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연합의 새로운 법률인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이드로딩, 브라우저 엔진, 컨택리스 결제 공개 등 여러 가지 정책 변경을 공개했습니다. 아래에 이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사이드로딩 허용
EU에서 사이드로딩이 허용되었지만, 그렇다고 안드로이드에서 apk 설치하듯 SMS 링크로 배포되는 아무 ipa 파일을 사이닝 없이 설치할 수 있는 말법적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는 웹브라우저를 통해 alternative app marketplace (대안, 즉 서드파티 앱 마켓)를 배포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원스토어나 Amazon Appstore같은 걸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안 앱 마켓을 배포하려면 우선 com.apple.developer.marketplace.app-installation 이라는 Entitlement(권한)를 애플에 신청해야 하는데, 앱 마켓의 개발자가 EU 법인이어야 하고, A등급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100만 유로(약 14억 5천만원)의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를 받아 애플에 제출해야 하는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관리 능력이 부족한 단체의 앱마켓 진출을 막습니다.
서드파티 앱 마켓에 올라가는 앱은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맞춰 심사를 받지는 않지만, 여전히 애플의 App Notarization(공증) 프로세스를 통과해서 애플의 전자서명을 받아야만 서드파티 스토어를 통해 배포 및 설치가 가능해집니다. App Notarization은 자동 검증과 사람에 의한 검토를 모두 거쳐 발급됩니다.
이렇게 서드파티 앱 마켓을 통해 배포된 앱의 인앱결제는 앱스토어 IAP가 아닌 외부결제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이 때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K-앱스토어 서드파티 결제와는 달리, 수수료를 26%씩 떼어가는 날강도짓을 하지도 않습니다.
또 App Store를 통해 처리되는 결제 수수료도 10%~17% + 3%(Payment Processing Fee)로 대폭 줄었습니다.
다만 이와 함께 "Core Technology Fee"라는 수수료가 신설되었는데, 최초 연간 설치 건수가 1백만회가 넘어간 앱에 대해 다운로드 1건당 0.5유로(약 730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1백만 다운로드라면 연 50만 유로, 약 7억 2600만원이지요. 이것은 앱 배포 채널이 App Store였든 대안 앱 마켓이었든 상관없이 부과되는 사항이지만, 애플은 절대다수(99%)의 개발자들은 이 수수료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브라우저 엔진
지금까지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는 iOS용 Firefox나 Chrome, Edge 등의 서드파티 브라우저는 다른 플랫폼에서와는 달리 자체 엔진인 Gecko나 Blink를 쓰지 못하고, iOS에 내장된 WebKit 엔진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WKWebView에 컨트롤러들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지요.
또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앱은 모두 JIT compilation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안취약점은 줄어들지라도 성능상에서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이제 Browser Engine Entitlement를 신청한 뒤 BrowserEngineKit 프레임워크를 통해 WebKit이 아닌 브라우저 엔진을 iOS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Embedded Browser Engine Entitlement를 신청하면 웹브라우저가 아닌 앱에서도 인앱 브라우저를 띄울 때 다른 브라우저 엔진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구현된 브라우저에서 JIT 컴파일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추가적으로 앞으로 EU지역에서 Safari 앱을 처음으로 열면, 다른 웹브라우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보여줍니다.
컨택리스 결제
NFC 결제를 위한 API 또한 개방되었습니다. 이제 서드파티 앱에서 Core NFC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NFC HCE 결제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Apple Pay 외에 서드파티 컨택리스 결제 앱을 기본 결제 앱으로 설정할 수도 있게 되었는데, 전원버튼을 두번 눌렀을 때나 NFC 결제 단말기를 감지했을 때 Apple Pay가 아닌 해당 서드파티 컨택리스 결제 앱을 바로 띄울 수도 있습니다.
대격변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지만... 이 모든 변경점은 EU 지역(NFC 결제의 경우 EEA 지역)에만 제공됩니다.
뭐야 우리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