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좋았으면 방송업계에서도 베타만 썼을까요??
라는 개소리를 시원하게 반박하는
https://youtu.be/hGVVAQVdEOs
Technology Connections의 새로운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Betamax와 Betacam의 차이점을 기술적인 측면에서 나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Y Pb Pr이 뭐고 크로마 신호가 뭔지 이해하는 것보다 역사의 흐름을 정확히 되짚는 것이 더 중요하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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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상이 영어로 되어 있고 40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기에, 간단하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본인의 일기장에서 퍼왔습니다.
0. 압축 따위 없는 '아날로그의 야생'에서 미디어의 물리적 사이즈가 곧 그 미디어의 저장 용량이 된다고 보면 됨. 디스크가 크다? 테이프가 많이 들어있다? 그 양만큼 많이 저장하는거임.
0.1. Helical Scan에 대한 개념은 복잡하니 쓰진 않겠지만, 어쨌든 테이프의 대역폭은 테이프의 이동 속도에 비례함. 일반적으로 같은 포맷으로 녹화할 시 대역폭이 높으면 화질이 뛰어남.
0.2. 0.1.에 의거하여 테이프를 빨리 돌리면 화질이 좋아지지만 그 테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반대로 테이프를 느리게 돌리면 화질과 음질은 열화되지만 사용 시간이 증가함.
0.3. 70년대 후반, Sony의 Betamax와 JVC의 VHS라는 두 가정용 텔레비전 녹화 테이프 규격은 전쟁을 시작함. 물론 VHS가 Beta의 강냉이를 원펀치에 쳐날려버렸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임.
0.4. 좋은 포맷으로 기록하면 영상의 손실률을 줄일 수 있음. 같은 미디어에는 다른 포맷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디어가 같아도 호환이 안 됨. CD에 mp3 파일을 넣고 그대로 구우면 Red Book 규격만 지원하는 일반적인 CDP에서 청취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됨. 같은 CD이니까 미디어 자체는 회환되지만, 포맷이 달라서 해독을 못하는 것.
0.5. 보통 아날로그 매체에서의 음질은 최대로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Hz가 결정하는데, 테이프를 빨리 돌리면 그 Hz값이 높아짐.
1. VHS는 약간 더 큰 테이프 크기에 훨씬 더 많은 양의 테이프를 감아넣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당연히 총 재생시간이 Beta에 비해 길었음. 가격은 같고, 소비자는 그 크기에는 뭣도 신경안씀. 어차피 유의미한 사이즈 차이도 아님.
1.1. 당시 홈 비디오 녹화기는 말그대로 녹화를 위한 제품이었고, 80년대 초반 2시간짜리 축구경기와 같은 긴 컨텐츠는 Beta로 녹화할 수 없었음
1.2. 당연히 같은 값이면 소비자는 VHS를 선호할 수밖에 없었음. 그러다 보니 모두가 VHS 녹화기를 구매하며 Beta 녹화기는 자연스럽게 도태됨.
1.3. Beta가 VHS보다 화질이 미묘하게 좋았다는 것은 사실이나, 원리 자체가 사실상 동일하고 당시 기술력도 큰 차이가 없다보니 그냥 뭐 거의 차이가 없었음.
2.1. 장시간 녹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JVC는 테이프를 천천히 감아 영상을 열화시키면서 녹화 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Long Play 표준을 개발함. 추후 Extended Play 까지 개발되어 VHS는 테이프 하나에 8시간이나 기록할 수 있게 됨.
2.2. 쏘오니는 이를 극복하겠다고 Beta 테이프를 천천히 돌리는 표준을 만들어 냄. 이걸 Beta-II라고 부름. VHS 진영에서 Extended Play가 개발되자 더 천천히 돌리겠다고 Beta-III까지 만들어버림. 근데 문제는 이렇게 해야 겨우 VHS의 Standard Play 재생시간과 삐까뜰 수 있게 된 것임ㅋㅋ
2.3. 그러자 Sony는 아예 개발 당시 표준이었던 Beta-I 속도를 폐기시키고, Beta-II를 기본으로 정하기 시작. 모든 Beta는 Beta-II 규격으로 발매되고, 모든 레코더가 Beta-I을 미지원하기 시작. VHS의 표준은 여전히 Standard Play였음. Beta-II는 VHS의 Long Play와 유사한 화질을 보였기에 당연히 VHS에 비해 화질과 음질이 안 좋을 수밖에. 이젠 베타 사는 놈이 ㅂㅅ이 되어 버림.
2.4. 8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사업 모델이 대두되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를 비디오에 녹화하여 팔거나 대여하는 사업이었음. VHS는 한 편의 영화를 전부 담을 수 있는 재생시간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했던 사실은 사람들이 모두 VHS를 선택했다는 사실. 당연히 이 새로운 사업 모델은 VHS 포맷이 주축이 되어 크게 확장됨.
2.5. VHS에는 헤드 하나를 더 장착하고 오디오 신호를 아예 FM 라디오에서 쓰는 그것처럼 변조해서 영상 신호를 기록하는 부분에 같이 기록하여 음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기술인 Hi-Fi가 있었지만, Beta에는 없었음.
3. 80년대의 쏘니는 방송용 포맷을 개발하려고 함. 근?데 이미 우리가 만들다 조져놓은 Beta가 있?었?네? 이 미디어를 그대로 쓰?면 되지 않을까?
3.2. 기존의 가정용 텔레비전 신호 질은 상당히 떨어졌음. 흑백 TV와의 호환성을 위해 흑백 신호와 색깔 신호를 분리하여 송출하느라 색이 섞이는 일도 비일비재했음. 오죽하면 NTSC의 멸칭이 Never The Same Color겠음?
3.3. 근데 더 놀랍게도, 그걸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하면 더 열화됨. VHS든 Beta든 스캔라인 (가로로 진행하는 연속적인 아날로그 신호) 한 줄당 약 40색밖에 뿌릴 수 없었음. 이는 흔히 생각하는 레트로 글리치 효과, 즉 옛날 비디오 영상의 색이 부정확하고 가끔씩 색이 튀어나오거나 어긋나는 원인이 됨.
3.3. Y Pb Pr을 디지털로 변조하여 기록 or Pb Pr 신호의 진행속도를 압축한 뒤 반반씩 섞어서 뿌려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Beta 테이프에 녹화했는데, 이는 Betacam으로 Betamax와는 완전히 다른 포맷이었음.
3.4. 그마저도 용량 문제에 봉착함. Beta 테이프에 Betacam 방식으로 기록할 경우 하나당 30분이 들어가는데 이걸 대체 어디다 씀? 그래서 Betacam S라는 더 큰 테이프 포맷이 개발되어 업계에서 실제로 오랫동안 쓰였음.
3.5. VHS 진영에서도 'M' 이란 이름으로 같은 원리로 비디오를 저장하는 포맷을 개발했으며, 이러한 방식의 테이프 저장매체는 y2k 이후에도 적지 않게 쓰였음. Beta 테이프에 디지털 1080P 125Mbps 영상을 압축해서 저장하는 포맷도 나와버렸으나, 하드디스크가 발전하며 자연스레 도태됨.
즉, 베타가 '프로페셔널 방송 업계에서 전문가용으로 사용되었기에 VHS보다 우월하다' 라는 표현은 애초에 전제부터가 잘못된 주장 되겠습니다. 일단 그 베타와 이 베타는 단지 같은 미디어에 저장될 뿐 신호의 포맷 자체가 달랐으며, 그마저도 용량 문제에 봉착하여 아예 더 큰 사이즈의 테이프를 개발할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