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에 17년 동안 살던 할머니가 나가면서 도배/장판/씽크대를 싹 새로 합니다. 그런데 공사 일정을 잡고 나서 생각해보니 벽지는 새하얀데 콘센트와 스위치가 싯누런 색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겠다 싶어서, 부속을 사서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왜냐, 도배/장판/씽크대는 직접 할 줄 모르는데 콘센트 갈이는 쉽다고 들었거든요. 네. 들었습니다. 직접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옆에서 구경해본 적도 없습니다. 대충 차단기 내려놓고 하면 되겠거니 했습니다.
전기 제품 만져보신 분들은 글을 읽으면서 짜증이 나실테니 어서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인터넷과 택배가 발전한 나라 한국.
우선 두꺼비집 커버... 전문용어로는 분전함이라 하더라고요. 분전함 커버부터 갈아줍시다. 이게 몇 구짜리인지도 봐야 하고, 나사 위치와 간격도 봐야 합니다. 저는 구멍 갯수와 나사 간격만 보고, 나사 위치를 보지 않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대각선으로 고정된 나사 2개를 풀었습니다. 나사가 / 방향으로는 큰거, \ 방향으로는 작은 걸 꽂도록 되어 있는데요.
원래 달렸던 분전함 커버는 \ 방향으로 작은 나사를 꽂았는데요. 새로 산 분전함 커버는 / 방향으로 나사를 꽂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나사 구멍이 커져서 원래 쓰던 못으로는 안 박히죠.
분전함 커버를 돌려서 달까 했다가 그러면 구멍 위치에 맞춰서 안에 스위치들 위치도 다 옮겨야 하고, 커버에 구멍을 새로 뚫을까 하다가 예쁘게 뚫을 자신이 없어서, 집안을 다 뒤져서 맞는 나사 2개를 어거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화장실 콘센트를 바꿔 봅시다. 이건 색이 바래기도 했지만 일반형 콘센트라 혹시 물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불안하더라고요.
나사 2개를 콘센트 덩어리를 꺼내고, 전선 앞의 고정 스프링을 눌러서 빼고, 다시 꽂아주면 끝. 언젠가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는 다 스프링 잠금장치가 있어서 테이프를 감고 고정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편하네요.

콘센트 크기는 다들 똑같다고 하지만, 반듯하게 타일과 시멘트를 잘라낸게 아니라 대충 맞춰서 깎은거라, 새 콘센트가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괜히 끼운걸 빼서 잘 맞춰보겠다고 삽질하다가 나사 머리가 하나 나갔습니다.
결국 재작업은 포기하고 대충 쑤셔 넣는걸로... 그리고 사진을 보니까 '이 때는' 제대로 연결을 했었네요.
이제 벽 콘센트를 작업해 봅시다. 이것도 대충 커버 날리고 나사 풀고요.
기존에 달려 있던 건 전선 꽂는 구멍이 2개밖에 없는데, 새로 산 건 4개가 있군요. 어차피 한 라인에서 분기되어 나오는 건데 4개를 다 연결할 필요는 없겠거니 하고.

마침 노란색과 녹색 선이 있으니까 녹색은 녹색 단자에, 노란색은 하얀색에 꽂으면 되겠구나! 했더니 안켜집니다.
다 조립해놓고 전기가 안 들어오면 뒷수습이 너무 귀찮으니, 대충 전선만 연결해두고 드라이기 꽂아서 돌아가나 확인해가며 작업했는데요. 안 켜집니다. 저 케이블 연결 위치를 다 바꿔봐도 안 됩니다.

새로 산 다른 콘센트도 안 됩니다. 그런데 기존에 달려 있던 건 연결하니 아주 잘 됩니다. 그럼 제가 잘못 꽂았다는 소리겠죠? 새로 산 2개가 동시에 불량일 가능성은 낮으니까요.
왜 안될까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오네요. 이럴땐 닥치고 분해해야죠. 일단 이쪽은 별 이상이 없고요.
반대편은 뜯자마자 녹색 고정핀이랑 스프링이 튕겨져 나갔네요. 갯수 딱 맞춰서 샀는데 망했구나...하면서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저 녹색 핀 쪽이 콘센트에 연결될 여지가 없더라고요.
이쯤에서 콘센트 제품 페이지를 봤습니다. 접지선? 전원선?
네. 교류니까 +/-를 따질 게 없이 전원선 2개만 연결하고, 이 집구석은 접지선이 나온 게 없으니 연결할 게 없는 거였네요.그래서 접지선에 연결된 걸 빼고 양쪽의 전원선만 연결하니 아주 잘 됩니다.
무식하게 야매로 하면 이게 참 문제입니다.
콘센트에서 삽질하고 나니 스위치는 정말 간단하더라고요.

마지막 콘센트는 순순히 빠질 생각을 안 해서 거의 부시다시피 해서 뽑아 교체했습니다.
이렇게 삽질했으니 다음번에는 실수를 안 하겠죠.
다만 오래된 주택은 콘센트 내부 부품이 좀 작은 걸 사는 쪽이 조립하긴 쉬울 거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