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실 분이라면 한 번 쯤은 써보셨을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 Crystal Disk Info,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Crystal Disk Mark의 개발자인 히요히요 ひよひよ와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렸습니다.
본명은 미야자키 노리유키 宮崎 典行. 1978년생.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자라났고, 아내/딸/아들도 삿포로에 있지만 지금은 도쿄에서 혼자 근무 중.
대학생 시절 소속된 동아리의 선배가 AMD K6이 탑재된 컴퓨터를 저렴하게 넘긴 후, 저렴한 부품과 정크 부품을 시도해 가며 조립 PC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밤마다 그 시스템에서 파이널 리얼리티 벤치마크를 돌렸는데 그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이라 돈이 없었지만 시간이 많아 프로그래머로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네요.
소프트웨어 이름에 '크리스탈'을 넣는데, 'Crystal Dew World'라는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 그 유래입니다. 마음에 들던 음악 CD의 이름에서 빌려 왔다고. 다만 3개의 단어 조합이라서 지금은 후회 중. 'OO 소프트'처럼 2개 단어로 줄이는 게 좋지만 바꿀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학창 시절에 만든 이 홈페이지 https://crystalmark.info/ja/ 는 2018년 11월로 20주년을 맞이했고, 1년 다운로드 횟수 5백만번 이상이 나옵니다.
히요히요는 학창 시절에 쓰던 닉네임 그대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만들려고 했던 건 윈도우용 벤치마크의 선구자적 존재인 WindSock에 큰 감명을 받아서라 합니다.
진지하게 벤치마크를 개발하려고 생각했을 때, 당시 유행했던 프로그램인 WCPUID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인이 만든 프로그램이 전세계에서 통한다는 걸 느꼈다고 하네요. 지금은 업데이트가 안 되지만.
HDBENCH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것도 업데이트 중단됐지만요. 아마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 분도 많지 않겠네요.
이 분의 첫 소프트웨어는 종합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크리스탈 마크입니다. 대학교 4년, 석사 2년 동안 CrystalMark 06, CrystalMark 08, CrystalMark 2004를 개발했습니다. 3D 벤치마크도 만들고 싶었으나 혼자는 어려웠고, 온라인 벤치마크 순위를 매긴다면 전세계 사용자가 PC와 성능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리 대중적으로 보급되진 못했습니다.
CPU 정보를 표시하는 CrystalCPUID도 개발했습니다. 처음부터 세계적인 CPU 소프트웨어를 목표로 삼았지만 CPU-Z를 이기진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멀티코어 CPU가 등장하면서 정보를 판별하기가 어려워진 게 가장 큰 이유. 동작 클럭을 측정하기조차 어려웠다네요. 실제 테스트 환경이 갖춰졌다면 몰라도, 이제 막 사회인이 됐는데 구입하기가 버거웠다고.
지금은 업데이트가 중단된 소프트웨어지만 윈도우 10에서도 작동은 합니다.
이후에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와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의 두 가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CPU보다는 스토리지 쪽이 만들기 더 쉬울것 같다는 이유에서 시작했다고.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는 SMART 정보를 표시하는 간단한 소프트웨어였으나 베타 버전 발표 후 여러 피드백을 받아, 정식 발표를 2달 연기하고 상주 기능, 알림 기능, 그래프 기능을 추가해 많은 사용자가 생겼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로 가자고 생각했다네요.
크리스탈 CPUID가 크게 성공하지 못했기에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는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강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SSD 종류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처음에는 업데이트가 많지 않을거라 여겼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나온 언어는 일본어와 영어 뿐. 나중에 중국어로 직접 번역한 사이트를 찾은 후 다국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모국어로 번역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자 많은 분들이 도와, 지금은 43개국 언어를 지원합니다.
USB-NVMe 브릿지 컨트롤러가 등장했을 때는 ASMedia와 JMicron에서 도와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합니다. 데이터 시트와 샘플 기판을 제공하면서 의뢰했다네요.
대기업에서 직접 연락할 정도로 인지도가 올라 기쁘고, 업체만 알고 있는 자료를 제공받아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는 구형 USB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사실 USB 하드디스크의 인식 자체가 어렵다네요. 어떤 사용자가 이걸 패치한 파일을 보내 이후로는 USB 하드디스크 인식이 편해졌습니다. USB 하드디스크 인식은 필수적이었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당시엔 샘플을 주는 곳도 없어 닥치는대로 제품을 사서 테스트했고, 지금도 500GB 외장 하드디스크가 대량으로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샘플을 사다보니 부담이 많이 됐는데, 직장에 다니고 해외에서 기부하기 편해지면서 지금은 좀 나아졌습니다. 예전에도 윈도우 ARM을 테스트하기 위해 노트북을 구입했는데, 테스트 후에는 전혀 쓸 일이 없어 방치 중이지만 그래도 좋다는게 히요히요의 소감입니다. 학창 시절에 돈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테스트 조건 확보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네요.
특히 AMD 애슬론 64가 등장했을 때 클럭 컨트롤이 바뀌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우 고생했습니다. 나중에는 AMD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서 수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확인하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직접 디버깅을 하는 게 아니니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테스트 환경에 지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자인 CrystalDiskInfo Internals. 아키하바라의 오리오 스펙에서 세금 포함 1080엔에 판매 중.
사용자는 늘었지만 소프트웨어 그 자체의 유료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업체에서 협력을 의뢰하지만 그것도 전부 무료로 진행합니다. 벤치마크는 우선 공정해야 하며, 그래서 오픈 소스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신뢰도도 중요하며 최신 규격도 가능한 지원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쓰는 것이니 인터페이스는 가능한 알기 쉽고 간단해야 합니다.
2011년의 오픈 소스 컨퍼런스 호카이도가 열렸을 때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의 오디오 알림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 시즈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위 사진은 일러스트집인 1080엔. QR 코드를 통해 음성 가이드를 다운로드받습니다. https://suishoshizuku.com/ja/
예전에는 셔틀 큐브 PC를 좋아해 많이 썼고 지금은 인텔 코어 i97960X와 ASUS PRIME X299-A 메인보드, NVIDIA 지포스 GTX 1080, DDR4 32GB 메모리. 여기에 인텔과 삼성의 SSD를 사용 중입니다. 최근에는 PCI-E 레인에 여유가 많은 라이젠 스레드리퍼에 호기심이 있다고.
평소 가지고 다니는 건 LG 노트북, 아이폰, 아이패드. 물론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와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가 설치됐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인텔 옵테인 시리즈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NVMe SSD도 실제로 가장 많이 쓰는 1큐/1스레드에선 30~40MB/s의 속도가 나옵니다. 하지만 옵테인은 CPU에 따라 달라지지만 200MB/s 정도로 빠릅니다. 3D Xpoint 기술의 대기 시간이 낮고 우수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환경에서 그 차이를 체간하긴 어렵다고 보네요.
벤치마크는 SSD의 최대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지 실제 사용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낭비는 아닙니다. 이런 테스트 값이 있기에 고속화나 안정화 등의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QLC를 비롯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멀티 레벨 셀 저장 기술의 경우 다시 쓰기 수명이 그리 큰 영향을 준다고 보진 않습니다. SSD 제조사들이 낸드 플래시에 맞춰 최적화를 하고 있으며 기술도 발전 중입니다. 사용량이 많은 서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일반 소비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SSD도 노화나 돌연사할 가능성은 있으니 정기적인 교체와 백업이 중요합니다.
이 분은 PC와 NAS를 동기화시키고, 하루에 한번씩 NAS에서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데이터를 백업합니다. 중요한 데이터는 삿포로의 집과 도쿄의 집에 동기화하기에 2곳에 백업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는 오픈 소스로 작업하니까 최악의 경우에도 날릴 일은 없습니다. 데이터의 백업을 위해서라도 오픈 소스는 중요합니다. 만약 개발자가 아프거나 사고가 생기고, 심지어 죽어서 개발을 계속할 수 없어도 프로그램은 남습니다.
하드디스크에서 SATA SSD, NVME SSD로의 스토리지 환경 변화가 상상했던 것보다 빠릅니다. 원래 하드웨어도 좋아하다보니 SATA SSD 뿐만 아니라 NVMe SSD가 나왔을 때도 여러 대 구입했다네요. 또 AHCI에 비해 NVMe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싶어서 인텔의 데이터도 정독. 앞으로는 PCI-E 4.0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 스토리지의 진화 속도를 보면 인터페이스의 한계에 순식간에 도달하는 SSD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의 시즈쿠 에디션이 설치된 노트북.
SSD는 삼성 SSD 970 EVO
오랫동안 개발을 계속한 열정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직장을 선택할 때도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계속할 수 있는지를 따졌습니다. 회사에 따라서는 NDA가 묶여서 자신이 쓰고 싶은 프로그램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프로그래밍과 전혀 상관이 없는 직장에 다니는 중이이라네요. 그냥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취미라서 계속하는 것이지 프로그래머로서 1위를 하거나 굉장한 것을 개발하려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은 일이 힘든데도 프로그램을 할 수 있냐고 말하지만, 이 분은 오늘도 열심히 일을 했으니 집에 빨리 가서 비주얼 스튜디오를 실행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네요. 휴가는 일을 잊고 좋아하는 걸 하는 것입니다. 이 분에게 그건 프로그래밍이었을 뿐입니다. 일도 가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 개발이며, 그건 예전부터 흔들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기술적인 장벽에 부딛혔을 때라고 합니다. USB 하드디스크나 USB-NVMe 브릿지 컨트롤러는 혼자 해결할 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기에 가능했다고.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개발을 오래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피드백이 오며, 이쪽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지만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진 못합니다. 굳이 무리하지 않음으로서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것 역시 프리웨어의 장점이지요. 개발자 맘대로니까요. 예전에는 메일에 전부 답장했던 적도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답장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의 기능에 만족하는 사용자는 굳이 피드백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피드백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내용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걸 분리해 우선 순위가 높은 것부터 작업해 나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속 하고 싶다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신경쓰지 말고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꽤 어렵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고,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지만 형평성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특정 제조사에 맞춰 최적화를 하지 않습니다. 오픈 소스는 형평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벤치마크는 새로 구입한 제품이 '이렇게 빠르다니 사길 잘했다'고 감동하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네요. 그래서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는 SSD의 최고 성능을 측정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32큐 뎁스를 쓸 일이 과연 얼마나 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최대 전송 속도 3500MB/s와 2500MB/s의 성능 차이를 체감하긴 어렵지만 벤치마크에서 최고 성능을 이끌어내서 비교하기가 편해집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CPU 벤치마크를 만들고 싶다네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크리스탈 디스크 인포에 이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 목표.
LG그램을 쓰시는군요. 이왕이면 맥버전도(?)