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 83이 출시되었길래 설치해봤어요. 인터페이스를 제가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변경하여 며칠 사용해본 결과 꽤 만족하게 되어 그간 느낀 특징들을 적어봅니다. 아래는 제 컴퓨터 사양(Intel Celeron J4105)에 영향을 받은 특징이 포함되어 있으니 감안하여 참고해 주세요.
1. 유저 에이전트
Google Chrome 87
Mozilla Firefox 83
이건 브라우저의 사용성에 어떤 영향도 없고 상관도 없는건데 전 여기서 패기를 느낍니다. 대부분의 브라우저는 like Gecko라고 나오는데 오직 파이어폭스(+변종)만 Gecko로 나옵니다. 사실 파이어폭스 엔진이 겍코니까 당연한건데 묘하게 포스가 느껴지네요.
2. 페이지 로드가 빠름
크롬87과 병행사용해보니 페이지가 무거울수록 파이어폭스의 페이지 로드속도가 약간이나마 더 빨랐습니다. 프로젝트 퀀텀이 적용된 이후의 파이어폭스를 크롬과 비교해보면 싱글스레드 효율에서는 좀 밀리지만 멀티스레드를 잘 활용한다고 느껴집니다. 프로세서로 치자면 AMD 라이젠 초기세대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얼추 맞는것 같습니다.
3. PDF 파일연결 정식지원
파이어폭스에 내장된 PDF리더는 원래 있던거고, 이게 아니라 윈도우 파일연결에서 드디어 파이어폭스를 인식한다는 말입니다. 기존에는 .pdf를 파이어폭스로 연결하려면 파이어폭스가 설치된 폴더로 직접가서 firefox.exe를 연결해줘야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안해도 목록에 파이어폭스가 뜹니다. 윈도우의 앱 인식이 고쳐진건지 파이어폭스가 개선된건지 모르겠는데 사실 이건 크롬도 되던거죠. 크롬은 애초부터 .pdf연결을 정식지원했는데 파이어폭스는 이게 왜 이제되나 싶지만 어쨌든 드디어 됩니다. 비슷한 이유인지 메일 클라이언트로 파이어폭스를 선택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크롬은 원래부터 되던 항목이었습니다.
4. 인터페이스 커스터마이징
크롬은 이게 안되죠. 구글이 "이렇게 저렇게 다 해봤는데, 그냥 이 형태가 효율성 최고야. 그러니까 잔말말고 이렇게 써."이런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테마선택 말고는 외형변경을 틀어막아놓은건 좀 너무했다 싶습니다. 특히 저는 브라우저에는 로그인을 하지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모양 회색아이콘이 너무 싫습니다. 아무의미없이 괜히 공간만 차지하고 있죠. 파이어폭스에서도 마찬가지로 로그인 안하니까 해당 아이콘을 시원하게 없앤다음 저한테 필요한 아이콘들로 재배치했습니다.
5. 기본상태에서도 탭기능이 부실하지 않음
크롬에서 탭을 많이열면 크기가 쪼그라들면서 나중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선택하기도 어려워지죠. 크롬의 개발이념이 '브라우저의 본질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드파티 익스텐션에 맡긴다'라는건 알겠는데, 구글은 크롬이 탭 브라우저인데 '탭 기능이 부실한게 탭 브라우저의 기본기가 부족한걸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안하는 모양입니다. 이거 해결해주는 확장도구가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이름도 모르며 설치해본 적도 없습니다. 파이어폭스는 탭 크기가 어느정도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고 동적으로 좌우 스크롤이 활성화되며 탭 목록도 있어서 굳이 좌우로 뒤적거리지 않아도 되죠.
6. 파일 다운로드가 무작정 시작되지 않음
제게는 이 부분이 상당한 장점입니다. 시원찮은 인터넷을 사용중이라 크롬의 링크눌렀다고 일단 다운로드 시작하고 보는 특징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받기전에 먼저 파일형식이나 용량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서 다운로드를 시작할지 결정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단, 링크클릭시 바로 다운로드가 시작되는걸 좋아하신다면 이 부분은 파이어폭스의 단점이 되겠습니다.
7. 파일 다운로드 상태를 팝업으로 볼수있음
크롬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하면 밑에 막대가 뜨고 거기서 상태를 간결하게 보여주죠. 그것까지는 좋은데 속도가 안보이며 그 막대를 끄면 그런 식의 인터페이스를 다시 켤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메뉴에서 다운로드를 선택하면 탭이 하나 더 열리면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동시에 받는 파일이 많으면 그렇게 크게 보여주는게 나쁘지 않습니다만 파일 한두개 받는데 그런식으로 탭을 왔다갔다하며 확인하기는 꽤 귀찮죠. 파이어폭스는 이렇게 팝업으로 보여줍니다. 다른일 하다가 궁금할 때마다 클릭해보면 되죠.
8. 북마크(즐겨찾기) 인터페이스의 형태
간혹 '크롬쓰는데 즐겨찾기 형태를 IE11처럼 바꿀수 없냐'는 질문을 목격합니다. IE의 즐겨찾기 인터페이스 만큼은 잘만들었고 적절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크롬의 북마크바 보다 나은것 같아요. 파이어폭스는 IE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IE의 인터페이스가 편하신 분들한테는 크롬보다 익숙하실테니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9. 홈, 새탭 페이지 about:blank 설정가능
이건 프로그램 자체의 좋고나쁨보다는 사용자의 취향문제에 더 가까운 것인데요. 저는 브라우저를 실행했을때 내가 행동을 하기전부터 뭐가 덕지덕지 떠있는걸 싫어합니다. 크롬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빈 페이지 설정이 안되던데 파이어폭스에서는 가능합니다. 보시다시피 직접 주소쳐줄 필요도 없고 메뉴에서 선택만 해주면 됩니다.
10. 업데이트 데이터의 크기가 작고 적용이 빠름
간혹 수동으로 업데이트를 확인해보는데 이때 잘보면 크롬은 업데이트 총용량중에 얼마까지 받아왔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운로드후 적용하는데도 시간이 좀 걸립니다. 처리속도는 제 컴퓨터의 성능문제이긴 합니다만 온전히 이때문으로 몰고가기에는 파이어폭스에서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마이너는 물론 메이저 업데이트도 데이터 크기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빨리 지나가서 잘 못보는데 총 몇MB중에 지금 몇MB까지 받았는지 상세히 표시되고 다운로드후 적용이 크롬대비 빠릅니다.
11. 83버전특징: 속도가 빨라졌고 메모리 누설이 개선됨
위의 내용들은 파이어폭스 자체의 특징들이죠. 83버전의 특징만 보자면 메모리 누설이 꽤 잡혔다는 점이 있습니다. 누설이 없는건 아닌것같고 트림을 일정주기로 하는건지 점유율이 조금 올라가다 떨어지는게 느릿느릿 반복되는데 그래서 점유율 그래프가 톱날처럼 그려집니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으므로 굳이 쳐다보고 신경쓰는게 아니면 사용상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수준이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근본원인은 여전히 수정중이지만 임시로 쓸만하게 조치해둔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속도가 전반적으로 좀더 나아졌는데 퀀텀이 도입된 57버전 이후로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12. 요약: MAKE FIREFOX GREAT AGAIN
한줄로 적어보자면 '기존의 장점들은 잘 이어지고 있으며 속도는 크롬과 비등한 수준이 됐다고 느껴지고 메모리 관리에 큰 문제는 없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파이어폭스라 하면 빼놓을수 없는게 영원히 패치할듯한; 메모리 누설이 있는데요. 아직도 여전히 해결중인 모습인데 사실 56까지는 그런대로 꽤 안정화가 되었지만 엄청 빨라진 파이어폭스 퀀텀 57부터 극한으로 재발해서 이걸 쓰라고 만든건가 싶을정도로 심각한 수준까지 갔다가 70을 지나면서 그런대로 정리되고 80을 지날때쯤 잔불정리도 대충 됐다싶은 수준까지 회복된 과거가 있습니다. 이번 83에서는 정말 많이 안정화된 모습을 보여줬지요. 저는 그래서 이정도면 주력 브라우저를 바꿔도 되겠다 싶어서 크롬에서 파이어폭스로 이주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불여우 한마리 몰아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