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뇌와 전자기기를 어떻게든 연결해,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방법은 지금도 계속 연구 중입니다. 예를들어 신경의 신호 파형을 뇌파 계통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사용합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는 신호를 포착하면 전자 의수나 의족의 개발에 도움이 됩니다. 또 의수가 아니라 전자기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뇌신경 신호 파형의 측정은 일반적으로 EEG (Electroencephalograph)라는 걸 씁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EEG는 병원 같은 곳에서 뇌파 측정에 사용하는 장비입니다. 머리 표면에 다수의 적극을 붙여, 표면 전위의 변화를 측정합니다. 의료용이니뇌질환 검사나 확인에 사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당연히 밖에 들고 나가거나 일상 생활에서 쓰긴 어렵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이런 걸 쓰기 위해선 작고, 가볍고, 비접촉으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전력 공급입니다. 배터리는 용량이 작습니다. 비접촉 전원 공급도 배터리가 필요하고 공급 장치나 전원 공급 시간이 문제가 됩니다. 뇌파의 판독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뇌파를 높은 정밀도로 취득하기 위해선 많은 전극을 두피 내부에 넣어야 합니다.
뇌파 측정은 아니지만 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기 위해 반도체 칩을 만든 적은 있습니다. 2015년 6월의 VSLI 회로 심포지엄에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연구팀이 작고, 가볍고, 무해하며, 비접촉 방식으로 외부와 신호/전력을 교환하는 뇌신경 자극용 실리콘 다이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다이 크기는 3x3x0.25mm로 작고, 안테나 코일과 캐패시터를 탑재, 외부에서 LC 공진을 이용해 전원을 공급합니다. 이 실리콘 다이를 대뇌에 여럿 부착해 다양한 자극을 줍니다.
왼쪽/오른쪽 귀에 의식을 집중해 음악 재생을 컨트롤
그러나 동물 실험도 아니고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실리콘 다이를 직접 넣는 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뇌파 측정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스 헤드폰이나 헬멧처럼 생긴 물건을 머리에 씌워 신경에 자극을 주고 뇌파를 측정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이면 가능해도 계속 헬멧을 쓰고있진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 카이스트와 미국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연구 기관 MIT Media Lab은 공동으로 초소형의 EEG 모듈을 만들고, 양쪽 귀에 EEG 모듈을 삽입해 '생각하는 것만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조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연구팀이 제시한 사용방법은 이렇습니다. EEG 모듈을 귀에 장착한 사람이 오른쪽/왼쪽 귀 중 어디에 집중하는지를 뇌파를 통해 판단하고, 모바일 디바이스의 애플리케이션 조작에 씁니다. 여기에선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예로 듭니다.
예를 들어 착용자가 왼쪽 귀에 연속으로 집중하면 정지, 왼쪽 다음에 오른쪽은 되감기, 오른족 귀에 연속 집중하면 재생, 오른족 다음에 왼쪽이면 발리감기 샅은 식입니다. 착용자가 의식하는 방향을 EEG가 연속 모니터링하고, 애플리케이션의 조작 신호로 변환합니다. 이 모듈은 제어 신호 전송 회로도 겸하고 있어 인체 통신(BCC)를 통해 손에 들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제어 신호를 보냅니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BCC 수신 회로를 갖춰 제어 신호를 받아 애플리케이션을 실제로 조작합니다.
두 눈의 깜박임으로 EEG 모듈의 온/오프를 제어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좌/우 양쪽 귀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뇌파에서 검출하는 기술입니다. 또 EEG 모듈을 오프(절전)에서 온(활동) 상태로 바꾸고, 뇌파 측정(조작)이 끝난 후에는 오프 상태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초기 상태는 오프이며, 착용자가 두 눈을 일부러 깜박이면 그 특유의 뇌파 신호를 EEG 모듈이 감지해 활성 상태로 전환합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깜박임과 의도적으로 깜박이는 건 구분이 된다네요. 사용이 끝난 후엔 두 눈을 일정 시간 감으면 이 역시 특유의 뇌파 신호가 나오기에 EEG 모듈이 감지하고 자동으로 해제 상태로 바꿉니다.
좌/우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신호를 보내 뇌파를 식별
착용자가 좌/우 어느쪽에 주의를 기울이는지는 ASSR(auditory steady-state response) 라고 부르는 특정 음성 신호를 반복해서 들려줘, 뇌파에 나타나는 특유의 반응을 이용합니다. 착용자 오른쪽에 둔 스피커에서 캐리어 주파수 2.5kHz, 변조 주파수 43Hz의 진폭 변조 신호를 들려줍니다. 왼쪽 스피커에선 캐리어 주파수 1kHz, 변조 주파수 37Hz의 진폭 변조 신호를 재생합니다. 변ASSR은 변조 주파수가 40Hz 정도일 때 좋은 반응을 얻기에 변조 주파수를 43Hz와 37Hz로 잡았습니다.
여기에서 착용자가 두 눈을 깜박혀 EEG 모듈을 활성 상태로 합니다. 그리고 좌/우 어느 쪽에 의식을 집중하면 변조 주파수에 대응한 뇌파가 강해집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스피커에 의식을 집중하면 43Hz의 뇌파 신호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반대로왼쪽 스피커에 의식을 집중하면 37Hz의 뇌파 신호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다만 착용자가 왼쪽/오른쪽에 의식을 집중하기 위해선 일정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또 스피커의 소리를 듣는 시간은 일정 길이여야 EEG 모듈의 인식률이 높아집니다. 84%의 인식률을 위해선 15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