게 아니지... 그만할게요.
하여간, 재생 장치는 PC의 경우 ASUS Z390-A PRIME에 부착되어 있는 Realtek HD Audio를 사용하였으며, 거기서 번들로 제공하는 DTS 헤드폰 X 및 기타 소리에 변형을 가할 수 있는 일체의 보조 장치(e.g. Windows Sonic, Dolby Access., etc.)를 Off한 상태로 들었습니다.
스펙상으로 임피던스 18ohm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포함되어 있는 Realtek Audio Console에서 나오는 수치로는 30ohm 가량으로 대충 보입니다. 아 근데 이놈들은 기왕 찍어줄거면 숫자로 좀 찍어주지. Non-linear한 단위로 표시된 막대기에 성의없이 대충 퍼런색으로 찍어놓은게 대단히 마음에 안드네요.
임피던스 뭐 그게 중요한건지 아닌지는 잘 모릅니다. 저는 막귀니깐요.
어차피 막 듣는거지만 그래도 특성을 알만한 놈으로 골라서 들어볼려고 노력은 해야겠죠. 청음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AAC 256K 이상 또는 MP3 CBR 320K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CD Ripped 또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로 세팅후 청취합니다. Ripped 된 음악의 경우, FLAC/ALAC은 어차피 귀가 늙어서 구별도 못하니 보존이 편한놈으로 하는게 제 취향입니다. 뭐 그렇다구요.
아티스트명 - "제목" - 앨범명 - 릴리즈 년월 정도로 기술합니다.
- Depapepe, "Bach: Jesu, Joy of Man's Desiring", Depacla II, 2009.12.
서울역 하차 KTX 방송에서 틀어주는 '그 음악'입니다. 기타 스트링은 무난하게 잘 표현되나, 초반의 드럼 하이햇(?) 소리에서 약간의 치찰음? 디스토션? 같은게 느껴집니다. 70% 볼륨에서, 조금 명확하게 거슬리는 느낌이 납니다. 50% 볼륨에서는 그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소리의 특색 치고는 조금 거슬리는 맛이 없잖아 있습니다.
- M-flo, "Lotta Love / m-flo leves MINIMI", Award Supernova, 2008.02.
2분 23초부 "베이스 붐-붐-"가사에 이어 단! 하나! 나오는 딥저음의 베이스가 50% 볼륨에서 무난하게 표현됩니다.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뭔가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필요하다면 이 헤드폰은 저렴하게 그 목적을 달성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 The lonely island, "Jizz In My Pants", Incredibad, 2008
중저음이 인상적인 이 곡은 옆자리 사람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없을까 궁금해서 70% 음량으로 들어봤습니다. 조금 아슬아슬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더 적합한 곡이 있지만 저는 적당히 여기까지만 합니다.
- DragonForce, "Valley of the damned", Valley Of the Damned, 2003
응답성과 음 분리도를 확인하기 위해 스피드메탈 곡을 때려봅니다. ... 어 뭐 가격을 생각해봅시다. 좀 나빠도 괜찮지 않나요? 응답 특성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뭔가 뭉개지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 브라운아이드소울, "시계", Soul Free, 2003.09
원곡 자체가 손이 많이 거쳐진 피아노 파트가 들어가긴 하지만, 듣기에 거슬리는 부분은 딱히 없었으며, 미드레인지를 아우르는 보컬 역시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것 뿐이니 참조만 해 주시길 바랍니다.
4. 총평 및 종합 정리
저렴한 가격으로 특색있는 소리, 밀폐형 헤드폰이 필요하다면 이 물건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머니에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거든요. 중저음의 느낌은 비교적 잘 살려줍니다. 해상력은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으나, 좋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high 레인지에 손을 조금 과하게 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밀폐형의 한계라고 생각되지만, 중년으로 향해가는 청력을 가진 저에게는 충분했습니다.
이 물건을 살만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렴한 가격. 정품 기준 5만 7천원, 할인 먹이고 뭐 하면 5만 3천원 가량에 얻을 수 있는 헤드폰입니다.
- 외모나 마감에서 큰 결점이 없습니다.
2. (밀폐형 헤드폰을 감안하고,) 특색있는 중저음을 느끼고 싶다면
3. 안경 착용 후에도 크게 압박받지 않고, 부드러운 촉감의 오버이어 타입의 이어패드
4. 대략 70~80dB 근처의 소음 환경에서 보여주는 제법 괜찮은 차음 능력
- 그렇다고 몸 쓰면서 일하는데 쓸만한 물건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땀 안나게 앉아서 일할 때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5. 60dB 미만의 조용한 환경에서 밖으로 새지 않는 음악 감상이 필요하다면
- 사무실에서 헤드폰은 쓰고 싶은데 건너편이나 내 옆자리 사람에게 나의 음악 취향을 소개하고 싶지 않을 때 적합합니다. 단, 손으로 대충 막아서 거리감에 따라 소리가 얼마나 새는지 확인하고, 볼륨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체가 불가능한 이어패드와 케이블
- 물론 50불 근처의 가격에 교환식 이어패드가 없다고 이 물건을 까는 제가 나쁜 놈인 것 같긴 합니다.
- 참고로, 이것 바로 상위 버전인 HD400S는 교환이 가능한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킹치만 고작 이것 때문에 정가 기준 3만원 가량을 더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요.
2. 헤어밴드 부와 케이블의 우레탄 질감을 싫어하거나, 헤어밴드 부 우레탄 패드에 먼지가 붙는 것이 싫다면 이 물건을 싫어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3. 하이햇과 같은 높은 음에서 약간의 distortion/거슬리는 치찰음
4. 서늘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사용 또는 이어패드에 땀이 차는 것이 찝찝하다고 생각된다면
5. 플랫한 갬성을 추구한다면 이 물건은 그에 극명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진 업로드 순서가 꼬여서 첫 사진이 이상합니다 ㅠㅠ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5만원에 이어패드/케이블 교체 불가, 우레탄까지는 어쩔 수 없겠죠. 10만원 이상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